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진오 목사 |
‘파사현정(破邪顯正)’. 지난 17일 대학 교수들이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말이다. 그 뜻을 찾아보니 "사견(邪見)이나 사도(邪道)를 깨어 버리고 정도(正道)를 나타냄"이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하겠다.
지난해 2016년 교수들이 뽑았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였다. 작년만이 아니다. 최근 선정된 사자성어를 보면 ‘혼용무도(昏庸無道)’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 ‘도행역시 (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한다로 모두 부정적이고 어쩌면 절망적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파사현정’이라니.
지난해 겨울 촛불집회에 힘입어 올해 3월 10일 드디어 탄핵이 이뤄졌고, 5월 9일 국민은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촛불집회와 탄핵, 정권교체뿐 아니라 북핵 도발과 사드(THAAD) 배치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적폐청산 과정을 정치보복이라며 정쟁과 분열로 정치적 이익에 골몰하는 세력은 여전히 있지만, 우리시대 지성인들인 대학 교수들이 이 모든 과정을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이제 긍정과 희망을 향해 나가고 있다 하겠다.
성경에 "두려워하지 말라 감춘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마10:26)는 말씀이 있다. 누군가는 진실을 숨기고, 누군가는 폭력과 억압으로 억누르지만, 우리는 이제 감추는 자,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 앞에서 쫄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감춘 것은 드러나고 숨긴 것은 반드시 알려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경험했다.
특별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304명의 꽃 같은 목숨에 대해 책임 있는 자들은 잔인했고 무정했고 무관심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지난 4년 동안 정치적 박해와 편 가르기, 국민적 무관심과 조롱을 견디며 거리에서 풍찬노숙했다. 그들은 하늘의 하나님께 또 국민들에게 부르짖고 또 호소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외치고 또 외쳤고,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다. 마침내 그 절규는 하늘에 닿았고 감추고 숨긴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
성탄의 계절. 예수님은 이 어둠의 땅에 빛으로 오셨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이기지 못하더라"(요한복음1:5). 그렇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두려워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지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파사현정’ 즉,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이 드러나는 날은 어느 순간 우리 앞에 올 것이다.
비단 국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사도 마찬가지다. 2017년을 보내면서 혹시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가 빛으로 임하기를 기도하자. 어그러지고 구부러진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은 우리네 인생에도 또 이 나라와 민족에도 반드시 임할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