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입회원 발제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존 버닝햄, 비룡소, 1995)
발제자 : 박미정
발제일 : 2023년 5월 19일(금)
작가소개
존 버닝햄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존 버닝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만의 세계에, 공부보다는 숲과 동물에 빠져 살던 엉뚱한 소년이었다. 그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인 서머힐 스쿨에서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후반에는 병역 의무를 거부하고 '프렌즈 앰뷸런스 유닛'이라는 단체에 들어가 2년 6개월간 타국을 떠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후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잡지, 카드, 포스터 등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에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기로 하고, 1963년 첫 번째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데뷔했다. 이 책으로 영국의 가장 권위있는 그림책 상인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받았고, 1970년 펴낸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같은 상을 두 번 거머쥐며 ‘그의 작품은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을 통해 심오한 주제를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 각국의 독자를 사로잡았다.
존 버닝햄은 글이던 그림이던 전적으로 어린이의 시각에 맞춘다. 쉽고 반복적인 어휘를 즐겨 사용했고, 어린이가 그린 그림처럼 의도적으로 결핍된 부분을 남기는 화풍이 독특하다. 그는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으로 꼽히며 아크릴, 크레파스, 파스텔, 펜, 분필 등 다양한 재료들을 적절하게 혼합해서 그림을 그린다. 50여년 간 <알도>, <지각대장 존>, <내 친구 커트니>, <우리 할아버지>,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등 60여 권의 그림책을 발간했는데, 특히 <지각대장 존>은 국내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우리 할아버지>는 글과 그림이 조화롭고 빼어난 어린이 책에 매년 수여하는 상인 쿠르트 마슐러 에밀상 수상작이다.
2. 책을 읽고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그림책 제목답지 않게 이기적인 어투의 이 제목이 너무나 흥미롭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야, 이거 내꺼야, 너는 저리가”라는 식의 말을 종종 듣는다. 특히 ‘우리’라고 부를만한 마음이 맞는 내편이 생길 때,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기 위한 이기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 그림책 속 아이도 꿈속의 기차여행이지만 ‘우리’가 아닌 낯선 누군가가 기차에 올라탔을 때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는 낯선 침입자를 ‘우리’로 받아들인다. 어린아이가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세세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으로 아이와 동물들은 ‘우리’가 되었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기차놀이와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다. 존 버닝햄은 막연히 환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동화 속 세상을 만들지 않았다. 간결한 그림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으로 언뜻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림책 한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환경문제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사회성 짙은 그림책이다. 이 책 첫머리에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지키려고 했던 체코 멘데스에게’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있다.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아이는 꿈속에서 장난감 강아지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난다. 꿈속 기차여행을 통해 아이는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동물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코끼리는 사람들이 상아를 잘라가려고 하고, 물개는 사람들이 물을 더럽히고 물고기를 많이 잡아가서 먹을 게 없어 굶어 죽겠다고 한다. 두루미는 사람들이 늪의 물을 다 퍼서 살 수가 없다하고, 호랑이는 숲에 있는 나무를 사람들이 다 베어서 살 수가 없으며 북극곰은 사람들이 잡아다가 털옷을 만들어서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이야기의 중간중간 기차가 이동하는 그림에서 보이는 시커먼 연기와 안개인지 오염된 공기인지 모를 뿌연 하늘이 인간의 자연 파괴로 생존 위험을 느끼는 동물들의 상황을 더 실감나게 말해준다. 아이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큰 소리를 치지만 동물들의 어려운 사정을 다 들어주고, 함께 어울리며, 위기의 순간에는 동물들과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한다. 아이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기차는 주변이 온통 어둡고 공장에서 나온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마을을 지난다. 그리고 잠에서 깬 아이에게 엄마가 집안 곳곳에 동물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물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우리 아이들도 책 속의 마을처럼 안개인지 오염된 공기인지 모를 뿌연 미세먼지 하늘아래 살아가고 있다. ‘환경보호’는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우리는 느끼고 보았지만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보지 못하고 살아갈 앞으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와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이야기 나누기
- 짧은 감상평
: 가볍게 읽었던 책이었는데 작가를 알고나니 다르게 다가온 책이었음. 환경보호라는 심오한 주제로 애들한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 되는 책이었지만 환경에 관해서 아이들이 더 민감하고 많이 배우고 있어서 오히려 애들한테 배울 수 있는 책 같다고 이야기했고 환경보호 라는 주제로부터 벗어나 가볍게 그림을 통해 즐거움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고 함.
: 선으로 그려진 단순하고 자유로운 그림의 형태가 아이들이 느끼기에 아이들 본인들도 그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할 것 같고, 책의 왼쪽과 오른쪽 색의 강약 차이로 인해 흥미를 느낄 수 있을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음.
: 주인공 아이가 “야 기차에서 내려”라고 하지만 결국엔 놀이를 통해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입장 바꿔생각하기 (곰이었다면..)를 해도 재밌겠다고 이야기 나눔.
-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이나 장면
: 호랑이, 곰이 공손하게 태워달라고 하다가 기차에 타고 나서 언제그랬냐는 듯이 하는 장면의 전환이 재미있었다고 함. 맨 마지막 동물들이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같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동물들이 함께 눈 치우는 장면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함.
- 제목을 읽고 어떤 느낌인지
: 책 제목이 우리가 느끼기에 비교육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명 령식의 문장을 반복적으로 아이들이 읽으면서 아이들이 주인된 느낌, 주체적인 느낌을 만끽하고 쾌감을 느낄 것 같다고 이야기 했고, 오히려 ”야, 우리기차에 탈래“라고 하면 인위적이었을 것 같다고 함.
- 마지막으로 새로운 동물 한 마리가 등장한다면
: 꿀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꿀벌들이 스스로 생존하기에 악조건이 너무 많이 생겨나서 꿀벌이 마지막으로 기차에 올라탈 것 같다고 이야기함.
사람, 상상해서도 안되지만 어쩌면 마지막으로 타야 할 동물은 사람일수도 있다고 이야기함.
첫댓글 발제 준비하고 정리해서 올리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덕분에 좋은 모임이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