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릉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발령을 기다리며 백수로 있던 4대 독자인 오빠 친구가 식구 많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더니 그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 당시 시골에서 아르바이트 거리는 없었겠지요.
사흘 동안 집안 식구들 몰래 보리타작을 하여 검게 탄 얼굴로 봉투를 들고와서는
영희 수학여행 보내주라고 어머니께 그것을 드리게 되었어요.
자존심 강한 저는 안 간다고 삐쭉거리면서도 가게 되었는데요~
열 여덟 산골 소녀들을 경포대에 쏟아 놓더란 말입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몇 초 동안 소리조차 못지르다가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지요.
처음 보는 바다였는데 얼마나 크고 넓은지...
어찌 그리 크도록 바닷가에 한 번 못 가 봤나 몰라요.
그 후, 저는 경포대를 최고의 바다로 치고 있고 지금은 2년에 한 번 정도는 가을에
그곳을 찾는답니다.
경포대에서 이어진 안목항은 소나무 숲길로 조금만 가면 있고 바닷가 4층에 카페
'그 섬에 가고 싶다'가 있습니다.
여류 시인이 운영하는 카페로 바다에 빨려들 듯이 아름다우며 시낭송도 할 수 있고
인원에 따라 차값도 조금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강릉에 가면 꼭 들려볼 만한 곳이라 추천합니다.
비용 때문에 이번 스케줄에 못 넣었다면 버스 안에서 제가 '오빤 강남 스탈~' 춤을
추는 사람을(제가 추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못 추니까!)대동해서라도 모금을 좀...
ㅎㅎ
지난 2월에 다녀온 사진을 몇 장 올려봅니다.
카페만 찍은 사진은 없고 이물질(?)이 있네요. ㅋㅋ
가을, 강릉행! 기대만땅입니다. ^^
첫댓글 영희의 수학여행 이야기한 편의 동화 같네요그 오빠 지금 뭐하시나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
아하 더 동화적이네요
몇 년 후, 여름방학 때 그 오빠를 길에서 만났어요.
자전거에 사각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십자로 매어 끌고 오는데 가슴이 저리다란 말이죠.
기타나 들고 다니던 백수 오빠가 완전 생활인이 된 그 모습이 그 땐 왜 슬퍼보였나 몰라요.
또 7년쯤 후, 우리 집에서 보았는데 "아아가 넷이나 안 되나. 둘이는 의료보험도 안 돼."
하며 부끄러워 하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였어요.
임팩트가 약해서 작품화하진 못해요. ^^
지금도 고향에서 여럿이 모이면 우리 올케언니가 뒤를 캐려들곤 해요. ㅋㅋㅋ
동해안은 다 좋아요~ 특히 화진포는 정말 좋드라고요~
영희님 이야기 듣고 보니 가보고 싶네요~~~
ㅎㅎ 아름다운 추억에 한장이네요^^ 추억갈피를 간지가는 영희쌤이 더 멋지십니다~
며칠후 다시금 그리운 바닷바람 보게 되겟네요 소녀시절 애듯한 사연이 노신사의 가슴을 저려오게 하네요 추억담을 들으며
술한잔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