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일기
남쪽 나라의 따뜻한 휴양지에 머물러 있는 내가
역마살에 시달린다
사치일까? 허영일까
아니
마음 쉴 곳이 필요해서 일게다
구조조정에다 해고 통보에다
오십 중반을 넘은 나는
요즈음
시끄러운 직장 생활이 눈치가 많이 보인다
이럴 땐 툴툴 털고 떠나고 싶은 방랑벽이 도진다
겨울철에 여름을 맛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유혹의 나라
국가 자체가 수도인 민주주의의 경찰국 미니국가
유교를 비롯한
청교도적 통치이념으로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싱가포르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를 돌아본다
역시 여름에 갔을 때보다는 겨울에 갔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기에 시선은 줄곧 차창 너머를 달린다
초록은 호사스런 노숙자들의 천국이다
어느 곳이든 자리를 깔고 앉기만 하면 뿌리가 내려지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기후 조건이기에
방랑자처럼 바람같이 오기도 하고
오대양 육대주를 표류하는 물고기들처럼
빗물따라 가기도 하고
겨우살이처럼 빌붙어 사는 식물들이 지천으로 있어 참 신기하다
사뭇 깨끗한 거리에 예쁘고 화려한 건물들이 줄지어
품위있는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거의 반독재 태형이 존재하는 국영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경제라고 칭하는
옥시덴탈리즘 2013년 유일한 아시아
선진국 1인당 PPP는 전 세계 톱 권을 달리고
인구 약 530만 명
아시아에서 제일 유명한 창이 국제공항이 있으며
항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얼굴과 자유로운 도시 분위가 제일 먼저
내 눈 안쪽에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이번 방문에는 급하게 휴가길에 오르면서
예약이 쉽지 않아 리틀 인디아 타운 세랑군 로드Serangoon Road
징소리에 놀란 동물을 의미하는
총 길이 25킬로미터 남에서 북으로 싱가폴에서
가장 긴 부킷(언덕) 티마(주석) 로드는
초창기 거리 중의 하나로 유서 깊은
1819년 영국의 래플즈 경이 동인도 회사를 차리기 위해
약 120명의 인도인 호위대와 함께 첫발을 디뎠다고 한다
이후 싱가포르가 동인도(동남아시아) 지역의
중개 무역항이 되어 중국인과 더불어
수많은 인도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캘커타 출신의 유태인계 인도인 Mr. Belilios는
가축 사육에 쉬운 토지와 풍부한 풀이 있는 곳이었던
인도인들의 상업지역인 동시에
주거지역으로서 여행자들은 인도를 체험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 거리
현재의 리틀인디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세랑 군 로드 좌, 우측으로 사원과 많은 인도 레스토랑
재래시장이 들어서 여행자들의 시선을 자극하는
헤나 페인팅으로 문신처럼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이곳에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싶다
지난번 묵었던 시내 호텔보다 더 여유로운 공간과
꽤 즐길 거리가 있는 장소였다
짐을 풀고
첫날이라 오차드로드에 가서 식사와
차이나타운 쇼핑을 마치고
주롱 새공원 들려 휴식을 취하고
야간 사파리까지 구경후
호텔로 들어와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고 꿀잠을 잤다
새벽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한바탕 지나가셨나 보다
거리가 촉촉하고 습한 기운이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종교를 향한 정성을 엿볼 수 있는
힌두교도들은 저마다 전통의복 차림새에
발가락이 다 보이는 쫄 슬리퍼를 신고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여유와 행복이 묻어나는 게
우리나라 풍경과는 사뭇 다른
아침기도 가는 기나긴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힌두 종교의식을 엿보고자
칼리 여신을 모시는 힌두 사원인
스리 비라마칼리아만 사원Sri Veeramakaliamman Temple을
한번 들러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힌두교는
특정한 교조나 교리
중앙집권적 권위나 위계조직이 없으며
다양한 신앙형태가 융합된 종교여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믿는 석가모니 불교나
하나님의 교리를 배우는 정서로는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바라문교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다른 여러 종족의
토착 신앙을 수용하면서 형성된 힌두교는 굽타(Gupta)
왕조의 성립(A.D. 320년)을 기점으로 한다.
이 사원은
신성의 개념 또는 의인화한 여성
때로는 위대한 이라 창조적인 힘
어머니의 우주와 상호 의존적인
파괴의 칼리 여신으로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죽음을 일깨워 주고
전염병과 질병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고 알려진
마리아만 여신을 모시고 있다.
벵골 1881년 건설 노동자의 발상지인
리틀 인디아 거리에 있는 사원으로
1827년부터 16년 동안에 걸쳐 타밀의 한 무역상인
나라이나 필라이Naraina Pillai가 개인재산을 들여서
드라비다 양식Dravdian style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신화에서나 볼 수 있는
15m의 탑에 신들과 소 사자 뱀 전사 등의
조각상으로 둘러싸여 있는
장엄하고 화려한 고푸람과
비슈누신이 그려진 제단화와 기이한 벽화에
다신교인 힌두교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천장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원 내에서 칼리의 이미지는
그녀의 두개골의 화환을 입고
그녀 피해자의 내부를 추출하고
칼리가 그녀의 아들과 함께
황금으로 색칠된 상반신은 코끼리
하반신은 인간의 모양인 가네샤는
남인도에서는 가장 영험하다는
엄숙한 종교의식을 펼치는 곳이다
무슬림과는 달리 이방인이라도
신발만 벗으면 누구나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기에
들어갔더니 신발을 잃어버릴까 걱정도 되고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탓인지
아니면 교도들이 청결하지 못한 탓인지
발바닥에 이물질이 많이 밟혀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다양성을 통일하여 하나의 종교로서의
구체적인 기능을 가능케 하는 것은 카스트 제도인
스리 비 라마 칼리아 만 사원에서의 경험은 해볼 만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동네 한 바퀴 후
샤워를 마치고
대표적인 인도 공동체 구역
길거리 점쟁이와 앵무새
자스민 화환을 파는 꽃장수
짐수레에서 카창 푸테(볶은 땅콩)를 파는 장수
길가의 신문팔이 등
향신료와 꽃들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
세랑군 로드Serangoon Road와 캠벨 레인Campbell Lane
던롭 스트리트Dunlop Street 힌돈 로드Hindon Road
같은 작은 골복길에
아유르베다식 마사지 오일 금 향
다양한 원단을 파는 노점들과
헤스팅스 거리
닥슨 로드의 레스토랑과
중국계 주민이 운영하는 커피숍들
코말라 빌라스Komala Villas
바나나 잎 아폴로Banana Leaf Apolo
무투즈 커리Muthu’s Curry음식과
구 테카 마켓Tekka Market과 푸드 센터에서
로티 프라타(납작한 빵)와 토사이(인도식 팬케이크)같은
인도 호커푸드hawker food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두루 둘러보고
각종 양념의 냄새가 조금은 비위에 거슬렸지만
아침 식사를 위해
언제나 그렇듯 지역 음식을 맛보아야 하지만
비위가 약한 탓에 늘 실패를 했었다
이날도 고심 끝에
가격이 저렴해 마음 편히 인도식 요리인
에디야팜 삼바 소씨 쏘사이스 차파티스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난번 고생했던 기억이 나
우선 눈에 조금 익숙한 재료가 들어 있는
음식을 한 접시 비우고 차도 한잔 하고 일어났다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별난 냄새가 뿜어져
코를 자극하면 그리 상쾌하진 않지만
그들만의 요리인 카레 의복 꽃장식
종교의식에 쓰이는 집기 등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냄새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매일 저녁 무렵부터 온갖 네온사인이 켜지는데
주점 앞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호객 행위가 심하다
못 이기는 척 흥정을 마치고
전통 맥줏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와 술도 한잔 하고
포켓볼도 치고 한바탕 피로를 풀고
세랑군 로드와 사이에드 알위 로드Syed Alwi Road
모퉁이에 24시간 쇼핑센터 무스타파 센터Mustafa Centre는
가정용품 장식물 음식물 인도 향신료 의상과 직물
전자 기기 등
많은 보석점 레코드 카세트 행상들이 길을 메우며
또 다른 모습으로 밤거리는 북적인다
모든 물품 가격이 저렴하기에 몇 가지
선물용품과 액세서리 몇 점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핸드폰 가게에는 삼성 핸드폰에
늘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활기차고 전통문화가 돋보이는
영국의 식민지 정책 시 남인도에서 이주해온
인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리틀 인디아에는
진한 카레 냄새만이 아직도 코끝을 자극한다
삼일째 되는 날
시원하고 쎅시해 보이는 의상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머라이언 파크에 들려 리버 크루즈에 몸을 실어
주변 관광을 마치고 지갑만 두둑이 채우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건물로 달려갔다
여전히 입구엔
호텔에서 운영하는 슈퍼 카 렌트 차량 3대가 나란히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카지노 고급 쇼핑몰 식당 등이 있는 복합 쇼핑
현존하는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와
내셔널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관광객들을 붙잡아 들이고 있다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야
사람들이 알아주듯이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어야
브랜드로 인정받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은
부가 모여드는 중심지로서
홍콩과 비교하면 말레이시아와 이슬람권
유대인 부호들의 자주 들러는 곳이란다
마천루의 아찔함을 그대로 살린 57층 꼭대기
배 모양 스카이 파크 수영장은
대학생 커플도 하루쯤 들르는 명소로 손꼽힌다
동서 해상 교통의 중요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자유무역항으로 번창한 현실의 센트럼
말레이어로는 싱아푸라Singapura
'사자의 도시'라는 의미인데
싱가포르 전설에
인도네시아 스리비자야 왕국의
'상 닐라 우타마Sang Nila Utama` 왕자가
여기로 표류해 와서 바닷가에 있는
사자를 보고 붙인 이름
마스코트마저도 머라이언이라 붙였다고 한다
꼭대기 오픈 바 스카이 온 57은
싱가포르 항을 내려다보며
우연한 만남이라도 기대되는 분위기에 취해
마치 쎈치멘탈한 귀부인이라도 된듯했다
쾌적한 연결 통로를 따라
실내 중심을 따라 돌고 도는 수로
깨끗한 물 위에 배를 타고
화려한 조명과 시선을 받으며 낭만을 즐기기엔
매우 사치스럽긴 하지만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다
요것조것 배부르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와
명품 가게 점원 총각은 한국 스터디에 다닌다며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사치는 허영인 줄 알면서 유혹을 물리지 못하고
백 단위가 훨씬 넘는 핸드백을 덥석 사고 말기도 했던
쇼핑은 하루 종일 이어졌고
어둠이 내리자
광장 앞 호수 위에 펼쳐지는 레이저 쇼는 환상 그 자체였다
곽 짜여진 일정에 2박 3일밖에 머물지는 못하고 발리로 날아갔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한 일본은
"쇼와의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
소남도昭南島라고 불렀다는 싱가포르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를 만끽했던 그곳
직업 전향을 해야 하는 마음 시끄러운 요즈음
그곳이 다시 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