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4>
그림 같은 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
샌안토니오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알라모 요새」가 있는 텍사스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로 2월 초에 갔는데도 따뜻한 날씨로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많다. 이곳은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까닭으로 건물들이나 도시모습 전체가 미국이라기보다는 멕시코에 가깝다고 하겠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명한 리버 웍(River Walk)인데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은 도시 지표면보다 5~6m 낮아서 계단을 통하여 강변까지 내려가야 하며 강변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들어차있고 수많은 아름다운 다리는 물론 카페와 식당들이 강변을 따라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큰 빌딩 밑으로 크루즈가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한다. 폭이 5~6m 정도로 꼬불꼬불한 운하는 양쪽으로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고, 작은 관광크루즈가 쉴 사이 없이 다니는데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8달러 50센트를 받는 관광크루즈는 45분정도 도심 가운데를 흐르는 강(운하)을 도는데 저녁이 되면 운하 양쪽에 들어서 있는 수많은 카페와 노천 음식점들은 오색 불빛을 밝혀 휘황찬란하고 손님들로 넘치는데 4~5명으로 구성된 마리아치(솜브렐로를 쓰고 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악단)들이 식당을 돌며 기타와 아코디언 반주에 맞추어 경쾌한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이색적이었다.
샌 안토니오의 자랑 리버 워크 / 미국의 자존심 알라모 요새
다음 날은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던 비극의 현장 알라모 요새를 관람하였다.
18세기 초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전도소로 지어졌던 알라모(Alamo)는 수도회에서 이 지역의 전도를 포기하고 떠나자 멕시코 정규군이 점령하여 요새로 사용했는데 이곳 주변에 미루나무가 많아 미루나무라는 의미의 알라모(Alamo:스페인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1835년 12월 텍사스 의용군 부대는 멕시코 군대를 몰아내고 알라모를 되찾는데 샘 휴스턴을 비롯한 미국의 텍사스 지도층은 이곳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철수 하지만 의용군들은 끝까지 사수하기로 하고 철수를 거부하였다. 1836년 2월 23일, 멕시코의 ‘산타 안나(Santa Anna)’ 장군이 이끄는 멕시코 정규군의 대 공세가 시작되자 의용군을 이끌었던 ‘제임스 보이(James Bowie)’ 대령과 ‘윌리엄 트래비스(William Travis)’ 대령은 183명의 의용군을 지휘하여 5.000여 명의 멕시코 군과 14일 간이나 저항하다가 전원이 전사한다.
이 알라모 전투에서 멕시코는 1.000~1.600명의 전사자를 냈다고 한다. 이들이 알라모 요새에서 14일 간 버티어 준 덕분으로 샘 휴스턴 장군이 이끄는 미국 정규군은 방어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었고, 결국 멕시코 군을 격파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 전쟁 결과로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일부의 엄청난 땅이 미국 영토가 되었고, 그 이후 알라모는 텍사스 인들의 자랑이자 영웅적 저항의 상징이 되었으며 전사자들 전원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매월 첫 토요일은 그날을 기념하여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의용군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당시 사용하였던 각종 무기들을 보여주고 행진하는 모습도 보여 주는데 내가 갔던 날이 마침 2월 첫 토요일이라 운 좋게도 수많은 관광객과 함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었다.
당시 전투에서 어린아이와 여자들 15명이 살아남았다는 조그만 방, 수많은 당시의 유물들을 전시한 몇 개의 방과 꽤 넓은 안마당, 외벽 등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알라모 요새 앞의 거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치고, 길거리는 예쁘게 치장한 꽃마차 여러 대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있었으며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차 있었다.
매주 첫 토요일에 열리는 알라모 페어(Fair) / 한국전쟁 참전 조형물
또, 근처의 자그마한 공원에는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 기념 조형물이 있었는데 한국전 참전기념 조형물은 겨울철인 듯 참호 속에 두터운 방한복을 입은 미군 두 명이 피로한 표정으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어서 가슴이 쓰라렸다. 그 둘레로는 전사자들의 명단이 빼곡하게 쓰여져 있고... 한국전쟁에서 미군 5만여 명이 전사하였다고 적혀 있었다.
샌 안토니오는 지극히 멕시코적인 도시모습으로, 또 미국 자존심의 대명사인 알라모 요새로 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지 중의 하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