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정기총회 및 제4차 연구대회 참관기]
일본 성년후견 현황과 Legal Support의 활약
― 엄덕수 법무사 (법학박사,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수석부이사장)
1. 한․일 양국 법무사들의 성년후견 업무 교류협약
일본 성년후견 활성화를 주도해온 중요 조직 중 하나가 「공익사단법인 성년후견센터 리걸서포트(LS)」이다. 이 단체의 역할과 활동모습을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일은, 성년후견제도 시행 첫돌을 맞은 한국사회가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대한법무사협회 소속, 이하 ‘후견본부’)는 금년 5월에 교수 및 법무사 1명씩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했다. 제3회 성년후견 세계대회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2006년) 제12조에 기초한 성년후견 최근 동향을 배워오기 위해서였다.
후견본부는 법 시행 직전인 작년 6. 30. 리걸서포트 마츠이(松井秀樹) 이사장 등을 초빙하여 일본의 성년후견 활동과 후견사례 등을 경청했다. 두 후견단체는 아시아지역 후견제도 발전을 위해 교류협약(MOU)도 체결했다. 필자는 이에 기한 후견본부 방문단 일원으로 지난 6월 하순에 그동안 말로만 듣던 리걸서포트 활동현장을 체험하였다. 성년후견 제1호 법학박사인 청주대 백승흠 교수님이 함께 했다.
6월 20일 16시, 후견본부 창립 때 방한했던 하가유(芳賀裕) 직전 회장이 신치토세(新千歲)공항에 영접을 나왔다. 쉐라톤 삿포로호텔에 도착하자 그는 작은 회의실에서 우리가 요청한 푸짐한 관련 자료들을 나눠주며 2시간 넘게 일본 성년후견 및 리걸서포트 현황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2. 일본의 성년후견 현황 (한국과의 제도운영 비교)
[정보공개] 우리 대법원은 성년후견 사건을 ‘가사비송’사건에 포함시켜, 전혀 통계를 알기 어렵다. 일일이 목적을 밝히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고, 회신이 늦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에는 유형별(후견감독인 포함) 성년후견 접수건수, 종국구분(인용, 각하, 기타)별, 심리기간(2~6개월)별, 심판청구인과 본인과의 관계별, 심판청구인(자치단체장)별, 본인(피후견인)의 성별․연령별 비율, 심판청구 이유별, 정신감정 여부 및 감정기간과 감정비용별 비율, 성년후견인 등과 본인과의 관계별, 후견지원신탁 이용상황별 각 통계가 매월 자세히 공시된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 느꼈다.
[사건통계 추이] 2013년 일본 성년후견 접수사건은 총34,548건이다. 유형별로 2012년보다 보좌는 5.7%, 보조는 1.4%, 임의후견감독인선임은 4.5%씩 각 증가됐고, (성년)후견만 1.5% 줄었다.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바람직한 변화추세이다.
이에 비하여 한국은 지난 5월말까지 시행 11개월간 총1,813건(성년 1,483, 한정 190, 특정 129, 임의감독 11)이 접수됐다. 2012. 12.까지 금치산․한정치산 누적 건수가 1,342건이었으므로, 그 누계의 1.5배 정도(첫해에 약2천건)로 성년후견 새 심판청구가 있었던 셈이다. 일본에서는 1997년 금치산․준금치산 3,300건이던 것이 2000. 4. 성년후견을 시행하던 첫해에 3배 가까운 약9천건이나 접수됐다.
일본민법은 성년연령이 20세이지만 한국은 19세로 성년이 된다. 그러나 일본의 인구가 127,103,388명(세계10위)인데 비하여, 대한민국 인구는 49,039,986명(세계26위)에 불과하다. 법 시행시기도 13년 이상 빨랐으므로, 사건수 만으로 비교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사건통계를 분석하면서, 사건 수 증가 추이와 고령화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기초로 우리 성년후견 사건수가 일본보다 더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2014.6.30.자 보도자료). 너무 낙관적인 전망 아닐까? 법원과 보건복지부, 지자체, 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제3자 후견인 비율] 대법원은 일본과는 달리, 본인과 후견인의 관계별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S 법조팀이 대법원에 확인한 전국 집계(2014.7.18. TV뉴스)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선임된 성년후견인은 총 796명이고 그 중 전문가 후견인은 86명(10.8%)이라고 한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는 1년간 선임된 후견인 총 121명 중 친족후견이 111명(91.8%)이고, 전문가 및 시민후견인이 각5명(4.1%)이라 한다(가정법원 김윤정 판사의 2014.7.1. 국회 세미나 발표자료). 일본도 초기에는 비슷했으나, 제3자 후견인비율이 2012년에 51.5%, 2013년에는 57.8%나 되어 빠른 속도로 친족후견인 비율을 압도하고 있었다(후견의 객관화, 사회화 현상). 2013년 분야별 일본 후견인 수는 자녀가 7,594명, 법무사(사법서사) 7,295명, 변호사 5,870명, 사회복지사 3,332명이었다.
[일괄면접과 전문직후견인] 우리 가정법원은 각 전문직단체가 대법원 표준커리큘럼에 따라 엄격하게 양성하여 추천한 후보자를 1차 서류심사로 대거 탈락시키고 다시 일괄면접에 합격해야 후보자명부에 올린다. 그러나 일본 가정재판소는 추천된 전문직 전부를 후보명부에 올리고 후견 개시결정 직전에 서면심사로 선정된 자를 심문(면접)하여 최종 선임한다고 한다. 후견연수를 마친 전문직 종사자들의 성년후견 운영에 불신과 좌절감을 없애려면 우리도 추천후보자를 명부에 일괄 등재하는 일본 방식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리걸 서포트의 조직 현황과 제17차 삿포로 정기총회
[조직과 예산] 1999. 12.에 설립된 리걸서포트(2011년에 공익사단법인 인가)는 작년에 보고서제출을 하지 않은 회원 4명을 제명했고, 개인 122명과 10개 법인이 새로 회원이 됐다. 현재 정회원은 개인사법서사 6,461명, 사법서사법인 82개이다, 일본 전국사법서사의 약1/3이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회비납부 및 보고서제출 등 의무를 이행하며, 전국 각 지역(都道府縣)에 50개 지부가 있다.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보다 정회원이 10배나 많다.
2014년도(14.4.1.~15.3.31.) 경상세입은 71억원(약7억엔)이고, 그 중에 정회원의 정액 및 정률 징수회비가 61억원 규모이다. 2011년까지는 매년 1억원 정도 닛시렌(일본사법서사회연합회)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제는 재정자립을 달성한 셈이다.
[정기총회] 리걸서포트는 도쿄와 지방도시를 번갈아 가면서 총회를 갖는다. 6월 21일 12:30 쉐라톤호텔 4층에 전국 250여명의 정회원이 참석하여 제17회 정시(定時)총회 개회식이 거행됐다. 법무대신과 후생노동대신, 최고재판소 가정국장, 삿포로 가정재판소장, 법무성 민사국장 등이 초청됐으나 일부는 출석, 일부는 화환 등으로 대신했다. 개회사와 내빈소개에 이어, 한국성년후견본부 송종률 이사장이 먼저 축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곧 퇴장하고, 정회원들은 작년 결산승인, 금년도 예산안의결, 정관 및 규칙개정과 임원선출이 있었다. 이사 1명 사임에 따라 사회복지사협회 간부를 그 후임으로 뽑았다.
[홋카이도대학 등 방문] 한국 방문단은 오후에 회의장을 나와서, 홋카이도대학 로스쿨 민법강사인 고영아 박사의 안내로 대학캠퍼스와 인근 시가지를 둘러봤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1876년에 W.S.Clark학장이 농학교로 개교했다. 정문 안의 클라크 흉상에 Boys, be ambitious! 라는 교훈이 새겨져 있었다.
4. 리걸 서포트 제4차 연구대회 (총회 제2일차)
[특별강연] 22일 09시 필자가 먼저「한국 성년후견제도의 개요」(법규정 차이와 실무현황)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방대한 자료를 30분에 끝내기 위해, 슬라이드와 요약 시나리오로 통역을 맡은 박혜진 법무사와 리허설을 했다. 250명 회원은 숙연한 자세로 경청했다. 한국의 특정후견제도, 의료행위 동의권과 신상보호 규정, 실무운영형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이어서 구숙경 사무총장이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의 운영현황」(회원, 조직, 활동내용)에 대해 슬라이드로 강연했다. ‘따뜻한 후견인’운동이 매우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3개 분과회] 특별강연 후 3개 분과회(working party)별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 제1분과(성년후견제도의 轉用문제) : 도쿄지방재판소가 2013. 3. 피후견인의 선거권을 배제한 공직선거법 위헌판결을 했다. 일본 국회는 곧 선거권을 주는 법 개정을 하여 작년 6월말 시행됐다. 니가타대학 카미야마(上山 泰)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일본 민법의 후견제도가 선거법, 공무원법, 각 자젹사법 등에 전용되어 획일적 자격박탈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했다. 3인의 사법서사가 공무원법, 정신보건복지법 및 기타 공법상 행위별로 각론 연구발표를 하고 교수가 강평을 하였다.
• 제2분과(제3자후견인의 신원보증문제) : 와세다대학 요시다(吉田)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입소계약 때 전문직 후견인에게 신원보증이나 신원인수를 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이 쟁점이었다. 신상보호를 하는 후견인에게 민법의 재산보증을 넘는 큰 부담이었다. 앙케이트 등 실태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홋카이도 의과대학 간호복지학교수도 토론에 참여했다.
• 제3분과(시민후견인 육성사업의 추진의의) : 하가유 상담역이 코디네이터로 발제하였고 5인의 사법서사가 패널리스트로 토론에 참가했다. 일본은 2013년 지자체장이 심판청구한 사건은 5,046건이었다. 그러나 전문직 아닌 순수한 시민후견인 선임은 167건에 불과했다. 이에 지자체들이 노인복지법 등에 기하여 시민후견인육성사업을 하려고 하였다. 리걸서포트는 지자체들 요청에 따라 작년 9월에 이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날 50개 LS 지역조직을 통하여 육성사업 지원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5. 마치면서 (성년후견에는 직역도 국경도 없어야)
‘따뜻한 법률복지’ ― 인권의 연장개념인 성년후견(AG)에는, 국경도 직역 경쟁도 없어야 한다. 전문직들도 이제 재능 일부를 무료로(pro bono) 지적 장애인이나 독거 치매어르신에게 기부해야 할 것이다. 마츠이 이사장을 비롯한 리걸서포트 간부들은 한국의 ‘따뜻한 후견’운동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누구의 아이디어였냐고 묻기도 했다. 자기들은 「보수 없으면 후견 없다」는 전문직 관념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베정권 등장 후 현해탄의 파고가 높아지고 국민감정이 민감해졌다. 그러나 두 나라 성년후견 실무자들은 이날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13년이나 늦게 출발한 한국이지만 일본법보다 앞선 내용이 많아 그들의 부러움을 샀다. 일본은 금년 2월에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비준되어 한국보다 6년이나 늦었다. 성년후견 지원입법인 발달장애인법과 경기도 성년후견조례 제정도 일본보다 앞선 성과였다.
성년후견은 재산관리 중심의 금치산제도와는 달리,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람중심의 법률제도이다. 판단능력이 부족한 ‘살아있는 사람’의 재산은 물론 그의 자유와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제도이고, 의사결정을 대신하기보다 그 결정을 조력하는 것이다. 두 나라 후견단체 실무자들은 이 방향으로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2014. 7. 22. 이 내용을 요약한 삿포로 탐방기가 7월 28일자 법률신문에 게재될 예정임).
첫댓글 성년후견(Adult Guardianship) 제도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에 재산이 있어도 자기를 위해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본인 의사에 반하여 요양원에 가서 살다가 자연사해야 하고, 땀흘려 모은 내 재산을 나의 치료비나 도우미(간병인 등) 고용에 못 써보고, 깡그리 그대로 자녀들 손에 상속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치매 등 노환이 오기 전에 미리 <후견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고 가정법원에 등기를 해 뒀다가 내게 갑자기 병이 찾아오면 내가 미리 지정한 법무사나 등이 가정법원의 감독 하에 내 뜻에 따라 관리하고 지출하도록 하는 새로운 <안심 노후대책>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2014.6.30. 대법원 보도자료 제1면 내용 참조).
7.28.자 법률신문 제12면 전체로 기고 되었네요. 훌륭한 기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