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소 웨인/ 배트맨 역), 마이클 케인 (알프레드 역). 리암 닐슨(듀커드 역), 케이티 홈브(레이첼 역)
게리 올드만(고든 형사 역), 모간 프리먼(루시어스 폭스역), 라이너스 로체( 토마스 웨인역)
아무 것도 상상하지 마라! 올여름, 새로운 영웅의 선.전.포.고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본 후 죄의식과 분노로 늘 고통 받는다. 복수하고 싶은 욕망은 불타오르지만 명예를 지켜야 한다던 부모님의 가르침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악을 물리칠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담시를 떠나 홀로 세상을 유랑한다.
적을 이기려면 적의 세계를 알아야 하는 법! 브루스는 범죄자들의 소굴에 섞여 생활하며 그들의 습성을 터득한다. 그러던 중, 듀커드(리암 니슨)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 정신적, 육체적인 수련법을 배우게 되고 듀커드는 브루스에게 '어둠의 사도들'에 가입하라는 제안을 한다. 듀커드가 속해있는 '어둠의 사도들'은 동양계 무술의 달인 라스 알굴(켄 와타나베)이 이끄는 범죄 소탕 조직. 그러나 브루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강경책으로 응징하는 이들의 방법이 자신과는 맞지 않음을 깨닫고 고담시로 돌아온다.
브루스가 떠나 있는 동안 고담시는 부패와 범죄로 파멸되어가고 있었다. 사회봉사라는 이념 하에 운영되었던 브루스 가문의 기업인 '웨인 엔터프라이즈'마저 전문 경영인 리차드 얼 이사(룻거 하우어)의 손에 좌우되고 있었다. 얼 이사는 브루스 소유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기업을 증시에 상장하는 일을 추진 중이었던 것이다.
한편, 브루스의 소꼽 친구이자 검사보인 레이첼 도스(케이티 홈즈)는 갱단의 횡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패권력과 밀착된 갱두목 팔코니(톰 윌킨슨)가 고담시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크레인(킬리언 머피)의 도움으로 레이첼이 기소하는 사건마다 교묘히 빠져나갔던 것. 레이첼에게 기소되는 부하들을 크레인의 병원에 입원시켜 면죄되게 해주는 대신, 그 대가로 수수께끼의 약품을 고담시로 밀반입시키는 이들의 결탁 속에서 고담 시민들은 점차 생존을 위협 받는다.
브루스는 악이 점령한 고담시를 되살리기 위해 충성스런 집사 알프레드(마이클 케인)와 청렴한 경찰 짐 고든(게리 올드만), 그리고 웨인 기업의 응용과학 전문가 폭스(모건 프리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존재 '배트맨'으로 재탄생을 준비하는데...
WHO IS BATMAN
밤의 기사 배트맨의 탄생 기원
범죄자들은 미신에 약한 겁쟁이들이다.
따라서 변장한 내 정체는 저들에게 큰 공포가 될 것이다.
난 밤의 지배자가 되겠다!
-DC 코믹스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대사 中
'배트맨의 매력은 분노와 좌절감을 숨긴 채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분노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도시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감독, 시나리오 공동작가 크리스토퍼 놀란
'배트맨은 예측 불허의 인물이다. 그 동기가 100% 순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정의라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이런 복잡다단함이 바로 배트맨을 그 어떤 영웅보다 '쿨'한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연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은 초능력을 타고나 저절로 영웅이 된 것이 아니다. 슈퍼맨이나 헐크처럼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수 있는 인간적인 영웅이라는 점에서 배트맨은 오히려 특별하다. '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고이어
'배트맨은 역대 캐릭터들 중, 심리적으로 가장 연구해 볼 만한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DC 코믹스 발행인 폴 레비츠
'배트맨'. 그가 고담시의 밤하늘에 처음 나타난 것은 1939년이었다. 약자에겐 영웅이자 악당에겐 가차없는 응징자로서, 그는 고담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스스로에게 '배트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밤의 기사 배트맨'은 부패해 쓰러져가는 도시를 구원할 희망과 정의의 상징이 되었다.
탐정 만화 작가 밥 케인이 1939년 5월, 만화 잡지 DC 코믹스에 <탐정 : 제 27권>을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66년 동안 '배트맨'은 라디오 드라마, 실사 및 애니메이션, TV, 영화, 게임, 만화책 등으로 재현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자 거대한 산업이 된 배트맨 신화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으며 그 이야기의 범위도 더욱 거대해졌다. 배트맨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산업적 캐릭터로 분석되고 있다.
THE WORLD OF BRUCE WAYNE
그는 부패 속에 썩어가는 도시를 청소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론 힘들다.
-원작 만화 <배트맨의 탄생> 中
영원한 동반자 웨인 가문의 집사 알프레드 페니워스
브루스의 부모가 죽자, 스스로 후견인 책무를 맡는다. 브루스가 분노로 망가져갈 때에도 그의 삶에 무게 중심이 되며 젊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는다. 브루스가 배트맨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브루스 웨인의 도덕적 나침반.
어둠의 사도들의 우두머리 라스 알굴
'정의는 균형이다'라는 신념 아래, 전세계 악을 소탕하기 위해 조직된 '어둠의 사도들'을 이끄는 신비의 인물. 수수께끼에 싸인 채 수많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침착하고 고요하지만 마치 휴화산처럼 내면에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어둠의 사도들의 대리인이자 브루스의 스승 듀커드
인류를 구원할 진리와 정의를 찾아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인물.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한 그는 자신의 신념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적임자로 브루스를 선택한다.
웨인 가문 가정부의 딸이자, 브루스의 어린 시절 단짝 친구 레이첼 도스
브루스가 세상을 배회할 동안, 검사보가 되어 고담시의 악의 세력과 싸운다. 브루스가 거짓으로 망가져 갈 때도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그에 대한 깊은 믿음만은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다. 등장인물 가운데, 영화를 위해 새로 창조해낸 유일한 인물.
부패한 고담시에서 타락 않고 배트맨을 돕는 제임스 고든 경사
고담시의 몇 안 되는 청렴한 경관 중 하나로 웨인 부부가 피살될 당시 현장에 출동, 어린 브루스를 따뜻하게 위로했던 인물. 범죄자들뿐 아니라 동료 경찰들의 부패와도 힘겹게 맞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형사로 배트맨과 의기 투합, 범죄 소탕의 파트너가 된다.
웨인 그룹을 차지하려는 그룹의 이사 리차드 얼
웨인 그룹의 사주인 토마스 웨인이 피살되고 아들인 브루스가 실종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룹을 장악한다. 웨인 그룹의 기업 이념이었던 박애주의를 버리고 무기와 군수물품을 제조하며 탐욕스러운 영리 추구에 전력을 쏟는다.
첨단 테크롤러지로 배트맨이 변신하도록 돕는 조력자 루시어스 폭스
토마스 웨인 회장과 절친했던 중역으로 그가 죽은 후 회사를 장악한 얼 이사의 경영방식에 반기를 들어 응용과학 부서로 좌천된다. 첨단무기와 군수물품의 시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부서의 장점을 살려 브루스가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데 절대 공헌을 한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보상하기 위해 조직의 손을 잡는 심리학자 크레인 / 허수아비
아캠 정신병원 원장. 공포심리학 전문가인 그는 자신이 개발한 독극물로 환자들의 공포증을 극대화시켜 자신의 목적에 이용한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생긴 콤플렉스 때문에 또 다른 자아인 '허수아비'로 변해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하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
고담시의 모든 악을 대변하는 인물 팔코니
경찰과 사법부, 정치인들까지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는 암흑가의 황제. 크레인과 결탁해 고담시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최고의 악당으로 레이첼이 자신의 부하들을 기소할 때마다 크레인의 허위 진단서를 악용, 정신병원으로 빼돌린다. 배트맨의 첫 번째 목표물이 된다.
영웅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역사상 가장 절대적인 영웅 배트맨의 탄생 신화!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탄생의 기원과 더불어 그간 베일에 감춰져 있던 뒷 배경, 브루스 웨인이 왜, 어떻게 배트맨이 됐는지를 다루고 있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거대한 스케일로 표현하여 배트맨이 탄생하게 된 이유와 과정, 그리고 그에 동원된 첨단 테크놀러지까지 자세하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러나 <배트맨 비긴즈>를 만드는 데 있어 제 1원칙은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었다. 이에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서사적이고 무게 있으면서도 현실에 확고하게 뿌리를 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면에 있어 예전 배트맨 시리즈들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가면서 합당한 이유를 주기 위해서는 신화 뒤에 숨어있는 한 인간의 심리를 고찰해볼 필요가 있었다.
정신적인 기둥이었던 부모가 경제불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자에게 피살되자 죄의식과 분노로 혼란을 겪다가 자신의 분노를 싸워 이겨 배트맨으로 거듭난 브루스 웨인은 매우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다.
이에 제작진은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리얼리티와 신화성을 결합시킨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코드로 '공포'라는 테마를 삽입시켰다. 어릴 적 우연히 성 밑의 박쥐 동굴을 발견하고 겪은 공포체험과 부모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을 결합시킴으로써, 브루스가 자신의 심볼을 박쥐로 정하는 과정을 좀 더 드라마틱하고 공감이 가게끔 유도했다.
'박쥐'는 브루스의 내면을 지배해온 공포의 대상이면서, 역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이자 공포를 이겨내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역 발상은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는 중요 코드가 되는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그래서 더욱 사랑 받는 영웅
지옥 같은 훈련을 이기고 탄생한 안티 히어로의 전형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이 개인과 영웅의 모습이라는 두 얼굴 사이에서 갈등하는 반면, 브루스 웨인의 정체성은 세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의 내면적 분노를 분출하는 통로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전사이다.
두 번째는 상처 입은 한 개인, 브루스 웨인이다. 그는 부모를 빼앗아간 고담시의 악한 힘과 싸우는데 자신의 일생을 바치기로 한 인물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인사 브루스 웨인이다. 방탕한 플레이보이이자 거부인 그는 세상을 구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첫 번째와 세 번째 캐릭터는 한 개인의 목적을 위한 가면에 불과하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상황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분노와 좌절감을 표출할 분출구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브루스 웨인과 같은 힘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에 배트맨은 60여 년의 세월 동안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었다. 슈퍼 히어로의 반열에 들어 있는 배트맨은 사실상 초인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와 강도 높은 훈련, 그리고 거대한 자본으로 이루어진 영웅이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초능력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지옥 같은 훈련 과정을 통해 자신을 연마한 인간,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스타일의 안티 히어로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배트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현실 접근성이 높다. 또한 배트맨은 모든 슈퍼 히어로들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운 캐릭터로 정의된다. 슈퍼맨처럼 모두가 선망하는 주류도 아니고 돌연변이처럼 소외 당하는 비주류도 아닌, 그 사이에 걸쳐 있는 중간자적 존재다. 슈퍼 히어로라기보다는 미스터리 맨에 더 가깝다. 때문인지 배트맨의 적들은 노력형 인물들로 유난히 지적이며 두뇌 플레이에 강하다.
340마력, 400파운드의 회전력, 그리고 20미터 점프력
영화 속의 성능과 동일한 5대의 실제 배트카
'블랙이 더 낫지 않나요?'
-<배트맨 비긴즈> '브루스 웨인' 대사 中
일명 배트모빌, 배트카. 역대 배트카는 늘 첨단을 달리는 자동차였지만 과장되고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의 모든 것은 철저히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놀란 감독의 원칙에 의해 배트카 역시 모든 부분과 부속이 명확한 존재 이유와 기능을 갖고 있어야 했다. 이런 원칙하에 람보드기니와 험비를 섞은 듯한 형태로, 탱크와 같은 돌진력과 스포츠카를 닮은 날렵함을 동시에 갖춘 배트카를 만들어 냈다. 8주 동안 만들어 낸 6개의 자동차 모델을 토대로 특수효과 제작팀은 6개월 동안 5가지의 배트카를 제작했다. 영화 속 대부분의 차량들이 미리 제작된 프레임 위에 플라스틱을 씌운 것이지만, 배트카는 모든 부분을 맞춤 제작해 실제로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촬영을 위해 제작된 배트카는 총 8대로 휘발유로 운행되는 5대의 기본 모델과 탑승하기 쉽게끔 뚜껑이 슬라이드 식으로 된 전기 작동식 1대, 엔진이 달려있지 않아서 매우 가볍기 때문에 대포로 발사시킬 수 있는 대포식 2대가 만들어졌다. 전폭 3미터, 길이 4.6미터, 무게 2.5톤의 배트카는 5.7리터, 350입방 인치의 340마력짜리 엔진이 부착되어 400파운드의 회전력을 발휘한다. 불과 5초 안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고 20미터 전방으로 점프할 수도 있다.
배트카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는 앞 악셀(FRONT AXEL)이 없다는 것. 덕분에 급 회전이 가능하다. 또한 6개의 트럭용 타이어가 달려있는 데, 슬라이딩 회전 시에 각기 알맞는 제동력이 걸리게끔 하기 위해 타이어 바닥에 완전히 고무를 입힌 것과 반만 입힌 것, 전혀 입히지 않은 것 등 세 가지 종류로 되어 있다.
배트카가 사용된 장면 중 가장 스릴 넘치는 장면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차량들 사이를 급회전 슬라이딩하며 고담시를 질주하는 장면. 첨단 테크놀러지가 동원된 현대적 추격씬과 거칠고 투박한 고전적인 추격씬을 적절히 섞은 듯한 느낌을 위해, 이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35번의 점프 테스트를 거친 실물 배트카를 30여 명의 운전자가 운행하여 시카고 대로에서 촬영되었다.
이 장면을 위해 배트카 못지 않은 첨단 장비 차량 추격씬 촬영 차량 'AMG 메르세데스 ML 트래킹 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ULTIMATE ARM과 LEV HEAD라는 수평 안정 장치가 로봇팔에 연결되어 작동되게끔 된 이 차량은 배트카 운전자와 교신하며 속도와 운전방식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때문에 속도와 관계없이 흔들리는 장면도 안정적이고 깨끗하게 촬영할 수 있다. 또한, ML은 얼마든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속 추격씬에서 보여지는 배트카는 실제 최고 시속 170킬로미터를 냈으며 이는 거의 헬기의 속도를 능가하는 스피드이다.
최첨단의 신기술,
총알도 뚫지 못할 첨단 소재로 만들어진 배트수트(배트맨 의상)
배트맨을 완성시키는 최신 무기들
배트맨이 야수의 이미지를 내비치며 위협적이고 위풍당당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배트맨의 의상인 배트수트 덕분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배트수트는 40명의 의상팀이 24시간 철통 같은 경비 속에서 만들었을 정도로 최첨단의 신기술이 동원되었다. 소재가 뻣뻣해서 활동성에 제약이 있었던 기존의 배트수트와는 달리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수트는 합성 고무의 일종인 네오프렌 소재의 안감 위에 몰딩된 라텍스를 덧붙인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로 제작되었다.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장비가 내장된 다기능 방수 갑옷인 이 배트수트는 무릎, 정강이, 다리, 팔, 상반신, 머리, 망또 등 7개의 라텍스 부위로 나뉘어진다.
의상팀은 크리스찬 베일의 전신 체격 본을 뜬 뒤, 그 본을 토대로 플라스틱 모형을 만들고, 다시 점토로 조형물을 제작했다. 점토 조형물로 직접 수트를 만들면 거친 표면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조형물 위에 플라스틸린이라는 특수 소재를 덧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했다. 제작된 플라스틸린 틀은 폼 제작실로 옮겨져 라텍스 혼합물 폼으로 속을 채워 모양을 완성했다. 그 후, 틀 속에 라텍스 폼을 주입하고 이를 대형 오븐에 넣고 구워낸 다음 각 부위를 틀에서 떼어내 작고 섬세한 가위로 보푸라기를 일일이 제거했다.
망토의 경우, 낙하산 제작에 쓰이는 나일론 천을 플로킹(FLOCKING) 처리해서 벨벳 느낌이 나도록 가공한 특수 천을 이용해 만들었다. 천에 접착제를 바른 후 6만 볼트의 전기를 사용해 정전기를 일으킨 뒤, 그 위에 고운 입자를 뿌려 들러붙게 하는 이 가공법은 영국 국방성이 야간 정찰용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방법으로 경찰들이 쓰는 헬멧에도 사용된다.
배트맨의 마스크와 머리 덮개를 통칭하는 두건은 기존 시리즈에서 배트맨이 고개를 돌릴 때 상반신까지 함께 돌려야 했기 때문에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던 단점을 보완, 얇고 움직임이 자유롭도록 만들어졌다. 그 결과 고개를 돌릴 때 주름이 잡히지 않고 두건 밑 얼굴 표정까지 보일 듯이 섬세한 질감을 자랑하는 팬더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형태의 두건을 만들어냈다.
이 두건은 기능적으로도 여러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충격에 강한 흑연 성분 소재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총알이 뚫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케블라 판이 덧대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감도 스테레오 마이크가 귀 부분에 숨겨져 있어서 먼 곳이나 벽 너머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를 도청할 수 있고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배트맨의 음성을 증폭시켜주기도 한다. 경찰의 무선 주파수를 잡을 수 있는 라디오 안테나 또한 달려있다. 이 배트수트의 경우 기존 배트맨 영화 속 의상들보다 훨씬 활동성이 좋게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 촬영할 때마다 몇 시간씩 입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 의상을 입고 촬영을 하는 건 역시나 고역이었다. 때문에 수트 안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에 작은 플라스틱 관을 삽입, 체온 상승을 막아주는 장치를 사용했다. 이는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조종사나 우주 비행사들이 체온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냉각 시스템과 같은 장치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무기가 달린 다용도 벨트와 칼날이 달린 무기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거나 높은 곳을 기어오를 때 유용한 조가비 모양의 긴 갑옷형 장갑, 특별한 음향 장비가 있어 박쥐 떼를 부를 수 있는 부츠굽 등 새로운 무기들 역시 배트수트 제작 시 함께 제작되었다.
쾌감지수 무한대! 숨막히는 영상의 파노라마!
자기부상 열차, 닌자 비술, 검술, 살인 격투기가 가세한 100% 리얼 액션
정의를 지키기 위한 적과의 싸움.
그는 18년간 준비하며 기다려왔다.
드디어 이제 때가 왔다!
- 원작 만화 <배트맨의 탄생> 中
기존 액션영화처럼 와이어 작업에 의지한 잘 짜여진 격투씬을 지양하고 펀치의 위력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거칠고 투박한 리얼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배트맨 특유의 격투 동작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일발 필살의 치명성과 효율성,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길거리 격투기의 강렬한 동작에 훈련된 무예 동작을 접목 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사용된 무술이 일명 KFM이라고 일컬어지는 케이시(KEYSI) 무술. 일련의 효율적이고 절제된 동작들을 기본으로 하는 무예로 20년 전에 창설되어 지금도 계속 동작이 개발되고 있는 무술이다. 이 케이시 무술은 다리와 상반신의 힘이 특히 요구되며 정신적 집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무술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기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적과 맞설 수 있다. 특히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적과 싸울 때 효과적이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 무술을 소화하기 위해 5달 동안 혹독한 몸 만들기 훈련을 받았다. 전작 <머시니스트>에서 불면증 환자 역을 연기하느라 30킬로그램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던 상태였기에 처음에는 팔굽혀 펴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근육이 그만큼 소실되어 있어 내려가면 올라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촬영이 시작될 무렵 크리스찬 베일은 예전의 몸무게를 되찾은 것은 물론, 10킬로그램의 근육을 더 늘려 배트맨 다운 근육질 몸매를 가질 수가 있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케이시 무술을 익힌 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은 부탄 감옥에서 7대 1로 붙는 장면과 듀커드의 수하에 들어가 대련하며 무술을 익히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무라이 검법 대련 장면 촬영을 위해 크리스찬 베일과 리암 니슨은 아이스링크에서 몇 주 동안 사무라이 검을 휘두르는 법, 팔에 낀 방어용 장비로 칼날을 막는 법, 그리고 계속 얼음판 위에 버티고 서서 싸우는 법 등의 훈련을 받았다.
광활한 설원의 히말라야에서 악의 도시 고담시까지
전세계를 넘나드는 사상 최대의 빅 스케일
<배트맨 비긴즈>의 본격 촬영은 2004년 3월에 시작됐다. 장장 129일 동안 아이슬랜드, 시카고, 런던, 영국의 세퍼튼 스튜디오, 그리고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카딩튼 스튜디오 등지를 오가며 진행된 촬영은 9월에 끝났다.
첫 촬영은 아이슬랜드 영토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넓이의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바트나조쿨 빙하 위에서 이뤄졌다. 이곳에서 사무라이 검법 대련 장면과 눈 덮인 산등성이 밑으로 추락하는 장면 등을 찍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히말라야 산꼭대기의 작은 마을과 '어둠의 사도들의 수련장인 신비의 사원 등은 얼음 산 위에 직접 지은 세트이다. 또한 영화 속에 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극을 위해 설정한 인위적인 폭풍이나 CGI효과가 아닌 지리적인 특성상 일어나는 시속 75마일의 강력한 실제 폭풍이기도 하다.
<배트맨 비긴즈>의 많은 장소 중 특기할 만한 것은 배트맨 영화 최초로 외부에서 본 고담시의 전경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고담시는 물질적, 문화적으로 과잉인, 현대적 메트로폴리스 뉴욕을 닮은 대도시. 그러나 '뉴욕 틱'한 고담시를 만들기 위해 정작 고담시의 디자인의 기본이 된 도시는 바로 시카고이다. 배트카와 경찰의 스릴 넘치는 추격씬을 비롯한 많은 장면 촬영이 실제로 시카고에서 이뤄졌다.
고담시 외부 전경 세트가 세워진 런던의 카딩턴 스튜디오는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들어서 엄청나게 넓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스튜디오 높이가 9미터인데 비해, 이 스튜디오는 넓이 250미터에 55미터의 높이를 자랑한다. 이는 올림픽 규격수영장 16개를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여러 개의 다리로 고담 시내와 연결되는 고담시 중앙에 있는 섬에 위치한 빈민굴 내로우스는 뉴욕의 루즈벨트 섬과 도쿄의 프리웨이, 홍콩의 구룡반도 등을 모델로 설계되었고 독특한 모양의 웨인 성은 영국의 멘트모어 타워스에서 주로 이뤄졌다. 멘트모어 타워스는 1850년대에 크리스탈 팰리스를 지은 유명 건축가 조셉 팩스턴이 지은 저택으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촬영지가 되기도 한 유명 건축이다.
수 천 마리의 박쥐가 살고 큰 폭포가 흐르는 배트 케이브 세트는 76미터 길이에 폭 36미터, 높이 12미터로 24개의 수도 펌프가 가설됐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과, 동굴 속을 흐르는 강물, 동굴 벽에서 떨어지는 물 등 매 순간 4만 5천 5백 리터의 물이 계속 공급돼야 했기 때문이었다.
배트 케이브에 서식하는 박쥐 떼는 대부분 시각효과팀이 CGI로 만든 작품. 조련할 수 있는 박쥐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박쥐 떼의 경우 CGI를 사용하였지만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감독의 원칙으로 <배트맨 비긴즈>는 CGI 활용을 최소화한 영화이다. 주로 로케 촬영과 세트장 촬영, 미니어쳐 활용 등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실사촬영으로 이뤄졌다. 배트맨이 고담 시의 밤하늘을 나르는 장면 역시 그 어떤 시각효과 기술의 도움 없이 오로지 와이어와 카메라 만으로 찍은 것이다. 카메라에 와이어를 달아서 실제 250미터 길이를 날아 촬영했다.
<이퀼리브리엄>의 전사 크리스찬 베일이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죠지 클루니에 이어 4대 배트맨으로 낙점되어, 8년만에 재개된 다크 히어로, <배트맨> 시리즈의 5번째 작품. 하지만 이야기는 팀 버튼이 창시했던 1편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prequel)로, 부모님의 살해 사건을 겪은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악당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났다가 산속에 은닉하고 있던 그림자 동맹에게 무예를 배운 뒤, 영웅 ‘배트맨’이 되어 부패와 악이 만연한 고담시를 구하는 과정이 펼쳐진다.(이번에는 마치 탱크를 연상시키는 배트카 텀블러(Tumbler)가 최대 볼거리로 등장한다) 연출은 <메멘토>와 <인썸니아>로 실력을 인정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맡았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3,858개 극장으로부터 주말 3일동안 4,875만불의 수입을 기록,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는데, 수요일 개봉에 나선 이 영화가 주말까지 5일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은 7,290만불로, 이는 <배트맨 포에버>의 6,600만불을 앞서는 단연 시리즈 최고의 5일 흥행기록이다. 또 이 영화의 주말 3일 수입 4,875만불은 3편 <배트맨 포에버>의 5,278만불에는 못미치지만, 같은 기간 1편 <배트맨>(4,271만불), 2편 <배트맨 리턴즈>(4,569만불)과 4편 <배트맨과 로빈>(4,287만불) 보다는 앞서는 흥행성적이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의 반응은, 종전의 조엘 슈마허 감독 표 배트맨 영화(<배트맨과 로빈>, <배트맨 포에버>)에 혹평으로 일관되었으나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 버전의 시리즈 신작에 대해서는 따뜻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별 4개 만점을 부여하면서 “마침내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전설의 어둡고 험한 깊이를 관통해 낸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이버트와 함께 이버트 앤 로퍼를 진행하는 리차드 로퍼는 “이 영화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배트맨 영화.”라고 단언했으며, 보스톤 글로브의 타이 버는 “이 영화에서, 크리스챤 베일은 지금까지 스크린을 빛내었던 브루스 웨인 역 연기중 단연 최고의 연기를 선사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또, 덴버 포스트의 마이클 부스는 “(영화계의) 전설이 실제가 되는 사례가 바로 여기 있다. 그것은 바로, 날카로운 각본과 사려깊은 연출은 가장 오래된 동화들조차도 새롭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전설이다.”고 깊은 호감을 나타내었고, 뉴욕 타임즈의 마놀라 다지스는 “예상치 못한 걸작. 테리 즈위고프의 <판타스틱 소녀 백서>와 나란히 가장 성공적인 만화원작의 스크린화 반열에 올려야 할 것이다.…이 배트맨 영화를 이렇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바로 놀란 감독이 친숙한 장르 요소들을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했느냐 하는 점이다.”고 평했으며, 아리조나 리퍼블릭의 빌 멀러는 “마침내 배트맨을 진짜로 다룬 배트맨 영화가 나왔다.”고 흥분했다. 평론가들의 찬사는 이어졌는데, 산호세 머큐리 뉴스의 브루스 뉴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풍부한 신화와 감성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는데, 이는 실로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사무라이 동화들에 비견할 만한 정도이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의 엘레뇨어 링겔 길레스피는 “어둡고 스타일리쉬하면서 엄청나게 심각한 작품…슈퍼히어로의 탄생통(birth pain)을 다룬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이즘 만큼이나 그 통증을 강조하고 있다.”고 결론내렸으며,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의 콜린 코버트는 “만일 만화책들이 반드시 영화화되어야 한다면, 제발 이 영화처럼 깊은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스릴 넘치게 만드시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