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부연동 마을>을 검색어로 하여 엔터를 치면 부연동과 마을 사이에 어김없이 위치하는 단어는 오지(奧地)다.
부연동 오지마을.
이 곳을 추천한 우리 독자도 부연동에 오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부연동 뿐이 아니라, 이번에 함께 답사한 법수치나 노추산 계곡 마을에도 오지라는 두글자는 샴 쌍둥이처럼 늘 이들과 함께한다.
두메 산골 정도로 정의되는 사전적 의미로 따진다면 이건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땅덩어리, 애써 찾지 않으면 숨은그림찾기의 그림으로 남아있는 곳, 그리고 오프로드... 부연동이 딱 이렇다. 법수치도 노추산도..
허나, 여행적 의미에서 오지를 정의내릴 때 오지가 주는 느낌은 환타지다. 문명세계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고,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은 외래인의 방문에 마구 신기해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신비감은 있어야 그걸 오지라고 부를만 하다. 그런데가 울 나라에 있냐구? 물론 있다. 어디냐구? 안갈켜줄랜다.
그렇게 본다면, 오지라는 곳은,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든 세상에 공개되어 지고 전파되어지는 순간 이미 오지가 아니다. 마을에 민박집이 들어서고, 관광객 편의시설이 하나둘 들어설 때 여긴 관광지이지 오지가 아니다. 차라리 두메마을 정도의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해서 본인은 오대산 <부연동 오지마을>을 <부연동 두메마을>로 부르련다. 니 맘대로하라구? 알아따. 여하튼 눈치까시라. 이곳은 니덜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여행객들에게 맞춰진 곳이라는 것을.
우선.. 차근 차근 가는방법부터 소개하자. (본의 아니게 자가용 족 위주로 교통편이 정리되어따. 두메다 보니 우짤 수 없었다. 차없는 독자들, 그렇다고 미리 실망하지 마시라. 기사 찬찬히 읽어보면 차 없어도 가는 방법 나온다)
접근 방법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월정사 방향으로 진행한다.잘 닦여진 편도 1차선 길에 양쪽으로 우거진 산림이 녹야청청 시원한 운전을 돕는다. 냅다 17km를 달리면 진고개 정상이 나오고 다시 10km 정도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오대산 휴게소를 지나 왼쪽으로 부연동 입구 입간판이 빼꼼하게 보인다.
‘빼꼼하게’.. 이거 주목해라. 요 입구 놓치기 쉽다. 거꾸로 양양 연곡에서 올 경우는 큰 문제 없는데 진부에서 올 경우는 요놈의 안내 입간판 앞에 떡하니 산장간판이 가로막고 있어 경치에 취해 걍 지나치기 십상이다. 여기 행정당국 머하시나? 저런거 걍 놔두고..
진부에서 올 때는 저 앞간판 땜에 잘 안보인다
젤 안전한 방법은, 오른쪽에 <山에 언덕에>라는 큼지막한 통나무 카페를 본 순간, 그 건너편이 부연동 입구라고 판단하면 실수없겠다.
비포장 진입
부연동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산길이 나온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확 느낀 순간, 이제는 약 6킬로의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꾸불꾸불 뱀처럼 휘어 감긴 산길과 아차 하면 떨어지는 낭떠러지. 똥꼬 아찔 거림을 느낌과 동시에, 워매 여긴, 세상에 난리가 나도 모를 곳이네 라는 생각이 푸다닥 들어 버린다.
비포장도로라고 해서 넘 겁먹을 필요없다. 바닥은 단단한 흙길이고 비교적 얌전한 오프로드여서 4륜구동차가 아니더라도 크게 무리없겠다. 단, 밤길운전이나 초보운전은 자제하시라. 창졸간에 번지점프 하는 수 있겠다.
이제 다다른 부연동 마을
일천미터가 넘는 철갑산과 복룡산이 마을을 양쪽으로 호위한다.
강릉시 연곡면 삼산3리 부연동 일원, 바로 이 곳의 정식 행정 명칭이다. 마을 총 연장은 4.2킬로.
마을의 초입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물론 한 여름 휴가철에만 해당된다. 약 5년전부터 세상에 이 마을이 알려지면서 행랑객 인파가 밀려들자 더불어 함께 몰려온 오물과 쓰레기 청소 명목으로 마을 자치회가 징수하는 마을보호세금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어른 2천원, 아이 1천원. 주차비 역시 당일 2천원, 체류 4천원. 지정 야영장에서도 캠핑비조로 2천-4천원을 받는다.
오지라고 알고 들어왔더니 첨부터 돈부터 내란다고 김샐 필요없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니네 동네에 사람들이 랄랄라 놀러와서 똥오줌 퍼질러놓고 사라졌을 때, 너 역시 속 좋을 리 없을 것이다. 걍, 자연에 헌금하는 셈치고 씩씩하게 돈 낸담에 재활용 봉투나 잘 챙기시라.
본격적으로 마을에 들어서면 두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빠지라. 거기가 마을이다. 그리고 니덜이 도시의 오염을 세례할 바로 그 목적지, 부연동이니라.
공기와 연애를 즐기는 곳, 부연동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약 20채의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고, 다른 한 쪽은 오대산 신배령에서 발원한 부연천이 흐른다.
청량감이라는 단어를 풍경에 들이댈 수 있다면 부연동을 적절히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말은 바로 청량감이다. 신선하고 맑은 기운이 산에서, 계곡에서, 흙에서, 나무와 풀들에서 묻어나와 객들에게 사근거리며 다가온다. 온몸의 구멍난 곳이라면 한 군데 빠짐없이 차고 들어와 몸을 붕 뜨게 하는 발기없는 오르가즘,부연동과 함께 하는 즐거운 연애다.
그대가..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부연 약수터 쪽에서 환상적인 물안개와의 조우를 놓치지 마시라. 세상 천지를 촉촉하고 몽환적으로 덮어오는 이 신비스런 현상은 곧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건강한 자연이 잉태된다는 예고편이다.
마을 입구를 조금 지나면 예쁜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울울 소나무를 담장으로 한 아담한 초등학교, 바로 부연 분교다.
한석규 배경으로 보이는 교사를 보시라
2명의 교사와 6명의 학생이 이 학교의 주인의 전부다. 이 고운 학교를 우리 씨에프 헌팅맨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빵일일 이동통신 광고에서 한석규가 학교 등나무에 벌러덩 누우며 씨익 쪼갰던 장소.. 바로 이 학교 교정이다. 어허..
뜽금없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올랐던 부연교를 지나면 제법 넓직한 개천을 만난다. 공터를 다듬어서 야영장이라고 표식도 달아놨다. 마을이 끝날 무렵 부연 약수터가 나온다. 위장병에 특효라고 마을 아저씨가 귀뜸한다. 그래서인지약처럼 물맛도 씁쓰름하다. 그러나 역시 뒤끝은 개운함 그 자체.
이곳을 여행지로 삼은 사람이 기대해야 할 것은 오직 자연 그 하나다. 특별한 놀이시설이나 관광거리를 기대한다는 건, 우물에서 콜라를 찾는 격이다.
이 맑은 물좀 봐라.. 피라미의 내장까지 비치겠더라
굳이 놀이시설을 찾으라고 한다면 자연풀장이다. 요즘 세상에 어디가서 옷 홀랑벗고 야호야호 거릴수 있나? 그런데 여기는 된다. 은폐와 엄폐가 완벽히 되는 계곡구조요,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개인풀장이 지천이다. 때때로 가족 풀까지 갖춰져 있다. 어른이..알몸으로 수영하는 거..이거 의외로 무지무지 잼있는 짓이다.
그러므로 맑은 계곡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대지속에서 재충전을 할 계획이라면 여기는 휴가지로서 딱 좋은 장소이다.
먹거리, 민박
당연히 특별한 식당이 있을턱이 없다.
해먹던가 아님 민박집에서 주는대로 해결하시라. 그래도 여기 와서 빠뜨리면 섭섭할 음식이 하나 있다. 백숙이다.
정통 토종닭을 황기 등 각종 약재와 삶아내서 내오는데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옥수수 막걸리와 함께 하면 더욱 더 맛있다. 부연약수터 옆의 <먹거리 쉼터>에서 함 드셔보시라. 이 곳 주인 방인혁(46) 아저씨가 강원도 특유의 무뚝뚝한 따스함을 듬뿍 묻혀 내오는 음식맛은 추천할 만하다.
민박시설도 그저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방 하나를 내주는 수준이다. 별도의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구비된 방을 기대한다면 쪼까 곤란하다. 하기사, 오지라고 불리워지는 곳에 와서 그런 깔끔을 떤다는 것도 유난스럽고, 게다가 사방이 맑은 계곡물인데 쫄쫄쫄 샤워기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며칠 불편한 응가도 추억일 테고.
에어콘?
이곳 부연동은, 한여름에도 보일러를 틀어야 한다. 밤이면 한기로 잠을 못잘 정도여서 부연동 같은 곳만 있다면 에어콘 공장은 다 망할 노릇이다.
그러나, 여전히 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갖춘 곳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부연동 초입의 첫번째 민박집인 <휴양촌>을 권한다.
총 8채의 신축 목조 방갈로가 2채를 빼놓고는 작지만 별개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다. 깨끗한 것으로 따지자면 부연동에서는 가장 으뜸이다. 앞쪽으로 가족이 놀수있는 물놀이 계곡도 있고 뒤쪽으로도 역시 작은 폭포와 깊지 않은 물이 흐른다. 시설이 좋은 만큼 성수기에는 가격이 다소 비싸다. 4인기준 예약하면 5만원, 현지에서 방을 구하면 7만원. 주인이 현지인이 아닌 것이 좀 아쉽긴 하다. 전화 033-661-2730
나머지 민박집들은 다 비슷한 수준들이다. 덕분에 성수기에도 3만원 정도의 방값을 고수한다. 쉼터민박 033-661-5573, 부연약수터 033-661-4133
어느 곳이 되었든 한 여름에는 전화 예약이 필수다. 또한 자가용이 없는 독자들은 주문진이나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민박집으로 전화하면 픽업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미리 전화해서 재확인하고 음직이도록.
계곡놀이가 지루해지면 바로 옆마을 어성전도 함 들리시라. 명주사도 올라가보고.
부연동에서 차로 40분이면 동해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곳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매력이다. 그래서 일부 피서객들은 민박은 부연동에서 하고 하조대나 기타 동해안 해수욕장을 출퇴근 하며 여름 휴가를 즐긴다고들 한다.
부연동은 여름 한철에만 외래 여행객들이 몰리지만 이곳은 가을 단풍 절경도 놓칠수 없는 볼거리다. 어디 가을뿐이랴? 봄에는 메밀꽃이, 겨울에는 눈꽃 절경이그만인 곳이라하니 오지스러움을 조금더 맛보고 싶다면 요 기사 잘 챙겨놨다가여름을 피해서 함 가보시덩가. 그럼...부연동은 여기 까지!!
부연마을이 아랫마을이라면 법수치는 윗마을이다.
그러나 이 둘을 굳이 분류해서 소개하는 이유는 두 개의 마을이 단일 여행지로서 충분한 매력을 각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 맑은 물, 그리고 원시에 흡사한 자연이라는 점에서 부연마을과 법수치는공통점이 있지만 그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크기이다.
부연마을이 성냥각 속에 옹기종기 태고의 자연을 조합해 놓은 곳이라면 법수치는 그 모든 것들을 그냥 방생해 놓은 곳이다. 그래서 법수치의 계곡과 물과 나무와 숲들은 부연마을보다 더 크고 넓으며 높고 깊다.
법수치 계곡
법수치 역시 강원도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본 청장 역시 잘 몰랐던 곳이었으니, 아직까지는 속칭 선전빨로 망가진 곳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법수치는 그 옛날 홍도의 자연처럼 세상에 의해 미닫이 문을 서서히 열림 당하고 있다.
법수치 입구를 들어선 순간, 높게 쌓인 제방과 잘 닦여진 포장도로 그리고 계곡주변에 버티고 있는 불도우져가 더 이상 이 곳을 한국의 10대 오지 중 하나로 남기진 않을 것이라고 쉽게 느끼게 한다.
현북면 어성전에서 법수치 마지막 마을까지 가는 길은 30리가 넘는 계곡길이다. 왼편으로 남대천에서 발원한 맑은 계곡물과 산자락을 보노라면 30리는 지루함을 전혀 주지 않는 거리다. 그러나, 이 곳의 비포장은 자갈밭이다.
그래서 승용차로 법수치를 훑는 다는 것은 차에게나 운전자에게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 만큼 이 곳의 자연은 깊이가 있다. 역석절으로 이것은 법수치가 오지여행가들에게 1급 트래킹 장소로 은밀한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반증이기도하다.
한참을 울퉁불퉁 올라간 후에야 작은 마을을 만난다.
화전민 마을이었던 이 곳에서 나오는 토종꿀이 워낙 유명해 토종꿀 마을로 불리우며 이 외에도 표고재배나 장뇌를 키워 주수입원을 삼는 삼십여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산다.
마을을 벗어나면 더 험한 코스가 기다린다. 승용차라면 이 쯤에서 법수치에의 침투를 포기해야 한다.
연어의 산란장이었던 이 곳은 견지낚시나 플라이 낚시를 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1 급지에서만 자란다는 버들치와 산천어, 꺽지, 메기들이 솔솔히 꾼들의 손끝을 잡아당기며, 이들을 가지고 민물매운탕이라도 끓여먹는 재미는 해마다 법수치 중독자를 양산시키는 큰 이유다.
딴지독자들 중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법수치를 강추하고 싶다. 아이들과 더불어 자연을 체험하는 것도 좋을 듯하고, 특히 계곡 물이 아주 적정한 수준이어서 아이들 물놀이에 그만이다. 시선이 넓게 트인 것도 늘 산만한 애들을 주목해야 하는 부모의 긴장감을 많이 해소해준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 놀기에도그만인 곳이고.
다만 부연동과 법수치를 하나로 묶는 일정은 만류하고 싶다. 다르다 해도 유사한 성격이어서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수산장
숙박시설로는 민박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법수치 진입 후 처음 만나는 곳은 바로 법수산장이다(033-673-1343).
건물을 전통적인 황토방 구조로 만든 폼이 독특함과 더불어 이곳 주인의 예술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 흐르는 넉넉한 계곡과 흙건물이 주는 조화도 일품이다. 방3개와 부엌이 딸린 단독 한채는 1박당 15만원, 작은 방 한개는 6만원이다. 물론 성수기 기준이다.
그 외에 영선민박(033-673-0315), 예술공원(033-673-0550), 다향산방(033-673-7763), 어성골 산방(033-673-2002) 등의 전화번호도 알려줄테니 예약에 참고하시라. 마을에 가면 3~4만원선이면 잘 수 있는 곳도 많이 있다.
딜럭스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고급 팬션을 이용할 수 있다.
법수치 마을을 지나 꼭대기에 신축한 <연어의 꿈(033-673-0105)>, 딴지독자 hnasa님이 추천한 <흐르는 강물처럼(033-673-0941)>이 대표적인 곳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외관상으로도 화려하고 깨끗하며 별도의 사유대지를 가지고 있어 공놀이, 바베큐등이 가능하다. 그런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커플룸 기준으로 1박당 6-7만원선.
그러나 본 청장의 개인적 견해로, 그다지 법수치의 자연과 이들 고급팬션은 그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팬션이 가지고 있는 매리트가 숙박에 치우친 탓에,굳이 잠만 잘 것이라면 그곳까지 가서 러브호텔 분위기를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머.. 이들을 보고 공현한 쇳지랄을 느낀 것은 본인의 관점이고, 이용하든 말든 하는 것은 니덜의 자유!!
서울 출발 기준으로 할 때, 이곳으로 가는 방법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으로 빠진 후 7번 국도를 우선 탄다. 하조대에서 418번 지방도로를 타고 쭉 뻗은 길을 10킬로 정도 달리면 4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면옥치 방향으로 직진. 조금 더 내려가면 용탄교가 나오는데 이 걸 건너자마자 좌회전 하면 법수치를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동서울이나 상봉터미널에서 양양행 직행버스를 탄후 양양에서 어성전을 거쳐 법수치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를 닮아갈 운명인 법수치..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술하기전에 후딱 다녀오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