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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새만금 방조제 중앙에 있는 신시도 등산을 해 보려고 틈을 노리고 있었는데, 하루하루 미루다 결국 지금까지도 못하고 있다. 방학이라고 남들은 내가 등창이 생기도록 집에서 뒹구는 줄 알겠지만, 휴~~(ㅜ_ㅜ); 사실 이번 여름 방학은 정확히 3일 짬을 내는 것 외에는 매일 나갔다. 보충에다가, 문제출제, 또 올해부터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대상자들에 대한 전형일정을 8월 초부터 잡아버리는 통에 애들과 상담하랴, 추천서 써주랴, 그러다 또 서울대 간다는 애들 지도하고 추천서 쓰고...게다가 부서 일 하랴...
그러니 방학이라고 해봤자 엄마한테서 '학원가라, 공부해라..'소리만 듣는 우리 딸 연주에게도 미안한 마음만 들고...
그래서 큰 맘 먹고, 내 방식으로 1박~~ 2일!을 해 보기로 했다.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다가 그 간 맘 속에 어렴풋 가고싶었던 두 곳을 기억해 냈다.
하나는 군산에 남아 있는 옛 철길마을이고, 다른 하나는 백수해안 드라이브 코스..
그러나 막연히 그리고만 있었을 뿐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한 10시에 차를 출발하면서도 집사람도 연주도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될 지 모르고 있었다.
나도 출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집사람이 어딘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냥 그 곳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막상 집사람이 묻길래 '군산'이라고 말을 해 버리니까, 마치 계획을 세워 놓고 출발하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 구체적으로 목적지들이 정해졌다. 말이란 게 정말 무섭다...
사실 집사람에게 철길마을과 백수해안에 대해서는 몇 차례 언급했던 적이 있어서, 집사람도 내가 처음부터 그 곳으로 갈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한 가지 확실하게 계획한 것이 있기는 했다. 바로 날짜..
광복절을 낀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에 떠나는 것....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꽈~악 막힌 길에서 열 푹푹 받으며 차안에서 stressed up 된 것을 즐감하면서(^6^;) 도로면 도로, 잠자리면 잠자리, 또 먹거리도 여유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로 그 생각만은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녀와 보니 꽤 괜찮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혹시 이를 참고로 다녀오고픈 사람들이 있으면 한 번 해보라고
이틀 여정을 둘로 나눠서 적어보기로 했다.
[1일차; 2011년 8월 15일]
<서울 - 금강하구언 -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시내 일본식 절 및 가옥 문화재 - 해망굴 - 월명공원 - 새만금방조제 - 채석강 북쪽 해안 >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군산'으로 간다로 하면 외곽순환도로를 죽어라 달려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가거나, 경부고속을 타다가 안성평택을 타고 가서 서해안을 타거나 했을 텐데,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길도 많이도 생겼다.
'네비'가 안내해 준 길은 송파에서 3번국도 - 외곡순환도로 -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당진대전고속도로 - 공주서천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IC.... 였다. 지도를 보니까, 정말 거의 주~욱 내려간다. 다닐 때마다 느끼지만, 토목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군산으로 들어가다가 처음 들른 곳은 금강하구언 수문이다.
생각보다 금강... 엄청 크다. 어떻게 보면 한강보다도 볼륨이 더 있어보인다. 물론 지겹도록 계속된 강우 탓도 있겠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시골 것이라고 깔보다가 한 방 얻어 맞은 것 같다.
[금강하구언 수문/ 연주는 늘 턱이 V라인으로 보여야 한다며 꼭 이렇게 찍는다... 난.. 열받는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오랜 동안 오고 싶었던 곳, 바로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군산의 근대 유산 중 이 경암동 철길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군산 조촌동 북선제지(현 페이퍼코리아)와 대명동 옛 군산역 사이에 물자를 실어나르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인데, 지금은 다른 운송수단의 발달로 철도 운행은 중단된 상태다. 인터넷을 처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진과 글이 올라와 있는, 특히 사진 작가들에게 아주, 아주 사랑받는 곳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어린시절 인천 만석동 해안가 마을에 살 때, 대성목재로 이어진 그 비좁은 그 철길에 육중한 디젤 기관차가 사람들에게 피하라고 기관사 아저씨가 깃발도 흔들고, 종도 땡땡울리며 슬금슬금 우리 곁을 바짝 스치듯 지나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철길 중간 진입로 골목집 벽에 드려진 벽화]
[내겐 아련한 추억 속 데쟈부를 일으키는 철길마을의 풍경... 뭘 햇볕에 널어 놓은 것도 어찌 그리 같은지..]
[집사람과 연주에게 이 길은 어떤 의미로 다가 오고 또 추억될까?]
참, 참고로.... 이 철길마을을 걷고 싶은 사람들은 이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이마트 주차장에다 차를 주차하면 된다. 주차비는 공짜다. 물론 실컷 구경하고 와서 미안하면 푸드 코너가 있으니까 들어가서 뭐 좀 먹으면 될 거고...(우리는 그랬다...)
제주의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는 길' 열풍은 군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군산에는 '구불길'이라는 것이 있다. 7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내를 다니다 보면 그 길을 찾아 다니며 스템프를 찍어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불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사람은 http://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44를 한 번 들어가 보면 좋을 것 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크게 두 개의 포인트를 가지고 시간을 아껴 군산을 보기로 했다. 하나는 시내에 산재해 있는 일본식 건축물들과 군산을 굽어볼 수 있다는 월명공원 일원(물론 월면공원은 너무 커서 걸어서 주파하기에는 시간의 제약이 따른 것이다.)이 바로 그 포인트들....
먼저 들른 곳은 옛 세관 건물이다. 지금은 호남세관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슨 촬영을 한다면서 당분간 문을 닫아서 죄송하다는 플래카드를 써 붙여 놓았다.
['옛군산세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전면은 물이 세는지 왼쪽 구석 부분을 꼴사납게 비닐로 뒤집어 씌워 놓아서 뒷뜰에서 찍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동국사'라는 절이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건물로 되어 있는 절이다. 1909년 일본인 우찌다(內田) 스님이 창건한 것을 1955년 전북종무원에서 매입했고, 1970년에 남곡이란 스님이 '해동대한민국' 즉, 한마디로 '우리나라 절 맞습니다' 라는 의미로 동국사라고 개칭해 오늘 날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경내에 스~윽 들어 섰을 때, 정말 일본에 관광을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건물이 오늘날에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절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대웅전 뒤에는 정말이지 쭉쭉, 시름없이 자라난 훌륭한 대나무 숲이 있어 청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식 대웅전과는 달리, 전면은 모두 창살문으로 만들어져 닫혀 있다. 들어가려면 오른쪽 부속건물을 통해야 한다.]
동국사를 나와서 일본식 건물 투어 마지막은 신흥동에 자리잡은 일본식 가옥이다. 이 집은 일본인인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집인데, 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되어 있다. 큼지막한 건물은 정말이지 깔끔하게 잘 보전이 되어 있었다. 영화 '타짜와 장군의 아들' 촬영지였던 탓에 입소문이 많이 나있는 지 답사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하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살림집으로 이용했었다고 하는데 입식 부엌으로 고쳐 사용했던 것을 일본식 부엌으로 다시 복원할 예정이란다.
[마당 정원에서 바라 본 집의 모습.. 지금도 그 위세가 당당하다.]
[집의 내부 모습... 이런 다다미 방이 여럿 있다.]
시내에 산재해 있는 일본식 건물들을 훑어 보고, 다음으로 들러 본 곳은 월명공원 일대이다. 이 곳은 군산시민들에게는 허파와 같은 곳일 거란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 위치해, 조망도 좋고... 무려 77만 평의 넓이에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월명호수도 있고.. 산책로가 12Km나 된다고 한다. 나무도 우거져 말 그대로 군산 시민들에게 산소탱크 역할을 단단히 할 것 같다.
차를 주차한 곳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84호로 정해져 있는 해망굴이다. 사실은 굴은 아니고 터널이다. 일제가 만들었고, 6.25 때는 북한군의 지휘본부가 있었다고 하는 곳이다. 물론 수리를 잘 해 놓아서 그렇겠지만, 정말 지금의 어떤 터널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잘 뚫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서도 나는 잠시 데자부를 겪는다. 인천 자유공원에 가면 홍예문이 있다. 물론 그곳은 산의 거의 정상을 관통하는 20여 미터밖에 안되는 작은 터널이지만, 초입의 축대 쌓은 모습이랄까, 터널의 느낌 자체가 너무도 흡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둘 다 중요한 항구도시여서 였을까...
[굴의 입구는 바닷가쪽이 아니라 시내쪽에 있다. 흰 모시옷을 입은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다. 무병장수하세요...]
[월명공원 동쪽끝 해산동쪽에서 수시탑(守市塔)이 있는 봉우리로 향하는 산책로... 엄마, 여기로 가, 계단으로 가...?]
[군산의 상징, 수시탑(守市塔) 계단에 앉아 아픈 다리 잠시 쉬고 있는 모녀...]
여기서 꼭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다. 바로 월명공원 북쪽 항구쪽을 향하고 있는 달동네다. 여기는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철거지역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는 곳이다. 때문에 빈 집과 그렇지 않은 집들이 어울려 있는 탓에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을 수 없는 터이다. 어린 내가 어디선가 뛰어 다니며 놀고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든다. 만석동을 떠나 수봉산 중턱의 다락이 있는 전망좋은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집 앞 마을 길이 이와 너무 비슷했다. (개발 후에는 상전벽해가 되었지만...). 물론 연주는 코를 씰룩이며 골목을 잠식하고 있는 온갖 냄새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나는 여러 냄새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런 속에서 성장해 왔는데... 우리는 그렇게들 컸는데 말이다. 공원의 북쪽 사면이어서, 여기 사시는 분들은 겨울에는 모진 바람을 몸으로 견디며 사실 것 같다....
[우리 연주는 왜 아빠가 이런 곳으로 길을 찾아 들었는지,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 많이 괴로운가 보다.. ]
달동네를 끝으로 아쉬운대로 군산투어를 마치고, 다음으로 찾은 곳은 새만금방조제다.
뭐 워낙 규모에 대해서는 말 안 해도 잘 알고들 있겠지만, 막상 와 보니, 정말 규모면에서는 기가 막힌다.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방조제로 된 길들은 많이 가 봤다.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시화방조제, 하다못해 영종도 윤중도로들도 가 봤지만, 얘한테 비교하니까 정말 새발에 피다.
어찌되었든 간에 한가지 맘에 꼭 드는 것이 있다.
부산의 광안대교나 영종대교, 혹은 인천대교 등 대교들을 건널 때나 위에서 말한 방조제들을 건널 때마다 궁금했던 건, 왜 건축가들은 이런 거대 건축물들을 관광자원화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같으면 중간에 정차할 곳이나 휴게지역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간이 휴게소도 설치해 물건 등도 팔아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할텐데.... 그런 곳을 지나면서 얼마나 차를 세우고 싶었었든가.... 애초부터 설계를 그렇게 하고, 하중 계산도 애초부터 그런 점을 감안해서 했다면 문제가 될 일도 없을텐데... 그저 카메라만 설치하고 경찰차만 왔다 갔다하면서 사람들 내쫓는 꼴이 때론 저~엉말 웃 긴 다.
그런데 다행이 새만금에는 여러 곳 차을 세우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시설을 해 놓았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눈치보며 차를 어디다가 댈까 고민하지 말고, 정해진 곳에 폼나게 처~억 하고 세우면 된다. 물론 휴게소가 있고 화장실도.. 당연히 있다.
[새만금 북쪽 첫번째 휴게시설인 해넘이 휴게소의 데크. 좌회전으로 '진짜' 휴게소로 들어 가면 화장실과 먹거리도 있다.]
[무리해서 중간 휴게소 사진.... 화끈하게 올려 놓습니다. 화장실, 먹거리, 보고싶은 욕망... 다 해결됩니다.]
[신시도를 조금 지난 곳에 있는 갑문 위에서 포즈 잡고 있는 우리 딸 연주와 엄마...연주가 엄마보다 더 크다^6^]
새만금을 벗어나면 바로 변산반도다. 여긴 정말 기가 막힌다. 물론 멋이 있어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정말로 기가 막힌다. 어떻게 평평한 비산비야 서해안에 이런 험준한 산록지대가 부~~울쑥 솟아나 있는지, 정말 기가 막힌다.
변산반도야 뭐 몇 번 와 봤다. 채석강이나 내소사도 몇 번 들러 봤고, 산꼭대기까지 꺽꺽 거리며 올라보기도 했고..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사람 많은 곳은 별로다.
뉘엇뉘엇하는 해를 보며 반도 일주 도로를 드라이브 삼아 달리다가 해맞이팬션이란 곳 앞에다가 차를 세우고 바닷가(작은당사구)로 내려가 연주와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연주야, 올 해 바닷물에 담궜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