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의 소재지는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산100번지 이다. 그래서 추성리 이장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추성리는 1905년부터 1912년까지 국권회복을 위해 왜놈들과 용감하게 싸워 큰 공훈을 남긴 의병장 석상용 장군의 태생지인데 지금의 이장은 바로 그 석장군의 친손자 석덕완씨이다.
남원에 `성춘향`이가 있고 밀양에 `아랑`이 있다면 함양에는 `변강쇠`가 있다. 변강쇠의 삶의 무대가 지리산이고 그 지리산 중에서도 바로 마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변강쇠는 지리산에서 장승을 업어다가 도끼로 패서 땔감으로 사용했고 결국은 그 일로 죽게 된다. 그 장승들은 마천의 열 곳에서 있었으나 지금은 벽송사 입구에만 별난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 있다.
변강쇠는 지리산에 무엇을 즐겨 먹었을까. 뭇 호색가들의 선망의 남성 변강쇠의 그 힘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결코 먹거리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인데 지리산에서 나는 모든 먹거리는 강정에 효험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바탕 즐겁게 웃었다.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수백여종의 산채 중에는 한약재로 쓰이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요 지리산의 순수 토종꿀은 여느 들녘에서 얻어지는 잡초꿀과는 그 성분이나 효능이 남다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리산에서 방목하는 흑염소는 겨울철 보신에 월등한 효능이 있다는 소문으로 부산이나 대구 그리고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 석 이장의 설명이다.
[느티나무집]
지리산은 워낙 큰 산이라 정상을 오르는 코스도 수없이 많다. 그 많은 코스 중에서 함양을 거쳐 마천면 강청리(백무동)를 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이 백무동으로 가는 교통편도 등산 코스만큼이나 많다.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아무래도 남부터미널에서 거창을 경유해 마천으로 연결하는 버스편이다. 하룻밤 시간을 절약하려면 밤 12시까지 운행하는 강남터미널의 진주 행 심야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진주에 도착하면 목욕탕 문이 열리는 바로 그 시각에 도착한다.
한신계곡을 타고 세석평전으로 오르거나 하동 바위 코스를 타고 천왕봉을 오를라 치면 백무동을 거쳐야만 한다. 백무동에도 여느 산 밑과 다름없이 많은 먹거리집들이 있다. 이들 여러 식당들 중에서 가장 큰 집으로 한신계곡으로 오르다가 마지막에 나타나는 `느티나무집`(055-962-5345)이 있다.
깊은 계곡에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는 `느티나무집` 주인 문호성씨는 자신의 집을 `산악인의 휴식처` 라고 부른다. 조리를 맡고 있는 부인 조귀자씨는 송어요리를 잘하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지리산의 차고 맑은 물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육질의 송어회를 눈 덮인 깊은 산속에서 먹는 맛이란 미각의 극치에 이른다. 영상 12도에서 15도 사이의 온도에서 자란 1년반짜리 송어는 1Kg쯤 나가는데 손님들은 대개 회로 먹은 다음 매운탕을 끓여먹는다. 접시에 곱게 담아 내놓는 고운 오렌지빛의 송어회는 눈쌓인 설경과 아주 훌륭한 조화를 빚어낸다. 1Kg에 25,000원을 받는다.
`느티나무집`에서는 주위 경관과 어울리는 분위기의 방10개로 민박손님을 받고 있다. 방 하나 사용료는 2만원인데 200명까지도 함께 수용 할 수 있다.
순두부, 파전, 야채전 각 3천원, 도토리묵, 산채정식 각5천원, 토종돼지 로스구이가 빙벽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클라이머들의 술안주로 대단한 인기다.
[광주리농원]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 중 하나다.
그만큼 칠선계곡은 깊고 아름답다. 적설기에는 해외고산등반대의 훈련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겨울 칠선계곡은 다른 계절에 비하여 한산하다.
함양과 마천을 잇는 1084번 지방도로를 따라 엄천이 흐르고 칠선계곡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은 엄천 위에는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에서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을 2Km 남짓 달리다 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칠선계곡이고 왼쪽 가파른 언덕길로 오르면 하봉, 중봉, 상봉으로 오르는 코스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길을 따라 1Km쯤 오르다 보면 왼편에 `광주리농원`(055-962-5648)이 나온다. 농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민박을 겸한 음식점이다. 이 지방의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산채음식이나 닭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흑염소고기가 별미이자 주메뉴다.
`광주리농원`에서는 도시의 불고기집같이 미리 잡아둔 흑염소고기가 대형 냉동실에 언제나 냉동되어 600g 단위로 내놓기 때문에 큰 부담이 가지 않는다. 흑염소 1마리를 주문할 경우 이곳의 협정요금에 따라 35만원을 받는다.
안주인 박미자씨가 흑염소의 노린내가 전연 나지 않도록 개발한 조리법의 비결은 지리산의 토종꿀과 깻잎을 아낌없이 듬뿍 넣는 것, 우유빛 진한 곰국도 식탁에 올리는데 실은 이 진국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더 많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계절이면 이 집을 꼭 찾아와서 며칠동안 머물고 간다는 부산의 어느 노부부는 이 집 흑염소불고기를 먹어본 후로는 소고기불고기를 물리고 흑염소불고기 예찬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산채정식, 닭백숙, 옻닭도 먹을 수 있다.
5개의 방으로 민박을 받고 있는데 3인 2만원, 5인 3만원을 받는다.
[예원]
정여창 선생의 후손 중의 한 사람인 정현영 여사가 1998년 함양읍 중심가 용평리 경남은행 사거리 골목 안에 `예원`(055-963-5444)이라는 깔끔한 한정식 식당을 차렸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고을에 지역을 대표하고 상징할 만한 음식과 음식점을 찾기 어려웠다는데 한정식집 `예원`의 개점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특히 자랑거리인 석이(돌버섯)나 호도볶음은 쉽게 대할 수 없는 음식이고 북어무침도 남다른 양념으로 손님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철쭉꽃이 곱게 피어나고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서 있는 아담한 정원은 잠시나마 이 집을 찾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음식점으로 각인시켜 주기도 한다.
[삼산이수]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지리산에서 가야산으로 가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코스를 택한다고 할 때는 우선 경남 거창 땅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산자락이 아니더라도 거창 땅에 있는 멋있는 집 한 곳쯤은 알아두는 것도 산행길의 지혜가 될 수 있겠다.
거창읍 서변리 원동마을에 있는 `삼산이수`(055-942-1844)는 이름부터가 재미있다. 그리고 그 지점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무주구천동과 가야산, 지리산 마천까지는 어느 곳이나 승용차로 30분 거리였다. `삼산이수`는 치우령과 산제봉, 금기봉 세 봉우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두 갈래 물줄기가 합치는 풍광이 아주 아름다운 넓은 터에 이 집 주인 강상기. 박연숙씨 내외가 시골 별장같이 꾸며놓았다.
뚝배기에 푸짐하게 차려내는 6천원짜리 갈비탕으로 식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4인분 기준으로 나오는 갈비찜을 차려놓고 술상이라도 벌이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풍만감에 젖어들 수 있다.
물맛이 바로 음식 맛이라는데 이 집에는 공인된 약수가 있고 이 약수로 음식을 장만하니 음식맛이야 따로 물어볼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