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에 이어서 알아야 할 내용은 수감각, 연산유창성이다. 수감각과 연산유창성 얘기를 하기에 앞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싶어서 3강에서는 한자리수 덧셈, 4강에서는 한자리수 뺄셈 얘기를 하려고 한다.
아이가 한 자리 수끼리의 덧셈(예를 들어 8 더하기 7)을 잘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아마 십중팔구는 뭐가 필요해 자주 반복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자리 수 곱셈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구구단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좋지만 한자리 수 덧셈은 반복해서 풀게 한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한자리 수 덧셈을 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1. 수세기
2. 추론
3. 기억으로부터 인출
1. 수세기도 다시 물체나 손가락을 보면서 세는 방법과 보지 않고도 세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보지 않고도 세는 것이 발전된 방법이다. 덧셈할 때 손가락을 사용하는 아이는 보지 않고 세는 방법을 발달시키지 못한것이다. 손가락으로 세지 못하게 하는 부모가 많은데 보지 않고 셀 수 있게 가르치면 저절로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아이가 덧셈할 때 사용하는 수세기 기술의 수준은 저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3 더하기 5를 할 때
모두 세기(count all) 1,2,3,4,5 ... 6,7,8 답은 8
앞수부터 세기 3.... 4,5,6,7,8 답은 8
큰 수부터 세기 5.... 6,7,8 답은 8
큰 수부터 세려면 3 더하기 5가 (5더하기 3)과 같다는 교환법칙을 알고 있어야 한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할 때 보지않고 큰 수부터 세기가 가능한 상태에서 입학해야 한다고 본다. 안되는 상태에서 입학하면 따라가기 힘들다.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얘기하면 큰 수부터 세기가 되는 아이는 일단 초등학교 초기에 수학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수부터 세기나 큰 수부터 세기를 합쳐 이어세기(count-on) 기술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세지 않고 5라는 수부터 이어서 세면 시간도 절약되고 실수도 적을 것이다. 이어세기를 할 수 있도록 수학학습장애 아이를 지도하는 방법은 미국에서는 박사논문의 주제가 될 정도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다는 뜻이다. 아이가 이어세기를 할 수 없다면 이어세기와 싸워야 한다. 못 이기면 두 자리 수 덧셈으로는 결코 나아갈 수 없다. 자음모음 소리값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수학에서 직산 능력이 읽기에서 음운인식능력에 해당한다면 수세기 능력은 자모를 합성하여 해독하는 능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ㄱ 와 ㅏ 와 ㅁ을 합성해서 /감/으로 읽는 것에 해당하는 뜻이다. 자모를 합성해서 읽지 못하면 모르는 글자를 문맥을 감안해서 추측해야 한다. 수세기가 안된다면 덧셈을 추측으로 풀어야 한다. 8더하기 4가 뭐지? 13! 아닌가 14인가.. 라고 대답하는 경우 아이가 덧셈을 추측해서 푼다고 할 수 있다.
2. 추론 방법은 이미 아는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7더하기 4는 7더하기 3보다 1이 많다. 7더하기 3은 10의 가르기에서 자주 나오므로 10인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답이 11이라 추론하는 것이다. 추론은 가르치기 어려워보이지만 가르쳐주면 나중에 여러자리 수의 덧셈을 할 때 유용하다.
대부분의 어른은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고 그냥 3 더하기 5가 8이라는 것은 자동으로 안다. 3. 장기기억에서 바로 인출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덧셈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연산이 기억에서 인출되는 것은 연산자동화 또는 연산이 유창하다고 표현한다. 소리내어 읽기에 집중력을 적게 사용하면 남은 힘을 이해하는데 쏟아넣을 수 있다고 했는데, 수학에서도 연산에 집중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계산이 아닌 수학의 다른 측면, 예를 들어 문장제 문제의 유형, 방정식의 풀이법 같은 것에 나머지 힘을 쏟아넣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못하는 아이는 대부분 연산이 자동화되지 않은 것이다. 어려운 수학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수학을 못하는 아이는 오히려 적다.
덧셈 방법 중에서1-2-3번 순으로 다시말해 점점 고급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쪽으로 발달한다. 수세기 방법도 모두세기-앞수부터세기-큰수부터 세기 순으로 발달한다. 수학을 잘 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구분짓는 특징 중 하나는 계산할 때 고급 기술을 사용하느냐 저급 기술을 사용하느냐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왼쪽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고 오른쪽은 수학이 부진한 아이이다. 녹색-남색-빨강-파랑-보라 순으로 고급진덧셈기술을 의미한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저급기술을 거의 쓰지 않고 고급기술을 많이 사용하는데 반해 수학이 부진한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저급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최고급기술은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의 수학을 가르칠 때 답이 맞고 틀린 것에만 신경쓸 게 아니고 어떻게 풀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푸는 방법을 점점 고급화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덧셈부터 발전이 더뎠다고 할 수 있다. 4학년 때까지는 수학을 잘 했는데 5학년 때부터 엄마가 저녁에 수학을 안시켜서 그런지 어려워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덧셈부터 조금씩 뒤떨어지기 시작해서 5학년이 되어서 티가 날 정도로 뒤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워낙 문제를 많이 푸니까 또 저학년 수학시험은 쉽게 출제하니까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선에만 주목해보자. 문제의 정답률이다. 왼쪽 그림은 덧셈-뺄셈-곱셈-나눗셈-분수-소수 순서로 정답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연산만 특별히 약한 법은 없다는 뜻이다. 오른쪽 그림은 1학년부터 5학년으로 가면서 서서히 정답율이 떨어져가는 것을 보여준다. 갑자기 4,5학년 때 못하게 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저학년 때 놀리면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무의미한 연산연습이 아니라 연산기술 자체를 향상시키는 연습을 시켜야한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수학문제 푸는데 현재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므로 지금 사용하는 시간에서 10-20퍼센트 정도 빼내서 연산기술에 할애해야 한다는 뜻이며 연산기술을 향상시키도록 문제를 배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학포기자(수포자)가 많으니 고교수학을 쉽게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포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그 씨앗이 잉태된다고 본다. 초등 저학년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수포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어서 한자리수 뺄셈 얘기로 이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