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괜찮아
>> 작가 : 오카 슈조
1941년 일본 쿠마모토 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청각장애아 교육을 전공한 뒤 도교도립특수학교에서 오랫동안 장애아를 가르쳤다. 마흔살에 큰병을 앓고 난 후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 뒤에 장애아의 현실을 다룬 동화들을 써오고 있다.
>> 작가와의 인터뷰
“한 권 읽는 것보다 만나보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 오카 슈조(丘 修三. 67)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는 '지식'이 아닌 '경험'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37쇄를 넘긴 동화집 '우리 누나'와 '나는 입으로 걷는다' 등으로 국내에서도 상당수의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지만 대학에서 청각장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특수학교 교사로 일했던 그가 동화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불혹의 나이가 넘어서였다.
"42살 때 신장이 안 좋아 3개월 정도 입원을 했어요. 그런데 그때 문병 왔던 친구가 하이타니 겐지로(일본 아동문학가)의 소설을 선물했어요. 그 책을 읽고 '아,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 바로 병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글들은 모두 장애 아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 누나'에선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히로의 동생이 주인공이 되어 누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입으로 걷는다'에서는 뼈가 약해 스무 살이 넘도록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다치바나가 주인공이 되어 장애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상의 일들을 세밀하게 그린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둡고 무거울 것이란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재미있고 분위기도 밝다. '나는 입으로 걷는다'의 다치바나는 침대차에 누운 채 혼자 거리로 나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25년간 특수학교 교사를 하면서 장애아동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하고 똑같았어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그냥 보통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보통 아이들과 같은 모습을 쓰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특별히 제 작품이 '밝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작품 소재는 아무래도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나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에서 나온다."'우리 누나'같은 경우는 한 특수학교 졸업생의 엄마가 들려줬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 쓰기 시작했죠. 시점을 장애아 자신이 아닌 동생으로 한 것은 '누나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누나를 보살피느라 내 학예회나 운동회 때 엄마가 와주지 못했다'라는 남자아이를 알고 있어서 그런 동생의 처지에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한 거죠. 결과적으로 그게 작품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 같아요"
청각장애아 교육을 전공하고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쳤지만 그도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가득했다고 고백한다.
"'우리 누나'에 등장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사실은 제가 갖고 있던 차별이나 편견이었습니다. 25년간의 특수학교 생활은 그걸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었죠. 청각장애아 교육을 전공했지만, 뇌성마비 같은 장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편견이 있었어요. 농아학교에 자리가 없어 특수학교로 간 거였는데 처음 특수학교 아이들에게 받은 인상은 '왜 이리 아이들이 더러울까','왜 이리 보기 흉할까',' 왜 이리 냄새가 날까' 하는 것이었어요. 무섭다는 느낌도 받았고 '혹시나 병이 옮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어요. 심지어는 날마다 학교 가는 것이 싫어서 일요일과 방학만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의 이런 편견과 무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은 어느 장애아 엄마의 한 마디였다. "어떤 장애아 엄마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엄마가 '선생님은 참 좋겠어요.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서요. 하지만, 전 평생 (저 아이를) 돌봐야 해요'라고 하더군요. 그때가 제가 23살이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그때부터 그 엄마의 이야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마음을 잡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25년간 계속됐어요."
그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려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함께 어울려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돼요. 특수학교는 장애인을 완벽하게 돌보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그게 안되거든요. 일본 문부성은 장애아들이 특수학교에 갈 수밖에 없는 정책을 펴고 있어요., 특수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집에 오면 아는 애들이 없어요. 하지만, 장애아들이 일반 학교에 다니면 자라면서도 친구가 많아 살아가기가 편해지죠. 일반 학교에서도 특수학교에서 돌봐줄 수 있는 것 같은 시설을 마련해 장애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섞여서 지내는 것이 이상적이죠."
마지막으로 그는 잠깐 머무르면서 봤던 서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서울에는 밖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구요. 도로 구조가 휠체어 타고 다니기엔 힘든 자동차 위주의 도로 같았어요. 지하도나 계단으로도 많이 가야 되고…. 이런 시스템은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굉장히 불친절한거죠."
하지만 그는 시스템보다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강조했다. "그런데 계단이나 턱이 있다고 장애인이 살기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계단이 있어도 사람들이 휠체어를 들어 올려주면 힘들지 않지요.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중요해요."
>> 책속으로
작가는 도립특수학교에 근무하며 이른 죽음을 맞이한 장애아동들의 삶을 동화책으로 담았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동이 친한 형이 죽고 나서 자기 삶의 이유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조용히 죽어간 장애아동들을 위한 진혼곡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장애아들의 삶이 얼마나 퍽퍽한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아무것도 없는 지“를 전신불구의 아이의 일상으로 보여줍니다. 아이가 전신불구가 된 이후로 아버지는 자식이 받아쓴 목욕물에 씻지도 않고 둘째 동생만 예뻐하다 집을 나가 버립니다. 엄마는 시간제 알바일을 하면서 일을 마치면 아이 수발을 듭니다. 동생도 오빠에게 햄버거를 챙겨주면서 짜증을 내구요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는 좋아하는 야구시리즈를 하나 보게 해 달라고 동생한테 말도 못합니다. 몸을 스스로 뒤집지 못해 엄마에게 ‘좀 뒤집어 달라’고 부탁을 하는 데에도 수번이나 고민합니다.
햄버거를 먹을 때에도 ‘개처럼’고개를 쳐박으며 햄버거를 먹습니다. 게다가 가난하기만 한 집이라서 다른 부유한 집 장애인들처럼 말도 못하고 잠만 종일 자고 있어서 사람이 아닌 거 같은 애들에게 부모는 다정한 말과 맛있는 점심같은 건 기대하지도 못합니다. 아이는 죽어버리는 게 좋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먼저 죽은 이치조라는 형, 그리고 모리 선생님이 있어서 아이는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걸 가져’, ‘좋아하는 게 열가지나 있으니까’, 그래서 살만하다고....
이치조 형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며 보던 묘비를 쳐다보며 아이는 결심합니다
‘절대 죽지 않아, 절대 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