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부천시 근로자 종합복지관에서 발행되는 사람풍경이라는 지역신문에 실린 최병성님 글입니다.
산에 다니는 사람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면서도 함부로 말하기도 어려운 내용인지라 지역신문을 빌어 함께 공유했으면 해요..^^
자연으로의 회기, 산행
놓치기 쉬운 산행 예절
등산은 이제 단순히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재충전을 위한 현대인의 휴식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을 오른다는 의미의 '등산(登山)' 보다는 산을 거닌다는 느낌의 '산행(山行)'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구요.
행복한 하루를 꿈꾸고 떠나는 산행은,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공통의 기대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심의 잘 정비된 도로와 공원을 거니는 것과는 달리 산길을 오르내리는 특수한 상황은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의식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타인의 산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산행 예절 중에서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어 잘 지켜지지 않는 아주 흔한 두 가지 경우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자연의 소리를 들을 권리를 빼앗지 말아야..
배낭에 스피커를 달고 다니며 음악을 틀어 놓거나 라디오를 듣는 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음악이란 것이 취향에 따라 소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산행에서의 걸음이 무리해서 뛰어가지 않는 이상 간격을 벌리기가 만만치도 않은데 산행 중 새소리, 계곡 물소리, 낙엽 밟는 소리,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온전히 하루를 맡기고 싶었던 분들로서는 정말 곤혹스런 상황이 됩니다.
휴일 하루만이라도 자연의 소리에 귀를 맡겨보세요. 넓고 푸르른 시야에 눈이 정화되듯이 자연의 맑은 소리에 귀가 행복해 집니다.
2.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산행 중 쉴만한 장소가 나오면 배낭을 잠시 풀고 간식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행 중 일행들과 오순도순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겠지요. 요즘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심코 과일껍질이나 라면국물 등을 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음식물은 썩기 때문에 자연정화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잠시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어난 다음에 그 자리에서 식사하실 분들, 그리고 내일 또 오실 다른 일행들께는 엄연히 불쾌한 쓰레기임에 틀림 없습니다.
여름철에는 밥 먹을 만한 장소에 파리만 득실거리는 것을 한번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이제는 먹었던 반찬그릇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오는 작은 실천을 통해 쾌적한 등산로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산을 찾지 않는 것이 최선의 자연보호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사람도 엄연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권리에 앞서 의무에 더 충실한 모습으로 임할 때 보다 당당한 자연인으로 자연 앞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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