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대전권의 젖줄인 대청호반을 달려보자. 그리 먼 길도 아니고, 시원한 호반 풍경과 문화재단지까지 돌아볼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겨울 호반으로 가는 길
과거에는 대형 다목적댐의 건설이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동강댐 건설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로, 댐 건설은 이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도 중요하고, 환경 보전과 수몰 지역의 주민들 문제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제쳐놓고 보면, 댐 건설로 만들어지는 인공호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휴식처를 제공해 준다. 자연호수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이런 인공호수에서나 호반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첩첩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의 아늑한 정경, 아침이면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호수의 물안개, 해질녘이면 호수를 물들이는 은근한 노을, 그리고 호반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의 상쾌함... 그리고 굳이 이런 호반의 매력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물은 그 자체로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산이 사람을 더욱 강인하고 굳세게 만든다면, 물은 그 반대로 사람을 조용한 평정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
이번 주는 시간이 나면 대전권의 젖줄인 대청호반을 달려보자. 그리 먼 길도 아니고, 시원한 호반 풍경과 문화재단지까지 돌아볼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국내 유일의 물 전시관, 대청호 물홍보관
대청호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두 고속도로는 남이분기점에서 합류해 대전으로 연결되는데, 남이분기점을 지나면 바로 청원 I.C가 나오고, 계속 죽전휴게소를 지나면 신탄진 I.C를 만난다. 신탄진 I.C를 나와 톨게이트를 지나면 바로 작은 사거리를 만나는데 여기서 그대로 직진하 면, 17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7번 국도를 타고 고가 도로를 지나 신탄진역을 지나면 바로 신탄진의 번화가인 신탄진 네거리가 나온다. 이 신탄진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2번 지방도로(신탄진 네거리에서는 대청길이라는 이정표가 있 다)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대청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이 길을 계속 달리면 대청호를 빠져나온 물줄기를 만나고 바로 대청호의 보조댐을 만난다. 이 보조댐을 지나면 검문소 삼거리를 만나는데, 이 삼거리에서 좌측 길을 택하는 것이 오늘 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 길을 계속 달려 대청댐 못미처에 대청댐 주차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이번 드라이브의 첫 기착지인 대청댐 물홍보관이 있다.
대청댐 물홍보관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덕유리, 대청댐 바로 옆에 있다. 이 대청댐 물홍보관은 물이 귀중한 자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시관이다. 이 물홍보관은 물에 관련된 전시관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것이며, '소중한 물', '물과 생활 ', '생명의 터' 라는 큰 주제로 구분되어 있는데, 만화나 터치스크린, 매직비전 등을 활용해 재미있고 알차게 꾸며져 있다. 물의 탄생에서부터 물의 일생 그리고 수자원의 중요성 등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시관 통로에 만들어진 소나기 터널은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잠시 소나기가 쏟아져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물홍보관은 바로 대청댐 옆에 있어 홍보관 옆으로 대청호의 시원한 정경을 바라볼 수 있 어, 대전 등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부근을 여행할 때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대청호의 풍광을 한눈에, 현암사
대청댐 물홍보관을 나와 대청댐 앞 다리를 건너 좌측 길로 조금 달리면 오가삼거리를 만난다. 이 오가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언덕길을 오르면 대청댐이 있고, 대청댐 길 건너편 산 중턱에 현암사가 있다.
현암사는 충북 청원군 현도면 하석리, 대청댐 앞에 우뚝 서 있는 구룡산 중턱에 자리한 작은 사찰이다.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다람쥐가 매달린 형상이라 하여 다람절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현암사는 절 자체보다 절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대청호의 물줄기가 용트림을 하듯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북한강을 내려다보는 남양주의 수종사와 함께 최고의 전망을 지닌 사찰로 꼽을 만하다.
이 현암사는 원효대사가 잠시 머물던 곳이기도 한데, 당시 원효대사는 천 년 후에 이 앞에 세 호수가 만들어진다고 예견하고, 대웅전의 편액을 삼호루(三湖樓)라 썼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또 세 개의 호수가 만들어지면 지형이 임금 왕(王) 자의 형태가 되어 국왕이 살게 된다고 하였다 한다. 실제로 천 년 후인 지금, 대청댐이 건설되어 세 개는 아니지만 큰 호수가 만들어졌고, 대통 령의 별장이 청남대가 이 부근에 있으니 이 예언은 거의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현암사에는 주차장이 없다. 입구의 좁은 공터나 이차선 도로에 차를 주차시켜야 한다. 아니 면 약 500m 정도 떨어진 대청댐 전망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도로에서 약 5~10분 정도 가파른 계단과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호수와 어우러진 전통가옥들, 문의문화재단지
현암사를 본 후 갔던 길을 계속 달리면 문의대교삼거리가 나오고 이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문의대교를 건너 5분쯤 달리면 이번 드라이브의 마지막 기착지인 문의문화재단지가 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청원군 문의면 문산리,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양성산 자락에 위치한 지방 문화재단지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신라 자비왕 17년(474년)에 축성된 산성이 있던 자리였는데, 1980년대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역의 문화재들을 이 자리에 모아놓고, 산성을 일부 보수해 1999년 문을 열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오래된 전통가옥을 둘러보는 재미도 괜찮지만, 문화재단지의 가옥들과 대청호가 어우러진 시원한 풍경도 일품이다.
문화재단지 안에는 문화재단지의 정문 역할을 하는 양성문과 옛 문의현의 객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문산관과, 청주의 역사와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문화유물전 시관이 있고, 수몰 지역의 민가인 양반가옥과 관정리, 노현리, 부강리 등의 민가를 옮겨 놓 았다. 이외에도 주막집, 토담집 등 전통가옥을 재현해 놓았고, 수몰 지역의 옛 비석들을 모 아놓았다. 또 흔히 남근석이라 불리는 기자석과 장승 등을 볼 수 있고, 대청호 국제환경심포 지엄에 출품되었던 조형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문화재단지 앞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데, 저녁이면 자동차 전용극장이 열린다.
문의문화재단지까지 돌아보았으면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 문의대교를 건너 문의대교삼거리까지 오면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 길을 계속 달리면 두모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두모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좌회전하여 이 길을 달리면 열고개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 고속도로 밑을 지나 17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달리면 외천사거리가 나오는데, 이 외천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청원 톨게이트가 나온다. 청원 I.C로 들어와 고속도로를 타면 이번 드라이브 일정은 끝이다.
이번 드라이브 코스는 대략 6~7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당일 가족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에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