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와 후지산 등반기(1)
3) 2007. 8. 24
애초에 계획대로라면 오늘이 출발하는 날인데 내일로 미뤄졌기 때문에 출근을 했다가 퇴근 후에 다시한번 준비물을 최종적으로 점검해보았다. 등반대장이 요구한 준비물을 다 갖추자니 추가 비용이 엄청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있는 대로, 되는 대로 가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에 이어 두 번째로 잘 하는 말이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가 아닌가?
우모복 - 아주 질 좋은 오리털로 만들어 가볍고 둘둘 말면 부피도 매우 작다. 하지만 엄청 비싸다. 대략 60만원 정도? 이건 생략한다. 추우면 얼마나 춥겠어. 아무리 높다 해도 한여름인데.
방한내의 - 이것도 장난이 아니다. 아주 얇지만 보온성이 뛰어나고 착용감이 좋다. 땀 배출도 잘된다. 겨울에 빙벽등반하는 사람이나 멀리 높은 산 원정가는 사람들은 사지만 한 벌에 대략 25만원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 이것도 생략이다. 추우면 등산복 하나 더 껴입으면 되겠지 뭐.
고아텍스 우의 상하 - 이 또한 장난이 아니다. 비오는 날은 산에 안가면 되고, 산에 올라갔는데 비가 오면 빨리 내려오면 되지 한 벌에 대략 30만원씩하는 고아텍스 우의를 뭐하러 사란 말인가? 군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한 군 간부용 우의로 대신해보자.
목이 길고 마찰력이 좋은 등산화 - 바윗길이 많으니까 릿지창 등산화를 말하는 것 같은데 나는 원래 릿지등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릿지화가 없다. 그렇다고 새로 사자니 마누라 얼굴이 떠오른다. 허구 헌날 신발만 산다고 구박받을라. 이것도 그냥 있는 대로 신는다. 미국에서 사온 팀버랜드 트래킹화가 내게는 잘 맞는다.
고아텍스 방풍자켓 - 이것도 비싸지만 다행이 두꺼비2가 지난 늦은 봄에 하나 사줬는데 처음으로 꺼내 입게 되었다.
배낭 40리터 - 45리터 하나 있다.
속옷 및 양말 - 양말 5컬레, 팬티 5장
등산복 - 긴팔상의 3, 바지 2, 반팔상의 1, 반바지 1벌이면 충분하겠지.
구급약 - 필요할 것 같지 않지만 만일에 대비 압박붕대하고 소염연고, 소화제등을 준비했다.
세면도구 - 치약, 칫솔, 스포츠 타올만 준비했다.
모자 - 창이 넓은 모자 1개
등산용 스틱 - 블랙야크에서 세일할 때 30%선에서 두 개 사놓은 것 있다. 정말 우리나라 등산용품 문제 많다. 너무나 가격에 거품이 많다. 조금 이름있는 상표만 붙으면 자켓이나 바지가 기능성 소재라는 ‘레떼르’를 달고 웬만한 양복값보다 더 많이 받아 쳐먹다가 세일할 때는 50%나 심지어는 30%, 20%에도 팔고 있으니 제 값 주고 샀다가는 얼마 못가서 울화통 터지기 쉽상이다.
간식과 비상식량 - 간식은 생략한다. 비상식량은 육포 100그람짜리 3봉, 바나나칩 500그램1봉, 건포도 200그램 1봉으로 준비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산에 가서 간식으로 먹는 초콜렛을 무지 싫어한다. 하지만 간식이나 비상식량은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산은 원래 먹은 만큼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우리가 간식과 비상식량을 혼동해서는 아니 된다. 간식은 산행이 끝나면 빈 봉투만 남지만 비상식량을 그대로 갖고 돌아와야 한다. 왜냐하면 비상식량을 그야말로 홀로 고립되었거나, 길을 잃었을 때 등등 비상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다고 꺼내먹는 것은 아니다.
밑반찬 - 사치스러운 주문이라 생략하지만 다른 사람들하고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하니 멸치볶음 한통만 해달라 했다. 고추장 튜브 하나면 족할 듯.
슬리퍼 -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서 생략. 슬리퍼도 좋은 것은 보통 10만원이 넘는데 많이 비싸다. 참고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슬리퍼는 차코가 좋다고 한다.
헤드랜턴 - AA사이즈 건전지 여벌까지 준비했다.
여권, 신용카드, 돈 - 장가가는 넘이 ‘거시기’ 떼놓고 가면 절대 안되지.
기타 - 수통, 젓가락, 숟가락, 씨에라 컵, 카메라와 메모가능한 필기구와 수첩. 주유소에서 준 1회용 휴지 3개, 썬크림 등등.
군복무할 때 군장검사 하듯이 늘어놓아 보았다. 왼쪽 위부터 아래로 군용우의, 방풍자켓, 긴바지2벌, 긴팔3벌, 장갑, 야외용 의자, 수통, 씨에라컵, 멸치볶음, 손수건과 스포츠타올, 팬티5장, 양말 5족, 라이터, 다용도칼, 랜턴과 예비전지, 화장지, 구급약, 깔판, 비상식량, 포크, 수저, 젓가락, 반팔, 반바지, 팀버랜드 등산화, 치약 칫솔, 여권, 필기구, 스틱2개, 배낭, 카메라 백.... 이중에서 포크하고 카메라 백은 가져가지 않았다......챙이 넓은 모자는 어찌하다 보니 빠졌다. 아마 사진찍는 순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입고, 신고, 들고 갈 것, 가지고 갈 것, 초기에 사용할 것, 나중에 사용할 것, 늘 사용할 것 등등 하나하나 분리하여 플라스틱 지퍼팩에 넣고 배낭을 꾸려 체중계로 무게를 재보니 19.3Kg다. 너무 무겁다. 5박6일동안 배낭을 메고 이동해야 하므로 짐을 최소한으로 꾸려야 한다. 다시 해체하여 뭐 줄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꼼꼼 살펴보았지만 5장의 팬티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3장으로 줄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으나 별로 줄여볼 방법이 없다.
일단 들고 가서 정 힘들면 가다가 중간에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 싸짊어지고 가기로 했다. 언제나 여행은 준비과정에서의 설레임과 출발직전의 기대감이 나를 흥분케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도 잘 오지 않는 긴 밤이었다.
첫댓글 준비사항이 만만치 않네. 한참을 준비해야 되겠네... 맨앞의 세개 항목이 너무 비싸...
내가 여행가는 기분인걸...
무게 그거 줄일려면 결국은 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