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6:00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해둔 속리산행 6:30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12일은 30주년 첫공연 행사로 인해 이틀만 산행하고 다시 올라온 후에 13일날 경아언니가 가는 곳에 합류를 해야 한다. 늘 그런 것이지만, 대간을 하려고 집을 나서면 계속 처음 나서는 것 같은 같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산이고 대간길이건만 어찌 이리 매일 나서는 길마다 새로운 흥분과 두려움이 생기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 앉아 있는 동서울도 무언가 같은 시간대이긴 하나 다른공간에서 차를 기다리는 것 같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다. 7:00 광주의 전화, 누나 혼자? 아이.. 가지 말아요. 사람들이 겨울에 안가는 이유가 있어요. 라며... 그 전화 한통에................. 집을 나설때의 용기와 패기는 사라졌다. 하하하하하하하.................... 웃는 소리가 맞는지.....
눈물이 날것 같다. 명절에 아쉬운 부모님을 뒤로하고 와서 그런가.... 유난히 쓸쓸하고 외롭다 서글프고... 친구에게 전화하니 가지 말고 올라오란다.
별은 참 밝다 그리고 난 엄마한테 가고싶다 ㅠㅠ 9:38 상판리 착. 친절한 기사님이 낼 아침 몇시에 차타는지 물어보신다 속리산 기본코스로 산행하는줄 아시나보다. 속리산은 속리산이나.. 조금 다른 속리산이지. 친절함에 참 정겹고,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듯 하다. 10:00 픽업 나오신 산장님과 함께 산장 도착. 다정님이 차려주시는 밥에 김장김치와 돼지고기를 더해 맛나게 한그릇 뚝딱하고 나는 난로옆에 침대를 깔고 전기장판까지 깔고 자리를 잡았다. 저번에 밖에 전기판넬이 깔린 방이 너무 추워서 미안했다며 본체에서 자라고 하신다. 방안에서 자면 더 편한데 방안이 더 추워서 여기 난로 옆에서 자라고 어렵게 배려를 해주신다.
배도 두둑하고 족토마라는 분의 블로그를 통해 내일 구간과 모레 구간이 상태가 어렵지 않음을 확인하고 나니 방금까지 밀려오던 두려움과 외로움은 사라졌다. 가보지 못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을 얼마나 나약하고 작게 만드는지 다시 한번 실감한다. 네이버 블로거 "적토마"님은 다정님이 얘기하셨던 문장대 알바를 하셨던 분이다. 분명히 오른쪽에 있는 한글 표지석 옆 출입금지 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불구하고 왼쪽으로 간걸 보면 그분도 후기에 써놓은 것처럼 분명히 귀신장난일 것이란다. 우리 좌돌산우님들과 여러 산우님들도 알바는 어려운데서 하는것이 아니라 정말 어이 없이 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산에 심심한 터줏대감이 또 있는가보다.
내 두려움은 앎으로 인해 그리고 남의 경험을 내 경험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감을 얻고 한결 편안해졌다. 유난히 밝은 별은 오던 버스에서 보던 것과 상판리에서 내려서 보던 것과 분명히 같은 별이지만, 다른 별로 내게 다가온다.
아이구 간사한 마음을 안고 내일 산행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두려움은 이미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10일>> 6:50 피앗재 산장 출발. 어제 내려왔던 길 오늘 다시 오르는 길. 7:22 피앗재 도착. 짧지만 바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7:25 피앗재 출발. 7:34 올라오니 왼편으로 아침기운에 환하게 반짝이는 천왕봉이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해가 뜨려고 하늘이 히뿌윰하니 밝아온다. 7:52 667봉 도착. 왼편에 있던 천왕봉은 이제는 정면에 있다. 8:08 해는 오른쪽에서 따라오더니 어느샌가 지치지 말라며 뒤에서 밀어주고, 왼쪽에서 같이 간다. 약간의 암릉에서 우회하지 않고 암릉으로 올라와 보니 정면에 천왕봉이 보이면서 조명이 탁 트인다. 8:12 능선을 따라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이 나오면서 산이 재미있어 진다. 어느새 천왕봉은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와 있다. 8:16 725봉 도착. 천왕봉을 계속 오른쪽으로 두며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8:27 산죽밭 지나 703봉을 향하여 8:33 703 봉 도착. 내리막 시작 8:48 잠시 조망한다. 내가 좋아하는 암릉 능선길이 맘에 든다. 9:38 천왕봉 도착. 사방을 둘러봐도 멋진 바위와 멋진 산그리메들이다. 요 쪼매난 내가 여기에 있구나. 9:57 개 짖는 소리도 들리고 아랫마을에서 사람소리도 들리고 앞쪽 봉우리에서도 사람소리가 들린다. 360도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간단히 요기도 하고 천왕봉 출발. 10:11 문장대, 비선대쪽 멋진 바위를 바라보며 계속 진행한다. 10:31 석문을 지났다. 바위와 어우러지는 하늘과 숲이 너무 아름다워 핸드폰이 쉴 틈이 없다. 고릴라 바위는 오랜세월 앉아서 이 풍경을 보았을텐데, 하나도 지겨워하지 않고 매 순간순간 새로워하는 것 같다. 고릴라 바위를 지나 잘 놓여진 나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난 만들어진 나무계단보다 자연스러운 암릉길이 더 마음에 든다. 다정님 말씀이 이 구간에 나무 계단이 놓이면서 훨씬 편해졌지만 예전의 암릉길의 아기자기함은 사라졌다고 하신다. 10:45 입석대 도착. 이석대를 지나니 저 바위 옆으로 소나무 하나가 있지 않을 것 같은 곳에 꼭 있어야 한다는 폼으로 멋지게 서있구나. 바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오르니 평탄한 바위가 비스듬하게, 널찍하니 좋고 방금 그 소나무가 멋지게 자리했다. 전망이 최고의 명당이다. 골리라가 웅크리고 있? 듯한 바위, 코뿔소가 누워 있는 것 같은 바위, 사람이 하늘보고 누워 있는 것 같은 바위 등 여러모양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들이 듬직하다. 11:08 문장대가 1.3키로 남은 지점이다. 결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내 마음은 결전을 향해 치닫는데 옆의 평평한 사람얼굴 형상의 바위의 미소가 위안을 준다. 11:11 신선대 매점 착. 냉커피라는 문구가 마음을 휘잡아 마시고 싶었으나 겨울이라 그런지 냉커피는 판매 안한다. 내려놓던 배낭 다시 짊어지고 바로 출발. 11:27 바위를 깍아 만든 돌계단이 아주 기품있다. 11:40 문장대 밑 초소 도착. 국립공원 직원분들이 플랭카드를 손보고 계시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거나 쉬고 있다. 나는 벌써부터 범법자가 된 듯 하다. 11:44 문장대. 조그마한 표지석이 훨씬 정감이 있구나. 위쪽에 철계단을 따라 전망대도 올라갔다 왔지만 내 마음은 이미 출입금지 표지판에 가 닿아서 움직일 줄 모른다. 11:52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로 가면 어디가 나오느냐고 묻는 등산객의 소리를 뒤로하고 헬기장을 향해 부지런히, 도둑놈마냥 걷는다. 11:55 헬기장. 뭔가 성공한 듯한 기분. 그리고 찝찝함. 적외선 카메라의 다정한 음성을 뒤로 하고 계속 전진 전진 . 그러나 내 뒤통수는 여전히 근질근질,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잡을 것 같아 속도를 늦출수가 없다.ㅣ 12:02 첫번째 바위 도착. 다정님의 전화, 서로 소리지르면 들릴 거리에 있다며... 구원군 도착입니다요~~ 하하하 소리질러!! 보니 다정님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바로 앞에 계시네. 배낭을 메고 통과할 수 없다는 곳이기에 우선 로프타고 오른 후 바위위에 배낭 올려놓고 구멍으로 통과, 다시 좁은 바위사이로 로프잡고 내려오니 12:09 아저씨 조우 점심 먹고 출발, 바위사이 길이 아닌 산죽 길로 난 길로 우회도 하면서 계속 통과 통과. 로프가 아래로 늘어진 길. 대장님 께서도 이 구간에서 로프가 ?아서 소나무 잡고 어렵게 내려오셨다고 했는데 로프는 기일게 아주 잘 내려와 있었다. 산죽길도 나오고 다시 바위 사이를 요리죠리 .. 가장 어렵다는 급경사 내리막 도착, 급경사 내린 후에 바위밑으로 통과해서 지나가야 하는 길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정님이 다리를 양옆으로 벌려서 착 착 착 착 내려가라고 코치해 주신 덕분^^ 이젠 옆으로 기어가야 하는 게 걸음길.. 큰 배낭을 메고는 조금 꽉 낄 것 같은 길이다. 하지만 옆으로 게처럼 누워서 가면 어렵지 않다. 1:07 난 이 구간이 제일 어려웁게 느껴졌다. 다들 조망이 트이는 이 바위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헤멘다고 한다. 특히 밤에는. 올라오면 닥히 길이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살짝 더 나아가서 보면 아래로 조금 덜어진 곳에 바위가 있고 그 바위를 밟고 돌아서 지나가야 한다. 이곳이 바위를 안고 넘어가든가. 아니면 앉아서 우선 다리를 내리고 진행해야 하는데 난 여기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2:14 594봉 도착. 2:42 밤티재 착. 아저씨와는 여기서 헤어져서 늘재에서 기다려 주시기로 하고 나만 혼자 진행하기로 한다. 동물통과 지역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서 반대족을 보면 대간꾼의 걸음으로 새로 생긴 길이 훤히 보인다. 무릎에 약간의 이상이 있다. 늘재가지 가는 동안 잘 살펴서 내일 진행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겠다. 13일날 경아언니와의 대간길도 약속이 되어 있어서 몸을 잘 살펴야 한다. 3:12 전망이 트이는 바위암릉에 오르는 길에서 약간... 어디로? 할때 써니언니의 대간 리본과 광주의 리본이 보인다. 바위와 소나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멋진 소나무에 기대 역광으로 사진도 한장. 4:14 늘재 도착. 기다리고 계신던 다정님과 귀가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 친근함은 뭐지? 내일은 진행을 안하고 여기까지만 진행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무릎이 마음에 걸린다. 내일 코스는 좀 긴데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하여 다음을 기약하고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산장에서 짐을 사들고 상판리로 이동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 겨울에 혼자서 가지 말라는 구간을 다정님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진행할수 있었다. 이번 산행에서 드는 많은 생각들 중 하나는 내 마음속 두려움이란 놈과 대면하는 일이었다. 짜식.... << 사진>>
↓큰 배낭은 확실히 어려울 것 같은 곳. 옆으로 살짝 누워서 지나가면 된다. ↓여기만 위험하고 다른 곳은 전부 다 일반산행정도인 듯 했다. 배 나온 사람은 바위를 바라보면서 건너긴 힘들고 여자분들도 우선 앉아서 다리를 먼저 건너돌에 대고 건너가면 쉽다. 하지만,, 처음에 발을 디딜려면 은근 겁나는 곳이다. *먼저 건너가신 다정님^^ |
출처: 연극만세 원문보기 글쓴이: 연극만세
첫댓글 천왕봉에서의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다정님하고의 우정산행도 멋있고요~ 즐감하고 갑니다
겨울동안 미뤄둔 문장대 능선을 넘으셨군요. 다음 난관은 대야산~버리미기재 되겠네요.
겨울에 넘었는데^^*... ㅎㅎㅎ
아, 그렇네요. 눈이 별로 안 보여서요.ㅎㅎ
겨울에는 혼자 넘기가 힘들다고하는
밤티재를 다정님의 도움으로 통과하셨네요
천왕봉의 경치가 아주 시원합니다
그속에 연극만세님도 행복해보입니다
다음글이 기다려지네요
역시 대간산행기가 짱이네요 ㅎ
만수르 구단주께서 엑스트라로 출연하셧네요
ㅎ
미루어두었던 피앗재~늘재 산행 후기를 올려 주셨군요.
밤티재 구간에서는 다정님과 함께 하시면서~
언제 보아도 대간 길은 정감어린 느낌으로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만만치 않은 구간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이어지는 멋스럽고 안전한 여정 기대합니다.
두 주 앞으로 다가온 모임에서도 뵐 수 있었으면요...
엑스트라로 출연한 산행기 올라 온 줄도 모르고...
인제야 보네요
요즘 피앗재산장 황토방 공사하느라...
문장대 밤티 구간... 겨울엔 난코스이긴하지만... 거의 봄날 수준이라
연극만세님 혼자라도 잘 지나 갈 수 있었을 겁니다.
밤티재를 겨울가셨네요~~
고생 좀 하셨겠네요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다정님이 계셨거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