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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가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마산 서항과 가포동 율구만 일원을 인공섬 형태로 매립해 건설하려는 해양신도시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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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마산해양신도시 개발계획안 공청회는 신도시 개발을 위한 법적절차의 한 과정이다. <19일자 3면 보도>
이날 공청회를 마친 마산시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첨부하고 문제점들을 보강해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과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및 개발계획안 승인, 경남도 도시개발구역 지정, 각종 영향평가 및 실시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내년 하반기에 착공할 수가 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평가를 모두 해야하기 때문에 여기에만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해양신도시에 상주인구가 너무 많도록 설계돼 기존 시가지의 인구와 상업기능을 흡수해버릴 우려가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섬형태의 신도시와 기존 해안 사이에 만들어지는 물길의 폭이 너무 좁아 수로에 고이는 물이 쉽게 오염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구도시 공동화 우려 = 두 문제의 핵심은 역시 돈이다. 해양신도시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모두 6910억원.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탓에 제3섹터형 기업인 마산신항만주식회사가 만들어졌고, 이 회사는 여러곳에서 투자자를 모아 공사를 하고 분양수익으로 투자자에게 배당을 하게 된다.
결국 없던 땅을 만들어서 그 땅을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셈인데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고 만들어지는 땅은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야 한다.
조성되는 땅에는 도로와 공원같은 기반시설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분양할수 있는 땅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상업용지, 공업용지, 택지, 교육용지 중 가장 팔기 쉽고 비싼 땅은 상업용지이지만 상업시설은 들어서는 데 한계가 있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상만큼 분양이 쉽지않은 경우도 많다.
상대적으로 비싸면서도 팔기 쉬운 땅이 바로 택지다. 택지는 적절한 면적으로 쪼개서 팔 수도 있고, 규모가 크더라도 아파트를 지어 다시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잘 팔린다. 해양신도시에 9640가구의 집이 지어지고 상주인구가 2만7000명이나 들어앉게 된 사연이 이렇다.
그렇다면 상주인구를 줄이면서도 투자비를 쉽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박중철 시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일본 요코하마시를 예로 들었다.
1979년 미나토미라이(항구의 미래) 계획에 따라 설계된 요코하마시의 해양신도시는 마산해양신도시 177만㎡ 보다 넓은 185만㎡규모로 조성됐지만 상주인구는 1만명 규모로 설계됐다.
박 의원은 "신도시를 만들면서 구도시의 기능을 빼앗아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신도시는 상주인구를 최소화하고 상업시설을 강화해 유동인구를 늘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거시설은 기존 구도심을 재개발해서 충분히 공급하고 남는만큼 호텔과 대기업 본사, 교육, 문화시설 등을 유치해 유동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예중 마산상의 사무국장 역시 마산의 대형 개발사업이 신마산권에 집중돼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도심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말순 경남발전연구원 박사도 "해양신도시의 친수공간이 마산시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줄수 있어야 한다"면서 "상업지역에 컨벤션산업과 위락 시설, 업무시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아먹기 쉬운 택지만 고집하기 보다는 친수공간을 살린 상업시설을 많이 유치해 유동인구를 늘려야 한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간선수로 폭 문제 =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물길은 태풍이나 해일, 홍수때 넘치는 물을 담는 배수펌프장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수로 폭이 좁은 탓에 비가 오지않는 평상시 유지수량이 적고 바다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수질이 나빠질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한성대 경남대 교수는 "간선수로를 최소 70~100m로 확대해서 도심부 하천으로서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정삼석 창신대 교수도 "간선수로의 수질문제를 간과하면 신도시 입구에서부터 코를 막고 들어가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해양신도시와 기존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는 모두 여섯개인데 수로폭이 넓어지면 다리길이 역시 길어져야 한다.
건설비가 더 든다는 얘기다. 게다가 섬이 바다쪽으로 더 나가게 되면 바다쪽 매립구간이 많아지는데 먼바다로 나갈수록 깊어지기 때문에 매립과정에서도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마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실시계획에 반영하겠다"면서도 "해양신도시 사업이 국책사업이 아닌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다보니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결국 자칫하면 장밋빛 구상에 따라 신도시를 만들었는데, 그걸로 인해 기존 구도심을 망하게 함으로써 개발업체와 일부 부자들에게만 좋은 일 시키고 마산시민은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