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의 한방치료 (koami2011-11)
하늘땅한의원 원장 장동민
필자는 온라인을 이용한 ‘SNS’를 이용한다. 그런데 어쩌다 하루 일정이 길어지거나 칼럼 작업등을 하다보면 새벽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도 더러 생기게 되는데, 의외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도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낮 시간에도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단 시각 대를 살펴보면, 역시 한밤중에도 잠자지 않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 날만 그런 경우도 있지만, 더러는 그냥 잠이 오지 않아서 온라인상에 있거나 매일 밤마다 상주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불면증은 너무도 쉽게 주변에서 관찰이 된다.
이러한 불면증의 원인과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잠을 설치는 경우도 오랜 기간 지속되면 불면증에 속할 수 있으며, 꿈을 많이 꾸는 것도 심한 경우에는 불면증의 범주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일반적으로는 잠자리에 누웠음에도 쉽게 잠을 들지 못하는 경우를 불면증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에 한번 깨면 날밤을 꼬박 새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수면제보다는 근본 원인 치료를 하자
장기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의 경우, 나중에는 아예 자신이 불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불면증이 지속되면 2차적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더 큰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면, 일단 수면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신경정신과에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잠을 청하게 되는데, 사실 그 다지 권고할 방법은 아니다. 잠이 오지 않는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약의 힘으로 잠을 자게 만드는 것이니, 치료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수면제에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기게 되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잠을 오게 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면증이 생기게 된 원인을 찾아내서 근본치료를 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풀고, 몸에 열이 많아 생긴 경우에는 열을 식혀준다. 원인을 해결해주니, 자연스레 잠이 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성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한약을 끊어도 내성이나 재발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이러한 불면증의 한방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불면증의 원인 중에서 임상적으로 가장 많은 경우가, 스트레스에 의한 불면증이다. 주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반드시 속상하고 억울한 경우만 스트레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소풍가기 전날 긴장되고 두근거려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스트레스로 잠 못 든 경우에 해당하지만, 속상하거나 슬픈 스트레스는 아니다. 다시 말해 즐겁고 기쁜 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다음날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거듭 생각하고 계획하느라 밤을 꼬박 샌 경험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슬프거나 속상한 경우의 스트레스는 아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일곱 가지 감정 모두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감정과잉 상태는 불면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동반증상을 일으킨다. 위장장애가 대부분 나타나며, 탈모증상이나 생리불순, 성기능장애 및 근육통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생기를 잃고 절망에 빠져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50세의 A 씨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 생긴 분이었다. 자살기도까지 했다가 주위분에 이끌려 한의원에 찾아온 분이었는데, 한의원에 오기 전까지 3주 동안 단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었다고 한다. 실제 한의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는, 거의 넋이 나가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필자의 상담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거의 한 시간여의 상담 끝에, 일단 한약이라도 먹어본 후에 죽음을 선택하기로 하고, 한약을 지어갔다. 이후 약 한제를 복용한 후에 진료실 문을 들어서는데, 전에 보았던 넋이 나간 표정이 아니라, 싱글싱글 웃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하루에 세 시간씩이라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이제는 자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스트레스 과잉으로 인한 불면증은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화열로 인한 불면증
두 번째로 많은 것은 몸속에 화나 열이 많아진 경우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인체는 더위를 느끼게 되면 잠이 잘 오지 않게 된다. 음식으로 인한 것이든 호르몬 조절이 안 된 것이든 간에 몸속에 화열이 많아지면, 잠이 안 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 여름철 한참 더운 때에 소위 ‘열대야(熱帶夜)’ 현상에 시달리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겨울 눈 속에서 잠들어 죽는 장면을 보면, 추울 때는 오히려 잠이 잘 오게 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간단하게 말해 몸이 더우면 잠이 안 오게 되는 것이다.
몸이 더워지게 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술이나 맵고 더운 음식을 많이 먹어 체내에 화열이 쌓이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갱년기증후군처럼 호르몬이 부족해져서 화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갱년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울화로 바뀐 경우도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데, 이는 속상한 것이 오래되면 가슴에 쌓여 심화(心火)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갱년기증후군까지 겹치게 되면, 그 증상은 매우 악화되기 마련이다. 45세의 B 아주머니가 바로 이에 해당되는데, 심한 불면증을 견디다 못해 한의원에 찾아왔다. 평소 잠을 좀 설치거나 깊은 잠을 들지 못하는 정도의 증상은 가지고 있었는데, 생리불순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양방 신경정신과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는데, 수면제를 먹어도 정신만 몽롱해지고 잠은 오지 않게 되었고, 급기야 필자의 한의원에 찾아온 것이었다.
B 아주머니는 갱년기증상으로 인해 인체의 음혈(陰血)성분이 부족해졌고, 상대적으로 몸속에 쓸모없는 화나 열이 늘어나서 불면증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원인 기전을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잠 오게 하는 수면제만 복용했더니, 병이 더욱 심해진 것이고, 결국 수면제가 듣지 않게 된 것이었다. 화를 가라앉히면서 음혈(陰血)을 보충시켜주는 근본처방을 투약하였는데, 금세 차도가 나타났다. 이후 수면제를 완전히 끊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수면제를 같이 복용하다가 차츰 끊어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수면제 복용기간이 길지 않으면, 처음부터 아예 끊어 버리고 오로지 한약만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불면증은 그 자체가 질병이기도 하고, 다른 복잡한 질환의 부분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기전이 상당히 복잡하고 잘 낫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면증을 치료한다기보다는 단순히 잠을 자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행히 한방에는 근본원인에 맞는 치료법이 있으니,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빨리 찾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