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이나 종묘 등의 마당에는 박석(薄石)을 깔았다. 박석은 구들장처럼 넓고 얇은 돌이다.
단단한 화강암이 99%이고 대부분 옅은 회색이나 담홍색을 띠고 있다. 크기가 일정치 않으며 표면도 울퉁불퉁하다.
창덕궁의 법정 인정전 앞마당인 전정(殿庭)에도 박석을 깔았다. 인정전의 박석은 일제가 걷어내고 잔디를 깔았다.
일제 때 창덕궁 인정전 앞마당의 박석을 없애고 화초를 심고있는 사진이다.
난로의 파이프(4개)가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외부로 나와있는 전등들도 보인다..
지금의 모습처럼 오얏꽃 문양은 그대로 보인다. 조선 왕의 상징적인 공간인 법전의 앞 마다을 공개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박석은 해방 후 깐 것이다. 원래의 판석과는 아주 다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들 바닥재는 박석이 아니다.
종묘 월대의 박석이 원래의 모습이다. 우리 궁궐 건축이 남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박석이다.
박석은 일종의 고급 포장 재료이다. 넓적한 화강암 돌판으로 두께는 보통 12cm이고 넓이는 구들장의 두 배 정도다.
박석은 주로 법전의 앞마당인 전정(殿庭), 종묘의 월대(月臺), 왕릉의 진입로인 참도(參道) 등에 깔았다.
중국의 왕궁 앞마당에 전석을 세로로 세워 깔았다. 일본의 궁에 자갈을 덮었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가 거친 박석을 정전 마당에 깐 목적과 같다. 외부 침입자들의 손쉬운 이동을 막기 위함이다.
왕의 안전보호를 먼저 고려했다고 한다.박석은 넓고 평평한 돌이지만 여전히 다듬은 돌은 아니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박석의 표면은 아직 울퉁불퉁하다. 다른 마당 박석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견해가 많다.
예를 들면 바닥이 미끄럽지 않기 때문에 신료들이 행사 중에 실수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의견이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실수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다니라고 그러했다는 의견도 있다.
박석 틈새로 흙이 채워져 있기 때문에 퇴약 볕에서 행사하는 동안 신료들의 발을 좀 편히 할 수 있다고도 한다.
박석 사이의 흙이나 잔디 등은 눈의 피로도 막아 줄 수 있다. 또한 박석은 매끈한 대리석과는 달리 난반사를 일으켜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흙 위에 서 있는 것이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서 있는 것보다
훨씬 덜 피곤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또 임금 앞에 가죽신이나 비단신을 신은 신하들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춘원 이광수는 소설 ‘단종애사’에서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호한 신숙주의 곡학아세 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숙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엎디인 박석을 적시었다”고 썼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과 불광동 사이 구파발로 넘어가는 통일로 한 편에는 얇은 돌이 깔린 박석고개가 있다.
누가 왜 깔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풍수지리상 지맥 보호를 위해 깔아놓았다는 설도 있고 주변에 궁궐에
들어가 일하는 사람들이 땅이 진 이곳을 흙을 묻히지 않고 지나기 위해 깔았다는 얘기도 있다.
"박석은 이처럼 포장재료로서 탁월한 기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직선이 구사된 궁궐 건축에 자연적인 맛을
살려 자연과 인공의 어울림을 꾀한 우리의 건축 미학에 잘 맞아떨어진다. 내가 외국의 박물관장이나 미술평론가를
데리고 경복궁에 갈 때면 그들은 근정전의 박석을 보면서 한결같이 포스트 모던아트에서나 볼 수 있는 탁월한
감각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언젠가 경복궁관리소장에게 근정전은 어느 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장마철 큰 비가 내릴 때 빗물이 박석의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박석의 자연스러움을 오히려 마감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 건축의 폐단이라고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화강석을 반듯하게 다듬어 깐 창덕궁 인정전을 보면 그 기능은 고사하고 얼마나
멋이 없는지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창덕궁 인정전의 전정은 일제가 잔디를 입혔던 것을 1970년대에 복원하면서
지금의 화강석으로 깔아 놓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박석을 구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에서는 몇 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의궤(儀軌)를 조사하여 박석 광산이 강화도 매음리(일명 그을섬)인 것을
확인하고 바야흐로 채석을 시작하여 광화문 월대 복원부터 다시 박석을 깔기로 했다.
박석의 미학은 이리하여 다시 이어지게 됐다." 유흥준(전 문화재청장)의 박석이야기이다.
그는 지난 9월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교육관 강당에서 열린 <왕실문화 심층탐구> '창덕궁,아름다운 덕을 펼치다'
에 참석,궁궐 건축에서의 '박석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예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