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2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랜드 캐년에 이르는 5박 6일 페키지 관광의 동행여정에서 벗어나 LA에 사는 삼촌이 안내하는 모뉴먼트, 알치스 여정에 들어갔다.
남은 시간은 2박 3일, 실제로는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고 전체 이동 거리가 약 1500km에 이르는 그야말로 억지에 가까운 여정이었다.
서부여행을 안내한 여행사의 가이드와 젊은 운전사조차 염려하고 만류하는 살인적 여정이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미국 서부에서 두 곳을 보여주지 않고 보낼 수 없다는 삼촌의 강력한 의지가 완고하였다.
우리는 그랜드캐년 인근 작은 도시의 호텔에서 새벽에 깨어나 도망치듯 차에 몸을 싣고 유타를 향해 달렸다.
LA에 사는 85세의 삼촌과 숙모는 전날 밤 6시간을 달려 우리가 묵고 있는 속소에 도착해 잠깐 눈 붙이고 새벽에 운전을 시작하였다.
하루만에 모뉴먼트와 알치스를 둘러보고 차를 돌려 LA로 돌아와야 하는 1박 2일 여정이었다.
중간에 어디선가 1박을 해야할 것이다.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유타의 콜로라도 황야에 쌓아올린 많은 기념비들...
멀리 실루엣처럼 펼쳐진 기념비들의 모습은 신비롭고 장엄하여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저절로 터져 나오는 외마디 경탄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사람만이 비석을 세우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오히려 바람과 비의 의지로 조각한 저 기념비들이 한결 더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저 광야의 기념비들이 새기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세월의 흔적이고 기록일 것이다.
지질학자에겐 흥미롭고 사진작가에겐 최고의 피사체.
그러나 내 눈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스스로의 몸을 녹여 우리에게
심미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몸부림이다.
지평선 위로 늘어선 다양한 모습의 기념비들은 착한 형제들의 모습으로
어깨를 나란히 도열해 있다.
어느 것은 커다란 중절모를 내려놓은 모습으로, 어느 것은 하늘 향해 손가락을 펼친 모습으로, 어느 것은 고원 마루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어깨가 넓은 맏이부터 형들 사이에 끼어들어 손가락을 꼼지락이는 막내까지,
콜로라도 대평원의 모뉴먼트들은
다투지도 않고 서로 시비하지도 않으며
수많은 세월을 함께 해왔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기엔 인간의 생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