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춘이라는데
봄이 오기는 커녕
삭풍이 옷깃을 들썩이며
추위가 겨드랑이밑에 와서
날개를 푸득이고 있었지
네 다리에
핏줄이 엉겨 썩어가고 있을 무렵
어쩜 내 허파에는
타다만 담배연기가
악성종양을 키워내고 있을지도...
동상걸린 발가락처럼
늘 고름이 배어나오고
절단을 해야만 될
다리 한쪽은
먹물처럼
시커멓게 썩어가는 걸
십년 넘게 봄을 기다리듯
바라본 너한테
세상은
톱질을 해야하다니....
돌 틈을 돌아가는 계곡에도
해빙의 물소리가 들리고
겨우내 매달렸던 고드름도
이제 눈물을 흘리는데
전기줄을 울리는
겨울바람 소리와
마른 낙엽처럼
포도위를 몰려다니는 바람과
다리를 절단하는
전기톱의 금속성이
가슴을 아프게한다
핏줄이 서로붙는
선천성 질환이라던가
난 헤드 세트의 음악을 크게 틀고 눈을 감았다
암흑 속에서 허공을 떠도는
소녀의 눈물어린 표정속에
기다리던 봄이 오기를 빌지만
마치 막차도 끊긴 지하철역의 가판대처럼
여전히 쓸쓸한 기억의 편린이 머리속에 남는다
실종된 정서들을 모두 모아
너는 마음껏 글을 쓰고
시간의 이음새를 절단해
끊어지는 한쪽 다리에 매달아
과거에 던져버려라
그리고
앞으로는 불행과 고통을
모두잘라내고 제발 행복하길 기도해본다
마치 낯선 사람들처럼
친구들의 불쾌감과 조롱과 냉혹한 무표정이
가슴을 찢는 일도 더이상 없기를 소망해본다
아무도 너처럼
세상을 원망할 만큼 그런 고통은 없었겠지만
수없는 자살시도보다는
차라리 속아주렴
하늘이 위대한 작가를 만들기 위해
어쩜 너한테만 십년이 넘는
특별한 아픔과 고통을 주고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속으로 소리죽여 우는법을 가르쳐 주었는지도 모른다고
만약
네 가슴에
새롭게 봄이온다면
결코 겨울을 잊지말고
가슴 한켠에 묻어두렴......
고통은 이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정서이며
슬픔보다도 위대한 스승일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는
너한테는.....
카페 게시글
작가 유병기
다리를 잘라야 하는 어느 문학소녀에게.....
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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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
08.02.04 14: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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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가슴이 아픈 사연이군요,,,아람님 글속의 주인공이 다리를 잃은채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얼마나 힘겨울지...그 소녀의 마음에 봄은 올 수 있으려는지...아픈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어떤 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아픈 것 같은 생각 들기도 하지만 살펴보면 나보다 더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반도 넘지요,,, 안타까운 마음 두고 갑니다,
TV에서 어제밤 본 건데 동맥과 정맥이 서로 붙어 혈관이 터지고 살과 뼈가 ?는 선천적으로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이라네요그걸 다리 하나를 안자르려고 방학 때마다 수술을 해가면서 버텨왔는데 결국은......
가슴 절절한 감동에 잠시 눈시울을 붉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