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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매생이 가닥이 뜨거운 물에 익으면서 내뿜는 그윽한 향이 부엌에 가득합니다. 1~2분 후 들어내 소금으로 간한 다음 참기름을 곁들입니다. 한겨울에 생굴과 참기름과 매생이가 어우러진 그 맛이 상상이 되십니까?”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매생잇국을 먹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빈 그릇에 상상의 맛을 담아 선사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읽노라면 어느새 코끝엔 매생이의 그윽한 향이 걸리고, 매생이를 기다리는 입 안엔 달큼한 침이 고인다.
매생이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지만 식용의 역사는 오래됐다. 정약전은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인 『자산어보』에 매생이를 뜻하는 매산태를 일러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이고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며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기술했다. |
물이 맑고 청정한 완도·장흥·강진 지방의 개펄에서, 그것도 겨울철에만 채취할 수 있는 매생이는 물과 햇빛만 먹고 사는 파래과의 녹색 해조류다. 만조 때는 바닷물에 푹 잠겨 바다 속 영양분을 그대로 섭취하고, 물이 빠지는 간조 때는 태양 에너지를 듬뿍 받고 자라 각종 영양 성분들이 고루 함유되어 있는 영양의 보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매생이의 가장 큰 매력은 청정해역에서만 성장한다는 것. 매생이는 원천적으로 더러운 물에서 살 수 없는 귀한 해조류로 조금이라도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 생육하지 못하는 까탈스러움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매생이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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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생이 맛있게 먹는 법
겨울 제철에 굴과 참기름 한 방울 넣어야 제 맛 매생이는 진초록 빛깔에 느끼하지 않으면서 입 안에 착 달라붙는 질감과 구수하면서도 혀끝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 향기로운 갯내음과 먹고 난 후에 개운하게 혀끝에 감도는 담백함을 지녔다. 이런 매생이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식객』에서도 소개됐듯이 제철에 먹는 것이다. 제철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 이것이 계절 음식의 참맛을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매생이는 1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채취한 것을 냉동시키지 않고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라도 고흥과 완도, 강진, 장흥 등지에서 생산되지만 ‘장흥산’을 최고로 친다. 장흥은 내만(內灣)이 있어 바람이 적고 수온이 7∼8℃로 적당해 매생이가 자라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매생이의 요리법은 다양하지는 않다. 주로 국이나 죽, 탕으로 먹는데, 공통 사항은 매생이를 잠깐 익혀 먹는다는 점. 오래 끓이거나 불이 세면 매생이가 녹아 물처럼 되기 때문이다. 먼저 매생이를 민물에 헹궈 두고, 한 컵 정도의 물에 굴과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 끓인다. 다음 매생이를 넣고 한소끔 끓자마자 바로 불을 끈다. 여기에 참기름 한두 방울과 참깨를 살짝 곁들여 낸다. 참기름을 치면 고소한 맛이 한층 더해지고 음식 궁합도 잘 맞는다. 요즘 일부 식당에선 매생이로 칼국수나 부침개 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매생이를 먹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매생잇국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고 잘 식지도 않으니 휘휘 젓거나 후후 불어 가며 먹어야 한다는 것. 그냥 먹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다. 그래서 ‘장모가 딸 고생시키는 미운 사위에게 준다’는 말도 있다. 또한 파란 색깔이 아닌 검푸른 색깔이 나고 들어 올렸을 때 끊어지지 않고 길게 매달려 나오는 것이 질 좋은 일등품이다. 매생이는 절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된다. 사방으로 다 튀어 버려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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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맛집
매생이만을 전문적으로 내는 식당은 없다. 겨울에는 장흥 내 식당마다 기본적으로 매생잇국 한 그릇씩은 준다. 장흥군청 앞의 싱싱횟집(061-863-8555)도 그런 집 중의 하나. 장흥읍에 있는 들뫼바다(061-864-5335)와 회진면의 천년학횟집식당(061-867-5555)의 매생이탕도 유명하다. 산지인 장흥 내저리에서는 매생이를 택배로 판매한다.
싱싱횟집 061-863-8555ㅣ들뫼바다 061-864-5335ㅣ천년학횟집식당 061-867-5555 |
▒ 가볼만한 곳
장흥 천관산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 산 정상 부분에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 하여 천관산이라 불린다. 산 정상에 오르면 바다로 향한 천관산의 황금 벌판, 그 벌판 앞에 펼쳐진 매생이가 지천인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녹동항과 소록도, 고흥반도와 주변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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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이 이루어 내는 기하학적 어울림이 진풍경을 선보인다. 날씨가 맑으면 바다 쪽으로 제주도 한라산이 신비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061-867-7075ㅣ전남 장흥군 관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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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문화공원
장흥댐 아래에 조성된 물과 바람,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쉼터. 인공폭포, 벽천분수, 바닥분수를 비롯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원두막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오후 3~4시, 8~9시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지는 분수 쇼가 장관으로 물과 빛의 조화가 신비롭다. 인공폭포도 이때 장쾌한 모습을 드러낸다. 양손으로 받쳐 든 모양의 17m에 달하는 물줄기는 물문화공원을 대표하는 상징물. 안쪽 계단을 오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발 아래 유리 바닥이 천천히 회전해, 공원을 빙 둘러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061-860-0224 ㅣ전남 장흥군 부산면 지천리 장흥댐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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