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1)의 형태를 일반적으로 통사적 피동이라고 하고, 피동(2)를 어휘적 피동이라고 합니다. (1)은 문법적으로 피동형 문장을 만드는 경우에 사용되고, (2)는 그 자체로서는 능동형 문장이고 의미적으로만 피동입니다. 국어에서는 이 두 방법이 두루 사용됩니다.
'잊혀지다'와 관련해서
이 낱말은 '잊히다'가 능동이라면 피동 문장을 만들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피동(1)의 형태를 생각해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국어에서 '잊히다'가 능동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반드시 '잊다'의 피동으로 쓰입니다. 따라서 피동인 '잊히다'에 다시 피동의 의미를 붙이는 '잊혀지다'의 형태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언어 습관에서는 '잊혀지다'가 '잊히다'보다 더 쉽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친구들에게서 곧 잊혀졌다.', '베트남 전쟁은 이미 잊혀진 전쟁일 뿐이다.'
이렇게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요? 이미 '잊히다'의 어려운 발음 때문일 수도 있고, 한번 어느 세력이 잘못 사용한 것을 그대로 받아 사용하다보니 우리의 입과 귀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잊혀지다'는 '잊히다' 또는 '잊어지다'의 잘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