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학 작가 이호철의 소설독회 시리즈 ‘문학사중주’ 방영 … 첫편 ‘탈향’
시민방송 RTV(이사장 이효성․스카이라이프 531, 케이블 TV)가 대표적 분단작가로 손꼽히는 소설가 이호철씨의 문학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방송한다. ‘문학사중주’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분단문학포럼’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매달 주최해 온 이호철 작가의 소설 독회의 현장을 취재한 것으로 매회 소설낭독과 작품해설을 비롯해 독자, 비평가, 지역 주민이 함께한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모두 16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이번 주부터 전후 문학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비롯해 작품에 얽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이호철 작가는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한국전쟁 직전인 지난 1950년 월남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1955년에 황순원 선생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첫 번째 작품인 ‘탈향’을 통해 한국문학사에 있어 최초의 분단문학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서울은 만원이다’, ‘남녘사람 북녘사람’, ‘판문점’ 등이 있으며 그밖에도 현대문학상 신인상(1961), 동인문학상(1962), 대한민국문학상(1989), 대산문학상(1996), 대한민국예술원상(1998), 독일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2004)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분단문학포럼’이 제작한 ‘문학사중주’는 우리 분단소설사의 획을 긋는 작가의 작품과 함께 분단시대를 돌아본다는 의의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문화, ‘소설독회’를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듯 독자들이 작가와 함께 소설독회를 진행하고 소통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 반해, 우리에게 ‘소설독회'는 아직 생소한 문화이다.
소설 낭독·작가와의 대화 … 문학의 사생활을 엿보다
‘문학사중주’ 첫편에서는 이호철 작가의 첫 작품인 ‘탈향’을 다룬다. ‘탈향’은 함경북도 원산이 고향인 네 청년이 한국전쟁 중 월남해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며 부두노동과 화차살이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작가의 분단작품에 대해 “이호철 이전과 이후로 문학사가 달라진다”면서 “월남민들의 정서, 감정, 한을 문학적 정서를 통해 최초로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 바로 이호철 문학”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프로그램에서 이 작가는 24살 때 쓴 ‘탈향’의 초고 ‘어둠 속으로’가 문학가 황순원․김동리 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3-5번의 수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탈향’으로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작가는 “부두노동을 했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지만 화차살이를 직접 경험한 건 아니다”면서 “하지만 주변에 화차살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친구 가운데 죽은 것으로 그려진 친구는 살아있고, 살아남은 것으로 된 친구가 사실은 먼저 죽음을 맞이했다”며 소설 속 인물들의 실제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이날 방송분에서 자신의 첫 작품 ‘탈향’의 마지막 부분을 직접 낭독한다.
이호철 작가의 소설독회를 다룬 프로그램 ‘문학사중주’에서는 앞으로 16회에 걸쳐 이 작가의 대표작 ‘나상’, ‘물 마시는 짐승’, ‘오돌할멈’, ‘근산’, ‘만조’, ‘빈 골짜기’, ‘살’, ‘도주', '닳아지는 살들’, ‘ 서울은 만원이다’, ‘ 1기 졸업생’, ‘판문점’,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과 함께, 실향민의 아픔을 통해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에 사실적으로 접근해온 그의 문학세계를 두루 살펴본다. 또 시리즈를 통해 이 작가의 문학론과 함께 소설창작의 실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분단문학포럼이 주관하는 이 소설독회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오는 5월 16일(금)에도 고양시 선유동 이호철 작가의 집필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학 사중주’ 제1회는 5월 14일(수) 오후 2시 30분과 저녁 9시 30분, 15일(목) 오후 3시30분, 16(금) 저녁 7시 30분, 17일(토) 오후 5시 30분에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