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회] 01
S#1. 동대문 패션상가 전경. 밤.
-상가 앞. 인파와 주정차 차량으로 혼잡하다.
-믿음퀵 청년 선재, 니트웨어 샘플들 한아름 안고 하나씩 확인하면서 오토바이 뒤 짐상자에 집어넣으며 핸즈프리 통화.
주변 소음 때문에 아무 감정 없어도 소리를 좀 지르게 된다.
선재 : 퀵인데요, 두타 403호 샘플이요, 지금 출발하거든요. 30분쯤 걸릴 거구요,
중간에 한 번, 도착 전에 한 번 전화할 거니까요. 자리 비우지 말구 받으세요.
S#2. 서울 야경.
-한남동, 한강, 강남에 이르는.
-한남대교 오가는 차들. 그 중에 남단 향해 달리는 선재의 오토바이 보인다.
-그 뒤로 남산.
S#3. OO 뷰티샵 외경.
-OO호텔 후원의 부속 건물.
-음악과 함께 혜원의 음성이 흐른다.
S#4. 동 스파.
-특실. 전면 창 밖으로 야경. 창틀에 촛불들.
-따뜻한 물 찰랑이는 욕조. 허브잎과 마른 꽃 몇 장 떠 있다.
-엎드려 누운 성숙, 눈을 감고 혜원의 보고를 듣는다. 마사지사가 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중.
-까운 차림의 혜원, 낮은 의자에 앉아, 서류 한 장 들고 보면서,
혜원 : 뭣보다 중요한 게 음악제 첫날, 개막을 알리는 곡인데요,
가장 대중적인 베토벤 협주곡 5번으루 정했어요. 그 곡은 나폴레옹이,
성숙 : 됐어. 들어봐야 외우지두 못해. 따로 적어 주구, 이번엔 누가 하는데?
혜원 : 지휘, 협연 다 조인서 교수가 합니다.
성숙 : 뭐 하나 또 하지 않어?
혜원 : 네, 2부 피날레까지.
성숙 : 당신 남편 배 좀 아프겠네. 모양 나는 거 후배한테 다 뺏기구.
혜원 : (웃음) 할 수 없죠, 뭐.
-마사지사가 성숙의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놓는다.
성숙 : (새삼 나른히 눈 감는) 그 바닥은 다 질투의 화신들이라,
혜원 : 뭐, 그게 또 힘이죠.
성숙 : 니가 알아서 잘 달래겠지... (잠이 드는 듯)
-혜원이 마사지사에게 눈짓. 자는 거야?
마사지사, 손을 성숙의 눈 앞에 대고 살짝 흔드는.
-혜원, 기색 살피며 조용히 일어선다. 마사지사에게 입모양만으로, 나갈게,
S#5. 세탁장.
-다미와 견습 두엇이 수건들 세탁기에 넣고, 싱트대 가득한 퍼머롤 건져 바구니에 담는 등.
-다미,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문자 본다. ‘로또선재’ ‘근처에 왔어’
-바가지 날아와 다미 머리 맞힌다.
직원 : 근무 중에 딴 짓 할래?
다미 : 죄송합니다.
직원 : 나와. 샴푸 손님 있어.
S#6. 샴푸실.
-다미가 혜원의 의자 등받이를 젖히고 직원이 곁에 거드는 척.
혜원 : 이사장님 끝나기 전에 되겠죠?
직원 : 얼른 해드릴게요. 끝에만 다듬는 거니까. (다미에게) 신경 써서 응?
다미 : 네.
직원1 : 그럼 편하게 하구 나오세요.
혜원 : 네.
-직원 나가고,
다미 : 타월 덮어 드리겠습니다.
혜원 : 이런 손님 밉죠, 다 늦게?
다미 : 아닙니다.
-다미, 샤워기 물줄기 손에 대고 온도 가늠하는.
-거품 가득한 혜원의 머리를 꼼꼼히 문지르는 다미.
-행궈낸 머리통 여기저기 누르는 다미.
혜원의 목에 가느다란 실목걸이.
혜원 : 어우 시원해...지압을 참 잘 하네요...하루 종일 머리 아팠는데.
다미 : ...
혜원 : (다미 이름표 본다. 견습 박다미) 학생이예요?
다미 : 졸업했어요. 실업고.
혜원 : 용하다... 그럼 견습 끝나믄 보조?
다미 : 네... 더 해 드려요?
혜원 : 아니, 충분해요.
-다미, 타월로 혜원의 어깨에 덮여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는데
세끼손가락이 목걸이에 걸리면서 툭. 다미, 흠칫.
다미 : 어,
혜원 : 응?
다미 : (허둥) 의자 세울게요.
-의자 등받이 세워놓고, 세면대에 떨어진 목걸이 집어든다.
다미 : (난 죽었다. 끊어진 목걸이 들어보이는) 죄송합니다,
혜원 : (웃음) 버려두 돼요. 만원 주구 사서 질리도록 했어.
다미 : (이게 만원?)
혜원 : 어우 개운하다. 살 거 같아. 땡큐, 다미씨.
다미 : (새삼 목걸이와 혜원 번갈아)
S#7. 부근 편의점.
-스낵 코너. 나란히 서서 사발면 익기 기다리는 선재와 다미.
선재는 단무지를 집어먹고, 다미는 끊어진 목걸이 이어보려 애쓴다.
다미 : 짝퉁이래. 명품인 줄 알구 열라 쫄았더니. 허무하게.
선재 : 빙신아 진짜는 집에 두구 다니지.
다미 : 웃기시네. 이 동네 여자들 스캔 장난 아냐. 진짠가 가짠가... 아, 씨, 요기만 걸리는 되는데.
선재 : 야, 그냥 버려. (뺏으려) 니가 그지(거지)냐?
다미 : 아,왜. 이쁜데(피하며 주머니에 넣는).
-사발면 먹는 둘.
S#8. 부근 편의점 앞. 밤.
-선재, 껌을 질겅이며 짐상자에서 헬멧 또 하나 꺼내 다미에게 건네고 짐상자 분해한다.
-다미, 껌 씹으며 헬멧 쓰고, 선재는 납작 접힌 짐상자를 등받이에 세운다.
S#9. 성수대교.
-강북 방향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다미와 선재 사이 등받이.
다미는 등받이와 선재 허리까지 끌어안고 선재의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은.
-다미, 한 손 빼내 안면 가드 올리고 고함.
다미 : 여기 세워봐!
선재 : 왜!
다미 : 다리 위에서 키스하믄 오래 간대!
선재 : 됐다 그래!
다미 : 비싸게 굴지 마 새꺄!
S#10. 아트센터 외경. 아침.
S#11. 혜원 사무실 앞 복도.
-혜원, 직원들과 아침 인사 나누며 사무실로.
벨트로 여민 코트 차림. 날렵한 구두, 큼직한 스카프와 가방. 단순하고 멋지다.
S#12. 사무실.
-혜원이 들어온다.
혜원 : 안녕.
세진 : 어서 오세요.
혜원 : 춥더라? (가방 책상 위에)
세진 : 네?
혜원 : (벨트 끄르고 외투 벗으며) 치마 입은 거 후회 했어.
세진 : (엉?)
혜원 : 왜, (옷걸이에 외투 걸다가 내려다 본다)
-속치마 바람.
혜원 : 내가 이래.
세진 : 어떻게, (치마를 안 입을 수 있지?). 실장님 용량 초과세요.
혜원 : 사진 한방 찍어라. (스카프 벗겨 허리에 두르며) 스커트 하나 사다 놔. 그때까진 이걸루... 옷핀 하나 줘 봐.
세진 : 네. (책상 위 필통 뒤지는) 커서 타행이네요.
혜원 : 어. 두 번 너끈 감아진다... 서대표 사진 받았어?
세진 : (스카프를 옷핀으로 여며주는) 아니요.
혜원 : 뭐?
세진 : 최기사두 지금 대표님 연락 기다린다 그러구요, 왕비서는 어제 퇴근 이후루 모른다구,
혜원 : (외투 다시 입는다) 잡아야지.
세진 : 어디 계신지 아세요?
혜원 : (나간다) 치마 짙은 회색.
S#13. 선릉역 부근 거리. 아침.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혜원의 차, 차량 행렬 중간 쯤 서행.
운전석의 혜원, 운전대 잡고 뭐라뭐라... 마음은 급하지만 여유있고 능숙한.
혜원소리 : 전화 좀 받지?... 10분 안에 답 없으믄 오혜원 방식대루 한다.
S#14. 호텔식 고급 레지던스.
-혜원의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영우의 비밀 세컨 하우스)
혜원소리 : 나 도착 했어. 올라가.
S#15. 엘리베이터.
-혜원, 핸드폰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PH(펜트하우스) 버튼과 비밀번호를 누른다.
가방은 차에 두고 손에는 핸드폰만.
혜원 : 누구랑 있던 나는 상관 없는데, 난처하믄 지금이라두 내보내. 옷장에 숨기던가.
S#16. 거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혜원이 거침없이 나온다.
-전면 창에 축축 늘어진 블라인드 커튼들. 반쯤 혹은 4분의 3쯤.
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 창밖의 풍경도 좀 보인다.
-탁자 위 먹다 남은 안주 접시와 술잔 술병, 그 틈에 영우의 전화기도 있다.
바닥엔 남녀의 옷가지들 침실 방향으로 난잡하게 널려있다. 옷을 벗고 벗기며 들어갔는지.
-혜원이 발끝으로 그것들 밀며 침실 문 앞에. 문틈에 브래지어가 끼여 있다.
혜원, 주먹으로 쾅쾅쾅 치고는 문 손잡이 돌린다.
혜원 : 나 들어간다.
S#17. 침실.
-혜원이 옷가지들 발로 밀어넣으며 들어서서 문간 벽의 스위치 누른다.
창문에 드리워진 암막 커튼이 올라간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바닥에 널린 뱀껍질같은 스타킹이며 팬티 따위가 드러난다.
욕실문 반쯤 열려 있고, 그 앞엔 커다란 타월도 아무렇게나.
혜원 : 일어나시죠, 대표님.
-침대 위, 시트를 휘감은 채 정신없이 자던 영우와 사내(20대 후반)가 찌푸리며 돌아눕는다.
영우 : 더 자...
혜원 : (핸드폰 들어서 찍는 시늉) 이거 찍어서 홍보용으루 쓰믄 되겠네요.
영우 : (반쯤 떠지는 눈) 야, 너,
사내 : (상체 반쯤 일으킨다) 뭐야, 이거,
혜원 : 이만 퇴장해 주실래요? (돌아선다)
S#18. 거실.
-홈 바의 혜원, 주스 한잔 따라 놓은 다음, 서랍에서 캡슐 꺼내 커피 머신에 집어넣고,
보온병 꺼내 뜨거운 물에 헹구는 등 영우에게 줄 커피를 준비한다.
-옷(바지와 셔츠) 입은 사내가 윗도리 움켜 쥐고 침실에서 나와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영우가 까운 앞자락 여며 매며 뒤따라 나온다.
영우 : 뭐니? 오혜원 너, 이러라구 비번 갈쳐 준 줄 알어? 니 남편이믄 어쩔 뻔 했어?
혜원 : 그러게 왜 전화를 안 받니. 누구랑 무슨 짓을 해두 연락을 끊으믄 안되지. 우리 사이에.
-엘리베이터 열리자 겁먹은 사내가 영우를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그 안으로.
영우 : (사내 향해) 가. 끝나구 전화 하께.
혜원 : 안녕히 가세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영우 :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혜원 : (냉장고에서 주스 꺼내 따른다) 너야말루 무슨 짓이야? 고래등같은 니 집두구?
미용실, 사진, 다 한 시간씩 늦춰 놨어. 최기사 대기하라 그랬구, 커피는 차에 넣어 줄게.
난 너 차 타는 거 봐야 안심이 되겠어. (주스 잔 밀어주는) 마시구 얼른 씻어.
영우 : 속 쓰려. 부드러운 거 줘.
혜원 : (냉장고 연다) 가지가지 한다.
영우 : 연봉 일억짜리 기획실장이라는 게 한다는 짓이 겨우 상사 뒤나 졸졸,
혜원 : (요거트를 그릇에 담는) 바루 이런 짓, 너같은 애 친구 겸 시녀 노릇이 쉬운 줄 아니?
내년엔 이십프로 올려 달랠 참이야. (숟가락 꽂아 영우 앞으로) 이러다 큰 코 한번 다치지.
그럼 또 다 내탓이라 그럴 거 아냐.
영우 : (한 술 뜬다) 당근. 한 마담 귀에 들어가면 니가 일러바친 거지.
혜원 : (커피를 보온병에 따른다) 인제 그만 졸업해, 현장 들키기 전에.
너라구 마냥 안전할 거 같애? 윤리도덕이 괜히 있겠어? 도로 교통법을 잘지켜야 인생길에 사고가 안나지.
영우 : (숟가락 팽개친다) 훈계할래?
혜원 : (영우 등 잡아 침실 쪽으로 밀고 간다) 안먹을 거믄 대충 걸치구 나와, 늦었어.
영우 : 너 진짜 재수없어.
혜원 : 할래믄 진짜 사랑을 하던가.
-영우, 뿌리치더니 혜원의 뺨을 때린다.
혜원 : (아퍼, 뺨을 싸쥐는) 너 손 진짜 매워.
영우 : 진짜가 뭔데 기집애야, 너는 강준형이랑 진짜루 사랑해서 바람 안 피워?
-홈 바의 혜원 핸드폰 울린다. 혜원 급히 가면서,
혜원 : 얼른 옷입구 나와.
영우 : 지가 더 가짜면서. 니 남편 허당인 건 내가 안다.
혜원 : (전화기 집어든다) 어, 세진씨,
영우 : 니 꺼 진짜 뭐 있어? 너 사는 집두 우리 꺼, 차두 우리 꺼, 가정부두 우리 꺼.
혜원 : (통화하며 냉장고에서 캔음료 꺼내 벌겋게 손자국이 난 뺨에 댄다) 걱정 하지 마. 같이 있어.
S#19. 지하 주차장.
-영우 차. 최기사가 영우의 옷을 차 안에 걸고, 혜원은 영우를 밀다시피 태운다. 보온병도 넣어주고,
혜원 : 기분 좋게 꽃단장 하구 이쁘게 찍어. 최대한 빨리. 오늘 안으루 인쇄 넘겨야 돼.
어, 참, 저녁 때 한남동 소집 있는 거 알지?
영우 : 나 어제 너랑 있었다?
혜원 : 그건 안되지. 그럴래믄 거짓말 수백 개를 해야 하는데. (문닫고 자기 차로 뛰어가며 통화) 나 지금 출발 해.
출연자들한테 파일 보내서 틀린 데 없나 확인해 달라구 해. 약력, 철자, 그런 거. 보고 자료 챙겨 놓구.
S#20. 아트센터 이사장실.
-‘이사장 한성숙(理事長 韓娍淑)’ 명패 놓인 책상 위에 펼쳐진 시안.
-‘서한 아트센터 12주년 기념 음악제’
-성숙, 우아한 돋보기 쓰고 찬찬히 본다. 군데군데 메모지 붙어 있는.
-성숙의 사진과 축사.
-스커프 두른 혜원이 곁에 서서.
혜원 : 다시 한번 보시구요, 혹시 고칠 데 있다구 생각하시믄,
성숙 : 없어. (힐끗) 얼굴이 왜 그래?
혜원 : 볼터치를 좀 과하게.
성숙 : 영우 걔 손찌검 하는 버릇 좀 고쳐 놓지?
혜원 : (웃음) 뭘 그렇게 다 아세요.
성숙 :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정보야. (넘긴다) 이거 뭐니? 사진이 왜 얘꺼만 없어?
- ‘초대의 글’. 서한 아트센터 대표 서영우. 사진칸은 비어있다.
혜원 : 지금 찍구 있을 거예요.
성숙 : 아무거나 쓰지 뭘 새루 찍어? 누가 대표 사진 보구 오나?
혜원 : 음악제, 큰 잔치잖아요. 화사하게 나오믄 좋죠.
성숙 : 요즘은 또 무슨 모델인가랑 만난다지? 포르쉐 사 바쳤대며.
혜원 : 글쎄요.
성숙 : 부부가 참 잘 만났어. 걔 남편은 비엔나 음대생한테 아파트 사줬다더니.
S#21. 사진 스투디오.
-사진 팀이 조명 등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 중에 화사하게 꾸민 영우가 한 켠에서 통화.
영우 : 언제 와요?.. 애들은 만났어?... 응?...아니 뭘 그런 사소한 걸 물으시나, 큰일 하시는 분이?
...어제는 직원들이랑 음악제 준비 의논하다가 늦어져서 잠들었구, 오늘은 아빠 집에 마작하러 가.
시차 맞추기 귀찮으니까 전화 사절. 귀국해서 봐요. (끊고 포토에게로) 김작가.
포토 : 네, 대표님,
영우 : 한마담보다 이쁘게 찍어줘. 사진빨루 젊은 척 하는 거 진짜 눈꼴 시어.
S#22. 엘리베이터 앞.
-핸드백 든 성숙, 파일과 성숙의 외투를 든 든 혜원, 엘리베이터 향해 간다. 몇발짝 앞 왕비서.
혜원 : 오후 세시 박물관 일정은 불참 통보 했구요, 회장님 소집은 일곱 시. 저는 그 전에 갈게요.
성숙 : 꼭 와. 그거 재밌어 하는 사람 아무두 없어. 내가 돈 많이 잃어 주께.
혜원 : (웃음) 좋죠.
성숙 : 서영우 분탕질 감춰주느라 고생하는 거, 나라두 보상해 줘야지. 따지구 보믄 다 내 집안 수치 아니니.
법적으루 엄연히 모녀지간인데. 그러구 다니는 거 회장님 아실까봐 걱정이야.
(나직) 이렇게 말하믄 백 프로 가식. 그 애 지분 다 뺏어서 나한테 넘겨줬음 하는 게 진심.
걔 대표랍시구 여기 드나드는 게 점점 더 거슬려.
혜원 : 설마요.
성숙 : 설마는. 영우 자리 싫어?
혜원 : 그 말씀 덥석 믿을까요?
성숙 : 여우.
-왕비서가 엘리베이터 단추 누르고 서 있다.
-성숙이 엘리베이터 타면, 혜원이 성숙의 외투를 왕비서에게 건네고 목례한다.
혜원 : 이따 뵐게요.
성숙 : 어.
S#23. 혜원 사무실.
-혜원이 터덜터덜 들어온다.
혜원의 책상 앞에서 핸드폰(혜원 꺼) 받던 세진이 돌아선다.
혜원 : 어우 기운 빠져. 다리가 다 후둘거리네,
세진 : (통화) 어, 잠깐만요, 방금 들어오셨어요. (건네며) 강교수님이세요. 여러번 울려서 제가 그냥 꺼내서 받았는데,
혜원 : (받는다, 상냥) 어, 여보, 미안... 이사장실 보고가 길었어...아, 시안 받았구나?...
(소파에 앉는다) 당신 페이지 뭐 틀린 데 없...응?
S#24. 교수실(준형방)
-컴퓨터 모니터에 음악제 프로그램 중 한 페이지. 조인서와 지민우의 큼직한 사진. 연주 곡목 등.
-준형, 책상 앞에 선 채 화면 보며 통화.
준형 : 왜 그 눔만 지 제자랑 출연하냐고! 나는 제자 없냐? 독주는 한 곡두 없이 달랑 3중주에나 끼워넣구, 엉? 말이 돼?
나 언젠가 한번은 이 얘기 꼭 할려구 했는데 말이야, 우리 부부 맞니? 한 팀 맞어?
쓸만한 애 나오믄 꼭 조인서한테 보내구 말이야.
S#25. 혜원 사무실.
-혜원, 소파에 눕다시피 기대 앉아 통화.
-세진이 진회색 스커트(새로 사온 것)를 옷걸이에 건다.
혜원 : 당신까지 왜 이래... 민학장한테 다 들은 줄 알았지... 몰랐대두 그렇다. 나 아침두 못먹구 나와서 아주 너덜너덜,
(눈 감고 한참 듣다가) 아우 그렇다니까?...민학장이 적극 밀었어...
여보 정말 미안한데 나 지금 무지 피곤하거든? 이따 집에서 얘기하자, 응? 미안? 좀 늦을 거야.
S#26. 음대 학장실.
준형 : 그러잖아두 조인서 추종자가 날로 늘어가는데, 지민우랑 둘이서 음악제 무대에 올라보세요. 젊은 애들 미친 듯이 열광하죠.
그런 식으루 세가 커지믄 학내 분위기 다 망가져요. 학장님한테두 좋을 게 없구요.
민학장 : (비싯 웃으며 듣다가) 사람 참 천진난만 하기는. 하긴 뭐 그게 당신 매력이지.
(준형의 팔 투덕투덕) 현실적으루 생각하자고. 그 친구 그렇게 잘 놀게 해 줘야 우리가 자유롭지.
우린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내년도 입시 아직 안끝났어. 정시 남았잖아? 게다가 그거 끝나믄 이사회구.
준형 : 글쎄 그러니까 더더욱,
민학장 : 날 믿어. 내가 그림 크게 그리구 있어요. 이따 저녁 때 한남동 가믄 뭔 말씀이 있을 거야.
어, 참 자네두 같이 가지 그래. 와이프가 고정 멤버 아냐.
준형 : (쯧) 저는 아직 거기 못 낍니다. 그런 거 할 줄두 모르구.
민학장 : 그렇구나. (문 열어 준다) 암튼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응?
S#27. 음대 복도.
-준형과 종수 가면서,
준형 : (잔뜩 찌푸린) 최근 3년 꺼 다 찾아봐. 전국 대회 결선, 각종 영재 오디션.
종수 : 결선만요? 예선 탈락자두 잘하는 애 많은데. 유투브에 동영상 올리는 애들 중에두,
준형 : (짜증) 그러든가 그럼.
종수 : 네.
준형 : 암튼 빨리.
-종수, 가고 준형, 씩씩대며 가다가 멈칫.
-저만치 연습실에서 나오며 화기애애 얘기 나누는 인서와 민우. 타건 자세에 대해 말하는 듯.
민우가 준형을 보자 인사.
민우 : 어, 안녕하세요, 교수님.
준형 : (급 웃음) 오오, 민우야,
인서 : 수업 있어요?
준형 : 어...이번에 둘이 같이 뭐 한다며.
민우 : 네.
준형 : 스승과 제자가 같은 무대라, 거 참 보기 좋겠어.
인서 : 잘 해야 좋지 뭐. 맞춰 보는 중이예요.
준형 : (민우 어깨 쳐 준다) 기대할게. 수고.
민우 : 안녕히 가세요.
인서 : 가세요.
-준형, 가면서 손을 들어보인다.
S#28. 연습실.
-준형이 들어온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등이 음정 맞추고 있다가 뚝 그친다.
-칠판에 ‘실내악 실기 강준형 교수님’과 곡목 써 있다.
준형 : (버럭) 튜닝 좀 미리해 두면 안되냐, 이 쓰레기들아!
S#29. 준형 교수실. 퇴근 무렵.
-준형, 책상 위에 두 다리 포개올린 채 심기 사나운 표정.
-종수, 가슴 가득 안아든 DVD 케이스들 준형의 책상에 내려놓는다.
준형 : 이렇게 갖구 오믄 어떡해. 하나루 모아 줘야지. 유에스비는 뒀다 뭐하냐.
종수 : 빨리 챙겨 오라구 하셔서요, (디브이디 더미 위에 유에스비 얹으며) 웹상에 있는 건 여기 담았어요,
준형 : (다리 내리는) 수고했다. 어디 좀 담아라. 갖구 들어가게.
종수 : 네.
S#30. 혜원 사무실. 퇴근 무렵.
-세진이 들어온다.
혜원, 옷걸이의 새로 산 스커트 벗겨든다.
세진 : 인쇄 넘겼어요. 인제 초대장만 발송하믄 돼요.
혜원 : 굿 잡. (허리에 두른 스카프 벗고 스커트 입는다) 난 하나 더 남았어, 한남동.
S#31. 서회장 집, 게임룸. 밤.
-왁짜지껄 웃음 소리 얘기 소리와 함께,
-마작 테이블 두 개에 4명씩 둘러 앉은 8인의 멤버.
서회장과 한성숙, 영우, 민학장이 한 테이블. 혜원과 계열사 사장, 비서실장, 회계비서가 한 테이블.
각자 패를 쌓고 있다. 앞에는 마실 것 한잔씩.
-술과 안주, 음료 등 가득 실린 왜건이 서 있고 도우미(여. 중년)한 명이 서 서 대기 중.
영우 : 이것 좀 전동 탁자루 바꿔요. 아빠. 그게 편하잖아.
서회장 : 손으로 쌓아야 맛이지. 자, 오늘은 토나멘트다. 오실장, 그쪽 꺼 다 긁어다 나한테 바칠 생각 해.
혜원 : (분위기 띄우려는) 어쩌나요, 저는 회장님 돈이 목푠데.
남자들 : 오오,
성숙 : 걱정하지 마. 내가 판돈 키워 놓을게.
영우 : 뭔가 의미 심장하네? 하수인 시켜서 서씨 집안 주머니 털겠다는 거 아냐.
성숙 : 왜 그래, 서운하게.
서회장 : 싸우지들 마. 내가 젤 사랑하는 두 여자가 그러믄 쓰나. 둘 다 내 옆에 않혀놓구 즐겁게 놀 양으루 이거 가르쳤는데.
성숙 : 그러게요.
민학장 : 자, 그럼, (시작하라는)
서회장 : 오, 내가 친(선)이지. 에, 또, 보자... (사통 낸다) 쓰퉁!
-혜원 쪽 테이블도 게임 시작 되었다.
혜원 : 헙! (기합 넣는 시늉하고 육통 낸다) 리우!
S#32. 혜원 집 준형 서재. 밤.
-헤드폰을 쓴 준형, 모니터 노려보며 간간이 마우스 조작.
무수히 많은 연주 동영상 보는 중. 때로는 빨리, 때로는 정상 속도...
S#33. 서회장 게임룸.
-서회장, 혜원, 민학장, 영우가 게임 중이고, 성숙과 나머지 사람들 한잔씩 들고 서서 구경.
‘이거 뭐 완전히 별들의 전쟁이네’ ‘역시’ 등등 감탄 하면서.
혜원 : 이만 드릴게요, 회장님. (이만 패 내고 하나 가져간다)
서회장 : 아이구야, 펑일세.
혜원 : 만세.
서회장 : (이만 패 두 개 나란히 까고 혜원이 낸 것 가져다 옆에 놓는다) 릴리 당신이 빠지니까 내가 힘을 못쓰지 않나.
성숙 : (한 손 서회장 어깨에 올리는) 응원하구 있잖아요.
민학장 : (그 손을 슬쩍 본다)
영우 : (힐끗 보고 패 하나 낸다) 그 누구의 릴리일까?
서회장 : 그걸 내믄 어떡하냐.
영우 : 혜원이 너 다 해라. (패 하나 가져가는)
서회장 : 니가 오늘 컨디션이 아주 난조구나.
성숙 : 우리 서대표가 오죽 바빠야죠. 음악제 준비루 요즘 거의 매일 밤을 새요.
영우 : (저게 증말)
민학장 : (패 하나 내며) 난 어부지리.
혜원 : 료! (자기 패를 한꺼번에 눞혀 보이는) 쯔뭐 되시겠습니다.
다들 : (박수) 깡까이!!
서회장 : 이런.
영우 : 뭐야 이거!
성숙 : 자, 뭐 좀 먹구 계속하죠. 전복 소면 내올게요.
-성숙, 도우미와 나가고,
서회장 : 오실장이 아주 재미지게 한다. 잃어두 아깝지가 않아.
혜원 : (패를 섞으며 짐짓 행복해 죽겠다는 듯) 중간 정산 해주세요. 현찰루요.
영우 : (나가며) 넌 뭘 먹구 그렇게 잘 하니?
혜원 : 예습 복습이 진리.
S#34. 주방.
-성숙이 국물 간을 본다.
성숙 : 됐네. 간 더하지 말구, 양념장 곁들여서 내 가요. (나간다)
S#35. 동 파우더룸.
-거울 앞의 성숙이 얼굴에 미스트 뿌리는데 물소리 나면서 영우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영우 : 이 서영우가 일하느라 잠 못잤단 말, 나 니 코 뀄다, 그 뜻이예요?
성숙 : (타이르듯 미소) 무슨... 어른 걱정하실까봐 그러지... 내 말은 믿으시잖아.
인제 주변 정리 좀 해. 여자 나이 마흔부터는 품격이 최고의 매력이야.
영우 : (새침하니 손 씻는) 나 이거 진작부터 묻구 싶었는데, 릴리 한. 한마담. 당신 민학장하구 어떤 사이야?
성숙 : 으응?
영우 : 왕년의 고객? 현재는 애인?
-순간 성숙, 한 손으로 영우의 머리채를 잡아 젖힌다.
성숙 : (나직) 야 이 썅년아.
영우 : 뭐?!
S#36. 동 앞.
혜원 : (문을 열며) 나오세요, 후반전, (하다가 헉)
S#37. 파우더룸.
-화장실 문 열려 있고, 성숙이 영우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변기에 쳐넣으려는 중.
꿇어앉은 영우가 양손으로 변기 붙잡고 안간힘.
혜원 : 세상에,
성숙 : 문 잠거. 오늘 끝장 본다.
영우 : 니가 다 떠들었지.
-혜원, 성숙의 허리 끌어안고 떼내려.
성숙 : 오천만 중에 한 명 빼구 다 아는 걸 뭐하러 지 입으루 떠들겠니, 어떤 바보가.
혜원 : (사력을 다해 잡아당긴다) 회장님 들으세요.
성숙 : 놔, 이 돌대가리 쳐넣구 물 내려버리게.
혜원 : 제발 그만 좀,
서회장 소리 : 릴리!
-셋 다 멈칫.
-성숙이 영우의 머리 팽개치듯 놓으면, 혜원이 급히 성숙을 돌려세우고 영우를 일으킨다.
서회장 소리 : 뭐 하나, 릴리,
성숙 : 네, 여보, (머리 매만지며 살랑살랑 나간다)
영우 : (역하다)
혜원 : (영우를 거울 앞에 세우고 빗을 집어 바삐 머리 빗겨준다) 둘이 똑같애.
영우 : 너 대체 누구 편이니?!
혜원 : 나야 언제나 내 편이지. (돌려세우는) 웃으면서 나가.
S#38. 혜원 집 마당. 밤.
-혜원의 차가 들어온다. 준형의 차가 서 있다.
-혜원, 내린다. 기진하여 눈꺼풀이 내려앉고 다리가 풀리는.
S#39. 거실.
-혜원 들어온다. 뒤따라 미순.
미순 : 교수님 서재에 계신데.
혜원 : 기운 좀 차리구요.
S#40. 주방.
-혜원, 선 채로 캔맥주 벌컥인다.
미순 : 무슨 안좋은 일,
혜원 : (앉는다) 안좋긴요. 어려울 뿐이죠. (캔 들어 보인다) 요거 하나만 더하까?
-미순이 건네는 캔맥주 따서 또 마시는.
혜원 : 쉬운 일이 없어, 그쵸?
S#41. 준형 서재.
준형 : (마우스로 스크롤 하면서 장탄식) 없다 없어...이렇게 없나...
-준형, 제목들 중 하나 클릭.
-‘로즈 콩쿨 번외편. 진짜 우승자는 나천재’
-모니터의 동영상. 얼굴은 안보이고 건반 위 날아다니는 손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멜로디에 초절기교, 속주를 과시하는 동작.
가끔 팔꿈치로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한쪽 다리 들어올리고 그 밑으로 손을 넣어 치는 등,
-혜원, 한손으로 준형의 어깨 안는다.
준형 : (힐끗)
혜원 : (준형의 헤드폰 한쪽 떼고 속삭인다) 당신 여태 삐쳐 있구나? 너무 그러지 마. 당신은 나 같은 와이프두 있잖아.
정 속상하믄 당신두 이쁜 제자 하나 키우던가. 입시 레슨 같은 거 하지 말구.
준형 : (쯧. 혜원 손 걷어내고 다시 모니터) 미친 넘, 피아노루 개그하나. (마우스로 정지 시키는데)
혜원 : (마우스 쥔 준형의 손 잡으며) 잠깐만,
준형 : 뭐가.
혜원 : (마우스로 플레이 클릭하며) 미친 넘이 아니라 아픈 넘이네. 봐봐. 약지 떨리는 거. 아픈 손이야.
준형 : (헤드폰 벗으며) 원, 별, 서툰 거지! 미숙한 거라고!
혜원 : 엄?
준형 : (선다. 가려다가 새삼 분이 치미는) 지민우같은 애들, 왜 나한테 안보내냐고! 당신이 뽑은 애믄 당연히 나를 줬어야지!
혜원 : 비켜 봐봐, 얘한테 해 줄 말이 있어.
-혜원, 의자 빼내 앉고, 준형 거칠게 나간다.
-혜원, 자판 친다. 뭔가 재미있어 하는 듯한.
S#42. 인터컷.
-‘막귀’님의 쪽지 ‘님 혹시 건초염? 빨리 병원 가보셈’
-급히 자판 치는 선재의 손.
S#43. 준형 서재.
-쪽지창에 나천재 님의 답전. ‘엇, 관심 감사. 어케 알았음?’
-혜원, 확인하고 자판 친다.
S#44. 인터컷.
-막귀 님의 쪽지 ‘경험자. 그거 땜에 관뒀다는’
-자판 치는 손. ‘엇’
S#45. 서재.
-나천재님의 쪽지 ‘나 94년 생. 형이라구 불러두 됨?’
-혜원, 조금 웃으며 자판 친다. ‘당근. 94년 생이믄 핏덩이네’ -‘형은?’
-혜원, 씩 웃음 ‘나 25세 백수. 넌? 전공자야? 음대생?’
-‘스펙 없음. 형은 있어보임’
-혜원, ‘대학원생. 완전 잉여지’
-준형이 들여다보며 벌컥.
준형 : 뭐하구 있어.
혜원 : 요거 은근히 재밌다. 나 지금 25세 백수 행세 중.
준형 : 취했냐.
혜원 : 쪼끔.
준형 : 민학장 뭔 말 안해?
혜원 : 당신두 마작 배우래. 멤버루 추천하겠다구.
S#46. 음악실.
-준형이 나와서 문을 쾅 닫는다.
S#47. 준형 서재.
-혜원 자판 친다.
-‘인생 속 편한 게 젤. 스펙 따위 소용 없음. 굶지만 말고 음악 즐기면서 사 셈‘
-나천재 님의 쪽지. ‘ㅎㅎ근데 나 쫌 치나요?’
-혜원, 자판 친다. 점점 재미있다.
-‘쫌 치는 넘들 많다. 병원이나 가 봐. 잘 하는 데 말해줄게’...
-답전. ‘어, 진짜?’
-‘윤석민 정형외과. 신당동 사거리’
-‘막귀형이 소개했다 그러믄 알아요? 본명 물어보믄 실례?’
-혜원, 물끄러미 보다가 자판. ‘나는 본명두 가짜’
-‘헐 쎄다’
S#48. 피씨 방 밤.
-퇴근길 다미, 컴퓨터 앞의 장호와 선재 머리 한 대씩 때리고 선재 옆에 앉아서 들여다 본다.
장호는 온라인 게임 중.
-막귀 님의 쪽지. ‘꼭 가봐. 효과 볼 거야’
-자판 치는 선재. ‘감사’
-막귀 님의 쪽지. ‘결과 보고해’
다미 : 뭔데... 누구야?
선재 : (자판 치며) 있어.
다미 : 집에 안 가?
-막귀 님의 쪽지 ‘이만 자라. 또 보자’
-선재, ‘옙’
S#49. 혜원 침실. 밤.
-혜원, 들어와 파우더 룸으로.
-침대가 두 개다. 더블은 준형의 것. 싱글은 혜원.
잠든 준형. 뒤채며 에이... 잠결에도 불쾌하다는.
-조금 후, 까운 차림 혜원, 무표정하게 거울 보며 클렌징 크림 문지른다.
영우 소리 : 니가 더 가짜지 기집애야. 니 남편 순 허당인거 내가 다 안다.
뿐이야? 니 꺼 뭐 있어? 너 사는 집, 차, 다 우리 꺼... 저 여자한테 충성한다구 내 자리가 니 꺼 될 줄 알아?
성숙 소리 : 그 자리 싫어?
혜원 : (닦아내며 중얼) 그럴리가요.
S#50. ‘윤 정형외과’ 앞. (건물 2층). 낮.
-선재, 오토바이 옆에서 와이파이 접속.
S#51. 혜원 사무실.
-혜원, 세진과 함께 책상 앞에 서서 ‘음악제 체크리스트’ 살피다가 세워져 있는 태블릿 피씨 본다.
-나천재님의 쪽지.
선재 소리 : 막귀형 정말 감사. 낫구 있어요. 그 병원 좀 짱인 듯. 무지 싸구 친절 함. 형한테 막 잘하구 싶어짐.
언제 현피 한번 떠요. 나는 수도권 어디나 한 시간 내 도착 가능.
혜원 : 현피가 뭐야?
세진 : 게임하는 애들끼리요, 직접 만나서 붙자, 뭐 그런.
혜원 : (태블릿 자판 불러내 친다) 바쁨. 알바 중.
-혜원 다시 체크리스트 보고,
선재 소리 : 오케. 나도 알바 가요.
S#52. 미용실(귀빈실). 음악제 날.
-단장을 마친 영우가 보조의 도움 받아 자켓 걸치고, 원장이 곁에 서서 뭔가 떼내 주는.
-메이컵, 메이컵 보조 등도 곁에 서 있다.
영우 : 차원장두 오늘 올 거야?
원장 : 네, 이사장님이 초대장 주셨어요. 정선생하구 같이 갈 참이예요.
영우 : 정선생이믄, 그 단골 역술인?
원장 : 거기 딸이 피아노 하잖아요.
-직원의 안내 받아 들어서는 성숙.
원장 : 어머 일찍 오셨네요. (직원에게 눈짓. 실수라는)
성숙 : (미소) 그러게. (영우에게) 오늘 아주 이쁘네?
영우 : 무슨 스케줄을 이렇게 잡아? 특실에서 고객끼리 이렇게 막 마주쳐두 되는 거야?
직원 : 죄송합니다. (원장에게도)
영우 : 이 분 다들 조심해요. 여차 하믄 머리 뽑혀.
(핸드백 건네받고는) 오늘은 내가 안주인예요. 아트센터 주관 행사니까. 재단은 후원이구.
성숙 : (거울 앞에 앉는) 그러엄.
영우 : 알믄 나서지 말아요. (나간다)
성숙 : 귀엽지?
S#53. 동 복도.
영우 : 아우, 재수없어.
S#54. 거리. 준형의 차 안.
-준형은 뒷자리. 종수가 운전하며 전전긍긍 통화.
-뒷좌석 창틀에 준형의 턱시도 일습이 걸려있다.
종수 : 저기 내 책상 위에 교수님 나비 넥타이 있거든?...어...어...그래, 부탁하자... (끊고는) 저, 상현이가 퀵으루,
준형 : 제대루 하는 게 없지. 뭐 하나씩 꼭 빼먹구 말야.
종수 : 죄송합니다. 금방 올 거예요.
S#55. 아트센터 리허설 룸.
-협주곡 리허설 방금 마친 단원들, 서로 얘기 주고 받거나, 각자 연주 하거나...
인서, 악장과 악보 보며 뭔가 이야기하는데 준형이 들어온다.
준형 : 조인서,
인서 : 어, 형,
준형 : 피날레 리허설 했나?
인서 : 아뇨 아직. 민우가 오실장 컨펌 받아야 한다 그래서.
준형 : (불쾌) 한 시간 내루 끝내 줘. (간다)
인서 : (머쓱) 네.
S#56. 동 복도.
-준형, 바삐 걷는 혜원을 따라 붙듯이 가면서,
준형 : 그런 거야? 걔들은 뭔데 당신한테 리허설 확인까지 받니?
혜원 : 뭐라서가 아니라, (하다가 선다) 오늘은 좀 참아줄래? 나 바쁜 거 안 보여?
준형 : 글쎄 바쁜데 왜 걔들까지 챙기냐고!
-혜원, 전화벨.
혜원 : (전화) 어, 지금 가, (가면서 준형에게) 미안. 이따 봐.
준형 : (저잇,)
영우 : 강교수,
준형 : 어,
-영우와 김인주가 온다. 김인주는 드레스에 자켓을 걸친 차림.
준형 : (억지 웃음) 둘이 제법 다정하네?
인주 : 그럼 안되나?
영우 : 편견을 버려. 시누이 올케가 꼭 앙숙이어야 돼? 우리 지금 혜원이 씹는 중이야. 걔는 왜 조인서만 챙기냐구.
준형 : 어어, 내가 강추했어. 난 연습할 시간두 없구.
영우 : 그런 제자두 없구, 그치? 와이프 인맥만 믿지 말구 실력과 덕망두 좀 갖춰 봐. 아님 줄을 바꿔 서던가.
준형 : (인주에게) 우린 좀 이따 맞춰 보죠. (돌아서며 에잇)
S#57. 아트센터 앞.
-전면에 대형 현수막 걸려 있다. ‘서한 아트센터 개관 12주년 기념 음악제’
-선재 오토바이 온다. 선재, 정문 앞에 서서 현수막 잠시 보다가 내리려는데 경비가 다가온다.
경비 : 지하로 가요. 여기 세우믄 안되지.
선재 : 물건 전하구 바루 나올 건데요.
경비 : 행사 있어서 안돼요.
선재 : 알겠습니다. (방향 트는)
S#58. 동 로비.
-지하 계단 올라오며 통화 하는 선재. 손에는 반접힌 누런 봉투.
선재 : 퀵인데요, 도착했거든요... (두리번) 1층이요...네?...네...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선재.
S#59. 대기실 앞.
-선재가 종수에게 봉투를 건넨다. 종수, 봉투에서 나비넥타이 꺼내 확인한다.
종수 : 맞네. (돌아서려)
선재 : 착불,
종수 : 뭐?
선재 : (쪽지 보여준다. ‘착불’에 동그라미)
종수 : (쩝 주머니 뒤적...) 이천원 모자라는데.
선재 : (본다...)
종수 : 좀 깎아 주지?
선재 : (본다)
종수 : 나 퀵 부를 일 많거든? 단골 해주께, 믿음퀵, 오케?
선재 : (본다)
종수 : (마주 보다 질린 듯 만원짜리 하나 더 꺼낸다)
-돈 받아 조끼 윗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선재.
-악기를 든 한 무리가 시끌시끌 온다. 협주곡 및 실내악 연주할 사람들.
-선재, 그들 피해 벽에 붙어 서서 물끄러미 본다...
-웃고 떠드는 무리들. 선재 눈에는 아무 걱정 없이 음악에 풍덩 빠져 사는 것만 같다.
-커다란 관악기 현악기 케이스들이 선재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선재, 주춤주춤 피하다가 모퉁이로.
S#60. 다른 일각.
-선재, 고개 숙이고 급히 간다. 이 동네, 올 데가 못되네.
-선재, 멈칫 선다. 막다른 골목. 길을 잃은 것 같다. 당혹스레 두리번 거린다.
-육중한 문이 하나 보인다.
S#61. 메인 홀.
-어둑한 무대 통로. 웃음 소리 들려온다.
선재, 당혹스레 두리번거리다가 보면,
-무대의 밝은 빛. 선재, 멈칫.
-조율사가 현을 조이고, 인서, 민우, 혜원이 정담.
민우 : 사람들이 오실장님, 그러믄 좀 이상해요. 저는 10년 넘게 선생님인데.
혜원 : 니 선생은 여기 조인서 교수지.
인서 : 알아보고 뽑아준 사람이 더 선생이야.
민우 : 그러니까요.
혜원 : 알았어 알았어, 계속 선생님 해.
조율 : 자 인제 쳐보세요.
-무대통로. 마른 침 삼키며 바라보는 선재.
-인서, 민우, 건반 앞에 나란히 앉아 재즈 코드 몇 개 친다. 민우, 좀 까불면서.
-객석 뒤쪽 육중한 커튼 뒤에 서서 바라보는 준형.
-무대 통로. 몸을 숨긴 채 무대 쪽 바라보는 선재. 저 아득한 세계라니... 간절해서 목에서 손이 나올 것 같다.
-피아노 소리 멈추고 혜원 음성.
혜원 : 이상하네?
인서 : 그러게.
조율사 : (피아노 내부를 살피다가) 어이구 죄송합니다. 이게 들어 있었어요. (캡스텐 드라이버)
민우 : 오오, 쌤 짱이요.
혜원 : 자, 인제 까불지 말구 진지하게,
-객석 뒤쪽 준형 불쾌하게 돌아선다. 놀구들 있다. 나가는 준형.
-인서와 민우가 피날레 부분 치고, 혜원과 조율사가 듣고 있다.
-무대 통로. 구조물 뒤의 선재, 무대 쪽 보려고 고개 좀 돌리는데 곁에 세워진 철제 막대가 기우뚱.
선재, 얼른 잡는다. 진땀.
-이윽고 인서와 민우, 일어선다.
혜원 : 아주 좋다.
인서 : 그럼 된 거지. 인제 안심 돼?
민우 : 네. (조율에게) 고맙습니다.
조율 : (장비 챙기며) 이따 연주 잘 해요.
S#62. 복도.
-인서와 민우, 혜원, 가면서.
민우 : 쇼팽 콩쿨 때요, 다 치구 나서 보니까 이따만한 망치가 들어 있더래요.
인서 : 콩쿨 때는 특히 더 심하지. 경쟁자 해꼬지 할려구 몰래.
혜원 : (인터캄 지시) 무대 경비 신경 써 주세요. 악기 건드리지 않게. 관계자외 출입 금지.
S#63. 메인홀.
-선재, 무대를 바라본다.
-빈 무대에 조용히 서 있는 피아노. 고혹이다.
S#64. 연주자 대기실.
-흰 셔츠 차림 준형이 거울 앞에 서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종수는 준형이 벗어놓은 평상복을 정리한다.
-턱시도는 옷걸이에 걸려 있다.
종수 : 뭐 드실 거 좀 갖구 올까요? 오늘은 관계자 전원 다 공짜라는데.
준형 : (카디건 걸치며) 됐다.
종수 : 네... 저기, 분장 쪼끔 하실래요? 여기 여기만,
준형 : (쯧) 해 봐. (앉는다)
-종수가 준형의 콧잔등에 퍼프를 누르는데,
-연주 소리, 슈베르트 판타지아 for four hands 들려온다.
준형 : (힐끗)
종수 : (손 멈추고) 리허설 다시 하나봐요.
준형 : 잘 하구 싶겠지. 지민우 띄워주구, 지 가오 세우구.
종수 : (눈치) 민우가 고음부를 치나요?
준형 : 어...
종수 : (갸웃) 저음부는 화음이 없는데요? ...고음부두 간간이.
준형 : 뭐 좀 걸리는 대목에 집중하나보지.
종수 : 역시 호흡은 끝내주네요. 민우두 환상이구.
준형 : (쩝) 저런 놈 하나가 없다.
종수 : 그러게요,
-노크 소리.
종수 : 네.
-민우가 빼꼼 들여다 본다.
민우 : 조인서 교수님 여기,
준형, 종수 : ???
준형 : (무대 쪽을 한번 보고는) 같이 있었잖아.
민우 : 식당에서 저 먼저 나왔거든요.
준형 : 그럼 저거, 너, 아니, 누구,
민우 : (어깨 으쓱)
준형, 종수 : (마주 보는. 그럼 누구?)
S#65. 메인 홀
-준형이 무대 왼쪽에서 뛰어 나오고, 오른 쪽으로 누군가 급히 퇴장.
-준형, 엉?! 둘러보다가 뛰어 나가고,
-세진이 객석 쪽 출입문으로 급히 들어온다. 통화 하면서.
세진 : 네, 없어요. (준형에게) 방금 나간 거죠?
S#66. 동 지하 카페테리아 앞.
-혜원, 급히 나오면서 통화.
혜원 : 일단 악기 재점검 부탁 해줘. 공연 한 시간 남았구, 30분 뒤면 귀빈들 도착.
경보 울리지 말라구 해. 전관 1호 풀 가동. 최대한 조용히.
S#67. 화장실 앞.
-치직거리는 무전기 교신음과 함께 경비원들 달려가며 ‘전관 1호 풀 가동’ 복창 확인.
-그들과 엇갈려 선재, 얼른 화장실로 들어간다.
S#68. 화장실 변기칸 안.
-선재, 후둘후둘,
준형 소리 : 어떻게 된 거야?
S#69. 화장실.
-준형이 급히 들어오며 통화.
준형 : 씨씨 티브이 봤어?
S#70. 통제실.
통제실장 : (무전기) 등판에 믿음퀵. 확인 바람, 믿음퀵.
-무수히 많은 폐쇄 회로 화면 켜져 있고, 혜원과 직원들, 방금 전 무대 상황 보는 중.
그들 뒤, 구석에서 종수가 돌아선 채 나직히 통화.
-화면 속 선재의 연주 모습.
종수 : (통화) 네, 지금 보구 있는데요, 저기, 근데요,
S#71. 화장실.
-소변기 앞 준형, 한 손으로 바지춤 헤치다말고,
준형 : 무슨 퀵?...뭐?...어...어...알았다. 잡히믄 현행범이야. 그러기 전에 잡어. 내가 먼저 봐야겠어.
S#72. 변기칸.
-선재, 사색. 퀵? 현행범? 저 사람은 또 누구?
S#73. 화장실.
-손 씻는 준형.
S#74. 변기칸.
-선재, 얼음이다. 숨도 못 쉴 지경인데, 문자 전송음. 제풀에 흠칫 놀라는.
S#75. 화장실.
-준형, 종이타월 뽑으며 힐끗.
S#76. 변기칸.
-선재, 후둘거리는 손으로 핸드폰 꺼내다가 떨군다. 바닥에 떨어지는 핸드폰. 황황히 집으려다 또 놓치는.
S#77. 화장실.
-준형, 허리 굽혀 바닥의 핸드폰 본다.
-문 아래 틈으로 반쯤 나와 있는 핸드폰. 종수의 번호와 문자 찍혀 있다.
‘긴급. 좀 전에 나비넥타이 받은 사람인데요, 연락 바람’
-선재의 겁먹은 손이 문 아래로 나온다.
S#78. 변기칸.
-선재, 문자 보고는 한참 멍해 있다가 정신 차린 듯 서둘러 조끼를 벗는다. 뒤집어 입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비니를 꺼내 쓴다.
벽에 귀를 대고 조용한지 확인한다.
S#79. 화장실.
-조용히 문이 열리며 선재가 나온다. 고개 푹 숙인 채 나가려는데,
막아서는 발. 잘 닦아진 준형의 구두.
선재 : (옆으로 휙 지나치려)
준형 : (막아서서 목에 맨 나비넥타이 가리킨다. 나직) 이거?
선재 : (헉)
준형 : 이거 배달 왔다가 일 낸 거지?
선재 : (죽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
준형, 재빨리 선재를 다시 변기칸으로 밀어넣고 자기도 들어간다.
경비원이다. 칸칸이 노크 하고 문 열어보는.
-준형의 칸 문 열려다 노크 하는 경비원.
경비원 : 실례합니다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S#80. 변기칸.
-변기칸 안, 선재는 안쪽 벽에 밀착, 준형은 변기 뚜껑에 엉거주춤 걸터앉은 자세로,
준형 : 아, 네, 저 피아노과 강준형입니다. 수고 많으시죠.
S#81. 화장실.
경비원 : 어, 실례했습니다.
S#82. 통제실.
-다들 조아린 채 영우의 호통 듣는다.
영우 : 뭐가 이렇게 느슨해? (혜원에게) 여기 너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희희낙락하라구 돈 쳐들여 만들어 놨어?
이러니까 다들 예술재단이 마나님들 놀이터라 그러지!
혜원 : 제 불찰이예요. 출연자 중 한 명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영우 : 전 출연자 인상 착의, 미리 확인을 시켰어야지! 어떻게 조율 마친 악기를 건드리게 해?!
혜원 : 다행히 악기엔 아무 이상이 없어요.
영우 : 안그랬음 어쩔 뻔 했어! 윤리도덕을 입에 달구 살면서 직업 윤리는 왜 안지켜? 직무유기, 이거 중징계 깜이야.
성숙 : 문책은 나중에 하시구,
다들 : (돌아본다)
성숙 : 무사히 치르는 게 우선이죠. 각자 위치로 돌아들 가세요. (혜원 돌려세우는) 오실장은 브이아이피 의전 챙겨야지?
혜원 : 알겠습니다. (나간다)
영우 : 두둔할 게 따루 있지. 지금 나 물먹이겠다는 거예요? 오실장 시켜서 소동,
성숙 : 무슨, (영우 어깨 감싸는) 회장님 곧 도착하신대. 같이 맞아 드리자.
영우 : (걷어내는) 나서지 말랬죠.
-그러는 동안 CCTV 중 하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준형과 선재.
선재는 준형의 카디건을 입고 있다.
S#83. 복도.
-준형과 선재, 경비원들과 지나친다.
준형 : (나직) 태연하게 해.
선재 : (마른 침 꿀꺽)
S#84. 로비.
-3층 발코니 복도. 뛰다시피 가는 혜원. 민우가 따라가면서,
민우 : 그 사람 퀵이라면서요. 선생님두 들어보셨어요?
혜원 : 나중에 얘기 하자. (뛴다)
민우 : (보다가) 궁금해요! 잡혔으믄 좋겠는데!
-1층. 오가는 사람들 틈 준형과 선재가 출입문 향하고 있다.
준형 : 이거 봐 줄 일 절대 아냐. 널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행사를 위해서다. 침착하게 저 문 나가서, 최대한 빨리 사라져.
선재 : 저기, 지하로 가야 되는데요. 오토바이,
준형 : 그럼 왼쪽.
-방향 트는 둘.
S#85. 아트 센터 앞.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선재 오토바이. 우스꽝스럽다. 준형의 카디건에 헬멧 쓴 모습.
-박수 소리.
S#86. 메인홀. 밤.
-인서가 오케스트라 앞으로...박수 소리 잦아 들면서.
-피아노 앞의 인서, 한 손은 피아노에, 한 손은 오케스트라 향해 반쯤 손 올리고 있다가, 번쩍 들면,
-힘찬 단음에 이어 피아노 연주.
-로얄박스의 서회장, 양편에 앉은 성숙과 영우의 손을 하나씩 잡고 흐뭇한 미소.
양쪽으로 일가붙이들 영우의 시가붙이들, 임원들, 뒷줄 민학장, 등.
S#87. 명화 식당. 밤.
-선재가 벌건 국밥을 쳐넣듯이 먹고 있다. 옆자리 의자에는 준형의 옷.
손님 두어 테이블. 명화가 그 중 하나에 반찬들 내려 놓고 선재 앞으로.
계란말이 접시 내려 놓으며 눈치. 늘 뚱하고 얼띤 명화.
명화 : 뭔 일 있어?
선재 : (먹기만)
명화 : 저건(옷) 누구 껀데.
선재 : (여전히)
명화 : 안 줘. (계란말이 다시 집어들었다가 놓고 돌아선다. 쯧)
-주방. 명화, 통화.
명화 : 다미 너 선재랑 싸웠냐?...나쁜 눔이, 물어두 대답을 안한다, 속상하게. 지 엄마 빚 갚어 준다구 위세 떠나봐.
S#88. 미용실 세탁장.
다미 : (팩 재료 담았던 그릇들 씻으며 핸즈프리 통화) 신경 꺼. 내가 혼내 주께...
어 참 아줌마, 나 낼 비번이거든? ...빠마 해주까?
S#89. 식당.
-선재, 국물 마시고 그릇 내려 놓는다. 물끄럼 눈 앞을 보는.
준형 소리 : 여기 신상 적어라. 이름 주소 연락처 다.
전화할테니까 기다려. 겁난다구 내빼믄 일 진짜 커진다. 니 손해야.
S#90. 아트센터 메인홀 몽타주.
-피아노 트리오. 준형과 김인주, 바이올린(여자)
-두어 곡 더 있은 뒤,
-인서와 민우의 듀오.
S#91. 준형 대기실.
-준형, 셔츠 차림. 느슨한 나비넥타이. 모니터 본다. 인서와 민우의 연주.
-종수도 함께 본다.
준형 : 너 말야 내일,
종수 : 네?
준형 : 아까 그 넘,
S#92. 메인홀.
-오케스트라 단원들 및 전 출연자 커튼 콜.
-객석. 흐뭇하게 박수 치는 서회장. 양 옆에 영우와 성숙. 영우 남편 김인겸, 영우 오빠들.
민학장, 서회장을 향해 아부하듯 함께 박수.
-조정실 안의 혜원이 박수 치는 모습도 보인다.
S#93. 혜원 주방. 다음 날 아침.
-커피 머신이 김을 뿜어내고,
S#94. 침실.
-쟁반(커피 한잔과 사과 두 알) 들고 들어온 혜원이 탁자 위에 커피잔 내려놓고,
준형이 풀오버 스웨터 머리에 꿰어 내리며 혜원의 기색을 살핀다.
혜원은 매우 편한 옷차림.
혜원 : 난 오늘 쉬지롱.
준형 : 어제 그 일은,
혜원 : 경위서.
준형 : 잘 됐네. 서영우 또 한바탕 하겠다 싶었는데.
혜원 : 그럴까봐 쉬라는 거지. 하루 종일 이러구 빈둥거릴 거야. 당신은 오늘 뭐 뭐 있어? (사과 베어문다)
준형 : (커피잔 든다) 오전에 수업. 낮에 정시 대비 학과장 회의. (한모금 마시며 눈치) 저기 말야, 애 하나 봐 볼래?
혜원 : 레슨생이믄 내가 볼 거 없잖아. 최강사 거쳐 왔을텐데.
준형 : 레슨생 아니구, 어제 사고 친 눔.
혜원 : (응?.. 본다) 퀵?
준형 : 어... 당신은 못들었지?
혜원 : 어. 녹음은 안됐으니까... 씨씨티브이두 풀샷만 봤구.
준형 : 뭐 사실 내가 당신만큼 촉이 좋진 않지만, 어제 딱 듣는데, 지민우랑 조인서가 같이 치는 줄 알았어.
혜원 : (그래?)
S#95. 플래시 백.
-통제실 CCTV 화면 속 선재 연주 모습.
S#96. 혜원 침실.
준형 : 두 손으루 네 손 연주를 한 거지. 고음부 저음부 번갈아 카바해 가면서.
혜원 : (그랬다고? 되돌려 보는 듯)
준형 : 당신이 듣구, 감정 좀 해 봐. 종수가 데리구 올 거야. 정시 보게 해두 될지 그것좀 판단 해주라.
혜원 : (미심쩍은)
S#97. 선재 동네.
-종수의 차가 큰길에서 접어든다. 2차선 이면도로. 어수선하다.
종수 : (통화) 네, 교수님, 거의 다 왔어요.
S#98. 거리. 준형 차 안.
준형 : (통화) 내려주구 오믄 돼. 내가 다 얘기 해놨어.
S#99. 선재 거실. 아침.
-선재가 방에서 급히 나온다. 윗도리에 팔을 꿰면서.
다미가 명화 앉혀놓고 퍼머 롤 말고 있다.
다미 : 어딜 가. 니 머리두 짜를 건데.
선재 : 나중에.
명화 : 엄마가 우스워? 막 싫어?
선재 : (신발 신으며) 나중에.
다미 : (퍼머롤 몇 개 집어 던진다) 야!
S#100. 명화 식당 앞.
-선재, 계단 뛰어 내려와 두리번. 종수의 차가 서 있다.
-빵, 소리 내주는 종수, 선재, 꾸벅 하고 차 문을 연다. 긴장.
선재 : 저기, 강교수님이라는 분, 옷을 두구 나왔는데.
종수 : 얼른 타. 시간 없어.
S#101. 혜원 동네.
-종수의 차 언덕길 올라간다.
선재 : (불안) 왜 일루 와요?
종수 : 가보믄 알겠지.
S#102. 혜원 침실.
-혜원, 머리를 하나로 묶는다. 간편한 바지 차림.
S#103. 혜원 거실.
-선재, 어귀에 엉거주춤, 불안하게 서 있는데,
혜원 : 이선재?
-선재, 고개 든다.
-혜원이 이층에서 내려온다.
-선재, 엇, 그 여자?
S#104. 플래시 백. 어제.
-메인홀 무대에서 인서, 민우와 정겹게 얘기 나누는 혜원.
-인서와 민우의 연주, 한 손을 귀에 대고 집중하여 듣는 혜원.
S#105. 혜원 거실.
-선재, 비현실감 속에 계단 내려오는 혜원 멍하니 보고,
미순 : 차,
혜원 : 마실래?
선재 : (여전히 비현실) 아니요.
혜원 : (선재 앞을 휙 지나가며) 따라 와.
-벙하니 따라가는 선재. 그 눈에 혜원의 어깨가, 작지만 완강하다.
1부 끝.
|
첫댓글 감사합니다!! 집 파일로도 올려주시공!!!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