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래 향한 또 하나의 도전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이 연삼로 거리를 화사하게 수놓으며 봄의 향기를 더해가던 지난달 28일 제주시민복지타운에서는 2010제주 봄 대축제인 ‘제19회 제주 왕벚꽃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갈옷과 웨딩드레스의 만남으로 진행된 패션쇼는 야외무대로 꾸며져 관광객은 물론 의상업계 관계자와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는 청춘남녀 등 관람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매해 ‘제주 왕벚꽃 축제’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 이 패션쇼는 의류산업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제주에 새로운 패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갈옷패션쇼는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제주 갈옷의 전국화, 글로벌화를 위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런 가능성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대정읍 신도리에서 태어나 서문공설시장에서 31년간 ‘크로바 전통한복’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북(54세)씨. 김순복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자신 직접 제작한 천연염색 갈옷을 ‘제주 왕벚꽃 축제’ 패션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김 씨가 제주갈옷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2년 전, 감물들인 갈옷은 한 가지 이상의 색을 낼 수 없어 파티 연회나 외출복으로 업그레이드된 의상을 디자인하기엔 한계가 많았다. 이런 한계에 빠져 있던 김 대표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천연염색을 소재로 한 TV방송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천연염색연구활동을 하던 이민정(경기도 여주, 여성생활사박물관장)씨는 방송에 출연해 천연염색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에 감흥을 받은 김순복 씨는 이 관장을 찾아가 천연염색기술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익혔다. 그리곤 그것을 갈옷에 적용 천연염색 갈옷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순복 씨는 우선 정형화된 갈옷의 색과 패션을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패션감 넘치는 고급의상으로의 전환을 통해 색을 다양화하고, 원단의 고급화를 통해 천연염색 갈옷을 구현해 냈다. 제주전통의 노동복 이미지를 탈피해 나가는 분수령이 되었다. 전통은 현시대를 반영하며 새롭게 변화한다. 그러지 못하면 박물관의 유물로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 왕벚꽃 축제’마당에서 펼쳐지는 갈옷패션쇼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밖에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패션쇼 무대에 작품을 올리려면 한번에 60~80벌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여 원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행정적 지원 없이 매해마다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것은 김 대표의 부지런함과 식을 줄 모르는 열정, 그리고 제주갈옷의 세계화를 향한 그녀의 투철한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족한줄 알면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설 수 없다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김순복 씨는 말한다. 작은 한복집을 경영하는 그녀는 새로운 개념의 CEO로써 특별하다.
척추이상으로 지체4급 판정을 받았지만 그것을 자신의 한계로 받아들이지 않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의지 넘치는 보통사람이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후원하고 있고, 관련단체의 이사를 맡아 각종세미나를 찾아다니며 자기개발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 전문적으로 의상을 공부한 전문가도 아니다. 한림읍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던 두 언니 밑에서 6년 정도 심부름하며 어깨 넘어 배운 것이 전부다. 그런 열약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부지런함과 집중력, ‘늘 새로워져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생활지론이 오늘의 김순복씨를 있게 했다. 갈옷 패션쇼에서 그녀의 작품을 뽐내주고 있는 12명의 전문모델들은 김순복씨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늘 새롭게 변신하는 갈옷에 매력이 느껴진다”고 한다.
제주시와 국제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루앙시에서도 김씨의 작품을 보고 패션쇼 초청제의가 있을 만큼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재정적 한계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천염염색 갈옷을 세계무대에 선 보일 수 있는 그날 김순복씨는 꿈꾸고 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김씨의 노력은 예사롭지 않다. 패션쇼를 끝낸 2일 후 가게를 찾았을 때 원목에 새긴 서각작품 하나를 꺼내 놓았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작품명 ‘네나도록’(너와 나의 작품 이란 뜻)서각작품은 얼마 없어 오픈할 제주갈옷 상설전시매장의 이름이자 간판이다. 10여년 전 다니던 호텔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을 도와 염색 분야를 도맡아 하고 있는 남편(신행전, 58세)이 직접 조각한 작품이라고 한다. 또 가게 한편에는 ‘2015년 천연염색박물관 건립’ 등 5가지 꿈과 목표, 이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할 것을 다짐하며, “나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김순복 파이팅”이란 글과인생 사명서란 제목의 생활실천덕목이 내걸려 있었다. 마치 자기최면을 하듯 .. 이런 어머니의 뜻에 두 딸과 아들은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제주갈옷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매우 큽니다. 이를 위해 갈옷의 산업화가 필요하며, 그 인식전환을 위해 행정적 지원과 관심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김순복씨는 말한다. “현재 제주 풋감을 구하기 위해 남편이 도내 곳곳을 다니며, 수매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제주풋감 재배단지 조성과갈천을 말리 수 있는 공간확보도 필요하다”고 향후 갈옷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주갈옷은 제주의 전통 의복이자 친환경 복식이다. 통기성이 좋아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자외선 및 가시광선의 차단 효과도 매우 뛰어나다. 제주인의 정서와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갈옷은 제주만의 특색과 향기를 지니는 문화원형 10대 상징에 선정되어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전통문화에 기반 한 부가가치 창출의 한 자원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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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섬지기꽃 원문보기 글쓴이: 섬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