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디도
디도가 우리에게 왔을 때는 겨우 태어난지 8주밖에 안되었을 때였는데 벼룩들이 그 손바닥만한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었다.
디도가 온 첫날 우리는 벼룩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디도를 목욕시켰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고양이 목욕과 고양이 손톱깎이를 포함한 고양이 스파 데이가 전통이 되었다.
디도는 금방 목욕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정말로 목욕하는 날을 즐기는 듯했다. 내가 샴푸와 린스로 다리를 씻길때면 번갈아가며 한쪽 다리를 허공에 들어 내가 잘 씻길 수 있게 도와주었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릴 때는 젖은 몸쪽을 드라이기에 돌려주었다. 흔히 고양이들은 드라이기의 소리를 아주 무서워하는데 아주 어릴 적부터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것에 익숙해진 디도는 이를 전혀 마다하지 않았다.
디도는 문을 여는 재주가 있었다.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왔는데 안방에 있는 옷방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에 있던 서랍장 서랍 하나도 열려 있는걸 발견했다. 누가 집에 들어왔었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내가 거실로 갔을 때 그 수수께끼는 바로 풀렸다. 디도가 벽난로 앞에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끈이 달린 내 회색 스웨터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고양이는 습관의 동물이어서 대부분의 고양이는 매일 따르는 정해진 패턴을 가지고 있다.
디도 역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 저녁 9시가 되면 잠에 드는 우리의 시간표에 맞춰져 생활했다.
우리가 조금 더 자려해도 아침 다섯 시가 되면 “야옹야옹” 하고 우리를 깨웠다. 저녁 여섯시에 고양이 밥을 주고 우리가 하던 일을 마치려고 저녁을 좀 나중에 먹으려 해도 디도는 자기 밥그릇 앞에 앉아서 우리가 식탁에 앉을 때까지 먹지 않고 우리를 기다렸다.
한국에서 다니러 온 언니가 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는 디도를 보고 “너희 고양이도 참 예절이 바르다”고 나에게 말한다. 저녁에 TV를 보다가 우리도 모르게 9시가 지나면 디도는 아래층에 있는 TV방에 내려와서 또 “야옹 야옹” 한다. 이제 자러 가야 할 시간이라고.
디도는 그렇게 21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다. 그사이 우리는 이사를 두 번이나 하고 우리 집을 짓는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녔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우리와 같이했다. 오직 집안에서만 살았던 디도는 새로 지은 집 정원에 있는 연못과 작은 폭포를 모험하듯 즐겼다. 여름의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정원 돌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연못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며 그녀의 마지막 몇 달을 보냈다. 결국 작년 8월에 디도는 우리 곁을 떠났고 우리 부부는 떠나가는 디도를 보면서 울었다. 지금도 우리는 가끔 디도 얘기를 한다. 디도가 우리에게 준 행복했던 순간들과 얼마나 귀여웠는지, 딸기와 커피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내가 우울해 보일 때면 곁에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바라모며 걱정해 주던 그 다정한 얼굴을 잊어버리지 못한다. 이번 스팟 전시회에 디도의 그림을 출품하느라 디도를 그리는 동안 이젤 위에 올려져 있는 디도를 닮아가는 그림을 지나쳐 갈때마다 우리 둘은 “디도 안녕”하며 인사를 건넨다. 보고 싶다고.
매일 아침 습관처럼 걷는 우리 동네 길에는 거의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애완견들이 있다. 사람들과 “좋은 아침이네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강아지들을 쓰다듬어 주는 것이 요즘 나의 행복한 아침 일상이다. 오늘은 누구를 보게 될지 모르는 설레는 아침 길이다.
찻잔 속에 담길 만큼 작았던 가스1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도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며 반기고, 우리를 보면 가던 길을 언제든 멈추고 우리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지금은 한쪽다리에 혹이 생기고 관절염 때문에 힘들어도 날마다 걷기룰 멈추지않는 거스2, 창문안 턱에 누워 내가 밖에 나갈 때마다 그 두 눈을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나의 모든 거동을 살피는 리지, 나를 만날때면 고개를 내 옷 속에 넣으려 하는 장난꾸러기 세미, 아이들 장난감을 잘못 삼켜 대수술을 받았으나 지금은 다시 건강해진 엘리, 산책길에서 만나면 자기 주인도 무시하며 우리를 따라가려 하는 조이, 엄청 높게 뛰는 한 살 된 스카이와 그의 형제 주노, 그들 모두 나를 보면 고리치며 따스하고 반갑게 맞아주며 가던 길도 멈추고 내 손을 핥는다. 나는 나의 몸을 낮추고 그들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을 전한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가 그들을 보살펴 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존재와 사랑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가를 생각해본다. 그들이 우리의 영혼에 밥을 주고, 괴로웠던 하루도 쓸쓸했던 날들도 환하게 웃음 지을 수 있게 우리를 보듬어 안아주며 따스한 미소로 우릴 감싼다. 우리에게 “너는 괜찮아,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어 줄 것이니까” 라고 그들의 해맑은 눈동자가 우리에게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