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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소 ( 餘 談 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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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1 스크랩 나는야 `소지섭 아줌마`!
여담소 추천 0 조회 167 08.07.03 18: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수요일밤, 인사동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후텁지근했다.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무언가를 버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쩍쩍 소리가 날 것처럼 끈끈했는데, 날씨도 만만치 않았다. 광화문가지 걸어와 버스를 기다렸는데, 광화문대로를 막은 차단벽때문에 버스들이 오는지 알 수 없었고, 기다려도 오지않아서 ?시를 탔다. 차 속에서 뉴스를 들었는데,  습도가 85%나 된다고 했다.

 

저녁에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친구가 되었으니 친구라고 불러야겠다.)

사실은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가 아예 거기에 머물렀다는 거, 그곳에서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거 그리고 우연히 본 '미안하다사랑한다' 라는 드라마를 보고 소지섭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아이들도 미사때문에 소지섭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등이다.

약속을 위해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시원시원했다. 엄마 친구를 만난다면 아이들이 따라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데, 나를 만난다니까 아이들이 궁금해한다고 했다. 그들은 나를 소지섭아줌마라고 부른다고 했다.

참으로 정신없이 바빠서 어수선한 채인 머리가 신경이 쓰여,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고 인사동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함께 온다니까..한국의 소지섭팬 대표격이니까(하하하) 괜찮게 보이고 싶었다.

안국역 출구에는 그 식구들이 이미 나와 있었다. 긴 생머리에 요즈음 말로 S라인의 죽 뻗은 몸매를 한 그녀는 나이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젊어보이고 발랄했다. 눈코입이 크고 시원시원하게 생겨서, 이목구비가 자잘하고 우리의 산야처럼 납대대한 나와는 참으로 크게 달라보였다. 대학 때 단짝이 되어서 강의고 채플이고 붙어 다녔던 현숙이 생각이 났다. 그때 사람들은 우리들을 꺼꾸리와 장다리냐고 놀렸었다.

 

아이들과 함께 된장비빔밥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제 4학년이라는 동근이는 북어국에 밥을 말아 먹었고, 중학교 2학년 유리는 김치랑 장조림이랑 된장비빔밥이랑 무엇이든지 잘 먹었다.

가판대에서 은세공으로 만든 귀걸이도 사고, 통인가게에서 엽서도 사고, 설탕타래과자도 맛보았다.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은 경인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그녀, 한국에 오면 사람들이 드라마며 배우 이야기에 정신을 파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녀가 작년에 서울에 왔을 때 시차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단다.

하여 케이블티비를 켰는데, 거기서 그만 '미안하다와 사랑한다'를 보고 배우 '소지섭'을 만나게 되었던 모양이다. 강력한 소지섭의 카리스마에 끌렸던 그녀는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미사를 다운받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단다. 이제 유리는 소지섭을 제일 훌륭한 배우로 생각하고(참, 유리는 소지섭의 다국적사람들의 팬카페인 JSA에 가입해서 팬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내미도 소지섭보다 잘생겼다고 하면 화를 낼 정도로 소지섭을 멋지게 생각한단다. 미사를 보며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난 것은 보너스일 것이다.

 

이쯤되면 드라마와 배우의 힘이 막강한 것이다.

호주에 사는 팬 한 사람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딸과 함께 보며 아이에게 한국어를 익히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어서 학교에서 어려운 공부가 있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엄마보다 할머니를 찾던 아이가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배우며, 심지어는 엄마에게 깍두기까지 담구자고 했다고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배우 소지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도 어디선가 주어들은 배우의 일상사지만, 그 일화들이 배우의 매력을 더해주는 가보다. 더 멋지게 느껴진다고 했다.

 

난,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소지섭이야기보다는 유리와 동근이를 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의 친구이야기, 셀카놀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어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인 동근이가 제멋대로 과감하게 찍어대는 사진이 흥미로웠다. 괴물처럼 그아이의 디카에 저장된 내 사진을 제발 지워줘~~~라고 과장되게 말했지만....볼만했다^^

 

이전에 소지섭관련 포스팅의 카테고리가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은'이었다.

최근에 '소지섭, 추억이 될 수 있을까'로 바꾸었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괴로울 정도의 사랑은 이제 아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위한 기도를 하듯

소지섭이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하기를,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늘 바란다. 아마 '영화는 영화다'가 개봉하거나 새 드라마를 시작하면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시작 시간을 기다릴 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게 틀림없다.

 

소지섭이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소지섭으로 인해 이어진 인연의 고리들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유리와 동근이가 앞으로 어떻게 커갈지 궁금할 것이고, 서울에 오면 만날 것이다.

금요일에는 일본에서 소지섭으로 인해 알게 된 일본 친구가 온다. 서울에 올 때마다 반갑게 만난다. 우리는 번갈아 밥값을 내며 맛잇는 것을 찾아 먹는다.

소지섭팬이었다가 이제는 '스윗사로우'라는 그룹을 좋아하게된 동경의 그녀는 7월에 연대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보러 온다. 8월에는 4학년인 자기 아들과 함께 온다. 아들을 보여주고 싶단다.

방학 때마다 이화여대로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친구도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생긴 것같다.

내 생의 반경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그들을 만난 것은 소지섭으로 인해서 였고, 그들을 만날 때는 소지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소닉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로 추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족, 몇년 전에 인사동에서 된장 비빔밥을 먹었었다. 부추랑 야채를 진한 된장찌개에 비벼먹었었다.

포모도로 골목에 있었던 것같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상호도 모르니 검색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고기 굽느라 정신없는 게 싫고 토종음식을 먹고 싶다는 그녀의 딱부러진 의사표명에(썩 마음에 들었다) 인사동맛집을 알아보다가 드디어 찾았다.^^

왠지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 달달해지고 맛이 강해지는 인사동 맛집들에 비하면 훌륭하다.

대접에 나오는 북어국,열무김치, 장조림, 무생채, 두툼하고 구수한 녹두부침, 된장찌개..밥한 공기쯤은 덤으로 주는 인심..

다음에 가면 게장 백반을 꼭 맛볼 테다..

막걸리도 반되(하하하, 반되..라는 말이 얼마나 반갑던지..)를 주문했다. 몇년만인지, 십수년만일까..톡쏘고 달달했고 시원했는데, 그게 막걸리맛인지..잘 모르겠다. 실은..

미국청년들 십여명이 와서 된장비빔밥을 시켜놓고 생고생하는 것을 보았다.ㅋㅋ 좀 생각하고 주문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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