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제7회 이동훈미술상 <강태성>전
일 시 : 2010.10.1-10.31
장 소 : 대전시립미술관 제5전시실
강태성展을 준비하며
『율律』-그 강하고 은은한 향기
이순구
조각은 들어가고 나오고, 통通하는 것이 좋은 점이다.
조각가 강태성화백의 작품을 보는 순간 공통점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다양한 작품의 양식들임에도 『율律』이라는 작가의 내재적 규범과도 같은 미학이다. 1966년 제15회 국전에서 <해율海律>로 대통령상을 수상할 때부터 바다의 파도와 같은 흐름이나, 바람처럼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다 사라지는 역동적인 것을 조각의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한다.
"자유 분망하게 해면에 그려지는 무수한 형상의 연속성은 율동과 진력盡力의 조형을 낳게 하고 대해大海의 심오한 신비는 새로운 형상의 감각세계를 경험하게 한다."는 작가의 노트처럼 바다의 규칙적이거나 유동적인 자연현상에서 감각적인『율律』을 발견하여 이후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가 된다. 이때는 돌에 무늬가 있는 공작석(malachite), 전주석全州石을 제재로 형상의 응집과 뚫음으로 바람(風), 소리(音), 노래(歌), 여정(程), 화和 등 무형에서 유형의 『율律』을 만들었다. 돌 안에 형성된 무늬를 자연스럽게 이용하여 오목과 볼록, 그리고 이쪽과 저쪽을 뚫어 바람이 소통하고 소리가 전달되며 자연으로 소통하는 자연형질을 일깨운 것이다. 이 자연형질 속에는 바람과 파도를 인간의 질서로 해석하는 의인화현상이 나타난다. 바람속이나 파도 속에 인간의 모습이 등장하여 탄생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자연현상에서 발현되는 근원의 생성과 소멸을 예시한다.
두 번째는 조각이라는 본질의 입체와 요철凹凸에 대한 투철한 작가의 인지이다. 입체와 빛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멀리 울산 반구대盤龜臺 구석기 암각화의 암각 된 고래들과 많은 물고기들이 아침저녁 빛의 변화에 의해 생동감 있게 보이는 현상이나, 백제의 서산 마애석불磨崖三尊佛의 빛과 그림자에 의한 미소의 변화 등을 보면 조각의 완성에서 빛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1971년의 <얼굴>이나 1975년작 <자매>, 1978년작 <두 얼굴>등은 자연석의 형상에서 얼굴의 윤곽이 완만하게 만들어져 오랜 세월 풍화의 흔적처럼 보이지만 빛의 조절과 음영의 변화에 의해 여러 표정의 얼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현상들의 형상화에서 나타나는 리듬과 굴곡 등 명암에 의해 변화하는 다양한 표정들을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조각 작품에서 항상 생각하는 공간감의 조건으로 곡선적인 율동과 공간, 다양한 면의 변화로서 입체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 조각의 가치, 즉 고형성固形性과 율동감, 양감, 질감 등을 내․외부로 접근하여 구상적 형태와 추상적 형태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두지 않고" 주제의 추상적임을 가시성 형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가시적 형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신화적 내용이 읽혀진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15회 국전이후 나타난 <해율海律>들은 엄격한 자연현상에 대한 인식임에 틀림없지만 파도와 함께 나타난 군상 무리는 바다의 생명력과 탄생이라는 인류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신화는 초자연적인 힘을 중심으로 자연계나 인문계의 여러 현상들을 나름대로 상상하고 서술하여 발생한다. 이는 개인적인 소산이 아니며 풍속, 신앙, 제도, 도덕을 배경으로 나타나 민족의 신념이나 역사와 만나 민족 서사시로도 발전한다. 즉 오랜 세월 속에 발생한 것이므로 민족성도 반영된다. <해풍海風>이나 <성장盛裝>, <려인麗人> 등에서 나타나는 기념비적인 내용은 신화 이전에 작가 깊이 내제된 민족적 자긍이 배어 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넷째, 작품의 자연환원이라는 점이다. 자연에 있던 돌을 채취하여 형상성이나 작가의 감정을 불어 넣고 다시 야외로 환원하는 상태는 야외 조각의 본질일 것이다. 나뭇잎이나 풀잎, 바람과 물에서 얻은 응축된 자연의 섭리를 작가의 이상향에 농밀화하여 성장시키고 대리석을 매개로 우리에게 선보인다. 작가는 이를 "자연환원"으로 풀이 하고 있다. "자연환원이란 (자연)정신으로 돌에 되새겨 자연공간으로 돌려보내는"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창작정신은 자연에서『율律』을 배워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고 다시 자연으로 보내는 회귀回歸를 품고 있다. 그 정신이 우리가 배워야 할 귀감이다.
"예술은 인생과 더불어 완성되어지므로 작가자신이 인간을 이해하고, 그 내면의 세계, 즉 정신을 형상화하여 표현해내는 고도의 결정체"라는 화두로 평생을 작업한 작가는 바다와 파도와 바람,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성한 이야기, 그리고 열린 공간감과 음영의 조화를 추구하여 구求한 예술의 꽃을 피워내고, 그 향기를 자연에 환원하는 그의 예술혼은 끝없이 은은한 향기를 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