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은 어떻게 보면 익살스럽고, 또 어떻게 보면 괴기스럽고 근엄해서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합니다. 남쪽 지방의 장승은 툭 불거진 퉁방울 눈과 주먹코가 인상적이며, 또 지금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어떤 때는 송곳니나 앞니가 삐져나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 모습이야말로 방금 언급한 장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서 우리는 바로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이게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장승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고대에 있었던 성기 숭배 사상이나 솟대, 선돌(입석, 立石)에서 나왔다는 등의 설이 있는데 확실한 것은 잘 모릅니다. 다만 신석기나 청동기 시대부터 있어온 원시신앙적 조형물로 보는 게 통설입니다. 그리고 장승의 형태는 선사 시대부터 한국인들이 갖고 있던 여러 가지 수호신의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장승의 얼굴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토속적인 탈이나 도깨비 혹은 불교에 있는 상들의 얼굴에서 따온 것이라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