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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池畔二首1(지반이수1) - 백거이(白居易)
結構池西廊(결구지서랑) : 못 서편에 행랑 짓고
疏理池東樹(소리지동수) : 동쪽의 나무들을 손질했다.
此意人不知(차의인부지) : 이러한 뜻 남들은 몰라
欲爲待月處(욕위대월처) : 달구경하는 곳으로 만들려한다.
* 2. 折劍頭(절검두) - 백거이(白居易)
拾得折劍頭(습득절검두) : 칼 부러진 머리 주웠는데
不知折之由(부지절지유) : 부러진 사유는 알 수 없구나.
疑是斬鯨鯢(의시참경예) : 혹은 고래를 잘랐나
不然則蛟虬(불연칙교규) : 아니면 교룡을 잘랐을까.
缺落尼土中(결락니토중) : 흙 속에 떨어져 있어
委棄無人收(위기무인수) : 버려둔 채, 줍는 사람 없구나.
我有鄙介性(아유비개성) : 나는 지루한 고집 있어
好剛不好柔(호강불호유) : 강직한 것 좋고 굽히는 것 싫도다.
勿輕直折劍(물경직절검) : 곧아서 부서진 칼 얕보지 말라
猶勝曲全鉤(유승곡전구) : 굽혀서 온전한 갈구리보다 낫도다.
*(拾=주울습. 斬=밸 참. 鯨=고래경. 鯢=암고래예. 蛟=도롱용교. 虬=뿔없는용규.)
(缺=이지러질결. 尼=중 니. 委=맏길위. 棄=버릴기. 鄙=더러울비. 鉤=갈고리구,)
* 3. 惜落花(석낙화)-백거이(白居易) 지는 꽃이 애닲아.
夜來風雨急(야내풍우급) : 간밤에 비바람 심하였으니
無復舊花林(무복구화림) : 옛 꽃과 숲을 회복하지 못하리라.
枝上三分落(지상삼분낙) : 가지 위의 삼분의 일이나 떨어져
園中二寸深(원중이촌심) : 정원 안에 두 치나 깊어졌도다.
日斜啼鳥思(일사제조사) : 해 지는 저녁에 우짖는 새들의 심사
春盡老人心(춘진노인심) : 저무는 봄날에 늙어가는 사람들 마음이라
莫怪添盃飮(막괴첨배음) : 술잔을 보탠다 이상히 여기지 말라
情多酒不禁(정다주불금) : 정이 많아 술을 금할 수가 없도다.
* 4. 自歎(자탄)-백거이(白居易)스스로 탄식하다.
豈獨年相迫(개독년상박) : 어찌 다만 나이만 많아지는가
兼爲病所侵(겸위병소침) : 아울러 병마저 찾아오는구나.
春來痰氣動(춘내담기동) : 봄이 되니 가래기운이 끓어오르고
老去嗽聲深(노거수성심) : 늙어가니 기침소리가 깊어지는구나.
眼暗猶操筆(안암유조필) : 눈이 어두워져도 붓을 잡고
頭斑未挂簪(두반미괘잠) : 머리가 빠져 비녀마저 꼽지 못한다.
因循過日月(인순과일월) : 습관대로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다니
眞是俗人心(진시속인심) : 진정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심정인가.
*(迫=핍박할박. 兼=겸할겸. 痰=가래담. 嗽=기침할수. 操=잡을조.)
(斑=얼룩반. 挂=걸괘.그을괘. 簪=비녀잠. 循=쫓을순.)
* 5. 閒詠(한영)-백거이(白居易)-한가하게 읊다.
步月憐淸景(보월련청경) : 달빛 아래 걸으니 맑은 풍광 애련하고
眠松愛綠陰(면송애녹음) : 소나무 아래서 잠드니 푸른 그늘이 좋아라.
早年詩思苦(조년시사고) : 젊어서는 시를 지음에 애를 쓰고
晩歲道情深(만세도정심) : 늙어서는 도를 찾는 마음이 깊어진다.
夜學禪多坐(야학선다좌) : 밤에는 참선을 배우려 앉아있는 일이 많고
秋牽興暫吟(추견흥잠음) : 가을에는 흥에 이끌려 잠시 시를 읊는다.
悠然兩事外(유연량사외) : 이 두 가지 일 외에는 아득하니
無處更留心(무처경류심) : 다시 마음 머물게 할 곳이 하나도 없도다.
*(憐=불쌍히여길련. 牽=당길견. 暫=잠깐잠. 悠=아득할유.)
* 6. 閒出(한출)-백거이(白居易)한가히 나아가.
兀兀出門何處去(올올출문하처거) : 올올히 문을 나서니 어디로 가나
新昌街晩樹陰斜(신창가만수음사) : 신창 거리의 저녁에 나무그늘 기울었네.
馬蹄知意緣行熟(마제지의연항숙) : 말발굽은 내 뜻 아노니 길이 익숙해서라
不向楊家卽庾家(부향양가즉유가) : 양가집 향하지 않으면 유가집이라네.
*(兀=우뚝할올. 斜=기울사. 蹄=발굽제. 熟=익힐숙. 行=항열항.갈행. 庾=곳집유.노적유.)
* 7. 閒行(한행)-백거이(白居易)한가히 걸으며.
五十年來思慮熟(오십년내사려숙) : 오십 년 동안 익숙한 생각이 있나니
忙人應未勝閒人(망인응미승한인) : 바쁜 사람은 한가한 사람보다 못하다네.
林園傲逸眞成貴(림원오일진성귀) : 숲에 사는 자부심과 편안함이 정말 귀하고
衣食單疎不是貧(의식단소부시빈) : 입고 먹는 간편함은 가난함이 아니라네.
專掌圖書無過地(전장도서무과지) : 책만 간직하니 허물이 없는 처지이며
遍尋山水自由身(편심산수자유신) : 산수를 두루 찾아다니니 자유의 몸이라네.
儻年七十猶强健(당년칠십유강건) : 만약 나이 칠십이라도 여전히 강건하다면
尙得閒行十五春(상득한항십오춘) : 오히려 편히 걷는 십오 세 청춘을 얻은 것이네.
*(熟=익힐숙. 忙=바쁠망. 傲=거만할오. 逸=편안할일. 疎=트일소. 掌=손바닥장.)
(遍=두루편. 儻=고상할당.억매이지않을당. 健=굳샐건.)
* 8. 浪淘沙詞六首1(낭도사사륙수1)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一泊沙來一泊去(일박사내일박거) : 물결 한 번 드니 모래 밀려오고, 한 번 드니 씻겨가고
一重浪滅一重生(일중낭멸일중생) : 한번 무거워지니 물결 사라지고, 한 번 무거워지니 물결 인다
相攪相淘無歇日(상교상도무헐일) : 씻어내고 행구내며 그칠 날이 없으니
會敎山海一時平(회교산해일시평) : 마침내 산과 바다를 일시에 평평하게 하는구나.
*(泊=배댈박. 浪=물결낭. 滅=사라질멸. 攪=흔들교. 淘=쌀일도.물흐를도. 歇=쉴 헐.)
* 9. 浪淘沙詞六首2(낭도사사륙수2)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白浪茫茫與海連(백낭망망여해련) : 흰 물결 망망한데 바다와 이어지고
平沙浩浩四無邊(평사호호사무변) : 평평한 뱃사장은 넓디넓어 끝이 없구나.
暮去朝來淘不住(모거조내도부주) : 조석으로 오고가며 물결은 멈추지 않고
遂令東海變桑田(수령동해변상전) : 마침내 동해가 뽕나무 밭을 바꾸게 하는구나.
*(浪=물결낭. 茫=망망할망. 淘=물흐를도. 遂=쫓을수. 桑=뽕나무상.)
* 10. 浪淘沙詞六首3(낭도사사륙수3)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靑草湖中萬里程(청초호중만리정) : 호수 가운데 푸른 풀은 만 리 기다란 길
黃梅雨裏一人行(황매우리일인항) : 빗속의 누렇게 익은 매실꽃 한 사람 걸을 거리
愁見灘頭夜泊處(수견탄두야박처) : 수심겨워 여룰 가에 밤에 정박할 곳 바라보니
風翻闇浪打船聲(풍번암낭타선성) : 바람이 푸른 물결을 뒤집으며 뱃전을 치는 소리.
*(程=길릿수정.헤아릴정. 灘=여울탄. 泊=배댈박. 翻=뒤집필번. 闇=망루암.)
* 11.浪淘沙詞六首4(낭도사사륙수4)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借問江潮與海水(차문강조여해수) : 강물과 바닷물에 잠시 묻노니
何似君情與妾心(하사군정여첩심) : 어찌 님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같을까요
相恨不如潮有信(상한부여조유신) : 서로 한하니 조수의 믿음만도 못하고
相思始覺海非深(상사시각해비심) : 그립고 보고프니 바다가 깊지 못함을 비로소 알았지요.
*(借=빌릴차. 妾=첩첩. 潮=조수조.)
* 12.일침항구이다시 |
海底飛塵終有日(해저비진종유일) : 바닷밑이 흙먼지 날리니 태양만이 남아있고
山頭化石豈無時(산두화석개무시) : 산 머리가 바위를 변화시키니 어찌 때가 없으랴
誰道小郎抛小婦(수도소낭포소부) : 누가 젊은 지아비가 젊은 아낙 버렸다고 말하나
船頭一去沒廻期(선두일거몰회기) : 뱃머리 한번 떠나더니 돌아올 기약 묻혀버렸구나.
*(抛=던질포. 沒=잠길몰. 廻=돌회.)
* 13. 浪淘沙詞六首6(낭도사사륙수6)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隨波逐浪到天涯(수파축낭도천애) : 물결을 따르면 하늘 끝에 이르건만
遷客生還有幾家(천객생환유기가) : 귀양객이 돌아온 일 몇 집이나 되는가.
却到帝鄕重富貴(각도제향중부귀) : 물리치고 서울에 이르면 부귀를 귀히 여겨
請君莫忘浪淘沙(청군막망낭도사) : 청컨대 그대는 낭도사를 잊지 마시오.
*(逐=쫓을축, 涯=물가애. 遷=옮길천. 却=물리칠각. 請=청할청. 淘=물흐를도. 쌀일도)
* 14. 感興二首(감흥이수) - 백거이(白居易)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내유) : 길흉화복은 오는 길이 있어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다만 깊이 알아야지 근심 말라.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윤택한 집 태우는 것 보나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낭복허주) : 풍랑을 속이 진 배를 엎지 못한다.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공기라, 많이 취하지 말라
利是身災合少求(리시신재합소구) : 이익은 몸의 재앙이라, 적게 함이 좋다.
雖異匏瓜難不食(수리포과난부식) : 표주박과 달라, 굶기가 어려우나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 대강 먹기 충분하면 일찍 쉬어야 한다.
*(由=말미암을유. 憂=근심우. 燒=불태울소. 潤=윤택할윤. 覆=뒤집힐복. 匏=박포. 瓜=오이과.)
* 15. 舟中晩起(주중만기) - 백거이(白居易)
日高猶掩水窓眠(일고유엄수창면) : 해가 높이 솟아도 문 가리고 잠자고
枕簟淸涼八月天(침점청량팔월천) : 베개와 잠자리가 맑고 시원하니 팔월이라.
泊處或依沽酒店(박처혹의고주점) : 정박한 곳에서, 혹 술집에 머물러
宿時多伴釣魚船(숙시다반조어선) : 그곳에 묵으면서 자주 고깃배와 친구한다.
退身江海應無用(퇴신강해응무용) : 은퇴한 몸이라 강호에 쓰일 곳 없고
憂國朝廷自有賢(우국조정자유현) : 나랏일 걱정은 조정에 어진 사람 있으리라.
且向錢塘湖上去(차향전당호상거) : 장차 전당호로 올라가서
冷吟閒醉二三年(냉음한취이삼년) : 이삼 년간 냉정히 읊으며 한가히 취해보리라.
*(掩=가릴엄. 枕=배개침. 簟=삿자리점. 沽=팔고.살고. 伴=짝반. 塘=못당. 醉=술취할취.)
* 16. 宿竹閣(숙죽각) - 백거이(白居易)
晩坐松檐下(만좌송첨하) : 저녁에 소나무 처마 아래 앉고
宵眠竹閣間(소면죽각간) : 밤에는 죽각 사이에서 잠을 잔다.
淸虛當服藥(청허당복약) : 청허한 마음은 선약을 복용함 같고
幽獨抵歸山(유독저귀산) : 그윽한 기분은 산으로 돌아온 것 같아라.
巧未能勝拙(교미능승졸) : 재치는 졸렬함을 이길 수 없고
忙應不及閒(망응부급한) : 바쁜 것은 한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無勞別修道(무노별수도) : 따로 도를 닦으려 수고할 필요 없으니
卽此是玄關(즉차시현관) : 이것에 이르면 곧, 현묘한 경지가 되니라.
*(檐=추녀첨.맬첨. 宵=밤소. 閣=누각각. 抵=막을저. 拙=졸렬할졸. 巧=약삭빠를교.)
(忙=바쁠망. 關=비장관.통할관.)
* 17. 秋暮郊居書懷(추모교거서회) - 백거이(白居易)
郊居人事少(교거인사소) : 교외에 다니는 사람 적고
晝臥對林巒(주와대림만) : 낮에는 누워서 숲 가득한 산을 본다.
窮巷厭多雨(궁항염다우) : 궁핍한 골목길에 내리는 비 싫고
貧家愁早寒(빈가수조한) : 가난한 집안에 이른 추위 걱정된다.
葛衣秋未換(갈의추미환) : 갈포 옷을 가을에도 못 바꿔 입고
書卷病仍看(서권병잉간) : 서책은 병들어도 여전히 읽고 있노라.
若問生涯計(약문생애계) : 앞으로의 생애의 대책을 문는다면
前溪一釣竿(전계일조간) : 앞개울에 낚싯줄이나 드리고 살리라.
*(郊=들교. 巒=뫼만. 巷=거리항. 葛=칡갈. 仍=인할잉. 竿=장대간.)
* 18. 送客(송객) - 백거이(白居易)-손님을 보내며.
病上籃輿相送來(병상람여상송내) : 병으로 남여에 올라 전송하고 돌아오니
衰容秋思兩悠哉(쇠용추사량유재) : 쇠한 얼굴, 가을 생각이 모두 아득하다.
涼風嫋嫋吹槐子(양풍뇨뇨취괴자) : 찬 바람 하늘하늘 홰나무에 불어와
却請行人勸一盃(각청항인권일배) : 도리어 행인에게 한 잔 술을 권한다.
*(籃=바구니람. 輿=수래바탕여. 衰쇠할쇠. 哉=어조사재. 嫋=휘늘어질뇨. 槐=회나무괴.勸=권할권.)
* 19. 秋思(추사) - 백거이(白居易)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 석양이 불타는 것보다 불고
晴空碧勝藍(청공벽승남) : 갠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구나.
獸形雲不一(수형운부일) : 동물 모양 구름 하나가 아니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 활모양의 달은 처음 삼 일이로다.
雁思來天北(안사내천배) : 기러기 마음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 다듬이질하는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 쓸쓸하여라, 가을 기운의 맛
未老已深諳(미노이심암) : 늙지도 않았는데 이미 깊이 기억된다.
*(藍=바구니남. 獸=짐승수. 勢=권세세. 砧=다듬잇돌침. 蕭條=쓸쓸하다. 諳=기억할암.알암.)
* 20. 池邊卽事(지변즉사) - 백거이(白居易)
氈帳胡琴出塞曲(전장호금출새곡) : 모직 휘장, 오랑캐 거문고, 출새곡
蘭塘越棹弄潮聲(난당월도농조성) : 난초 못 건너는 노가 조수 소리 희롱한다.
何言此處同風月(하언차처동풍월) : 풍월 같은 이곳을 어찌 말로 하랴
薊北空南萬里情(계배공남만리정) : 계북의 하늘 남쪽 만리 먼 풍정이로다.
*(氈=모전전. 帳=휘장장. 塞=변방새. 棹=노도. 薊=고을이름계.)
* 21. 白鷺(백로) - 백거이(白居易)
人生四十未全衰(인생사십미전쇠) : 인생 사십은 완전히 늙음이 아닌데
我爲愁多白髮垂(아위수다백발수) : 나는 근심이 많아 백발이 드리웠구나.
何故水邊雙白鷺(하고수변쌍백노) : 무슨 까닭으로 물가에 있는 두 마리 백로
無愁頭上亦垂絲(무수두상역수사) : 근심 없는 머리 위에도 흰 실이 드리웠나.
* 22. 罷藥(파약) - 백거이(白居易)
自學坐禪休服藥(자학좌선휴복약) : 좌선을 배우고부터 복약을 그만두었더니
從他時復病沈沈(종타시복병침침) : 다른 때를 따라 다시 병이 심해진다.
此身不要全强健(차신부요전강건) : 이 몸이 완전히 강건해지기 바라지 않지만
强健多生人我心(강건다생인아심) : 강건함은 남과 나의 마음에서 생기는 법이라오.
* 23. 舟夜贈內(주야증내) - 백거이(白居易)
三聲猿後垂鄕淚(삼성원후수향누) : 세 마디 원숭이 울음소리 뒤엔 고향 눈물
一葉舟中載病身(일섭주중재병신) : 일엽편주 속에 병든 이 몸 싣고서
莫凭水窓南北望(막빙수창남배망) : 물가 창에 기대어 남북을 바라보지 말지니
月明月闇總愁人(월명월암총수인) : 달이 밝아도, 어둑해도 사람을 근심케 합니다.
*(猿=원숭이원. 載=실을재. 凭=의지할빙. 闇=망루암. 總=거느릴총.)
* 24.夜招晦叔(야초회숙)-백거이(白居易)밤에 회숙을 초대하여.
庭草留霜池結冰(정초류상지결빙) : 정원의 풀에는 서리 내리고 못에는 얼음 얼어
黃昏鍾絶凍雲凝(황혼종절동운응) : 황혼에 종소리 끊이고 구름도 얼어 엉기었다.
碧氈帳上正飄雪(벽전장상정표설) : 푸른 모직 휘장 위로 지금 한창 눈발이 날리고
紅火爐前初炷燈(홍화노전초주등) : 붉은 화로 앞에 처음으로 등불 심지에 불을 붙인다.
高調秦箏一兩弄(고조진쟁일량농) : 높은 음조로 진나라 쟁으로 한 두 번 노는데
小花蠻榼二三升(소화만합이삼승) : 작은 꽃 무늬 오랑캐 술통에 두 세 되 술도 있다.
爲君更奏湘神曲(위군경주상신곡) : 그대 위해 다시 상신곡을 연주하려는데
夜就儂家能不能(야취농가능부능) : 밤이면 바로 우리집에 올 수 있을까 없을까.
*(凝=엉킬응. 氈=모전전.담전. 飄=날릴표. 炷=심지주. 箏=쟁쟁. 蠻=오랑케만.)
(榼=술그릇합. 뚜껑합. 湘=삶을상. 儂=나농.)
* 25. 涼風歎(양풍탄) - 백거이(白居易)차가운 바람의 탄식.
昨夜涼風又颯然(작야량풍우삽연) : 어젯밤 찬 바람 또다시 바람소리
螢飄葉墜臥床前(형표섭추와상전) : 반딧불 날리고 나뭇잎 침상 머리에 진다.
逢秋莫歎須知分(봉추막탄수지분) : 가을을 맞아 탄식 말라 분수를 알아라
已過潘安三十年(이과반안삼십년) : 이미 반안을 지난 지 삼십 년이 되었어라.
*(颯=바람소리삽. 墜=떨어질추. 潘=뜨물반. 逢=만날봉.)
* 26. 睡覺偶吟(수교우음)-백거이(白居易)
官初罷後歸來夜(관초파후귀내야) : 관리 초임에는 일 마치고 밤에 귀가하고
天欲明前睡覺時(천욕명전수각시) : 날이 밝기도 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었다.
起坐思量更無事(기좌사량경무사) : 일어나 앉아 생각에 잠겨도 할 일도 없어
身心安樂復誰知(신심안낙복수지) : 마음과 몸이 편하고 즐거움을 누가 알기나 할까.
* 27. 詠意(영의) - 백거이(白居易)
常聞南華經(상문남화경) : 남화경의 말을 항상 들었다
巧勞智憂愁(교노지우수) :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한다고.
不如無能者(부여무능자) : 차라리 못하리라, 무능한 사람이
飽食但遨遊(포식단오유) : 배불리 먹고 마음대로 노는 것만 말이다.
平生愛慕道(평생애모도) : 평생토록 그 도를 좋아하고 그리워했는데
今日近此流(금일근차류) : 오늘에야 이런 부류에 가까게 되었구나.
自來潯陽郡(자내심양군) : 심양군에 온 이래로
四序忽已周(사서홀이주) : 사계절이 흘러 벌써 이미 일 년이 되었구나.
不分物黑白(부분물흑백) : 일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
但與時沈浮(단여시침부) : 다만 때와 더불어 부침하였다.
朝飧夕安寢(조손석안침) : 아침에는 밥 먹고 저녁에는 편히 잠자며
用是爲身謀(용시위신모) : 이렇게 하며 자신을 위해 살았다.
此外卽閑放(차외즉한방) : 이 외에는 한가하게 지내며
時尋山水幽(시심산수유) : 때때로 자연의 그윽함을 찾았다.
春遊慧遠寺(춘유혜원사) : 봄에는 혜원사를 노닐었고
秋上庾公樓(추상유공누) : 가을이면 유공의 누각에 올랐다.
或吟詩一章(혹음시일장) : 간혹 시 한 편을 읊기도 하고
或飮茶一甌(혹음다일구) : 간혹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身心一無繫(신심일무계) : 몸과 마음 어느 한 곳에도 얽히지 않아
浩浩如虛舟(호호여허주) : 호방함이 마치 빈 배 같았다.
富貴亦有苦(부귀역유고) : 부귀한 사람에게도 고통이 있나니
苦在心危憂(고재심위우) : 고통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근심스럽다.
貧賤亦有樂(빈천역유낙) : 빈천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있나니
樂在身自由(낙재신자유) : 즐거움은 몸의 자유로움에 있다.
*(飽=배부를포. 遨=노닐오. 潯=물이름심. 飧=밥손. 謀=꾀할모. 慧=지혜혜.)
(庾=곳집유. 甌=움집구. 繫=맬계. 危=위태할위.)
* 28. 題元十八溪亭(제원십팔계정) - 백거이(白居易)
怪君不喜仕(괴군부희사) : 이상하나니, 그대 벼슬살이 싫어하고
又遊煙霞里(우유연하리) : 연기와 놀 낀 마을을 나다니지도 않다니.
今日到幽居(금일도유거) : 오늘 그윽한 그대 거처에 와보니
了然知所以(요연지소이) : 그 까닭을 확실히 알았도다.
宿君石溪亭(숙군석계정) : 그대의 석계정에 묵으니
潺湲聲滿耳(잔원성만이) : 졸졸 흐르는 물소리 귀에 가득하고
飮君螺盃酒(음군나배주) : 그대에게 소라잔으로 술을 권하니
醉臥不能起(취와부능기) : 취하여 누운 채로 일어나지 못하는구려.
見君五老峯(견군오노봉) : 그대 사는 오로봉을 보고나니
益悔居城市(익회거성시) : 시내에 사는 것이 더욱 후회스럽소.
愛君三男兒(애군삼남아) : 사랑스런 그대 세 아들을 보니
始歎身無子(시탄신무자) : 자신이 자식 없음을 비로소 한탄스럽소.
余方鑪峯下(여방로봉하) : 나도 이제야 향로봉 아래에 있어
結室爲居士(결실위거사) : 집 짓고 거사가 되리라.
山北與山東(산배여산동) : 산 북쪽과 산 동쪽을
往來從此始(왕내종차시) : 오가며 이제부터 시작하리라.
*(怪=이상할괴. 潺=흐르는물소리잔. 湲=물흐를원. 螺=소라나. 悔=뉘우칠회. 鑪=화로로.
)
* 29. 夜琴(야금) - 백거이(白居易)
蜀桐木性實(촉동목성실) : 촉 나라 오동나무는 든든하고
楚絲音韻淸(초사음운청) : 초 나라 악기는 소리 맑기도 하다.
調慢彈且緩(조만탄차완) : 느슨한 줄을 골라 통기다 늦추며
夜深十數聲(야심십삭성) : 밤 깊도록 열 몇 곡을 타노라.
入耳淡無味(입이담무미) : 귀에 들리는 소리 담담하여 맛도 없는 듯
愜心潛有情(협심잠유정) : 마음에 흡족하여 젖어들어 정겨워라.
自弄還自罷(자농환자파) : 스스로 즐기다가 도리어 그치나니
亦不要人聽(역부요인청) : 또한 다른 사람이 듣기를 바라지 않아서라.
*(蜀=나라촉. 絲音=현악기. 調=고를조. 慢=개으를만. 愜=뜻맞을협. 潛=잠길잠. 罷=그칠파.)
* 30. 鷰子樓(연자루) - 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한 밝은 달,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이불은 차고 등불 희미한데 잠자리 추켜올린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연자루 안, 서리 내리는 달 밤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가을이 오니 오직 이 한 사람 위해 길기만하다.
*(窗=창문창. 簾=발렴. 拂=떨칠불. 牀=평상상. 被=입을피.)
* 31. 送春(송춘) - 백거이(白居易)
三月三十日(삼월삼십일) : 때는 삼월 삼십 일
春歸日復暮(춘귀일부모) : 봄은 가려하고 해도 다시 지려한다.
惆悵問春風(추창문춘풍) : 추창이 봄바람에 물어보노니
明朝應不住(명조응부주) : 내일 아침에는 이곳에 머물지 않을 거야.
送春曲江上(송춘곡강상) : 곡강 위에서 봄을 보내려니
眷眷東西顧(권권동서고) : 아쉬움에 동서로 돌아보노라.
但見撲水花(단견박수화) : 보이는 것은 물위에 떨어지는 꽃
紛紛不知數(분분부지삭) : 분분하여 그 수를 알지 못하겠다.
人生似行客(인생사항객) : 인생이란 길가는 나그네 같아
兩足無停步(양족무정보) : 두 발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日日進前程(일일진전정) : 날마다 앞을 향해 나가지만
前程幾多路(전정기다노) : 가야할 길은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兵刀與水火(병도여수화) : 전쟁과 천재지변의 재앙을
盡可違之去(진가위지거) : 모두를 피해 갈 수가 있지만
唯有老到來(유유노도내) : 오직 늙음이 다가오는 것은
人間無避處(인간무피처) : 인간으로는 피할 길이 하나 없다.
感時良爲已(감시량위이) : 시절을 느낌을 진정 그만두고
獨倚池南樹(독의지남수) : 홀로 못 남쪽 나무에 기대어본다.
今日送春心(금일송춘심) : 오늘 이 봄을 보내는 마음
心如別親故(심여별친고) : 마치 친구를 보내는 마음 같아라.
*(惆=섭섭할추. 悵=섭섭할창. 眷=돌아볼권. 顧=돌아볼고. 撲=두드릴박.)
(紛=어지러울분. 程=해아릴정. 違=어길위. 倚=의지할의.)
* 32. 贈賣松者(증매송자) - 백거이(白居易)
一束蒼蒼色(일속창창색) : 한 묶음 푸르고 푸른 빛
知從澗底來(지종간저내) : 골짜기 아래에서 온 것을 알겠다.
斸掘經幾日(촉굴경기일) : 찍어서 파낸지가 몇 일이나 지났나
枝葉滿塵埃(지섭만진애) : 가지와 잎에 흙먼지가 가득하다.
不買非他意(부매비타의) : 사지 않은 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城中無地栽(성중무지재) : 성 안에는 심을 땅이 전혀 없어서라네.
*(束=묵을속. 澗=산골물간. 斸=쪼갤촉.깍을촉. 掘=팔굴. 經=지날경. 埃=티끌애.栽=심을재.)
* 33. 高相宅(고상댁) - 백거이(白居易)
靑苔故里懷恩地(청태고리회은지) : 푸른 이끼 옛 고을 은혜받은 이 땅
白髮新生抱病身(백발신생포병신) : 백발이 새로 나서 병 안은 이내 몸.
涕淚雖多無哭處(체누수다무곡처) : 흐르는 눈물 많아도 울 곳도 없으니
永寧門館屬他人(영녕문관속타인) : 영녕문관이 남의 손에 넘어가버렸다네.
*(抱=안을포. 涕=눈물체. 淚=눈물루. 哭=소리내어울곡. 館=집관.)
* 34. 張十八(장십팔) - 백거이(白居易)
諫垣幾見遷遺補(간원기견천유보) : 간원에서 몇 번 보았는데 유보로 옮겨가고
憲府頻聞轉殿監(헌부빈문전전감) : 헌부에서 자주 들었는데 전감으로 옮겼구나.
獨有詠詩張太祝(독유영시장태축) : 오직 시 읊는 장태축이 있으니
十年不改舊官銜(십년부개구관함) : 십 년 동안 옛 관함을 벗어나지 못했구나.
*(諫=간할간. 垣=담원. 遷=옮길천. 憲=법헌. 頻=자주빈. 監=살필감. 銜=직함함.재갈함.)
* 35. 劉家花(유가화) - 백거이(白居易)
劉家牆上花還發(유가장상화환발) : 유씨 집, 담장 위에 꽃들 다시 피고
李十門前草又春(리십문전초우춘) : 이씨 집, 문 앞에는 풀빛이 또 봄이로다.
處處傷心心始悟(처처상심심시오) : 곳곳에서 상심하여 비로소 알았느니
多情不及少情人(다정부급소정인) : 다정이 미치지 못하여 정인이 적었구나.
*(劉=성유. 牆=담장. 還=돌아올환. 傷=상할상. 悟=깨달을오.)
* 36. 秋遊(추유) - 백거이(白居易)
下馬閒行伊水頭(하마한항이수두) : 말에서 내려 한가히 이수 가를 걸으니
涼風淸景勝春遊(량풍청경승춘유) : 서늘한 바람 맑은 경치가 봄나들이 보다 좋아라.
何事古今詩句裏(하사고금시구리) : 무슨 일로 고금에 시구 안에는
不多說著洛陽秋(부다설저낙양추) : 낙양의 가을을 논하여 적은 글이 많지 않았을까.
*(行=굳샐항.갈행. 伊=저이. 著=지을저.)
* 37. 彈秋思(탄추사) - 백거이(白居易)
信意閒彈秋思時(신의한탄추사시) : 마음에 맡겨 가을 마음을 타는 시간
調淸聲直韻疎遲(조청성직운소지) : 맑은 음조, 곧은 소리에 운율은 성글고 더디다.
近來漸喜無人聽(근내점희무인청) : 근래에 점차 기뻐지는데 들어주는 사람 없으나
琴格高低心自知(금격고저심자지) : 거문고 격조의 높고 낮음이야 마음의 절로 아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