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적인 음악들도 훌륭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함으로써 편향되지 않은, 즉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해요.
그래서 어둡거나 우울한 음악들은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음악도 필요한 거죠.
어두운 내면의 해소를 위해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통해 표출되어야 사람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中
'내귀에 도청장치’란 밴드가 결성된 계기와 그 때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기타 치는 친구가 세컨드 기타를 소개 받아서 나갔었는데, 그 친구가 대학동아리에서 축제 보컬이 없다고 해서 도와주다가 친해지면서 같이 밴드를 결성하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베이스 친구와 함께 셋이서 드럼을 구해서 팀을 만들었죠. 입대 전에는 동아리로 활동하고, 학교 축제 공연 등을 주로 했어요. 제대 후에서야 본격적으로 활동했어요.
영향 받은 뮤지션이 있나요?
예전에 들국화, 도어즈를 좋아했어요.
사춘기 때 반항적이었는데 노래를 통해서 해소하곤 했어요. 주변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이 길로 들어선 것 같아요.
‘내 귀에 도청장치’는 평범해 보이진 않는데, 주변에서 쓴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나요?
있 다면 그런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어떠하신지?
퍼포먼스나 보여 지는 것이 강해서 음악보다는 퍼포먼스에 관심이 가기 때문에 음악이 죽지 않느냐? 라는 말씀을 하신 분들이 계셨어요. 저는 무대에서 음악뿐만 아니라 보여 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모던락에은 모던락에 맞는 평상복을 입어야 음악의 맛이 살고 강한 메탈에서는 가죽 자켓을 입듯이 음악과
어울리는 무대연출을 함께함으로써 밴드이미지와 연결이 되도록 하고 싶었어요. 가끔 강한 퍼포먼스와 함께 공연을 했는데 저는 그런 효과를 통해서 대중들이 생각의 틀을 깨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연출을 통해서 가치관의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어요.
곡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쓰고 싶을 때 쓰거나, 앨범 작업이 들어가면 집중해서 하는 편이에요.
평상시엔 꿈에서 들은 음악이나 렘수면에서의 몽롱한 상태를 포착해서 쓰기도 하는데,
산책할 때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곡 작업 하실 때 특히나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은 진정성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멜로디가 트렌드에 맞게 코드를 나열해 계산하면서 쓰진 않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둘째는 센스가 있는 멜로디인가를 염두하기도 해요.
저희도 옛날 음악부터 들어오다 보니까 지금 음악 스타일과 동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또 멤버들하고 편곡할 때는 귀에 익은 멜로디가 떠오르면 실제 음악과 비교해서 확인을 해요.
곡 작업 때 어떤 점이 힘든가요?
곡 쓰는 방법이겠죠. 멤버들이 합주를 통해 사운드나 코드를 만들고 제가 멜로디를 붙일 때 가장 힘들어요.
처음부터 같이 참여해서 만든 곡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게다가 멤버들이 각자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요. 멤버들은
악기 부분이라 멜로디에 신경을 안 쓰고 강한 음악 쪽으로 반복적인 리프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 때가 힘들죠.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까요?
계속 바뀌네요. 활동할 때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골방이나 중독, 축제 그런 노래가 좋네요.
연습실이 따로 있나요?
예전엔 회사를 통해서 합주실을 썼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연습실을 갖고 싶어해요.
근데 연습실이 막상 생기면 관리를 잘 안하죠. 청소와 악기관리가 힘들거든요.
그리고 연습실을 대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에요. 그래서 위치적으로도 멤버들이 가까운 곳을 연습실로 대여하는
편이에요. 한번은 뮤지컬 단장님이 사무실에 있는 연습실을 쓰라고 하셨는데 강남이라 너무 멀어서 거절한 적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무대연출은 무엇인가요?
펜타포트에서 멤버들이 붕대를 감고 빨간 물감을 칠했던 퍼포먼스가 재미있었어요. 동굴에서 쫓겨나 온 몸에 피를 흘리며 탈출하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저희 음악자체가 인간 내부의 다중성 혹은 ‘상처받은 영혼’ 즉, 영혼의 아픔을 외적으로 표출하려고 했어요.
여장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음악이 틀을 깨려는 시도가 있다면 성적구분을 깨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시도라고 생각해요.
중성적인 이미지를 음악과 연출을 통해 여성성, 남성성이라는 틀을 없애려고 했어요.
‘내 귀에 도청장치’팀은 무대장악력과 퍼포먼스가 대단하신데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무대에서 공연할 때 가장 행복하고 좋아요. 무대를 위해 음악을 만들 때도 있어요. 멤버들과 곡 작업 시
조율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무대를 많이 좋아하고 에너지를 표출하는 원천은 명상, 요가인 것 같아요.
뮤지컬도 해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원래는 뮤지컬에 관심이 없었어요. 십년 전에 뮤지컬을 볼 땐, 잘 들리지 않아 좋아하지 않았어요. 헤드윅은 그 당시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헤드윅 동호회에서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조그만 카페나 영화관을 빌려서 봤었거든요.
거기에 저희 팀이 초대를 받았는데 ost 중 하나를 편곡해달라는 부탁받고 방송에서 불렀었죠.
그걸 보신 한 뮤지컬 연출하시는 분한테 제의를 받은 거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공연 같은 경우에는 연주만 짜는 데 비해 뮤지컬은 많은 연습이 필요해서 체력적으로나 일정하게 짜인 형식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도움도 많이 됐어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노래를 더 잘하고 싶어서 복식호흡, 단전호흡에 관심을 갖다가 명상과 요가를 했어요.
명상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이용해 음악을 하는 것이 저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어요.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에게 기본적으로 명상이나 철학적인 것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테크닉만 공부하다 보니까 외국 음악과 비슷하게 만들어 결국 창작이 어렵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미술이고 어떤 분야든 간에 철학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양철학에서 볼 때 사람들 개개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요. 모든 것은 파장으로 이루어진 상태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이 생각을 했을 때 그 에너지가 강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르고 도움을 주게 된다는 거죠.
무대에서 어떤 음악을 연주하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단지 노래를 잘 부르거나
연주를 잘 해서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의 파장 덕분이라는 거죠.
일반 대중적인 음악들도 훌륭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함으로써 편향되지 않은,
즉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해요. 그래서 어둡거나 우울한 음악들은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음악도 필요한 거죠. 어두운 내면의 해소를 위해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통해 표출되어야 사람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귀에 도청장치’가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장수 밴드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멤버들 간에 배려심 덕분이겠죠?
자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관, 개성이 달라요 그리고 멤버들이 사회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서 사회성이 부족해요.
그 때문에 기분을 그대로 표출하는 경우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책을 통해 공부하면서 지금은 터득했어요.
또, 멤버들 개인이 각각 ‘내 팀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요.
보컬은 멤버들 간에도 시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위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해요. 곡 쓰는 부분에 있어서도 보컬이 멜로디를 다 쓰기 때문에, 멤버들의 곡 참여도를 높여 팀에서의 소속감을 인식하게 만들어 줘야 해요.
너무 유명해지면 팀 간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하게 유명해 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학생 때는 음악을 좋아하는 열정이 있어서 수입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너무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문제죠. 그래서 레슨을 통해서 혹은 일본의 뮤지션들처럼 파트타임 알바를 하면서 밴드 생활을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연남동 덤 앤 더머’라는 팀을 하나 결성해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 팀에서 할 수 없는 음악을 다른
사람과 만들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지금 양수리에서 지내는데 거기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으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곡 작업을 하고 싶어요. 또 사운드 면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아날로그 건반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런 사운드를 저희 팀 음악에 적용시키면 판타지 효과가 더해진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 문화의 밤의 컨셉이 ‘밴드의 일상’인데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도 뭘 전달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문화에 약간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뮤지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알려드리고 싶네요. 홍대 문화를 어떻게 즐길 지에
대한 가이드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고 또 음악에 대한 저의 자세와 마인드에 대해 말씀드리고도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