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를 외길로 바친 출판의 正道
출판사업에 평생을 바친 윤형두 사장님~
나는 글을 읽으려면 꼭 돗보기를 걸쳐야 된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여서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싶어하였고 간직하고 싶었기에 꾀나 읽었다고 자부한다마는 이젠
시력이 나빠져서 도수 높은 안경을 걸쳐도 오래 읽다보면 눈알과 머릿골이 아파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걸 버리고 비워내도 책만큼은 곁에 두어야하는 건데
아무때고 수시로 읽어, 마음의 향기를 뿜고 특히 40년여 제자들을
가르치며 보내오는 내 입장이고 보면 책만이 무기이며 커다란 재산이였는데 어쩔건가 무상한 세월과 나이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잖은가.
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닌 세월이 줄잡아 50여년은 넘는다.
아스라한 세월이면서 바로 엊그제 같기도 하다. 세월을 붙잡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무슨 책이던 미치게 읽고 싶던 10대 사춘기 시절이 전라남도 여수(麗 水)에서 물맑고 산자락이 수려한 종고산과 돌산섬을 곁에 두고 지나갔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눈자위가 붉어지는 전쟁과 피난지의 3년이였는데.......
웬걸 얼마전에 읽은 범우문고 한권이 다시 나의 눈물을 쏟게 울려버렸다.
2001년쯤, 당시 문인협회 부이사장후보로 나서 전국에 걸쳐 문인들에게 인를 드리고 협조를 구하는 힘겨운 나날이였는데 내가 평소
존경하는 윤헝두 범우사 사장이 격려의 글과 함께 보내준
자전적 수필집 <사노라면 잊을 날이>속에 내용들이 나를 사로 잡아버린
것이다.
2004년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다시 윤형두 수상집 <사노라면 잊을 날이>을 읽으며- 지나온 세월이 走馬燈같이 흘러간다.
비슷한 년배의 수필가 윤사장은 1950년대 같은 무렵, 여수 앞바다의 섬
돌산에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았고 여수중학교에 다닌 나와 달리 유명한
순천중학교로 유학하여 통학하였지만 바다를 사랑하고 뜬구름과 물새,
바다속을 자멱질하며 마음껐 따던 해초들이 바로
문학수업의 모체가 된 나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읽어갈수록 자연에 대한, 어머님과, 고향에
대한 정이 가식없이 그대로 표백된 것이여서 나를 꼼짝없이
묶어놓았던 것이다.
물론 국내.외 명작을 섭렵한다고 眼下無人(?)으로 혼자 떠들기도 했지마는 단순하고 소박한 한권의 책이 근래에 이처럼 나를 정지시켜버린 일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잘 알고 존경하는 전 감사원장 한승헌 변호사가 책머리에 얹은 인간
윤형두론은 마치 사실화를 대하는 것 같이 그를 그려냈고
월간<다리>지 사건으로 옥고를 치루면서도 꿋꿋할 수
있었던 것은 돌산(突山)과 장군도 앞바다 해일만큼이나 거센 현실의 광란을
체험했기에, 정직함을 모질게 가르쳤던 편모의 생활신조가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고 나 역시 동감한다.
단순한 수상집을 넘어 독자앞에 드리는 고해요 정직한
각서라고 믿고 있다.
전쟁속의 남녘 다도해에서는 만나지 못하였으나 이미 숙명적임을
예비해둔 것이라고 나는 헤아린다. 윤형두의 수필이
회상을 축으로 삼아 씌여진 점이나, 또한 겪어온 전쟁과
피난기, 소년기의 문학수업에 같은 맥락을 갖는가보다.
구봉산넘어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타고 높이 날다 줄이
끊어진 연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나 종고산 마루에 앉아서
멀리 오동도와 수평선 아득히 날아가는 물새가 되고 싶은
나 장윤우나 같은 해풍을 맞으며 1950년대의 남침전쟁으로 온갖 곤욕을
겪은 곳이다.
산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어쩌다 이젠 머리가 허옇게 센 윤형을 마주치게 된다. 그의 지독한 산사랑은 내가 따르지 못할 정도이다. 대쪽같은 산사람모습이다.
:....나는 산에서 묵시의 대화를 연다. 인생의 덧없음에
대하여, 민족의영원성에 대하여, 사랑의 가변성에 대해서
묻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그는 터득하였구나. 실뿌리도 잠이 든 정월의
산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나뭇가지위에 얹힌 흰
눈이 떨어져 머릿칼위로 날리고 눈위에 찍힌 산새의
발자욱이 원시를 연상케하는 터득을 나는 어찌 하산주
한잔에만 연연하였던가.
이 책의 제목 ,<사노라면 잊을 날이>처럼 모든 걸 비워내고 홀홀히 남녘 바닷가로 되돌아가볼거나.
<아버지의 산 어머니의 바다>가 현대문학지에 게재되였을 때의 감동이 다시 나를 잡는다.
그의 저서는 이외에도 많다. 짧은 인생 길에 나의 동반자로 자처하고싶어 써내는 소감애 용서를 빈다. 메마른 사회를 걷는 이들에게
반드시 길을 열어 주리라.
이제 한 작가로서 열악한 출판업의 荊路를 넘어오신 출판인으로서 山 사나이로서 집안의 기둥으로서 삶의 중심을 잡아온 윤형두- 그가 어느결에 古稀를 마지하게 된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인생 70이 古來稀라던데- 이분에게는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겠지마는 옛말을 새기며 감회가 어린다.
윤선생~ 인생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부디 오래, 오래 살아가시면서 후학들과 대한민국에 발을 붙이고 사는 모든 지성인들에게 큰 힘(出版)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몰려오는 새물결-
지식의 바다를 담아내어 書架에, 두뇌속에 넣어 주십시오.子孫萬代에까지 변하지 않는 良書를 펴내 주십시오 비록 돈이 되지 않는 지식산업일지라도,
-한 생애를 바친 출판의 正道
장윤우(시인,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월간문학발행인)
남해 푸른 바다속에 뛰노닐던 개구리소년이 한 생애를 바쳐온 출판인의
迂餘曲折의 正道를 지켜본다
첫댓글 그의 칠순에 바친다 더욱 강건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