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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꼼수 벙커1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無人
판사 법복 | |
우리나라에 법복이 도입된 것은 1906년 고종황제가 ‘평리원 이하 각 재판소 사법관 및 주사 재판정복 규칙’을 반포하면서다.
고종은 1895년 갑오개혁 당시 재판소 구성법을 제정·공포하면서 판·검사를 임명했다. 오늘날 사법연수원 격인 법관양성소를 설립하는 등 근대 사법제도를 창설했다.
1906년 마련된 규칙에 따르면 검정 두루마기에 대(帶), 검정 모자, 검정 신발을 착용하게 했다. 판사는 자색, 검사는 주황색, 주사는 녹색으로 깃과 속대의 색깔을 달리해 구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판·검사들이 재판정복을 착용한 사진은 남아있지 않다.
‘헤이그 특사’ 이준(1859~1907) 열사도 이 당시 검사 생활을 했지만 법복을 입은 사진은 남아있지 않다. 남아있는 사진들은 대개 이준 열사가 양복을 입고 촬영한 것이다. 1895년 법관양성소 1기로 졸업한 그는 1906~1907년 1년간 대한제국 평리원 검사로 일했다.
일제시대에는 오동나무 꽃 수놓은 법복
일제시대 들어 일본의 법복과 동일한 상의와 모자를 착용하게 했다. 1911년 조선총독부는 판사와 법원 직원에게 총독부 복식을 강요했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 칼을 차고 재판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연출됐다. 하지만 1919년 3·1운동 직후 칼을 차는 규정은 폐지됐다. 1920년 10월 일제는 ‘조선총독부 재판소 직원 복제의 관한 건’을 시행해 일본식 법복이 도입됐다. 판사와 검사는 오동나무 꽃과 당초무늬가 수놓인 검정색 법복을 입고,구름무늬가 새겨진 검은 법모를 착용했다. 오동나무는 일본왕의 상징이다. 재판소 서기는 깃에만 녹색 당초무늬가 자수된 검은 법복을 입었고 무늬 없는 법모를 썼다.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일본식 법복은 모두 사라졌다. 대신 판·검사들은 두루마기나 양복 등 평상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이인(1896~1979) 선생은 “짝짝이 구두에 떨어진 양복을 입은 대법관들이 태반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이후 미 군정에서 법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1946년 법관의 법복을 새롭게 정했지만 시행하지는 못했다.
1953년 한국 최초의 ‘무궁화 무늬 법복’ 도입
대한민국 최초의 법복이 도입된 것은 1953년 3월이다. 대법원은 ‘판사·검사·변호사 및 법원서기 복제 규칙’을 제정했다. 소매가 넓고 가슴 부위에 무궁화 문양이 수놓인 검은색 법복이었다. 문양의 색깔은 판사가 흰색, 검사가 황색, 변호사가 자색이었다. 법모는 무궁화 문양에 태극장이 수놓아졌다. 법원서기는 무늬 없는 법복에 청색 자수 법모를 썼다.
하지만 오동나무 무늬가 무궁화로 바뀐 것 외에 일제시대 법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와 1966년 법복은 다시 한 번 바뀌게 된다. 미국의 법복을 참고해서 제작됐다. 대학 졸업식에서 입는 학위복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법모는 이때부터 쓰지 않게 됐다.
1966년 대법원은 검사와 변호사의 법복에 관한 규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한 검사의 법복 역시 판사의 법복과 비슷하게 제작됐다.
오늘날 법정에서 볼 수 있는 법복은 1998년 사법 50주년을 맞아 개정된 것이다. 검은색 천에 자주색 띠가 가미됐다. 판사의 경우 법원 로고가, 검사의 경우 무궁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여성 판·검사 넥타이는 어떻게?
검사 법복 | |
법조계에 넥타이 문제가 대두된 것은 1966년 법복 개정 때부터다. 이전까지 입던 무궁화 무늬 법복은 상체의 전부를 가리기 때문에 넥타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었다.
1992년 9월 대법원이 남성 판사의 넥타이를 검은자주색으로 통일하기 전까지는 관례적으로 흰색 사선 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썼다. 여성 판사의 경우에는 1973년 검은색 줄로 넥타이를 대신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1986년부터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1998년 대법원이 법복을 다시 한 번 바꾸면서 넥타이가 변했다. 남성 판사의 경우 짙은 회색에 법원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가, 여성 판사에게는 두 번 접힌 모양의 은회색 에스코트타이가 지급됐다. 검사의 경우 여성에게만 무궁화 무늬가 새겨진 회색 민짜형 에스코트타이가 보급됐다.
넥타이는 여름철 더위를 가중시키는 주범이다. 서울지역의 한 여성 검사는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에스코트타이를 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나 남성 변호사의 경우 넥타이를 하고 법정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여름철에 법정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법정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사는 공판검사만 법복 입어
현재 검사의 경우 법정에서 공판을 담당하는 공판부 검사만 법복을 입는다. 수사를 맡는 수사검사는 법복을 입지 않는다. 수사검사의 경우 본래 수사를 전담하고 법정에서 공판에 참여하는 것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굵직한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대부분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입장한다.
수사검사가 법복을 입지 않는 이유는 법복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모든 신규 임용 검사에게 법복이 지급된다. 임관식에서 신규 임용 검사 전원이 법복을 입고 임명장을 받는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검사들은 공판부에 배치될 때만 법복을 받고 그 외에는 법복을 법무부에 반납했다.
올해 초 변호사 법복 ‘부활’ 논란
변호사는 1966년 대법원 규칙에서 변호사의 법복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복을 입지 않게 됐다. 오늘날 변호사들은 대개 검은색 양복에 변호사 배지를 착용한 채 법정에 나타난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 일각에서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일한다는 뜻으로 희망자에 한해 법복을 입게 해달라는 주장이 있었다. 서울변호사회는 올해 초 “변호사 중 희망자에 한해 형사 법정에서 법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 법정에서 변호사도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변호사의 책임 의식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변회의 회원 변호사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구시대적 발상이며 법복 지참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응답자의 53.7%가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법원경위에게는 ‘금배지’ 있어
법정에 재판부가 들어서면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라고 근엄하게 당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법정 질서를 잡는 법원 경위들이다. 이들은 재판 중에도 엄숙한 표정으로 서서 방청석을 지켜본다. 법정에서 방청객이 떠들면 제지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퇴장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녹취를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면 삭제하는 것은 물론 며칠간 감치시킬 수도 있다. 법원경위는 긴 소매의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착용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경호원들처럼 귀에 이어마이크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넥타이는 진청색 바탕에 흰색 대각선 줄무늬가 새겨져 있다. 1998년부터 여성 법정경위가 채용됨에 따라 여성 경위에 대해서는 치마를 입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 모두 바지로 통일됐다. 법정경위는 다른 법원공무원들과는 달리 정장에 ‘금배지’가 있다. 무궁화 모양에 한글로 ‘법원’이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