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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시나리오 작가 11인이 말하는 시나리오 초보자를 위한 10계명]
당신이 온 세상을 즐겁게 해줄 이야기 보따리를 갖고 있다 해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해도,
커피보다 진하고 설탕보다 순수한 삶의 진실을 간직하고 있다 해도,
결국 시나리오의 형태로 제작자나 감독의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와 재능과 철학은 영화로서의 생명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한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조물주가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창작의 본질이 다 그러할 터지만, 현대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매체인 영화라는 소우주에서
창조와 파괴를 주재한다는 건 분명 특권에 속하는 일이리라.
이 특권을 꿈꾸며 자신의 첫 번째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왕초보 시나리오 작가들을 위해
충무로에서 활동중인 11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복음을 전한다.
십수년 경력의 고참에서 이제 막 충무로에 입성한 작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덜 범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들려줬다.
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왕초보 시나리오 작가가 하시라도 머릿속에 넣어둬야 할 10계명을 제시한다.
이 10계명이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안겨주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희망한다.
1계명 - 네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깨달으라
“<11월의 비>를 각색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실수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긴가 따져보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한석규의 컴백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후광을 기대하고 참여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3주 각색하는 동안은 정말이지 지옥 생활이었다.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
하지만 돌아온 건 힐난뿐이었다.
뜻대로 쓸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지만, 결국 영화사로부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는 말만 들었다.
그날 이후로는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정중히 거절한다” _이해영 작가
만능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애당초 버리는 것이 좋다.
이해준 작가와 함께 작업해온 이해영 작가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는
대개 궁합이 맞지 않는 아이템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하물며 처음 시나리오에 도전하는 이들이야 말해서 뭣하랴.
선배작가가 예비작가에게 던지는 충고의 대부분은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으니 먼저 자신의 취향에 대해 진단해보라”는 것이다.
이해영 작가는 “<네 멋대로 해라> 이후 쿨한 시나리오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쿨한 척하는 것일 뿐이다. 쿨하지 않으면 쿨한 글을 쓸 수 없다.
누구나 인정옥(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작가)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건지, 영화판에서 놀고 싶은 건지,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심산 작가의 독설과
“휴일도 없고, 월급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그럼에도 올인할 수 있는가”라는 김희재 작가의 엄포를 넘어섰다면,
“당신이 시나리오로 쓰고 싶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당신에게 답변은 무리일 것이다.
이쯤에서 선배작가의 경험 하나를 들어보자.
로맨틱코미디를 잘 쓰는 것으로 알려진 노혜영 작가는 <싱글즈>를 끝낸 뒤, 사극을 써볼까 스릴러를 써볼까 하다가,
“함부로 도전하지 마라. 잘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주위에서 들었다.
하지만 SF멜로에 도전했고, 1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결국 포기했다.
“한계를 인정하니까 오히려 맘이 편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다시 자문하게 됐다”는 게 노 작가의 말.
박정우 감독은 “습작을 하다 보면 자신이 맞는 장르뿐 아니라
대사를 잘 쓰는지, 캐릭터를 잘 만드는지, 구성이 좋은지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슈퍼맨이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
다만, 잊지 말지어다. 자신의 감성 촉수 중 가장 발달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임무를.
2계명 - 좋은 소재 발굴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지어다
“유명 연기자의 소개로 왕년의 조직폭력배를 만났다.
자기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청을 전해들어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싸움 이야기만 하는데 너무 지루했다.
얘기를 빨리 끝내려고 혹시 ‘사랑 같은 건 안 해봤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재즈 피아니스트를 사랑했다고 하더라.
그는 조직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살해했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하지만 몇년 뒤 출옥했을 때 몇년이고 기다리겠다던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를 찾아 미국이고 멕시코고 안 가본 데가 없으며 아직도 총각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눈물을 비쳤다.
순간, 난 속으로 외쳤다. ‘소재다!’
보스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 <약속>은 그렇게 시작됐다” _이만희 작가
맛난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부터, 좋은 재료는 지극정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건 상식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소재에 대한 갈망은 모든 작가들의 욕망이다.
조폭으로부터 흥행영화 <약속>의 불씨를 얻어낸 이만희 작가는
“(소재를 찾으려는) 간절함이 없었다면 그저 눈물만 흘리고 뒤돌아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간절함은 의식 넘어 무의식의 세계에도 가닿는다. 작가들은 꿈속에서도 쉬지 못하고 소재를 찾아 헤맨다.
육상효 감독은 “고은 선생은 꿈에서도 시가 주르륵 보인다고 하는데 영화 소재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어떤 영상이 떠오르면 어서 빨리 일어나서 적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깨고 나면 기억이 안 난다”고 아쉬워한다.
고윤희 작가도 자는 동안 계시를 받을 일이 있을지 몰라서 잠자리에서 항상 노트를 준비해두곤 한다.
하지만 이건 만의 하나에 대비하는 자세다. 예비작가의 경우 잠을 설칠 필요까진 없다.
눈뜨고 있는 동안 일단 떠오르는 아이템은 무조건 적어두고
아이템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고 넘치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김희재 작가는 “시나리오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어 마구잡이로 쓴다고 할지라도
창작의 열정을 막아선 안 된다”면서
“일단 컴퓨터에 폴더를 100개쯤 만들어라.
제목만 떠올라도 인물 한명만 떠올라도 각각의 폴더를 열고 집어넣어라.
그렇게 쌓이다 보면 나뉘어져 있던 폴더 안의 조각들이 희한하게 서로 연결될 때가 있다”고 제안한다.
비현실적인 소재라고 미리 내팽개칠 필요는 없다.
이원재 작가가 5년 전 썼던 흡혈귀를 소재로 한 습작 <세일즈 맨>은 당시
“터무니없다. 서양 귀신이라 별로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최근 충무로에는 흡혈귀 영화가 여러 편 준비되고 있다.
한 작가의 경우, 흥행작을 내놓은 다음 전에 써뒀던 습작까지 모조리 뜨고 있다 하니 소재야말로 든든한 밑천이다.
쉬지 말고 캐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3계명 - 처음 주제를 잊지 말지니라
“<실미도>의 그들은 마음만 먹었다면 탈출한 뒤 외국으로 가거나 어딘가로 숨을 수도 있었다.
왜 굳이 청와대로 향했을까. 그게 의문이었다. 내겐 정체성의 문제로 보였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뿌리와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이
무언가 헌신할 목적을 잃은 채 생물학적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로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장면도 신파 효과를 내려는 게 아니라
이 주제를 내세우는 클라이맥스로 생각했다.” _김희재
기가 막힌 소재를 찾았으니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속단은 금물이다. 소재만큼이나 중요한 게 주제다.
육상효 감독은 “상업영화에는 주제가 없다고들 생각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흥행도 안 된다”고 말한다.
시나리오의 주제는 영화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바다.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과 이를 쫓는 형사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끝까지 들어가보면 집념에 관한 이야기이고,
<아마데우스>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삶을 보여주지만 질투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주제는 그 영화가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작가의 속뜻이다.
“훌륭한 영화를 보면 모든 장면에 주제가 관통된다”고 육 감독은 설명한다.
김희재 작가야 주제를 이해해준 강우석 감독을 만난 덕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니다.
장항준 감독은 <라이터를 켜라>를 만들던 당시에 결말을 놓고 속을 앓았다.
제작사는 봉구(김승우)가 영웅이 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기를 원했다.
봉구가 신문에도 나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열도 받아야 한다는 제작사의 주장에
그는 당시 작가였던 박정우 감독과 함께 담배 한대를 맛있게 피우는 모습의 결말을 고집했고, 결국 이를 지켜냈다.
그에게 이 영화의 주제는 ‘뛰는 사람 따로, 대접받는 사람 따로인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혜영 작가도 “주제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욕심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이만희 작가의 이야기 또한 유념해야 한다.
“헤밍웨이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오히려 다 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거창한 주제의식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는 것이다.”
주제란 마치 공기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시나리오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명심하라.
시나리오 작가들이 꼽은 베스트 시나리오
육상효의 베스트 시나리오 - <그녀를 믿지 마세요>(최희대, 박연선 씀)
일단 주인공 영주(김하늘)의 캐릭터가 좋다.
이 캐릭터는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그에 따라 이야기 또한 예측이 불가해진다.
그리고 장면마다 두개의 긴장이 복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좋다.
예를 들어 영주와 희철(강동원)이 저수지에서 말하는 장면은
거짓말을 둘러싼 긴장과 서로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긴장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꽤 세련되게 표현됐다.
구조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다.
김해곤의 베스트 시나리오 - <연애의 목적>(고윤희, 한재림 씀)
인물 묘사가 사실적이어서 좋았다.
일반인이 보면 뭐 저런 새끼가 있어, 하겠지만 유림(박해일)과 홍(강혜정)은 생생한 캐릭터들이다.
직접 경험했거나 간접적이지만 잘 알지 못하면 쓸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게 캐릭터에서도 묻어난다.
대사가 막 갈 때는 막가고, 아낄 때는 아낀다는 점도 미덕이다.
성격이 리얼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 파격과 생생함만으로 좋은 느낌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결국 이를 통해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노혜영의 베스트 시나리오 - <혈의 누>(이원재, 김성제, 김대승 씀)
기교 부리지 않는 힘찬 필치가 좋다. 큰 플롯을 간결하게 가져가면서 단서는 치밀하게 배치하고 있다.
끝까지 긴장을 몰아가는 잘 짜인 미스테리 구조라는 점이 돋보인다.
반전 장치를 관객과 두뇌싸움하는데 쓰는 대신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읽는 사람이 상황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묘사가 적확하다.
김희재의 베스트 시나리오 - <박하사탕>(이창동 씀)
이 시나리오를 적힌 그대로 보고, 시간의 순서대로 풀어보면 완벽한 플롯의 승부란 것을 알 수 있다.
시간 순대로라면 이야기는 그저 김영호(설경구)라는 한 인간의 개인사가 된다.
하지만 그것을 역순으로 만듦으로써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그래서’란 접속사가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한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게 아니라 클라이맥스로서의 광주를 바라보게 한다.
플롯을 바꿈으로써 영화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얘기다.
심산의 베스트 시나리오 - <말아톤>(윤진호, 송예진, 정윤철 씀)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초원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한편으로는 감정이입이 되고,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주 신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대사로 맛을 살린다든가 하는 칭찬할 점도 많다.
세렝게티 공원에 대한 이야기나 비에 관한 이야기도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앞뒤를 오가게끔 맞춰놓았다.
느슨한 듯 보이지만 사실 구성이 정교하다. 2번을 반복해서 보면 정말 뺄 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큰돈 들이지 않아도 되는 좋은 얘기를 만들어낸 점이 좋다.
박정우의 베스트 시나리오 - <공공의 적>(백승재, 정윤섭, 김현정, 채윤석, 구본한 씀)
뒤로 갈수록 힘이 배가된다. 어떻게든 적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주인공의 간절함이 통쾌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물이나 대사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주인공과 악당의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 안에서 개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형사영화의 포맷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력3반>을 쓰면서 어떻게든 <공공의 적>을 피해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더라.
장항준의 베스트 시나리오 -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씀)
일단 한국영화에 생소한 캐릭터들을 불러들였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이런 캐릭터들을 만들다 보면 과장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게 마련인데,
오버하지 않는 적절한 톤으로 캐릭터들을 이끌더라.
장르적으로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캐릭터를 잘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취재를 통해 얻은 생생한 대사들도 좋았다.
4계명 - 플롯 짜기를 네 집 주춧돌 깔 듯이 하라
“방송사에서 무대감독을 하던 시절,
영화의 구조를 익히기 위해 일 끝내고 돌아와서 매일 B급영화 비디오를 3편씩 봤다.
영화의 기본, 공식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영화를 봐야 한다.
그것도 감정을 배제하고 뼈대를 추려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중에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B급영화들을 끊임없이 봤던 것은
무엇보다 이런 영화들이 만만하여
명성이나 다른 요소에 압도당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_장항준
소재와 주제가 확고해졌으니 하룻밤 안에라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웬 시추에이션.
겨우겨우 20페이지 정도를 썼는데 더이상 쓸 이야기가 없으니 말이다.
드디어 구조 또는 플롯에 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구조란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들을 거쳐 어떻게 끝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만희 작가에 따르면 “플롯(구조)은 말 안 듣는 개(관객)를
고기 10점을 곳곳에 적절히 배치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구조는 골격이다.
“일단 구조만 확고하다면 장편시나리오도 보름 안에 다 쓸 수 있다”고 김희재 작가는 말한다.
안정적이고 촘촘한 골격이 있다면 살 붙이기는 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조는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구조는 수학이자 공학”이란 말이 시나리오계의 정설이겠나.
초보라면 본격적 구조화에 들어가기 전 훈련을 거쳐야 한다. 그 방법은 ‘베껴쓰기’다.
심산 작가는 “일단 남의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말한다.
그 또한 첫 작품을 준비할 때, <대부>를 수없이 보고 옮겨 적었다.
“DVD를 볼 때 한 챕터만 보고 끈 다음에 이를 시나리오로 써보고,
숙련되면 한두 챕터만 보고 다음 챕터를 이어서 써보”는 이원재 작가의 방법이나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본 뒤 다시 시나리오를 보거나
그 역으로 영화-시나리오-영화 순서로 보”는 김희재 작가의 지침이나 모두 같은 맥락이다.
전범이 될 만한 영화를 베끼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돼서 어디서 상승했다가 어디서 내려오는지 흐름이 잡힌다는 것.
이 단계까지 충실히 극복했다면,
구조화 방법론을 할리우드 스타일의 ‘3장구조’를 택하든 자신만의 ‘공법’을 만들든,
이제 장편에 걸맞은 호흡법을 갖추게 된 건 확실하다.
5계명 - 네 캐릭터를 숨쉬게 할지니라
“동료와 함께 공동창작을 하던 시절, 우리는 맘대로 정우성과 전지현의 이미지를 빌려왔다.
두 배우의 사진으로 작업실 벽을 도배했고, 그들이 출연한 전작은 물론 토크쇼까지 챙겨봤다.
그들의 말투와 행동과 표정을 모아 영양부족 상태의 우리 캐릭터에게 주었다.
<영어완전정복>에서는 이나영을 내정해놓고 참조했다.
<네 멋대로 해라>가 방영됐던 때인데 9급 공무원 나영주와 이나영이 어울려 보였다.
나중에는 정말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나영의 엉뚱함과
눈이 너무 커서 개구리 같다는 그녀의 농담까지 대사에 녹였다.” _노혜영
캐릭터란 주제를 이끌고 골고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가상의 예수다.
그러나 캐릭터를 빚는 일이 말처럼 쉽진 않다. 캐릭터는 무엇보다 우리처럼 살아 숨쉬는 존재여야 한다.
“캐릭터가 걷고, 화내고, 먹는 모습을 단번에 떠올릴 수 없다면 시나리오가 밍숭맹숭해진다”는 노혜영 작가는
캐릭터와 친해지기 위해서 그 혹은 그녀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모델로 삼았다.
육상효 감독은 “얄팍한 인간이나 구조의 목적에만 맞는 인물을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초보자들의 경우, 캐릭터를 “특정 기능을 위한 로봇”으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뻣뻣한 캐릭터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방법은 또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들을 본떠 만드는 것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엄마를, 친구를, 옆집 아저씨를 잠시 빌려와서 그들로 하여금 이야기하게 만들면 된다.” (고윤희 작가)
인물의 전사(前史)와 이름은 물론이고, 혈액형이나 별자리까지 신중하게 붙인다는 김희재 작가는
“신봉승 작가는 인물의 생시를 정해서 유명한 작명소에 찾아가기도 했다”는 에피소드까지 전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산 작가는 캐릭터를 빚을 때
“그냥 착하기만 하다고 감정이입이 잘되는 게 아니고 나쁜 놈이라고 해서 끝까지 나쁘기만 해선 안 된다”고
또 다른 숙제를 내놓는다.
박정우 감독도 “주요 캐릭터가 방방 뛰는 경우 보조 캐릭터까지 같이 뛰면 곤란하다.
보조 캐릭터는 잠깐 나왔다 사라지되 함축적인 연상을 가능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작가에게 캐릭터는 자식이다.
6계명 - 취재를 게을리하지 말되, 지나침이 없도록 할지니라
“캐릭터는 앉아서 부화되는 게 아니다. 적극적인 취재를 통해서만 캐릭터의 모양새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전작 <아이언 팜>은 미국에 거주할 때 내게 위안받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털어놓는 한 남자를 원치 않게 취재하면서,
<달마야 서울가자> 또한 희한한 스님들이 실제로 있다는 일화를 듣게 되면서 시작했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코미디를 쓰려고 하는데
단속반이며 노동자, 자원봉사자까지 다 만나볼 생각이다.
어떤 경우 말투, 이름, 성격까지 그대로 모방할 생각도 갖고 있다.
지금 내게는 세줄짜리 이야기뿐이지만 취재를 통해 곧 단단한 눈덩이로 불어날 것이다.” _육상효 감독
취재는 기자만 하는 게 아니다. 얼마 전 김기덕 감독은 경찰서에서 취재하다 노숙자로 오해받았다.
잘 알려졌듯이, <범죄의 재구성>의 별난 선수들은 최동훈 감독이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살을 붙인 인물들이다.
(참고로 <범죄의 재구성> 시나리오 제작기를 써서 보낸 뒤, 최 감독은
리얼 스토리가 공개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며 <씨네21>에 특정 에피소드를 빼달라고까지 했다).
“발로 뛰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다”라는 속설은 시나리오에도 해당된다.
특히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인물, 공간, 사건 등을 다뤄야 한다면 취재만큼 작가에게 확신을 주는 것은 없다.
박정우 작가는 “여행을 해보지 않은 이가 로드무비를 쓴다면
결국 휴게소를 들락거리며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도는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이해영 작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실존 인물을 시나리오로 써보겠다던 한 후배가 술자리에 몇번 나가더니
“유년 시절도 다뤄야 할 것 같고 아무래도 2시간짜리 영화로 다루기엔 버거울 것 같다”며 포기하더라는 것이다.
이 작가는 “시나리오는 자료집이 아니다. 취합해서 옥석을 가리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애초 하려고 했던 이야기의 중심이 흐려지고 캐릭터마저 뭉개진다”고 말한다.
고윤희 작가도 취재의 덫에 대해 경고한다.
“길가의 현수막 문구에서도 정보를 얻는 편이지만, 취재한 지식이 많아질수록 작가는 설명적이 된다.
일수쟁이를 취재했다 치면 그걸 어떻게든 넣고 싶어하는데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장면이 엄청 늘어난다”고 덧붙인다.
7계명 - 대사 쓰기를 너 말하듯 하라
“<파이란>에는 경수(공형진)가 강재(최민식)에게 죽은 파이란의 사진을 보여주며
‘형 얘 예쁘지’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강재의 답은 ‘참 안됐다’ 뭐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강재가 교양있는 인간이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이렇게 고쳤다.
‘이년이 그때 그년이냐! 중국냄비가 예뻐봤자지.’
내가 각색을 맡기 전 이 시나리오는 문학적으로는 아름다웠을지언정, 강재라는 진짜 인간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대사를 집중적으로 손보니 해결이 됐다.” _김해곤
캐릭터를 결정하고 취재까지 마쳤다면 대사와 지문을 통해 인물의 모습을 구체화하게 된다.
대사를 쓸 때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오류는 대사를 통해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육상효 감독은 “초심자는 시나리오를 쓰는 게 대사를 쓰는 것이라 착각한다.
‘나 실연당했어’라는 대사보다 구겨진 장미, 퀭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한신을 만들 때 아예 대사 없이 만들어보고
정 안 되는 대목에 대사를 넣는 훈련을 해보라”고 권한다.
<공공의 적>의 강철중이 “아이, 왜 그러시어요”라거나
<겨울연가>의 배용준이 “아따, 왜 이럽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
대사는 캐릭터나 캐릭터의 관계를 드러낸다.
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다.
“입에 붙지 않는 한국영화의 문어체 대사를 보면서
내가 쓰면 저렇게는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는 박정우 감독은 “혼자 줄줄 구시렁거리면서 쓴다”고 말한다.
덕분에 그는 데뷔 때부터 ‘대사빨’ 하나는 대단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자신이 있다고 대사가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다.
고윤희 작가는 “그건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좋아’, ‘싫어’, ‘먹어’처럼
짧은 대사만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전한다.
대사의 맛 또한 중요하다. 장항준 감독은 초보 시절 속담집이나 격언집을 챙겨보며 영감을 얻곤 했다.
“속담집은 풍부하고 질퍽한 표현을 알게 해주며, 격언집은 말이란 게 짧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얼음이 깨지기 전에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 수 없다’는 에스키모 속담은 정말 훌륭하지 않나.”
응모만 해봐도 약이 된다 / 국내 시나리오 공모전 어떤 것이 있나
곳곳에서 열리는 시나리오 공모전은 생짜 초보 작가에겐 등용문의 의미보다는
쓰기 시작한 습작을 완성해야 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초보자가 시나리오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에 공모전이 적합하다고 기성 시나리오 작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모전에 원고를 제출할 때는 “최소한 2개월 전에 원고를 마무리짓고 꼼꼼하게 손을 보는 것”(심산)이 중요하고
“시나리오의 기본 포맷을 지키고, 시놉시스를 첨부하라고 할 때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육상효)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고 왕초보 작가들이여, 지레 포기하진 말지어다.
처음 낸 시나리오가 덜컥 당선이 돼 상금과 명예, 그리고 영화화의 기회를 얻을지 모르지 않나.
올해 말까지 치러지는 행사 중 현재까지 발표된 시나리오 공모전으로는
제9회 서울이야기 시나리오.수필 공모가 있다.
청계천과 관련 주제를 대상으로 하며 당선자에게 1천만원, 우수상에 5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가며
저작권은 서울시에 귀속된다. 마감은 9월15일까지(문의: 02-3707-8451, http://www.seoul.go.kr).
대학생이라면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도 노려볼 만하다.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원고는 9월 초부터 접수를 시작해 11월 초쯤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되면 500만원의 상금과 15일간의 해외여행이 주어진다(문의: http://daesan.org).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은 과학기술이나 과학기술인을 소재로 삼은
시나리오의 시놉시스(200자 원고지 50매 분량)를 접수받는다. 마감은 9월30일까지(http://stl.dongascience.com).
매년 열리고 있는 정기 행사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가 있다.
극영화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하며 상금은 당선작 2천만원, 우수작 1천만원이다.
가장 권위있는 공모라 할 수 있으며 매년 5∼6월 사이에 접수를 받는다(http://www.kofic.or.kr/).
배우 한석규와 <씨네21>, 인터넷 한겨레가 공동주최하는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도 노려봄직하다.
대상 1천만원, 금상 500만원이며, 당선작이 영화화될 경우 4천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매년 3월경 접수를 마감한다(www.cine21.com).
이외에도 여러 일간지에서 신춘문예로 시나리오를 응모받고 있으나 확인이 필요하며,
배급사나 투자사, 제작사 등도 수시로 공모전을 개최한다.
영화사에 직접 연락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응모할 수도 있다.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8계명 - 풍경 사진 찍듯 글쓰라, 무릇 영화는 눈으로 보는 것이니
“<비트>는 정우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팔을 펼치는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태양은 없다>는 정우성의 얼굴이 못 알아보게 얻어터져서 화면에 꽝 떨어지는 이미지가 시작이었다.
기타노 다케시는 어느 인터뷰에서 ‘어떤 남자가 머리에 총을 대고 있는 장면을 먼저 생각하고,
얼마 있다가 해변에서 어른들이 스모하는 장면을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6∼7개의 그림이 모이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_심산
작가는, 시나리오는 문자로 이뤄져 있지만 그 본질은 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캐릭터와 스토리를 생각할 때 영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만희 작가는 이를 ‘감성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치자.
‘나는 너에 비해 보잘것없는 존재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네가 이조백자라면 나는 거기 붙어 있는 김칫국물 같은 거다’라고 말하는 게 시각적으로 바로 다가온다.
결국 다양한 영상적 재료를 일상에서 보고 비축해두는 게 작가의 출발점이다.”
이런 훈련이 잘되면 “문자로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내 머리 속의 영상을 글로 옮긴다”(김희재)는 개념이 성립된다.
“<공공의 적2>에서 아끼던 수사관이 죽은 뒤 강철중이 어딘가로 걸어오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을 썼는데, 후배가 묻더라. ‘사운드는 왜 넣으셨어요?’
그러고보니까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는 대목이 있더라.
머리 속 장면을 글로 적다보니 그런 대목까지 무의식적으로 적힌 모양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영상적으로 사고한다는 말은 듣기엔 쉬워도 실제 행하기란 녹록지 않다.
고윤희 작가처럼 ‘입봉’한 경우에도 이른바 ‘비주얼 스토리텔링’은 난제다.
“대개 난 어떤 장면을 써야겠다고 하면 대사부터 떠오른다.
그래서 쓰고 싶은 말을 쓰면 노트 한권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훈련방식은 그냥 영화를 많이 보는 거다.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의 의상은 그 자체로 대사가 아닌가.”
무언가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려면 막연한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감이야말로 시각화의 기초다.
박정우 감독은 “작가가 직접 배경이 되는 공간에 가보는 게 중요하다.
그게 안 된다면 인터넷에 들어가 비슷한 공간의 사진이라도 띄워놓아야 잘 써진다”고 말한다.
9계명 - 중도에 포기하지 말지니라
“작가로 데뷔하기 전 시나리오 한편을 썼다.
지금으로 치면 <몽정기>와 비슷한 내용인데, 결국 영화화하지 못했지만,
한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자고 제의했다.
울릉도에 가 3개월 동안 권당 350쪽이 되는 두권짜리 소설을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요령이 생기더라.
글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일단 하나를 끝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많이 써야 실력이 느는 것 같다.” _박정우
8계명까지를 순조롭게 돌파했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수렁이 있다.
어떤 대목에서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캐릭터 사이의 갈등을 뽑아내야 한다거나, 근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거나, 적절한 대사가 안 써지거나,
아니면 그 모든 것의 복합이던가.
“프로 작가가 됐지만 초고를 쓸 때 5∼6대목이 막히는 것은 예전과 마찬가지”란 이해영 작가의 말처럼
이는 글쓰는 이의 숙명 같은 것이다.
육상효 감독은 “일단 어딘가에서 막히더라도 웬만하면 포기하지 마라.
특히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결국 쓰레기가 된다 하더라도 일단 완성될 때까지 밀어붙여봐라.
한편의 시나리오를 끝내는 경험 자체가 그 이전 단계에선 느낄 수 없는 많은 것을 준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쓰는 이의 의지다.
이만희 작가는 “풀어내려는 고민으로 꽉 차 있는 한 언젠가는 풀린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돌파구를 찾으려는 고민이 꽉 차 있기만 하다면, 언젠가는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엉뚱하게도 꿈이 해결해줄 수도 있다.
“<약속>을 쓸 때 공상두(박신양)가 희주(전도연)에게 뭔가 예시적인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안 나오더라.
어느 날 잠을 자는데 내가 강화도행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초행길인데도 ‘다음엔 저수지’, ‘다음엔 사당’, 이렇게 알아맞히고 있더라.
깨어나자마자 이걸 상두의 시점으로 시나리오에 옮겨썼고,
‘너와 사랑의 결말이 이렇게 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는 대사로 마무리지었다.”
이만희 작가의 말을 뒤집어보면 해답이 안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이 덜 찼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숨을 건다는 자세로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해서”(김해곤) 첫 시나리오를 완성해낸다면
이제 당신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셈이다.
10계명 - 귀에 쓴 말 듣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연애의 목적> 이후 <어깨 너머 연인>의 각색을 맡았는데 초고를 만들기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다.
혼자 예술한 거지. 완벽하게 해서 바로 영화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각색이라서 그런지 내 것을 좀더 넣고 싶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
결과물을 본 감독님이 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원작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서 결국 새로 써야 했다.
그때 아직도 미련한 초짜구나 싶었다. 알면서도 행하지 못했으니까.” _고윤희 작가
초고를 손에 든 순간에야 본격적인 계주가 시작된다.
트랙을 몇 바퀴 돌아야 스크린에 당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장애물은 곳곳에 있다.
고윤희 작가는 <연애의 목적>을 처음 시나리오 학원에 내놓았을 때
“변태 아냐? 인물도 제정신이 아니고, 쓴 사람도 미쳤다”는 악의적인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걸 참아내지 못하면 시나리오는 무덤으로 직행이다.
박정우 작가는 “데뷔할 때 감독하고 매번 싸웠다. 심지어 못하겠다면서 영화 그만두겠다고 나간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원재 작가 또한 “초고는 마음으로 쓰고 수정은 머리로 하라”는 금언을 알면서도,
“많게는 15번, 16번을 고쳐써야 한다면 초고는 불과 시나리오 작업 중 10분의 1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첫 작품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노혜영 작가 또한 <싱글즈>의 초고를 영화사에 들이밀었을 때
“이걸로 영화할 수 있겠어. 엎어야 하는 것 아냐”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상처란 영예를 얻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긍정한다.
박정우 작가는 “시나리오는 집에 쌓아두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다.
초고를 빨리 쓰는 건 더 많은 모니터와 수정을 위해서다”라면서 비판을 달게 받으라고 말한다.
친한 이들에게만 모니터를 요구한다면 하나마나한 일이라는 게 그의 덧말.
육상효 작가도 “썼으면 감추지 마라. 남들의 판단에 맡겨라.
상처를 견디지 못하면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모니터는 또 다른 애정의 표현일지 모른다.
“습작 때부터 모니터를 해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팀을 꾸려 작업을 하다 보니
어떤 비난도 당해낼 자신이 생기더라”고 노혜영 작가는 말한다.
당신의 시나리오에 대한 세상의 수많은 화살, 피할 수 없다면 당신의 스크린 입성을 축하하는 축포라고 여겨라.
아니, 진실로 박수세례일 것이다.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고윤희 작가. <연애의 목적> 씀.
김해곤 작가, 배우. <파이란> <이것이 법이다> <청풍명월> <블루> 씀.
김희재 <H> <국화꽃 향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공공의 적2> <홀리데이> <한반도> 씀.
노혜영 작가. <싱글즈> <영어완전정복> 씀.
박정우 작가, 감독. <마지막 방위> <키스할까요?> <주유소 습격사건> <산책> <신라의 달밤> <선물>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바람의 전설> 씀.
심산 작가. <맨발에서 벤츠까지> <비트> <태양은 없다> 씀.
육상효 작가, 감독. <장미빛 인생> <축제> <아이언 팜> <달마야 놀자2> 씀.
이만희 작가. <약속> <와일드 카드> <보리울의 여름> <아홉살 인생> <6월의 일기> 씀.
이원재 작가. <여선생 vs 여제자> <혈의누> 씀.
이해영 작가.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대작전> 씀.
장항준 작가, 감독. <박봉곤 가출사건> <북경반점> <불어라 봄바람> <귀신이 산다> 씀.
이런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
김미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요즘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불만이 좀 있는 편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는 내가 감독들에게도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시나리오 작가들도 자기만의 독특한 화법이라며 시나리오를 써오곤 하는데
나로선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들이 자기만의 화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시나리오가 독특한 화법을 갖는 건 매우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대중영화를 만든다고 한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감성만큼은 대중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한 시나리오가 참 많다.
그래놓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몰라줘 답답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얘기를 듣는 나 역시 답답할 뿐이다.
주변 사람을 통해 모니터를 하든, 영화계 사람에게 보여주든, 대중적인 감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부족한 상태에서 테크닉이나 독창성만을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박정우의 코미디 문법을 봐라. 일단 철저하게 대중적인 정서를 가진 가운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지 않나.
이와 반대로 정서는 대중적이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시도를 아예 감행하지도 않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런 경우 아주 매끈하긴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시나리오가 재밌게 잘나가다가 더는 발전하지 못한 채 그냥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작가들이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상상력도 많이 키웠으면 좋겠다.
너무 안전하고 전형적으로 가려고 한다.
물론 전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대목도 있지만, 그런 경우조차 비틀어서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없어 보인다.
드라마 구성의 기교랄까, 이런 게 모자라다는 생각이다. 너무 정직하다는 말이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는 아직 발달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적 정서를 깊이 담은 스릴러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영화화되었을 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무책임하게 쓰지 말아달라.
갑자기 헬리콥터가 뜨는 장면을 넣고 하는데, 그거 한번 띄우는데 얼만데.
그래야 영화가 커보인다고 말하지만, 헬기 한대로 블록버스터가 되나.
돈도 돈이지만 문제는 그 신이 그 정도의 규모가 있어 보일 정도로 임팩트가 있도록 짜여졌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거면 프로 정신을 갖고 써줬으면 좋겠다.
2~3고까지만 쓰겠다는 식으로 계약을 요구하는데,
자기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든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프로 근성을 가진 작가를 만나고 싶다.
충무로의 신예작가들이 밝히는 시나리오 연습 노하우
이야기의 뼈대 만들기를 먼저 습득하라
<쉬리2> 쓰고 있는 정재호
이 사람은 여느 신예작가와 다르다.
SJ(스토리 앤드 조이 프로덕션)를 이끄는 대표이사 직함은 신예와 어울리지 않는다.
여섯 작가를 거느리고 CJ와 LJ와 협력관계를 맺어 굵직한 8개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
강제규 감독과 <쉬리2>를 함께 쓰고 있고, 무엇보다 10월이면 촬영에 들어갈 <조용한 세상>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습작기를 거치고 이제 세상에 처음 시나리오를 냈다는 점에서 신예작가임은 분명하다.
앞에 ‘주목할 만한’이라는 수사를 보태야 하겠지만.
좀더 정확한 수사는 PD형 작가가 될 것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산업으로서의 영화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 미국에서 2년 동안 방송,
다시 국내에 돌아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는 것도 여느 작가와는 다른 이력이다.
삼희기획이라는 광고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현진영화사와 맥이 닿아 기획실장으로 들어갔다.
하다보니 영화를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감독을 하고 싶다는 꿈이 먼저 있었다.
영화사에서 기획과 시나리오 회의와 프리 프로덕션에 참여하면서
“하다보니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되고, 나아가 답답해서 직접 써보는” 현장 체험적 글쓰기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영화에 입문하기 전부터 자신을 위해 시나리오를 꾸준히 썼다. 나중에 다시 손볼 시나리오도 다섯 작품이나 된다.
직업상 읽어야 하기도 했지만, 방대한 기존 시나리오들을 읽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매장면을 정지시킨 뒤 시나리오로 옮겨보는 작업이 그만의 노하우다.
“물건이 뭔지 알려면 해체해보는 게 가장 빠르다.”
그리고 거기에서 뼈대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100% 새롭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체력이 안 되면 글을 쓸 수 없다고 믿는 아침형 작가이며,
꿈은 <매트릭스>처럼 상업적이면서도 철학을 지닌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쓰기 시작하면 무조건 끝까지 간다
<양아치 어조>의 박수진
마태복음의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는 구절이 아무 맥락도 없이 떠오른다.
박수진씨는 이십대 중반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십대 후반에 삼성문학상 희곡부문에 당선된 뒤
일찌감치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절친한 조범구 감독이 옆에 있어 첫 시나리오부터 영화사와 계약을 맺었으니 습작 시나리오라 할 것도 없다.
영화과 지망생이었으나 줄줄이 낙방하고 우연히 오태석의 이름 석자를 듣고 극작과로 지망을 바꿔 대학에 갔다.
어려서부터 전업작가였으니 그냥 써보게 되더라는 게 첫 시나리오 <보이스 삐>를 쓴 소감이다.
첫 작품에 이어 쓴 것은 <양아치 어조> <뚝방전설>이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는 희곡과 다르니 자기만의 수업시대를 가졌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 시나리오를 구해 헤질 정도로 보고, 그 다음 영화를 보고 비교했다.
그러나 첫 시나리오를 들고 가서는 PD에게 장점보다 단점을 많이 들었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쓸 때마다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내가 쓴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을까’이다.
양념과 ‘뻥’을 할 수 있으며, 서브텍스트로 치장할 수 있는 ‘꺼리’인가를 늘 고민한다.
엽기적이고 코믹하게 쓰면 영화화가 더 쉬울 수 있지만 그렇게 타협해야 하는지도 번번이 고민한다.
그는 자료를 수집한 한 뒤 꼼꼼하게 쓰는 유형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끝까지 내달려 쓰는 유형이다.
“심하면 끝까지 써버리기도 하는데 그럼 나중에 고칠 때 힘들어진다”고 한다.
계약을 맺고 목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메워야 하며,
다섯살 난 딸이 안 놀아준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고민이다.
시나리오 지망생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무조건 써서 완성해보라고 당부했다.
단편이라도 일단 써봐야 자기 스타일을 알 수 있으며, 하나를 완성할 정도의 노력파라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하는 게 그의 격려다.
물론 ‘소림사 주방장의 비법’ 따위는 따로 없지만 말이다.
로버트 맥기의 가르침 그대로
<말아톤>의 윤진호
윤진호 작가는 <말아톤>을 쓰기 전에 시나리오 수업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제대하고 한겨레 문화센터 강좌를 듣기는 했지만
“직장인이 대부분이어서 반쯤은 졸고 있었고 무언가 써보라고 하지도 않기에” 두달 만에 그만두었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그가 스승 대신 택한 교재는 다른 시나리오,
그리고 몇년이 지난 뒤에는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었다.
다세대 주택 몇백채가 들어선 시화에서, 스스로 감금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말아톤>을 쓴 그는,
“맥기의 성실한 문하생”이 되었다.
“어찌 보면 맥기의 책도 오랜 세월 강의하며 쌓아온 구라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초보자가 상업적인 틀이 필요한 시나리오를 쓸 때는 매우 유용했다.”
장편 시나리오는 습작 하나를 썼을 뿐인 그는 맥기가 가르치는 대로 시나리오를 그래프에 맞춰보기까지 했다.
초보라고는 해도 그가 책만 보고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시나리오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윤진호 작가가 습작으로 쓴 시나리오는 자신의 기억을 투영한 80년대 배경의 성장영화.
시나리오는 다른 장르보다 형식이 중요한데, 소재마저 낯설다면, 제대로 쓰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는 것을 써라. 이 지론은 <말아톤>과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와도 연결된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정윤철 감독과 뜻이 맞아 <말아톤>을 같이 쓰면서
두 사람은 실화의 주인공 형진군과 그 가족, 특수학교 학생, 그들의 가족을 두루 만났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관찰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작품과 거리를 두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성급하게 2, 3고를 내놓는 대신
차분하게 결과를 되돌아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대종상 각본상을 공동수상한 윤진호 작가는 지금 <일요스페셜>에서 방영됐던 어느 입양아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실화를 고집한 건 아니지만, 여러 아이템 중에서 안전한 소재가 선택된 것 같다고.
공동작가에서 단독작가를 거쳐, 그의 마지막 꿈은 감독이다.
우선 무엇이든 써보라
<봄날은 간다> 각색한 이숙연
조성우 음악감독이 <봄날은 간다>의 각색을 해보라고 부추겼을 때,
이숙연(36) 작가는 “시나리오 습작 한번 해본 적 없다”며 발을 뺐다.
방송사를 잘 아는 작가를 구했으면 한다는 허진호 감독의 말에
자신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작가를 추천했던 조성우 음악감독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숙연 작가는 우연히 찾아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허진호 감독이 ‘소리와 봄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들었고,
지문 쓰는 법도 모르던 초짜 시나리오 작가는 보름 만에 뚝딱 자신의 첫 번째 습작을 토해냈다.
다행히 허진호 감독은 몇달 후 다시 연락을 해왔고,
조성우 음악감독을 통해 조심스레 건넨 그의 습작은 “대사나 감성이 좋다. 처음 쓴 거 맞냐?”는 후한 평가를 얻었다.
얼마 후 그는 류장하, 신준호 등 당시 허진호 감독의 연출부에 합류했고,
“너무나 위대한 영화”는 그의 곁에 “저절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봄날은 간다> 이후 이숙연 작가에게는 ‘멜로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박흥식 감독의 <햇빛 쏟아지던 날들>과 허진호 감독의 <외출>을 다듬은 그는
얼마전 “사랑이 시작될 무렵 영화가 끝난다는 설정이 맘에 들었던” 좋은영화의 <오늘>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현재는 블루스톰에서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매만지고 있는 중이다.
본인은 “첫 작품의 후광을 입었다”고 하지만 밀려드는 러브콜이 우연의 연속만은 아니다.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유년시절부터 “매일 글 한줄을 써야 마음이 풀렸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둔 엄마라서 합숙은 꿈도 못 꾸지만”
여전히 그는 방송사 작업실에서 다른 작가들 몰래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그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덜컥 학원 등록부터 하진 말라”고 충고한다.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배워도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단 쓰기로 맘먹었으면 끙끙대지 말고 자기 안에 있는 것만 뱉어서 훌훌훌 쓰라”는 것.
“초고는 한달을 넘기면 곤란하다. 어차피 초고에서 반은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경험을 전한다.
그처럼 자신만의 워밍업 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숙연 작가의 경우, <봄날은 간다>은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중 애잔하면서도 낙천적인 <20년전>을,
<오늘>은 길버트 오 설리번의 <얼론 어게인>을,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러브스토리는 최신 대중가요를 틀어두고 자유롭게 연상을 이어갔다고.
“기회가 되면 멜로는 많이 써보고 싶다”는 그는 지금까지는 감성에 호소해서 글을 불러냈다면,
“아귀가 딱 들어맞는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의 똑똑한 영화”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첫댓글 잘 읽겠습니다 ㅎㅎ
길었지만 정말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었습니다..ㅎㅎ
마음이 어지러웠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씨네21에서 마지막부분 만화를 꼭 읽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문뜩 동기를 더 강하게 하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