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언제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여름인 것 같기도 하고 한여름을 조금 지나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요즘 같은 초여름인 것 같기도 하고....
아침 해가 뜨고 앞거랑 풀들이 많이 자라는 갱밴에 나가보면 어제 해질녁까지 소들을 풀어놓고 풀을 뜯겼던 자리에는
소가 싸놓은 소똥 무더기가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그 곳을 조심 스럽게 다가가 살펴보면 소똥 무더기 가장자리 또는 한가운데에
손가락 크기만한 구멍이 뚫어져 있는 것을 볼 수있다.
그러면 그 곳에는 거의 틀림없이 말똥구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말똥구리라 했는데 그 것이 소똥구리인지 말똥구리인지 아니면 둘 다 같은 말인지 다른 말인지 전혀 모른다.
나는 소똥이 더러운 줄도 모르고 커다란 소똥 무더기를 신발로 대충 걷어내고
그 속을 세세히 살펴 보면 말똥구리가 그 속 돌틈에 숨어 있거나 아니면 땅속으로 조금 들어가서 숨어 있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소똥찌꺼기가 남아 있는 그 구멍을 잽싸게 깊숙이 후벼 파헤치다 보면
그 속에서는 까맣고 윤기 반지르르한 예쁘게 생긴 곤충이 한마리 또는 어떤 경우에는
멋진 뿔이 달린 수컷 말똥구리와 뿔이 없는 암컷 말똥구리를 한꺼번에 두 마리씩이나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자랑스레 그녀석들을 물에다 씻은 후 가지고 노는데 얘들이 잘 도망가지를 않았었다.
또 가끔 그 녀석들끼리 싸움을 붙이고 놀았는데 싸움을 잘 하지는 않았다.
어쩌다 수컷끼리는 몇번 싸움같은 것을 하는 것을 본 것도 같지만 별로 못본것 같다.
그리고 암컷끼리는 싸움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못본 것 같다.
파브르의 곤충기에서 말하는 것이 경단을 만드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나는 말똥구리들이 먹이로 경단 만드는 것을 한번도 본적은 없다.
그렇게 몇마리의 말똥구리를 잡다보면 이녀석들이 갑자기 푸르륵하고 날라가버리는 바람에 몇마리씩 놓쳤는데
그때까지 나는 말똥구리가 날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같이 잡으로 가는데 서로 많이 잡을려고 하면서 이곳 저곳을 다니다보면
몸에는 소똥냄새가 충분히 배이고 온 몸에 소똥 철갑을 하고서 집에 들어오면 당연히 어머니께 혼나면서도
그 다음에 또 다시 말똥구리 잡으러 가곤 했다.
어릴적 말똥구리 잡던 앞거랑의 기억이 새삼스레 웃음지을 수있게 생각이 난다.
고놈들 참 이쁘게 생겼었는데.....
2009.6.13 <호박부꾸65>의 카페활동 일주년을 맞이하는 날의 신새벽에
牛步 박현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