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닥 못 집어 넣겠니?”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동생이 “메~롱”라며 놀린다거나 어딘가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계속 재잘거리는 경우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혀는 입 속에 들어 있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기관이지만 아주 다양한 기능을 한다.
혀는 부피에 비하여 많은 근육을 가지고 있다. 혀에 분포하는 근육은 혀 속에 들어있는 근육(내인근 또는 고유근이라 함)과 목구멍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근육(외인근 또는 외래설근이라 함)으로 나눌 수 있다. 외인근의 경우 혀를 쭉 내뻗었을 때 눈으로 볼 수 있다. 뭉툭해 보이는 코끼리 코가 나무젓가락을 집는 장면은 신기하다. 이렇게 코끼리 코가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코 안에 근육의 수가 많고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혀 안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혀 근육은 입 안에 들어온 음식물에 대해 압박, 마찰, 비틀기 등을 행할 수 있다. 기계적으로 음식물을 조각내고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것을 도와준다. 물론 쑥 내밀어서 다른 사람을 놀릴 때도 쓸 수 있다.
혀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맛을 보는 것이다. “이 음식점은 생선 구이가 아주 일품이야!”라는 말은 단지 음식의 순수한 맛 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온도가 적절한지, 혀에 닿는 느낌이 좋은지도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즉 혀는 맛을 보는 동시에 온도와 촉각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이를 음식에 대한 평가에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맛을 보는 것은 혀다”라는 말은 완전히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혀로 맛을 구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지 혀 만으로 맛을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에 이상이 생기면 맛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 맛이 잘 안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또한 눈도 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바로 시각과 맛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말이다. 일반적인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농축액으로 만든다. 이 오렌지 농축액이라는 것은 오렌지를 푹 삶아서 부피를 줄인 것이다. 보관이나 운송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농축 과정에서 오렌지 고유의 맛과 향을 많이 잃게 된다. 그래서 농축액으로 다시 오렌지 주스를 만들 때는 물을 넣어 부피를 늘릴 뿐만 아니라 오렌지 향을 타서 맛도 보충한다. 냄새가 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맛의 종류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네 가지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답이 못 된다. 매운 맛을 더해야 완전한 답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생물시간에 수업을 제대로 안 받은 분이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다. 고추의 매운 맛은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capsicin)이라는 물질이 혀에 통증을 가하는데, 이를 맵다고 느낄 뿐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미맹이라 한다. 이는 PTC(phenylthiocarbamide)라는 물질을 이용하여 검사할 수 있다. 정상인들은 PTC의 맛이 쓰다고 느끼지만 미맹인 경우에는 아무 맛도 못 느끼거나 쓴맛이 아닌 다른 맛으로 느낀다.
흔히 알려진 네 가지 맛 외에 다섯 번째 맛으로 감칠맛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먹고싶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라는 일본 화학자가 발견하여 우마미(일본어로 맛이 좋은 느낌)라 이름 붙였다. 일본의 아지노모토(味の素, 맛의 본질이라는 뜻) 회사는 1909년에 감칠맛을 일으키는 물질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 물질을 각종 조미료 제조에 이용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감칠맛을 일으키는 물질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나트륨(Na)이 한 개 붙은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임이 알려졌다. 이 물질은 오늘날 MSG라는 약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MSG는 오늘날에도 식품첨가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수많은 음식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MSG가 사람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약 30년에 걸친 논쟁이 있은 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최종적으로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렸다(이것이 대규모 식품 회사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확인하기는 어렵고, 실제로 MSG를 과량 복용하면 몸에 해롭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전세계에서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음식에 MSG를 첨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다 먹은 후에도 계속해서 입안에 군침이 도는 느낌이나 물을 더 마시고 싶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것도 조미료에 들어 있는 MSG에 의한 것이다.
일찍부터 일본에서는 감칠맛이 제5의 맛이라 주장했지만 감칠맛이 다른 맛과 구별되는 새로운 맛이라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로퍼(Stephen D. Roper)와 차우다리(Nirupa Chaudhari) 부부가 실험용 생쥐의 맛봉오리에서 MSG를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세포를 찾아낸 것이다. 이로써 MSG는 이미 알려져 있는 네 가지 맛과 다른 방식으로 감칠맛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흔히 “혀를 굴린다”는 표현을 쓸 때는 외국어 발음 중 한글에는 없는 부드러운 발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혀는 뒤쪽이 목구멍 쪽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실제로 굴릴 수는 없다. 단, 혀의 근육에 문제가 있으면 혀를 움직이는 일이 어려워질 수는 있다. 혀의 근육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혀를 앞뒤 또는 좌우 방향으로 둥글게 말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혀의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혀가 짧아서 “ㄹ” 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곤로”를 “곤노”라 하거나 “바람풍”을 “바담풍”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어느 언어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어 발음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혀를 잘 굴린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다. 말의 발음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혀에 암세포가 자라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혀에서 암세포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된다. 암은 근본적으로 암 세포를 잘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이다. 만일 혀를 자른다고 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 혀에 생기는 이상은 비교적 눈에 잘 띄므로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조기진단이 용이하다. 일반적인 혀암(설암)의 특징을 소개하니, 혀를 평소에 잘 살펴보시기를 부탁한다.
1. 초기의 모양 단단한 흰색이 혀에 나타나거나 표면이 갈라지는 궤양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잇몸으로 번져 나간다.
2. 발생빈도 입안에 생기는 암중에서 가장 흔하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매년 10만명당 5-10명에게서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에게 잘 생기고, 40대 이하에서는 드물다.
3. 원인 어떤 종류든 담배를 피는 경우,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잘 생긴다.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도 혀암의 유발인자이고, 리보플라빈(riboflavin)이나 철 등이 결핍되는 것도 발암원인으로 거론된다. 백색판증(leukoplakia, 백반증)과 적색판증(erythroplakia, 홍반증)은 암이 되기 직전의 상태이므로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한다.
4. 증상 초기에는 아무 증상도 없을 수 있다. 혀가 암세포 덩어리에 닿는 느낌으로 초기에 암세포를감지할 수 있고, 암세포조직에 궤양이 생기면(갈라지면) 통증과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혀 근육 조절이 어려워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숨쉬기 힘들어지고, 음식을 먹고 말하는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5. 진단 혀에 생긴 이상 조직을 떼어 내어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찾아낸다.
6. 치료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실시한다. 혀를 잘라내야만 하는 경우 인공적으로 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언어장애가 발생하면 언어치료를 병행한다.
7. 주의사항 혀에 생긴 암세포를 일찍 발견하면 80% 이상의 경우에 완치 가능하다. 혀 표면에 흰색 또는빨간색으로 세포 덩어리가 보이고, 표면 위로 자라기 시작하면 즉시 전문의와 상담을 한다.
인체의 기본단위는 세포다. 세포가 모이면 조직이 되고, 조직이 모여 장기가 되며, 장기가 모여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계통(system, 소화계통, 순환계통, 호흡계통 등)을 이룬다. 세포는 종류에 따라 모양과 기능이 다르지만, 수십 회 정도 분열을 한 후에는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사라져야 할 세포가 사라지지 않고 성장(분열)을 계속하면 몸에 필요치 않은 세포가 덩어리를 이루어 자라나게 된다. 이를 종양(tumor)이라 한다. 종양은 치료하기 어렵고 예후가 나쁜 악성(malignant)과 비교적 치료가 용이하여 예후가 좋은 양성(benign)으로 구분하며, 암은 일반적으로 악성종양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적당한 암 치료법이 없었으므로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일단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질 만큼 무서운 질병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암의 종류에 따라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수술, 방사선, 호르몬 등을 이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췌장암 같은 몇 종류의 암은 불치의 병으로 간주되긴 한다. 암은 늦게 발견하면 치료가 어려우므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한 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