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사평
2024년 겨울호 신인상 시부문은 정선화 님의 「백일홍」 「노점」「겨울장미」와 김영호 님의 「하늘에 핀꽃」「사랑이 가득한데」「보잘 것 없는 너」를 선정한다.
우선 정선화의 시에는 오래 시를 공부하고 절차탁마해온 내공이 엿보인다. 그의 시에는 가족에 대한 따듯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측은지심, 그리고 극한 상황 속에서 비로소 대면하게 되는 자아自我와의 만남 등, 시인이 지녀야 할 여러 가지 세계와 덕목이 고루 표현되고 있어서 앞으로 좋은 시를 쓸 역량이 보인다.
「백일홍」은 밤의 야영지에서 모닥불은 뒤적이며 유성으로 떨어지는 별을 배경으로 어머니의 한 많은 일생을 회상하는 상황을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객관화시켜서 잘 형상화해내고 있다. '구렁이'와 '구름'의 연상법, “사는데 독기 품은 어매와에서 독(毒)을 연결시키는 내공, “자식 가진 마음으로 그림자도 낮아져서"의 대조적 표현으로 의미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법 등, 주제와 표현 면에서 모두 성공하고 있다.
「노점」은 '우묵한 모퉁이 저녁의 노점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받는 이웃들을 직설법이 아닌 메타포(metaphor)로 등장시키면서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에 불빛이 먼저 앉았다가"의 빼어난 표현으로 따뜻하고 깊은 위로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건넨다.
「겨울 장미」에서는, 겨울이 되어 겉치레 잎은 모두 떨어뜨리고 비로소 마주하는 내면과의 대화를 노래한다. '가시귀'를 열고 숨깊이 찾아가서 자아를 만나면, 시적 화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두두물물頭物物이 '향기로운 세계'를 꿈꾸게 되리라는 꿈의 제시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