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順 慶 1940년 출생. 동아일보 기자. 「월간 자동차 생활」·「카 마스터」·「오토」·「경정비」 편집이사 역임. 저서로는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101선」, 「아름다운 그곳 언제 가면 딱 좋을까」, 「음식기행 사계절」,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 「김순경의 별미집 2004」 등이 있다.
7월(음력 5~6월)은 햇보리가 나는 절기다. 예전 우리 농촌에서는 장마 전에 보리를 탈곡하고 모심기도 마쳐야 하기에 일년 중 가장 바쁜 철이고, 한편으로는 보릿고개를 넘어서는 흥겨움이 겹치던 감격의 달이었다. 최근 보리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쌀값 못지 않은 높은 수매가 덕택에 보리농사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보리(Barley)는 예로부터 쌀 다음가는 중요한 곡물이었다. 재배 역사가 무려 7000년에서 1만 년 전으로 이어지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 초기부터 재배된 것으로 전해 온다. 쌀과 밀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은 떨어지지만 무기질인 칼슘과 철분, 비타민 B群은 월등하게 앞서고, 특히 良質의 섬유질이 쌀의 5배나 된다. 한국인들에게는 보릿고개, 꽁보리밥, 보리죽, 보리떡, 보리숭늉, 삼베바지의 보리방구 등 숱한 애환을 남기며 숙명처럼 먹어 온 고마운 곡물이다. 지금도 보리밥에 열무김치, 풋고추에 강된장과 고추장 등 이름만 나열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음력 春3월(양력 4~5월)이면 대부분의 농가에 식량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 6월로 접어 들면 완전히 바닥난다. 지천에 나던 들나물과 산채들마저 줄기가 서고 먹을 수 없게 되는 절망적인 지경에 이르곤 했다. 보리 수확은 이처럼 먹을거리가 철저하게 바닥나는 절박한 시기에 하늘이 내리는 구원의 손길처럼 찾아왔다. 이렇게 보리수확을 끝내고 나면 텃밭에 열무가 나고 애호박이 열리고, 봄감자·옥수수 등이 줄줄이 뒤따라 나서 배고픔에서 벗어 나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옛 농가에서는 햇보리가 나는 이맘때가 추석명절보다 더 애타게 기다려지던 절기였다. 보리알이 먼저 영그는 쪽부터 베어다 햇볕을 찾아다니며 말려 밤새 절구질해 낸 보리쌀을 큼직한 무쇠솥에 넣고 푹 삶으면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며 보릿고개를 넘어서는 훈훈한 안도감에 온 식구가 모처럼 두 다리를 죽 펴고 잠들 수 있었다. 얼마 전 한 잡지사로부터 「憶苦飯(억고반: 고생스러웠던 때를 기억나게 해주는 음식)」에 관한 원고청탁을 받고 농촌에서 어렵게 자랐다던 선배에게 憶苦飯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이 「보리죽을 쒀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돌아서는 어머니의 눈에 흥건하게 고였던 눈물」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눈에는 멀건 보리죽 속에 배고픈 아이들의 얼굴이 어른거렸을 것이고, 배는 불러오지 않는데 풋고추는 왜 그리 매웠는지 눈물 콧물이 범벅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은 서글픔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그때에 비하면 먹을 것이 차고 넘쳐나고, 영양의 과다섭취로 비만과 다이어트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요즘, 보리밥이 새롭게 재조명되며 이름 그대로 「補利飯(보리반: 몸을 이롭게 하는 밥)」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방의 몇몇 보리밥집들을 빼고는 서울에서는 강북에서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말까였던 보리밥집이 금싸라기 땅, 강남의 음식1번가에도 대형 체인점들이 들어서 門前盛市(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옛날에도 제법 살 만한 양반집 선비들은 憶苦飯이란 고상한 이름을 지어 부르며 체면을 가리던 보리밥이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심장질환과 당뇨, 변비에 주효한 補利飯 보리밥은 특유의 섬유질 탓으로 먹으면 胃(위)에 머무를 사이가 없이 腸(장)으로 옮겨가 양껏 먹어도 胃에는 부담이 없다. 곧바로 腸으로 옮겨진 보리밥은 장 점막을 자극해 장 기능을 활발하게 촉진해 변비를 해소해 주고, 동시에 장염이나 대장암 인자를 제거해 주는 해독과 치유의 역할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잦은 것도 이처럼 장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표시다. 뿐만 아니라 혈관內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낮춰 주어 고혈압과 심장질환 예방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밥에 보리를 10%만 섞어 먹어도 변의 양이 늘어나 쾌변을 맛볼 수 있고,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서 지나치게 패스트푸드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도 30~40代로 접어들면 그 폐해를 몸으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補利飯을 찾게 될 것이므로 보리밥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야 할 것 같다. ◈ 찾아가 즐겨 볼 만한 보리밥집 1) 엄마손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승백이역 4번 출구에서 3~4분 거리의 30석 남짓한 골목 안 한식당이다. 음식이 정갈하고 주인의 정성이 남다른 집으로 동작구 내에서 소문났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조기축구회원들과 아침 운동을 마친 주민들이 단골로 찾아들고, 점심시간은 젊은 직장인들과 주부들의 음식모임이 이어져 줄을 서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내력이 18년, 해장국과 백반(오늘의 한식), 돌솥밥, 콩나물비빔밥, 청국장 등 부담 없는 다른 메뉴들도 있지만 보리밥이 단연 으뜸이다. 푸근하게 뜸을 들인 보리밥을 큼직한 그릇에 담아내고, 5가지의 비빔나물과 된장찌개, 열무김치가 기본으로 오르고, 싱싱한 쌈과 쌈장이 곁들인 상차림이 매우 깔끔하다. 별다른 꾸밈은 없지만 청렴한 선비집의 절제된 진지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소박하고 정성이 깃들어 있다. 비빔감을 골고루 갖춰 얹고 고추장으로 비비고,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로 마무리하는 뒷맛이 옛 그대로의 보리밥맛을 실감하게 한다. 모든 음식을 부인 김시열(54세)씨와 가족들 손으로 엮어 낸다. 도심에 살지만 간장과 된장을 직접 담가 사용하고 조미료를 억제해 고객들의 건강을 알아서 챙겨 준다. 보리밥(1인분) 5000원.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 동작구 상도2동 363(장수대역 사거리) 전화: 02-814-2207 (N 37도30분17초0, E 126도56분19초1) 2) 삼미(三味) 서울 은평구 역촌동 버스종점이 있는 구산사거리에는 오래 전부터 이름난 막국수집이 자리 잡고 있어 주변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삼미」는 바로 이 막국수집(따뜻한 집)의 1층에 자리 잡은 오리고기 전문점이다. 그런데 점심식사 메뉴로 내는 보리밥이 고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 보리밥집으로 소문나 있다. 소쿠리에 베보자기를 깔고 담아 내는 고슬고슬한 보리밥을 중심으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독특한 상차림이 정승집 진찬을 방불케 할 정도다. 옛 것은 그대로 살리면서 그릇 하나 밑반찬 한 가지도 눈맛 입맛을 한껏 높여 놓은 세련미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직접 빚은 손두부와 묵은 김치 볶음, 북어조림, 무채나물, 비지장, 열무김치, 된장찌개, 강된장, 젓갈무침 등 밑반찬이 고루 얹혀 나오며 1인분 5000원. 가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세련된 상차림이 입소문으로 이어져 먼 곳에서까지 주부들의 점심모임이 이어지고, 젊은 직장인들이 단체로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과 수도권 내 보리밥집으로 상차림이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운 집이라 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은평구 갈현2동 498(구산사거리) 전화: 02-352-8855 (N 37도36분51초2, E 126도54분43초5)
3) 고향보리밥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00m쯤, 감사원 길로 접어드는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2층 규모의 가정집을 크게 손본 데 없이 분위기를 갖춰 놓았고, 밥은 보리밥집이지만 전주의 이름난 비빔밥집 못지않은 격조 있는 상차림으로 간단한 접대음식으로도 손색없다는 평을 듣는다. 거울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아 놓은 놋그릇에 보리밥을 안친 뒤, 적 치커리와 교나, 적채, 비트, 로즈 등 향채와 7~8가지 비빔감을 꽃처럼 예쁘게 장식해 얹고, 샛노란 차조밥을 목기에 따로 담아 곁들인다. 취향에 따라 목기에 담아 낸 차조밥을 맛돋움으로 즐겨도 되고, 보리밥에 얹어 함께 비벼도 별미다. 고소하게 씹히는 조밥과 구수한 보리밥, 향긋한 야채류가 골고루 씹히는 맛이 단순한 보리밥이라기보다는 별미 겸 「웰빙 푸드」라야 알맞다. 정갈하게 가꿔 놓은 4~5개의 방이 가족이나 작은 규모의 모임 자리로도 불편이 없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주인 할머니의 타고난 솜씨와 멸치젓과 갈치속젓 등 맛깔스러운 남도의 맛이 곁들여 남도 출신 고객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집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2(감사원 입구) 전화: 02-720-9715 (N 37도35분12초0, E 126도58분54초5) 4) 옛날보리밥  「옛날보리밥」은 한 가족 7형제 중 6남매가 보리밥집을 한 곳씩 경영하며 가업을 이뤄낸 집이다. 6년 전 넷째 딸이 경기도 부천에 문을 열어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을 계기로 형제들마다 경기도 일산·여의도·노원·논현동 등지에 각각 점포를 열어 선의의 경쟁을 하며 노하우를 서로 주고받아 보리밥에 관한 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된장·고추장은 서산이 고향인 조순호(72세) 할머니가 한 곳에서 담가 나눠 주고 있고, 보리쌀과 잡곡류도 공동구매해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반나절쯤 불려 놓은 보리쌀을 깨끗이 씻어 압력솥에 푹 쪄 놓고, 인원수에 상관없이 개인용 솥에 쌀과 보리를 반반 섞어 안치고 즉석에서 솥밥으로 지어낸다. 밥을 비빔그릇에 덜어내면 곧바로 숭늉을 부어 주어 누룽지 숭늉까지 즐길 수 있다. 밥이 익는 동안 작은 공기에 차조밥을 담아 맛돋움으로 내는데, 이 역시 고소하고 차진 맛이 보리밥 못지않은 인기다. 3일 간격으로 담가서 먹기 알맞게 익혀 낸다는 새콤한 열무김치와 메주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톡 쏘듯 매운 고추장 맛, 뒷맛이 개운한 된장찌개, 갓 짜 온 참기름 등, 보리밥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제대로 갖춰내고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697-7(법원 앞 음식촌) 전화: 02-594-1124 (N 37도29분47초1, E 127도00분51도7) 5) 보릿골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동 먹자촌의 대표적인 보리밥집이다. 5년 전 인천 계양구에서 문을 열어 서울과 중부권에만 39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경북 내륙과 전북지역에서 나는 토종 보리쌀을 집중 구매해 공급해 주고, 냄새 없는 청국장도 직접 띄워 나눠 주는 탄탄한 유통망을 갖춰 놓고 있다. 즉석에서 콩을 갈아 끓여 내는 콩비지는 육수 내는 법과 끓이는 방법을 특허출원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철저하게 국산 보리와 곡물을 공급하고 남다른 맛과 확실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며 최대 규모의 보리밥 체인을 거느리고 있다. 울콩(울타리나 감자밭 이랑에 심는 빨간 콩)을 넣고 뜸을 푹 들인 독특한 밥맛은 충북과 접하고 있는 경상북도 내륙에서 전수해 온 것이라는데, 달콤하고 감미로운 콩맛과 구수한 보리밥맛이 어우러지며, 특히 젊은 주부들과 어린이들이 좋아해 고객의 대부분을 주부들의 음식모임과 가족단위 손님들이 차지한다. 9가지의 비빔나물과 무 씨앗으로 콩나물처럼 싹을 내 떡잎만 자란 파란 열무를 생채로 따로 담아내 함께 비비도록 하는데 쌉쌀한 뒷맛이 각별하다. 보리밥은 가격도 보리밥다워야 한다는 운영방침에 따라 1인분에 5000원을 넘지 않는다. 200석에 이르는 식당이 점심시간과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99-2(서현 먹자촌) 전화: 031-709-1238 (N 37도23분02초1, E127도07분54초3)
(6) 은고개공원  경기도 하남시에서 광주시로 넘어가는 은고개에는 고갯길 양쪽으로 5~6개의 대형 보리밥집들이 들어서 서울 근교에서 손꼽히는 별미촌을 이뤄 놓았다. 「은고개공원」은 고갯길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사방으로 활짝 열린 하늘과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이 전혀 공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지녔다. 야외에는 라이브 무대를 설치해 점심과 저녁 시간 2차례에 공연을 펼쳐 전국에 하나뿐인 「라이브가 있는 보리밥집」이다. 산 정상에서 솟는 지하수도 하남시 제일의 검사 수치를 지니고 있어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맑고 쾌적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남시 고골 하우스단지에서 계약재배해 오는 15가지의 향채와 쌀밥처럼 하얗게 지어내는 세련미 있는 보리밥에 황태구이와 남한산성 주먹두부, 돼지불고기, 도토리묵 등 추가메뉴를 고루 갖춰 놓고 있어 송파와 잠실 등 서울의 강남지역 주부들의 음식모임과 주말 가족모임 예약이 고객의 80%를 차지고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야외 테이블에 잠시 몸을 얹으면 산림욕이나 야외 나들이가 따로 없다. 보리밥쌈밥 1인분 6000원. 주소: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 391(은고개 정상), 전화: 031-793-4328 (N 37도28분37초1, E 127도14분24초3) 7) 보리고개  경기도 파주 영장리에 있는 보광사는 절을 안고 있는 古靈山(고령산)이 숲이 깊고 수질이 뛰어나 주말 가족단위 산책길로 손색없다. 절 안의 약수는 고양과 은평구에서까지 길어간다. 이런 물맛 때문에 절 앞 음식촌은 장맛과 음식맛이 뛰어나다는 것이 자랑이다. 일주문 앞에서 100m쯤 숲 속에 들어앉은 「보리고개」는 보광사 앞 보리밥촌의 원조집이다. 한때 청와대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끓여 주던 집이란 입소문으로 고객들이 줄지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이를 본 주변의 음식점들도 저마다 보리밥집 간판을 내걸어 주변이 보리밥촌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처음 찾는 이들은 대부분 잘 못 찾아들기가 일쑤여서 「보리고개」 옥호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가야 한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주인 김용임(72세) 할머니는 된장·고추장 담그는 솜씨가 남다르고, 특히 풋고추를 다져넣고 매콤하면서 시원하게 끓여 내는 된장찌개 솜씨가 소문나 있다. 베보자기를 깐 소쿠리에 고슬고슬하게 담아 내는 보리밥과 들기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빔나물, 메주 냄새가 풍기는 고추장맛 등이 다소 질박하지만 옛맛을 제대로 내준다. 보리밥 1인분 6000원. 주소: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2리(보광사 입구) 전화: 031-948-1012 (N 37도45분07초7, E 126도54분42초4) 8) 디딤돌숨두부  황해도와 평안도에서는 순두부를 「숨두부」라 부른다. 콩물을 끓여 간수를 두를 때 「숨을 돌린다」고 하고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숨두부는 생기 있는 음식으로 여긴다. 「디딤돌숨두부」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끝자락이 내려다보이는 미사리 카페촌에 자리 잡고 있는 황해도식 숨두부집이다. 하루 두 차례 빚어 내는 손두부를 곁들인 보리밥이 각별한 맛을 내준다. 갓 떠낸 숨두부와 따끈한 모두부, 비지장, 뚝배기에 두부와 풋고추, 애호박을 썰어 넣고 끓인 청국장 등 영양만점인 콩요리와 보리밥이 어우러지는 補利飯을 맛볼 수 있다. 비빔나물과 함께 숨두부와 비지장, 청국장 등을 알맞게 얹고 빨간 고추장을 한 술 떠 얹어 비벼 맛을 돋우고 나면 입술이 알알하면서도 구수하고 부드러운 깊은 맛이 각별하다. 음식 하나하나에 철저하게 원칙을 지켜 낸다는 주인의 정성이 남달라 하남시에서 손꼽히는 토속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숨두부정식, 돼비지정식, 청국장정식 등 찬이 고루 갖춰진 정식류에 어느 음식이든 보리밥이 한 그릇씩 곁들여지는데, 두부요리에 무게가 실려 있어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다. 숨두부정식(1인분) 7000원, 주소: 경기도 하남시 신장도 32(미사리 카페촌) 전화: 031-791-0062 (N 37도32분49초9, E 127도13분19초8) 9) 장남원조보리밥  강원도 홍천군과 인제군이 경계를 이루는 장남마을은 강원도 내에서도 이름난 보리밥촌이다. 마을을 지나는 길가로 5~6곳의 보리밥집들이 저마다 원조 간판을 내걸고 있고, 어느 곳이나 외지 차량들이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85년 문을 연 「장남원조보리밥」은 마을의 실질적인 원조집이고, 서울과 속초를 잇는 경강국도에서 보리밥집 간판을 처음으로 내걸었다. 고객의 대부분이 오랜 단골이고, 몇 년에 한 번 이 길을 지나가도 다시 찾아든다고 한다. 보리가 나지 않는 강원도 지방에서도 1년에 한철은 빠뜨리지 않고 먹었던 보리밥은 강원도만의 독특한 맛을 지녔다. 강원도 특산인 감자를 얹어 내는 구수한 보리밥과 직접 빚은 손두부를 넣고 끓인 청국장.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쌈과 강된장 등이 다른 고장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한 맛이 있다. 한 차례 삶아 놓았던 보리쌀에 쌀을 약간 섞어 솥 밑에 깔고 감자를 깎아 얹는데, 구수한 맛은 역시 보리와 감자의 조화다. 포슬포슬하게 삶아진 햇감자를 툭 깨뜨려 고슬고슬한 보리밥에 섞어 호박잎과 배추속, 상추와 치커리 등으로 쌈을 싸고 강된장을 한 술 떠 얹으면 싱싱하고 강한 맛이 바로 이것이 보리밥맛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야채류의 대부분이 직접 텃밭에서 노지재배한 자연의 맛을 그대로 선사한다. 보리밥 1인분 5000원. 주소: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423 전화: 033-435-2206 (N 37도53분58초8, E 128도02분17초1) 10) 장릉보리밥  강원도 영월 장릉은 조선왕조 역대 왕릉으로 특이하게 첩첩산중에 들어 있다. 유배지에서 숨을 거둔 단종의 시신을 야음에 안장했다는 곳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맑은 영월 동강을 가깝게 두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데, 밥집은 유일하게 「장릉보리밥」 한 곳만이 알려져 있다. 내력이 무려 30년, 보리밥 한 가지로 고객의 80~90%가 서울과 외지손님들이고, 워낙 이름난 집이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망설여진다는 집이다. 영월에서도 꼭 대접해야 할 손님이 찾아오면 이곳으로 안내한다고 할 만큼 영월군의 상징적인 토속음식점이다. 밥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보리는 멀리 경남 밀양과 청도지방 것을 20년 넘게 고집해 오고 있다는데, 보리쌀이 차지면서 맛이 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맑은 물이 나도록 씻어 삶아 놓았던 보리쌀을 무쇠솥에 안치고 뜸을 푹 들여 감자를 한 덩이씩 얹어 내는데, 보리 냄새가 전혀 없이 구수하고 깊은 맛이 각별하다. 햇감자의 구수한 향으로 보리 냄새를 제거한 덕이라고 한다. 2~3년씩 묵혀 가며 사용한다는 된장과 텃밭에서 직접 노지재배한 야채들이 수북하게 올라 한결 싱싱하고 옛맛이 확실하게 살아난다. 중앙고속도로와 충주~제천 간 고속도로 등이 개통되면서 서울과 중부권에서도 세 시간대로 접근이 쉬워졌다. 보리밥 1인분 5000원. 주소: 강원도 영월읍 영흥1리(장릉 주차장 옆) 전화: 033-374-3986 (N 37도11분46초7, E 128도27분15초5) ◆ 보리밥이 갖춰야 할 조건 보리밥에는 몇 가지가 갖춰져야 제 맛이 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점들을 차례로 정리해 보았다. 1) 첫째 보리쌀이 좋아야 한다. 국내산 토종 햇보리가 첫손 꼽힌다. 밥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알맞게 불려 맑은 물이 나도록 빡빡 으깨 가며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물에 불리는 시간이 길수록 밥을 지은 뒤 색깔이 검어져, 씻어서 바로 삶는 것이 눈맛은 좋지만 밥맛은 알맞게 불린 것이 좋다. 2) 쌀이나 차조, 울콩 등을 섞어서 맛을 내는데, 보리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고 먹을 때 씹히는 맛이 있다. 쌀과 울콩은 함께 섞어 퍼도 되지만 차조는 따로 떠내 밥 위에 얹어 준다. 특히 감자는 포슬포슬한 햇감자라야 밥에 얹어도 잘 무르고 제 맛이 나고, 묵은 감자는 얹지 않는다. 3) 보리밥은 비벼서 먹는 것이 제격. 그래서 비빔감이 좋아야 하는데 향긋한 산채나물은 필수적으로 곁들여야 한다, 특히 요즘은 수입종인 향채류가 많아 채를 쳐 얹으면 맛이 각별하다. 하지만 노지재배한 싱싱한 토종 푸성귀가 보리밥 특유의 맛을 더 잘 살려 낸다. 4) 비빔용으로 사용하는 고추장과 된장이 밥맛을 결정한다. 고추장은 묵은 것보다는 햇것이 좋다. 메주 냄새와 보리가루 냄새가 약간 나며 어느 정도는 매워야 제격이고, 풀기가 일도록 폭 끓인 강된장도 보리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5) 그 밖에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된장찌개 등은 필수적이고, 구수한 보리밥 숭늉은 절대 빠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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