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김경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https://cafe.daum.net/marinecorpstruth/c5hK/87
o. 포7대대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https://cafe.daum.net/marinecorpstruth/c5hK/86
탄 원 서 (원소속부대 지휘관으로서)
前.해병대1사단장 해병소장 임성근
1. 탄원인의 지위 저는 前.해병대 1사단장(근무기간: 2022. 6. ~ 2023. 11. 이하 편의상 ‘사단장’이라고 하겠습니다)이었던 해병소장 임성근입니다.
저는 경상북도경찰청 수사팀이 수사 중인 故채해병 사망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지만 동시에 이 사건 당시 다른 피의자들의 원소속부대인 해병1사단의 사단장의 지위에 있었습니다.
2. 탄원서 제출 취지
저는 그간 이 사건의 실체적 사실관계 및 법률관계에 대해 피의자의 입장에서 진술을 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만, 이 탄원서는 군의 고급장교로서 그리고 다른 피의자들의 원소속부대 지휘관이었던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군 작전활동에서 발생한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군령에 따라 작전활동에 참여한 군인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아울러 제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기 위함 입니다.
제가 이러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결코 군 작전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을 당연시해서도 않되며, 故채해병의 죽음과 관련하여 어떠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오로지 이 사안의 한 측면, 즉,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특히,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던 제 부하들이 선처받기를 희망해서입니다.
혹여라도, 이 탄원서의 제출 취지가 오해되어서 故채해병의 부모님과 유가족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3. 군의 특수성
가. 군의 존재 이유
군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군의 구성원인 군인은 지휘관이 적법하게 명령할 경우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언제든 자신이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故채상병 뿐만 아니라 피의자들도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수행하였던 것입니다.
나. 군령의 엄중함과 군인의 절대적 복종의 의미
군에는 군령태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령은 태산같이 무겁다는 뜻입니다. 군인은 군인이 된 순간부터 군복을 벗을 때까지 상관의 명령을 태산처럼 여기도록 훈련됩니다. 해병소장 계급에 이른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회 생활에서는 상사의 지시를 받으면 비판적 검토가 미덕이지만, 군은 그 기능상의 특수성으로 인해 상관의 명령에 대하여서는 일단, 상관을 신뢰하고 복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평가합니다.(물론 군에서도 부하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건의를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합니다.)
군인이 상관의 명령을 받고도 그 명령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주저할 경우 군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상관이 총탄이 빗발치는 적진을 향해 돌격명령을 내렸을 때 부하들이 그 돌격명령의 타당성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한다고 그 명령을 즉시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것입니다.
다. 군법의 엄중함
위와 같은 군령의 엄중함을 지키고, 군인의 절대적 복종을 법상 강제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이 따라야 하는 형법에 더하여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군형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군령 준수와 관련된 군형법 조항 몇 개를 열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제35조(근무 태만) 근무를 게을리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직무상 공격하여야 할 적을 정당한 사유 없이 공격하지 아니하거나 직무상 당연히 감당하여야 할 위난으로부터 이탈한 사람
- 제43조(출병 거부) 지휘관이 출병(出兵)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그 요구를 받고 상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제44조(항명)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라. 軍과 경찰의 차이
군인은 목숨이 위험해도 주어진 임무를 회피할 수 없으며 군형법에 의해 처벌받습니다. 경찰은 자기 목숨이 위험하면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죄를 묻지 아니합니다. 경찰이 임무보다 자신의 목숨을 우선시 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 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만, 군대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들입니다. 경찰과 군대가 다른 점은 군대는 죽으라는 지시를 해도 따라야 하지만 경찰은 자신이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자기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과 같은 군대는 더 이상 군대가 아닙니다. 즉, 군인에게 임무수행을 위해 목숨을 버리도록 강제될 수 없는 경우, 그러한 군인으로 구성된 군대는 이미 고전적 의미의 군대가 아닙니다.
4. 軍 작전활동에 수반된 인명피해와 형사책임
가. 軍 작전활동의 특수성(행위 주체와 작동방식)
군의 작전활동은 그 작전활동의 주체가 군이라는 점에서 다른 조직이 하는 활동과 결정적으로 구별됩니다. 군은 군령태산이라는 명령과 지시에 의한 상명하복의 지휘복종체계를 작동원리로 삼는 조직입니다. 즉,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훈련되고, 또 법상 강제됩니다. 작전활동과 관련하여 선택과 결정의 재량은 상급자로부터 부여받은 범위 내에서만 행사 가능합니다. 설사 하급자의 판단이 사후적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구체적인 작전 수행을 함에 있어서 하급자는 일단 상급자의 판단과 그 판단에 기초한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항명죄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나. 軍 작전활동의 특수성(지휘관에게 광범위한 재량 부여)
군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번에 보듯 재해에서 국민을 구조하기도 하고 지하철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기관사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군은 국가의 부름이 무엇이든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군이 수행하는 작전은 종류는 물론이고 작전환경도 극히 다양합니다.
군 외에 어떠한 조직도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놓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각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일상의 규범을 군의 작전활동에 적용할 경우 군이 할 수 있는 작전활동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임시방편적으로 기관사로 투입된 군인에게 정상적인 기관사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안전주의의무를 부여할 경우,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는 정도로 훈련된 군인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처럼 실종자 수색작전의 경우 전문 소방인력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안전조치의무를 부여할 경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될 수 있는 군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군은 이러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고, 명령이 발령되면 그에 따라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군인은 항명죄 등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이는 지휘관의 지위에 있는 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다 군의 지휘관은 통상 많은 부하들을 통솔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휘관인 군인에게는 많은 재량이 부여되어야 하고, 그 재량 내에서 한 행위는 적법하다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는 재량 행위 내 행위로 발생한 인사사고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면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 軍 작전활동 행위의 형사법적 성격(형법 제20조)
군인이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을 수행한 경우 그 행위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이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성립요건(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상 위법하지 아니한 행위는 범죄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이는 과실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에 대해서는 설사 그 행위로 인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그간 군 작전활동과 관련하여 인사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지휘관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법적인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라. 軍 작전활동 중 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시 문제점
군 작전활동 중에 발생한 일로 군인을 형사처벌을 할 경우 군인은 형사처벌 가능성을 들어 작전수행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됩니다.
그간 군 작전활동과 관련하여 인사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다른 활동과 다르게 지휘관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지 않은 것은 군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번에 군 작전활동에 참여한 제 부하들을 형사처벌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이들 개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군 지휘부는 장병들을 생명에 대한 위험이 상존한 각종 재해와 재난사태에 동원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지휘관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명령을 내려도 일선 부하들은 위험이 수반되는 명령에 대해서는 극히 소극적으로 반응할 것입니다. 자신이 군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일로 불명예스러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그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덧붙여 재해재난지원 뿐만이 아니라 평시 교육훈련 및 국지도발 상황, 전시교전 상황에서도 군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5. 제 부하들의 형사책임 유무 및 정상에 대해
가. 이 사건 발생의 원인
이 사건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귀청에서 명쾌하게 밝힐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보의 제한으로 인해 제 판단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지만 제가 사단장으로서 접한 정보에 의하면, 일응 이 사건의 원초적 원인은 포11대대장이 포병대대의 선임대대장으로서 포병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의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작전대상 지역의 자의적 확대(여단장은 수변에 있어서 장화높이까지 들어가라고 했으나, 포11대대장은 수변내이기는 하지만 허리까지 들어가도록 전파 / 수변내 물웅덩이에는 장화높이까지 들어가도 되는 얕은 곳도 있지만, 허리까지 들어가야만 하는 깊은 물웅이도 있음.)한 작전지침 전파, 포7대대장은 의욕에서 또는 과실에서 그 작전지침을 오해하여 작전대상지역이 수변에 국한됨에도 허리까지인 경우에는 수중도 포함된다고 오판하고, 그 판단에 기초하여 부하들에게 하천 본류에까지 들어가 작전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나. 부하들의 형사책임 유무에 대한 총론적 의견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제 판단이 옳다고 할 경우, 이러한 사안에 대해 포7대대장의 작전명령을 따른 하급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포11대대장, 포7대대장도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하는 것은 적절한 법적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포11대대장에 대해
포11대대장이 비록 여단장의 작전지침을 임의로 변경 전파하였으나 그 취지는 보다 적극적으로 실종자 수색을 하자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그 동기나 목적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선임대대장이 이러한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지침을 전파하더라도, 통상 대대장급 지휘관들은 현장지휘관으로서 실제 현장 작전상황에 맞추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합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포7대대장의 위와 같은 오판이 주된 원인으로서 포11대대장의 작전지침 확대 전파와 이 사건 사고 발생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라. 포7대대장에 대해
이 사건 발생은 포7대대장이 수중수색의 위험을 인지하고도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중수색을 지시한 것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포7대대장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포7대대장의 평소 복무자세, 성품에 비추어 포7대대장은 수중수색이 상급자의 명령이라고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포11대대장이 “허리 아래까지”수색하라는 말을 듣고서, 허리까지 들어가는 곳은 수중을 의미한다고 오해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밝혀질 문제이지만, 만약 포7대대장이 부하들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동기가 위와 같고, 이사건 수중수색 지시가 그와 같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포7대대장의 위와 같은 잘못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위에서 본 군작전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포7대대장의 수중수색 지시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많으며(업무상과실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설사 달리 보더라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한국군의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 포7대대장의 부하들에 대해
포7대대장의 부하들은 직속 상관이자 현장지휘관인 포7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작전활동에 참가한 군인들입니다. 하위 계급인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작전 수행상 재량은 극히 적습니다. 그들의 행위는 적법한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른 행위로써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위법하지 않은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설사 견해를 달리하더라도 그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한국군의 기능을 결정적으로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이러한 군의 특수성 때문에 그간 작전에 참가한 장병들을 명백한 불법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6. 결론
거듭 말씀드리지만, 군의 고위장교로서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 부하들의 형사책임 유무를 따짐에 있어서는 반드시 위에서 제시한 군과 군 작전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법률전문가가 아니고, 유사한 선례나 자료를 찾지 못한 관계로 충실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지만, 귀청에서는 이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형사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이고, 군과 군사작전 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군사전문가 및 군사법전문가들로부터도 지혜를 빌려서라도 제가 말씀드린 점을 충분히 검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사건의 처리결과는 향후 한국군의 미래와 국가 안보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