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명덕여자중학교
3학년 6반 변다혜
다시 가고 싶은 곳, 다시 가고 싶은 곳... 이 네 어절을 천천히 곱씹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아마 없을 것이다. 어디일까. 첫 해외 여행지였던 일본? 아니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 외할머니댁이 있는 합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더니 떠오르는 곳이 딱 한군데가 있다. 의외였다. 너 정말 거기 맞아? 내 스스로에게 되물을 만큼. 해외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었다. [그곳에 가고 싶다]의 카페처럼 딱히 여유롭고 따뜻한 곳도 아니고, 국도의 주유소처럼 온전한 나만의 공간도 아니다. [어부사시사가 숨 쉬는 섬 보길도]의 장소처럼 풍광이 아름다운 여행지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그곳은 [고향, 그 간절함으로]의 고향과 같은 간절함이 묻어있는 고향도 아니고, [가고파의 고향 마산, 해안횟집]의 횟집처럼 멋과 맛을 자산으로 손님을 모시는 명가도 아니다. 그냥 나의 옛 보금자리이다. 더 보탤 것도 없이, 정말 그 뿐이다.
아마 4년을 살았을 것이다. 6살 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3학년 즈음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으니까. 그 집은, 칠이 많이 벗겨진 오래 된 빌라였다. 특이하게도 빌라 마당에 감나무가 있었다. 감이 익었는데도 아무도 따 먹지 않았을 정도로 맛은 없었지만- 정말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감에 파묻혀 살고 싶을 만큼 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감나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였다. 그리고 비록 나만의 감나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 감나무가 있다는 걸 뿌듯해해 우리 집에는 감나무가 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 하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또 기억이 나는 건- 집 근처에 분식집이 있었다. 테이블 한 개가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가게였는데, 평소 치킨 피자도 몸에 좋지 않다며 먹기를 거부하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동전 통을 열어 돈을 쥐어주며 심부름을 시킬 만큼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떡볶이 이천원 어치를 사면 정말로 엄마와 오빠, 나 이렇게 장장 3명이서도 다 해치우지 못해 남겼을 만큼 주인아주머니 손이 크셨다. 아직도 그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해 근처에 가면 가끔 찾아가는데, 가깝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말이나 평일 밤에야 찾아갈 수 있어 이사 간 이후로는 한 번도 먹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나중에 학교 개교기념일이나 방학식에라도 시간 내서 찾아가 보고 싶다.
특별한 기억이 하나 더 있다. 아무래도 집 앞이 바로 학교라 문구점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문구점이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운영하셨는데, 항상 백발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계셨다. 그리고 뭐랄까, 컨테이너 박스 같은 네모난 모양에 한 면이 온통 유리로 되어있어 밖에서 안이 보였다. 그 자체도 좀 특이했고, 무엇보다 문구점 주변에 나무가 굉장히 많았다. 나무에 싸여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주변에 나무가 빽빽했다. 나무도 좀 이상했다. 푸르거나, 꽃이 피는 나무라면 오히려 예뻐서 보기 좋았을 것 같은데, 나무가 온통 사시사철 푸르딩딩한 색을 띠고 있었다. 푸른색보다는 검정에 가까운, 그런 색 말이다. 아무튼 좀 무서웠던 문구점이었다. 분위기가 그러다보니 애들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학교 쪽에서 좀 내려가야 있는 다른 문구점에서 준비물을 사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옛 집을 떠올렸는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게 마냥 신기했던 걸까. 하지만 서울이 신기했다거나 그런 기억은 없다.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그냥 다 비슷해보였던 것 같다. 애초에 부산과 서울이 신기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계속해서 곱씹어보니 알 것도 같다. 내 오랜 자랑거리였고, 점점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냥 신기해했던 감나무부터, 분식집을 매일 드나들다시피 하며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떡볶이, 그리고 조금 오싹했던 문구점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내 기억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만간 한번 찾아가고 싶다. 지금 집에서 많이 멀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친할머니댁이 근처에 있어 생각날 때 가끔씩 가긴 했지만, 이번에는 평일 낮에 가야한다. 아마 학교 개교기념일이나 방학식 날을 노려야 할 것 같다. 물론 감나무도, 문구점도 모두 내게 소중한 추억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꼭 그 집 떡볶이를 먹고야 말겠다.
+개인정보 적어야 할 것 같아서 적어요...!
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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