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갓산을 떠날 날이 왔다. 5박6일이 어찌 그리 빨리 지났는지 역시 이상할 정도이다. 이번 갓산에 오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11/12 시즌 중에 나의 모글 스킹 실력이 좀 늘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게 모글 골이 깊고, 피치가 길며, 경사가 대단한 갓산에서도 통하는가를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결과는 역시 실력이 조금 늘었다는 것.^^ 아주 잘 타는 건 아니나 분명 지난 해와는 달리 좀 더 자유롭게 스킹할 수 있었고, 달리는 거리도 많이 늘어났다. 그걸 확인한 것 만으로도 갓산에서의 며칠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년에는 캠프 기간 중에 비를 많이 만났었는데 희한하게도 갓산을 떠나오는 바로 그 날엔 하늘이 꼭 맑아졌다. 그러니 매번 그런 우연이 한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그건 어김 없었다. 오늘은 아침나절에 약간 흐렸던 어제보다도 훨씬 맑은 날이었다. 이번 캠프 중에는 맑은 날이 많았기에 오늘의 맑은 날씨를 보며 한탄을 할 필요는 없었다.^^ 내년에도 이런 행운이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래 오늘의 스케줄은 갓산을 떠나 곧장 센다이 공항으로 달리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사가에 시의 한 휴게소에 들러 쇼핑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센다이 공항까지 단숨에 달려 비행기 출발 시각을 고려할 때 충분한 여유를 두고 도착했다. 먼 길을 갈 때는 미리미리 움직이는 게 마음 조리지 않는 길이다. 탑승 수속을 하고, 공항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대합실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탑승이 시작되었는데, 비행기 좌석이 많이 비어 있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는 예정된 시각에 도착했다.
캠프 기간 중 팀원들 몇 분이 장비 문제를 겪긴 했지만 부상 같은 문제가 단 한 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바사와고야에서는 올해는 어떻게 작년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고 어른스러워졌냐(?)는 얘길했다던데, 작년의 그 분위기는 서 대장님이 분석하셨듯이 안경혜 양이 캠프에 참석함으로써 조성되었다는 게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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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갓산의 파노라마 사진. 아주 맑은 날이다. | |
아주 옅은 구름이 한 구석에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맑은 날은 갓산에서는 흔치 않다. 이번 캠프 팀원들은 그런 의미에서 행운아들이라 할 수 있다.^^ | |
캠프 내내 난 동이 트기 전에 우바사와 고야 앞에 나와 그 소옥 뒤가 밝아오는 걸 보곤 했다. | |
우바사와고야 부근의 머위. 정말 갓산은 머위, 너도밤나무, 그리고 산죽의 천국이다. 이젠 이렇게 움이 트는 머위 꽃순을 보면 식욕이 동한다.-_- 원래 한국에서는 꽃이 진 후에 움터 올라 넓은 잎이 되면 그걸 쪄서 쌈채로 사용하는 것이 머위인데, 갓산에서는 꽃순 튀김만 먹었다.(쌈채인 머위 잎은 쌉쌀하고도 매우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식욕이 없을 때 먹으면 좋다.) | |
이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을 듯하다.ㅋ 잎이나 꽃이나 매우 부드러운 단계이다. 실제로 손으로 뜯은 후 씹어 보기도 했는데, 그냥도 먹을 만 했다.ㅋ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서 먹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 |
숙소 주위엔 이렇게 움이 트는 많은 식물들이 있었다. 여긴 비로소 봄이 오는 중이다. 숙소 주위의 눈은 그래도 꽤 많이 녹은 편이다. | |
엄청나게 쌓이는 눈은 작은 나무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다. 아직도 나무의 상단은 무거운 눈에 눌려있다. | |
숙소 뒤로 돌아가니 보일러 실에서 나온 굴뚝이 있고, 산에서 녹아 내린 물을 흘려 보내는 배수구가 있었다. | |
이 호스들은 우바사와고야에서 사용하는 물의 수원과 연결된 것인 듯했다. | |
수조에서 연결된 수로는 산장 옆을 돌아 그 주변의 깊은 눈 한쪽으로 흘러 들어 커다란 설동을 형성하고 있었다. | |
갓산의 키낮은 산죽 위에도 눈이 덮였으나 일부는 녹았고, 일부는 수로에서 흘러든 물 때문에 만들어진 설동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 |
우리가 갓산에 도착하기 전날 엄마 곰이 아기 곰을 데리고 스키장 주변에 나타나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동물의 배설물인지 모르지만 눈 위에 이렇게 흔적을 남겼다. | |
어디서 많이 본 강아지다 싶었는데, 이 놈도 우바사와고야에서 살고 있는 녀석이었다. 저 통통한 강아지는 가끔 리프트 하차장에서 100m 정도 상단부터 설치된 T바 옆에서 놀고 있거나 자고 있던 바로 그 녀석이다. | |
우바사와고야 2층의 방 이름들이 다 적혀있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것처럼 이 방 이름들은 모두 야마가타현에 있는 산 이름들이다. | |
이 사진은 숙소 벽 한 켠에 있는 갓산 포스터에 있는 사진의 일부이다. 이게 바로 스키장이 아닌, 그 오른쪽 높은 곳에 있는 진짜 갓산 정상에 건립된 신사라 한다. 언제 스키가 아닌 트레킹 스케줄을 잡아 저길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리프트 하차장에서 2시간 반 정도 걸어올라가면 되는 곳이라 한다. 눈이 녹은 7월에서 10월 정도까지는 트레킹 시즌이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 |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는데 TV에서 이런 방송을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IT에 이렇게 반영된 듯하다.^^ 방사능 측정이 가능한 휴대폰이다. | |
아침 메뉴. Japanese Breakfast라고 불러야 할 듯. 미국식 조찬의 메뉴가 끼어 있으니... | |
에어는 이틀 전, 햇빛이 강할 때 선크림을 안 바른 상태에서 두건을 쓰는 게 귀찮다고 그걸 안 썼는데 고글 자리를 제외한 모든 얼굴이 검게 타 버렸고, 특히 코 끝이 새빨갛게 변해 버렸다. 후회막심이라지만 이미 저런 모양이 되었으니...^^; | |
우리는 떠나오고 한 일본 스키어는 스키를 둘러메고 갓산으로 향하고 있다. | |
갓산 리조트 인 앞에 우리 짐을 싣고 갈 니시카와 마치에서 나온 차가 기다리고 있다. 그 앞에 있는 분들은 일본인 스키어들. | |
도로 옆에 아직도 남은 눈더미 밑에 수선화가... | |
일본인 스키어들이 스키를 운반해 줄 차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우리 짐을 내리고 있는 무한궤도 차가 그들의 스키를 싣고 갈 것이다. | |
갓산 스키장의 사장님이 길가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차에 올라 인사를 하셨다. | |
산의 가파른 언덕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이곳만 해도 모든 나뭇잎이 스키장 부근에 비하여 훨씬 더 무성하다. 뒤는 시즈 온천 지구의 오색호와 연결된 호수의 상단인 듯하다. | |
야마가타 프리웨이로 향하는 길이다. 멀리 갓산이 보인다. | |
사가에 시가 시작되는 곳이다. 주변에 논도 많고, 사쿠란보 농장도 많다. | |
한 휴게소에 들렀는데, 작은 휴게소 쇼핑몰 앞에 꽤 큰 도벽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의 이름은 NishiDa라고 쓰여 있다. | |
식당 안 소파에서 잠시 쉬고 있는 서 대장님. | |
휴게소 안에는 야마가타현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꽤 많았다. 집사람이 식품은 사오지 말라고 했기에 아무 것도 못 샀다. 두 종류의 우메보시가 있었는데 아주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 |
작년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 |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아카시아꽃이 졌는데 여긴 한창이다. 우리나라보다는 기온이 낮은 듯. | |
갓산으로 향하며 봤던 사사야 스키장의 베이스인데, 클럽 하우스에 St. Mary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리프트 승차장과 스키장 사이에 야마가타 프리웨이가 건설되었기에 메인 리프트와 슬로프의 일부가 넓은 육교를 통해 프리웨이 위로 지나간다. | |
센다이 공항에서 수 백 미터 떨어진 곳인데, 작년의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집을 복구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 보면 이 일대와 우리가 지나온 미야기현 전체가 다 쓰나미가 덮쳤던 곳이다. | |
공항 1층에 야마가타 자오의 산정 사진이 보인다. 화산호의 물이 유황의 영향으로 짙은 옥빛을 띄고 있다. 엄청난 양의 유황이 물과 합쳐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건 [염산]인데...-_- 보긴 아름다우나 염산호?(전에 NGC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그런 화산호를 본 일이 있는데 상황이 같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 |
작년 3월의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시꺼먼 바닷물이 이 공항 활주로로 밀려드는 걸 보며 충격을 느낀 일이 있는데, 그 현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년의 뉴스 동영상이 머리를 맴돌아서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 |
아마 에어도 같은 생각을 하며 공항 활주로를 내다 보는 듯. | |
에어가 아이패드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얼굴 앞에 들고 있다.^^ | |
우리 집사람이 우리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 | |
첫댓글 아!!!!!
오늘도 기다렸던 마지막날 후기.....
5박6일간의 긴 여행이 힘드셨을텐데 후기까지 올려주시고...................
공항에 일찍 도착해 인사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사정상 살포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시30분 도착인줄 알았거든요) 얼굴도 못 뵈었네요.
캠프기간동안 스키타시랴 사진찍으시랴 또 멋진 후기 남기시랴 너무 많이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갓산에 안갔음에도 마치 갓산에 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고맙습니다 나머지는 마음에 담아 두겠습니다^^
중간에 앓아 눕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습니다. 저녁에 약을 먹고 나면 졸려서 일찍 잠이 든 탓에 술도 적게 멀고 조용히 지낸 것 같습니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5박 6일동안의 생활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의 실시간 후기로 지난 몇일간 시름 시름 ㅠㅠ 이제 끝났네요 ㅎㅎ 몇년전 갔던 그대로 추억속의 갓산이지만, 마치 다시 다녀온듯 생생해요
제가 다녀오지않았는데도 박사님 후기를 읽으니 마치 스키캠프에 참석한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후기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꼭 가고 싶었는데 일정상 또 실력이 미천하여 누가 되지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망설였는데 내년에는 실력을 늘려서 꼭 참석하려고 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이번 후기는 정말 대박!!
올해도 박사님과 함께해서 영광스럽습니다 ... 서대장님 과 함께한 모든분들과 즐거웠습니다
이번 캠프는 정말 날씨도 예술이며, 박사님의 후기도 예술이였습니다. 실시간으로 빠른소식, 함께 같이 하면서도 오늘의 후기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기대하게되고 기대만큼이나 훌륭한 후기가 아니였나 생각해 봅니다. 저녁시간은 박사님 후기 읽느라 시간이 금방 갔다는...ㅎ
히말라야 눕체의 살아있는 전설이신 배현철 등반 대장님을 알게 되어 기뻤고, 갓산하면 이갓산님 내외분과 같이 하여 즐거웠으며, 돈까스 도엽님과 식신원정대가 연상되는 영찬님~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재한군, 쉴틈 없이 셔터를 누르시는 박사님, 스키를 한방에 보내시는 설상스키님과 늘 모글과 같이하는 대장님, 순이... 모두와 함께 했던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게 되네요.^^
벌써, 저곳을 다녀왔는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좀 더 부지런히 쫒아다녀 더 배웠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무었보다도 좋은 분들과 함께 시간을 나눈점이 좋았습니다. 처음엔 카르스마 넘치던 서대장님이 알고 보니 간간히 던지는 유머가 일품이었고, 언제나 살갑게 대해 주신 에어형님 덕에 캠프에 잘적응 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함께 한 것만으로 영광인 박박사님에게 많은 말씀과 인생에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으며, 내내 쫒아다녔지만 귀찮아
안하시고 신경 써주신 철인! 배현철형님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힘든 코스나 피곤한 저녁에도 언제나 웃음을 보여주신 이원장님과 사모님, 서한철형님도 눈에 선하고 신동 같은 수직 실력상승의 도엽형님, 처음에 제 또래 인지 알고 슬금슬금 접근했지만 알고보니 훨신 연배가 높았던 미남 황박사님,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황지현누님과 재한이, 좀 더 있었으면 제가 많이 배우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먼저 가셔 아쉬운 윤인수님 모두, 모두 빠른시간내에 다시 뵙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면 오해하겠네.
언제 나를 안았나요?
다음에 웅진이라도 모여서 소주 한잔 합시다.
ㅎㅎ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정했슴돠~ 소주좋죠 꼭한잔해요~
ㅋㅋ다들 아쉬운 마음이 크신것 같네요~~
올시즌엔 더욱더 실력이 많이들 느실것같습니다~~^^
웅진에서 뵈요~~ㅎㅎㅎ
박사님 갓산에서 저 가르쳐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날에 들린 기념품샵에서 칼도 사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후기감하였습니다.
갓산에 담에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건 꼭 시즌말에 무릎을 다치니...
에어님 코 완전 어울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