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문화? 비엔나 왈츠 무도회 취재후기
'꽃보다 남자'가 화제다. 북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고등학생들의 파티지만 멋진 이브닝 드레스를 차려입는다. '악녀'들도 돌아왔다. 에이미와 바니는 한국에서의 럭셔리 라이프도 모자라 미국 여행, 멕시코 크루즈 여행을 선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상류층 고딩 이야기 '가쉽걸 시즌 2'도 가세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 화려한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란다.
엄청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TV는 온갖 재벌, 상류층 이야기라니.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열광한다.
'과연 그런 세계가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대리만족 심리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훔쳐보고 싶은 상류층 문화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춤을 추는 사교계 파티일 것이다. '꽃보다 남자'에서도 '가쉽걸'에서도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여자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아름다운 파티, 여기엔 '왈츠'가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그 오랜 꿈을 되살려 오스트리아 왈츠볼Waltz Ball 취재를 기획했다.

왈츠는 중세 귀족사회에서 추던 쌍쌍춤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무렵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등에 의해 왈츠 명곡이 작곡되며 유럽 전역에서 전성기를 이뤘다.
(자세한 내용은 '오스트리아 봄의 왈츠 무도회'블로그 편을 참고할 것)
현재 왈츠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문화'로 자리잡았다. 오스트리아인이라면 꼭 배워야하는 것이 '왈츠, 스키, 자동차운전'라고 할 만큼 왈츠는 이들 삶의 필수다.
왈츠볼을 취재하기 위해 사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것은 오페라 볼Opera Ball이었다. 유럽의 이름난 가문이 사교계 데뷔를 치른다는 오페라볼에는 유럽 전역의 유명인사들이 몰린다. 기본 입장료만 230유로(43만원)며 테이블이라도 예약하고 싶다면 640유로(120만원)에서 1만 7000유로(약 3185만원)인데 좌석예약이 2년전에 끝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유명한 '카페지더볼'에 갔다. 비엔나하면 카페문화로도 유명한데 이 카페의 오너들이 여는 왈츠볼이다. 대중적인 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를 취재하려면 취재진 또한 연미복과 나비넥타이, 긴 길이의 드레스를 입어야한다. 포토그래퍼는 부랴부랴 인터넷 쇼핑몰에서 나비넥타이를 준비했고
나는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은은한 광택이 도는 긴 새틴 원피스, 그리고 8센티미터에 달하는 구두를 가져갔다. '정 안되면 현지에서 구입하자'하며 떠났는데
취재 일정이 바쁜것도 있었지만 현지 드레스숍이 워낙 붐비고 있어 엄두도 못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모던한 한복풍 드레스를 가져가리라.


카페지더볼(커피볼)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이었으며 현재 대통령 집무실, 국제회의장 등이 있는 호프부르크 성에서 열렸다. 정말 별천지였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체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곱게 차려입은 이들은 계단 위에서 자리잡고 있던 우리들을 향해 잠시 서서 포즈를 잡아준다. 나중에 안 일인데, 커피볼에서 고용한 사진기사들이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즉석 인화해서 팔고 있었다. 카페볼이 끝날 무렵 출구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자신의 사진을 찾아 돈을 지불하면 된다. '어쩐지... 사진을 언제 볼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더라니...' 우리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던 이들은, 그날밤 공친거다.
그리고 그날,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던 사진기사들은 우리를 경계했더랬다. 그러더니 결국 "어디서 나왔소?"하고 물어봤다. 자신의 일거리를 동양인에게 빼앗긴 줄 알았나보다. 프레스 증을 보여주니 안심하는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사회자의 인사로 커피볼이 시작된다. 비엔나 커피 오너들, 즉 커피볼의 주최측과 유명 인사들이 앞에 마련된 특별석에 입장하고나면 축하무대가 열린다. 오페라가수, 무용가들의 공연은 곧 시작될 데뷔탄트들의 무대를 미리 달궈놓는다. 그리고 시작 한시간만에 보여지는 데뷔탄트들의 왈츠 무대!

이들의 무대가 끝나면 사회자가 "다함께 왈츠를!"하고 외친다. 그러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금껏 어떻게 참았냐는 듯 사람들이 홀로 뛰어나오며 다같이 왈츠를 춘다.
발 디딜틈도 없이 꽉찬 홀에서 춤을 추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모습은 '우아하고 격식있는'이 아니라 그저 즐거워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왈츠볼이라고 해서 마냥 4분의 3박자의 클래식 선율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호프부르크성 곳곳에 위치한 10여개의 댄스홀에서는 왈츠음악도, 재즈도, 팝도 흘러나온다. 저녁 9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까지 즐겨야하는데, 다양한 재미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각각의 댄스홀은 서로다른 분위기와 조명, 밴드를 가진다. 내내 춤을 출수도 있지만 자리를 예약하면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면서 춤을 출 수 있다. 테이블 예약이 한정되어 있는데다 그것이 비싸다면 두어시간만 꾹 참으면 된다. 두시간쯤 지나면 조금씩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빈테이블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댄스홀, 바&다이닝 등을 제대로 즐기려면 처음 입장할때 나눠주는 지도를 버리지 말아야한다. 그러면 효과적을 동선을 짤 수 있다.

4시간에 이르는 시간동안 왈츠볼을 지켜보며 한 마디 내뱉은 말은 이거였다. "독한 것들!"
에쁜 드레스가 구겨질까 하이힐을 신고도 내내 미소를 머금는 오스트리아 여인들을 보니 이런말이 절로 나왔다.
카메라에 수첩, 이런저런 자료까지 들고 있었긴 했지만 나는 한시간만에 넉다운이 되었다. 그래서 포토그래퍼 선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동안 홀로 사진을 찍게
내버려 둘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춤은 물론이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샴페인이며 맥주를 즐겼다.
또 한가지, 지금까지 전통문화를 지켜온 오스트리아 인들 전체에 대한 한마디이기도 하다.
전통을 현재에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오며 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
우리는 전통을 그저 옛것으로 치부하지 않는가. 전통 예술가, 장인들에게 그 몫을 모두 넘겨버린 채 말이다.
한복, 전통음악, 한국 무용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알고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 또한 놓치면 안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가깝게 일본과 중국 또한 자신들만의 문화를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해외에 나가면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독한 것들". 그들의 정신에 대한 부러움이 담긴 한 마디였다.
첫댓글 뭐 4시간 즐기는 것 가지고 이러실까~~ 기자님께서..1시간만에 다리가 아프시면 안되져~~
그것은 체력부족 운동부족이랑께..
우리는 매번 그것보다 더 많이 즐기는뎅...ㅋ
우리나라도 전통문화를 즐길줄 알아야 하는데..
그점은 저도 공감~~ 독한 것들이 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