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심장이 멈출 듯 통증이 오고 있었다
1990년 1월, 권대복 아오스딩 부부와 그 일행은 카페리 여객선 천인호(天仁號, 6천8백70t급)에 승선했다. 천인호는 4백60마일 거리인 인천(仁川)과 천진(天津)을 시속 22노트의 속력으로 운항 32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이어서 천진에서 하얼빈까지 열차(K553)를 이용했다. 기차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천진(15:48)~하얼빈(08:14)’등 출발과 도착 시간과 장소등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들은 약 16시간26분간 대륙을 빠르게 횡단한 것이다.
권대복 아오스딩 부부는 하얼빈에 도착하자 즉시 역 근처에 있는 도리 성당을 찾았다. 친분도 없는 조선족의 지리 선생의 초대장을 받아 들고 선듯 중국 순례길을 나선 것이다. 그들은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 여행길은 단순한 관광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지금 여행길이 의미있는 시작이 되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추운 날씨 때문인가. 권대복 아오스딩은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팔다리가 유난히 저려 왔다. 심장이 멈출 듯 통증이 오고 있었다. 얼마전 지나갔던 하체 마비증세가 다시 오는 것인가? 권대복 아오스딩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몹시 두렵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이경애 세레나를 바라 보았다. 정말 기도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정말 미안했다. 삶의 동반자로써 해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병마마져 때때로 찾아오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는 슬그머니 속주머니에 있는 청심환을 꺼내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약 덕분인가? 가슴 통증이 멈추었다. 권대복 아오스딩은 준비된 시편39장을 읊으며 자신도 성령 기도에 몰입(沒入)해 갔다.
shàngzhǔ,wǒ kěnqiú nǐ míngbái qǐshì wǒ:
wǒ de zhōngqī hé shòushùjiū yǒu jǐhé,
hǎoshǐ wǒ zhīdào wǒ shì héděng cuīruò。
上主,我懇求你明白啟示我:我的終期和壽數究有幾何,好使我知道我是何等脆弱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
그러면 저 자신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게 되리이다.
주님, 정말 알고 싶습니다. 정치적인 이름으로 옥고(獄苦)를 치르면서 청춘을 다 보낸 권대복, 끝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렇게 방황하다 낮선 이국땅에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까? 세상이 내게 준 별(獄苦)이 몇 개 였었지요? 주님 보시기에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kàn, nǐ shǐ wǒ de suì yuè qūzhǐ kěshù,
wǒ de shēngmìng zài nǐ qián suànshì xūwú shìrén
de shēngcún, zhǐshì yīkǒu hē xū。
看,你使我的歲月屈指可數,我的生命在你前算是虛無。世人的生存,只是一口呵噓
보소서, 당신께서는 제가 살날들을 몇 뼘 길이로 정하시어
제 수명 당신 앞에서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모두 한낱 입김으로 서 있을 뿐.
그는 또다시 조여 오는 심장을 웅켜 잡으면서 주님께 간절히 울부 짖었다.
“주님, 당신이 내 생명 줄자를 꺼내 들고 10Cm, 20Cm 고심하실 때, 난 알아 보았습니다. 내 생명의 길이가 몇 Cm 늘거나 줄어드는 것이 영원하신 당신 앞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나의 삶의 크기라는 것은 만주 벌판 추위속에 금방 사라지는 입김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rénshēng shírú pàoyǐng,
zhǐshì báibái cāoláo,
tāmen suǒyǒu jīxù,bùzhī shuí lái dédào。
人生實如泡影,只是白白操勞,他們所有積蓄,不知誰來得到。
인간은 한낱 그림자로 지나가는데
부질없이 소란만 피우며 쌓아 둡니다.
누가 그것들을 거두어 갈지 알지도 못한 채.
“주님, 당연한 말씀입니다. 해가 떠 있을 때 그림자가 보입니다. 깜깜한 밤중에는 그림자 한 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부귀영화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나의 그림자 역시 나의 살덩어리와 함께 흙속으로 사라집니다. 정말 아쉬움이 많습니다. 나의 그림자만이라도 세상 영화를 영원히 차지할 수만 있다면...! 그렇군요. 주님, 부귀영화, 그런 것들은 진정 내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난 살아생전 쓸데없는 소란만 피웠나 봅니다.”
wǒzhǔ,xiànjīn wǒ háiyǒu shénme xīwàng?
wǒ de xīwàng jìtuō zài nǐ de shēnshàng!
qiú nǐ yóu wǒ shēnshàng chúqù zhèchǎng zāihuàn,
yīn nǐ shǒu de dǎjī,wǒ yǐ xiāoshòu bùkān。
我主,現今我還有什麼希望?我的希望寄托在你的身上!
求你由我身上除去這場災患,
因你手的打擊,我已消瘦不堪。
그러나 이제 주님, 제가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저의 희망은 오직 당신께 있습니다.
당신의 재앙을 제게서 거두소서.
당신 손이 내리치시니 저는 시들어 갑니다.
“주님, 난 오로지 주님 뿐입니다. 남은 삶,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몸 깊숙이 파고드는 이 병마, 제발 거두어 주십시오. 얼마 남지 않은 삶, 바로 옆에 있는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리다.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당신이 원하신다면 무엇이든지 다 하리다. 이 황량한 만주 벌판,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겠습니다”.
qiú nǐ jiù wǒ tuōlí wǒ de zhǒngzhǒng zuìqiān,
búyào shǐ wǒ shòu yú rén de chǐxiào wǔmàn。
shàngzhǔ,qiú nǐ fǔ tīng wǒ de qídǎo,
qiú nǐ cèěrjìng tīng wǒ de āigào,
mòyào zuòlóng bù tīng wǒ de kūhào。
求你救我脫離我的種種罪愆,不要使我受愚人的恥笑侮慢。
上主,求你俯聽我的祈禱,
求你側耳靜聽我的哀告,莫要作聾不聽我的哭號。
저의 모든 죄악에서 저를 구하여 주소서. 미련한 자의 놀림감으로 저를 내주지 마소서.
제 기도를 들으소서,
주님. 제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소서. 제 울음에 잠자코 계시지 마소서.
“주님, 당신과 영원히 이별하는 죄악에서 저를 구하소서. 지금 저를 둘러싸고 주님께로 가는 길을 막는 무리들, 그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왕관 대신 가시관을 씌우고, 황금 지팡이 대신 대나무 지팡이를 쥐어주며, 만또 대신, 홍포를 둘러주고 저에게 경배하더니 지팡이를 빼앗아 가시관 머리를 두드리고, 홍포를 벗기며 맨 살을 사정없이 후려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 제발 이런 괴로움에서 절 거두어 주십시오. 고통보다 부활의 영광을 제게 보여 주십시오. 아멘. 아멘”
권대복 아오스딩, 그는 선교사로서의 인격과 품의 그리고 지혜와 용기가 넘쳐났다. 뿐만아니라 주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선물, 그것은 꿍당꿍당 때때로 들려오는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였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 올 때마다 그는 주님이 자신과 아주 가까이 계심을 깨닭고 늘 겸손하며 감사하는 맘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권대복 아오스딩, 그에게 있어서 이경애 세레나는 특별했다. 심장 고동소리가 들려 올 때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야만 했다. 심장 고동속에는 근엄한 주님의 모습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근래 보기 드문 대장부였지만, 주님앞에 감출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그는 그녀 뒤에 숨고 싶었다. 이경애 세레나, 그녀는 진정 권대복 아오스딩에게 특별한 사람, 반려자(伴侶者)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