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아버님 어릴 적, 영산강 물길 출렁거려
바람이 지나가며 소리치고 지운 소리들
물 빠진 갯벌에 뽈 뽈 소리 내고 기어가며
흙으로 덮어 버린 칠 게 소리
모래밭에 사는, 다리 하나만 큰 농발이 농게 소리
학교 가는 길 올라탔던 뱃고동 소리는 뿌웅! 하고
아버님 기억 속에 둥지를 틀어 거미줄 치며, 알을 까서
책갈피 마다 차곡차곡 끼어놓았다가
어느 날 살며시 기어 나온다
“아가! 지금은 댐으로 막아 월송리가 넓은 평야지만
옛날은 배가 다니고 물이 빠지면, 펄쩍펄쩍 짱둥어가 뛰고
갯벌에 칠 게가 기어가면, 아이들은 푹푹 빠지며 칠 게를 잡다 손이 물리곤 했지
고무다라에 아주머니들이 생선을 가지고 와서 손뼉 치며 파는 소리
너무 신났어, 할머니가 사서 불에 구워주면 엄청 맛있었지“
아버님은 온종일 숨겨둔 소리들을 데리고 와서
새끼를 치며 신나서 떠들었고
소리들은 해질녘 해를 따라
아버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푸른 평야만 남는 시간
저녁밥 하러 걸어가는 내 발자국 위에
다 사라진 것 같은 아버님의 소리들이
자박자박 따라와, 내 기억 속으로 들어가 숨는다.
3월에는
3월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눈부신 햇살 내려
모두 웃으며, 어깨 쭈우욱 펴고
마음껏 팔을 휘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네모도 세모도
둥글둥글 서로의 모퉁이를 굴리며
얼굴 맞대고 낄낄 웃으며
다독이면 좋겠다
3월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인연이 되어
가슴과 가슴을 따사로이
서로 부둥켜안고 깔깔 웃으며
스스로 행복이 되어 꽃 피우고
고운 향기를 내며
걸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꽃
크고 많다고 다 예쁜 것은 아니다
화려하다고 꼭 예쁘진 않다
유명한 꽃이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길가에 가득 잔잔히 핀
이름 모를 꽃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풀숲에 홀로 핀 하얀 장미
화단에 혼자 핀 빨간 양귀비
혼자여서 더욱 아름답다
햇살도 놀다가고
바람도 어여뻐 부비며 가는 꽃
혼자여서 친구하고 싶나보다
못 생기고 벌레 먹은 꽃도
내가 심고 길들인 내 꽃이기에 아름답다
세상 어떤 꽃보다 더욱 사랑스럽다
<호윤 우인순 프로필>
문학세계 시 등단
시와수상 문학 문학상,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 시 부문 대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 회원 , 한국영상시 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문학기념물 조성위원
저서: 천년을 살아도, 길 위에서, 별에사는 그대에게, 꿈여울 바람소리
주소:전남 나주시 동강면 백련산로 492-10 월송교회 맞은편 황토집
우편번호 58288
hp 010 7133 9916
첫댓글 원고 접수했습니다
편집실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