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차.140529.목.서산시 대산읍-서산시 양길리
오늘은 집에 가는 날.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06:40에 나선다. 바다를 접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최선을 다
해 바다와 가까운 도로를 이용한다. 농부조차 보기 힘든 시골길에 개들만이 반긴다. 미리 예측이 어려운
바지 벗는 일이 발생한다. 대나무 숲으로 급히 뛰어들어 시원하게 해결하니 날 것 같다. 이른 아침 구수한
시골 특유의 냄새가 좋다. 바다는 없어도 조용한 시골의 아침 길을 걷는 것도 멋 있다. 걷는 일 자체가 주
목적이었으니 즐기면 된다. 걷고 또 걸으니 진정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집 떠난 지 6일째인 오
늘이 아마도 가장 더운 날씨인 듯하다. 어제까지 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땀이 조금 흐른다. 오늘이 양력으로 내 생일이다. 어머님이 그립고, 아내가 그립고, 미역국이 그립다. 3시
간만에 바다가 보인다. 그것도 잠시뿐. 연이은 엄청난 고갯길에 무한정 달려 있는 오디, 버찌를 만나 입과
손이 시뻘겋게 되도록 즐거운 데이트를 한다. 생각지 못한 어릴 적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동심을 자극하는
낭만의 시간이다. 무상 무념으로 걷다가 나를 위해 애쓰는 두발과의 대화를 위해 발걸음 수를 세어본다.
왼 발 오른 발을 1보로 하여 3천보를 세니 거의 4Km다. 발걸음 숫자 놀음에 어느새 서산시 양길리에 도착
한다. 13:40. 기다려도 잘 오지 않는 버스 시간에 맞춰 양길리 도착 기념으로 막걸리로 오늘을 마감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신 막걸리 중 최고로 비싼 2,000원이다. ‘이랬슈… 저랬슈…’하며 미소 짓는 양길리 슈
퍼아줌마가 좀 심했지만, 오늘은 내 생일 즐겁게 마신다.
해안따라 두발로 김기인
내 그림자 외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질 않는다
염전이라는 곳
지나가는 버스 한 대 구경하기 힘들다. 물론 사람도 없다
한 걸음 두 걸음 ... 수천을 세니 보인다
팔봉산이 보이지만 오르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다
먹지 마시오. 너무 비싸 2,000원
첫댓글 여행하다가 살기 좋은 전원이 있으면 콕 집어봐요
향후 노후에 가끔 쉬다 갈 만한 곳!
오늘도 중단 없이 고고!
솔직히 너무 비싸게 받는다. 내 평생 젤루 비싼 막걸리다. 그래두 양력 생일이니까 봐준다. 즐겁게 다니시는 게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