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치명적인 독성물질
핵폐기물 2014년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모두 25~30만 톤의 핵폐기물이 있고, 현재로서는 이것을 완전히 처분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KBS 취재진은 국내와 일본, 스웨덴, 독일,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 끝나지 않은 대재앙의 현장 , 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은 진도 9.0의 강진과 쓰나미로 2만여 명이 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지 3년 8개월 , 취재를 위해 원전 20KM 내에 있는 마을을 찾아갔다.
복구를 위해 오염된 땅을 파내는 제염 작업이 한창이지만 이 많은 흙들을 어디에 처분할지 방법이 없다.
최근 도쿄 전력은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심이 녹아내린 1.2.3호기의
수조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방치돼있다. 후쿠시마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대재앙의 현장이었다.
“수조안에는 다량의 핵분열 생성물을 보유한 사용후 핵연료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곳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지 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 고이데 히로아키 / 원자력전문가
▉ 한국 방송 최초 , 독일 ASSE 소금광산을 가다
KBS 취재진은 국내 방송사 최초로 아쎄 광산에 들어갔다. 지하수가 흐르지 않아 최적의 장소라고 여겼던 소금광산,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암반으로 스며든 습기가 내부로 새어 나와 고인 물에 방사능 누출 위험이
있었다. 아쎄 광산을 보며 독일은 영구처분장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를 위해 20년 넘게 진행돼 온 고어레벤에
대한 부지조사를 중단한 상태이다.“어느 곳에 있는 틈새에서 물이 새어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미리 차단할 수가
없어요. 사전에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물을 모아서 버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 독일연방 방사선보호청 홍보팀-
▉ 원전 대국 미국 : 영구처분장 부지 백지화
미국도 80년대 영구 처분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부지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선정직후부터 일방적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한 반발과 안전성 논란이 20년간 이어지다 끝내 2009년 미국 정부는
유카 마운틴 프로젝트에 대한 백지화를 선언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합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가 얻은 결론은 기술적인 강조만으로 핵폐기물 관리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 퍼 피터슨 / 전 블루리본위원
▉ 19년만에 지은 방폐장은 고준위가 아닌 중저준위용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가동을 승인해 곧 시범 가동에 들어갈 한국 최초 핵 폐기물 처리장인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지하 130m에 만들어진 원형 처분시설에 원전에서 쓰인 작업복과 장갑 등 핵오염도가 낮은 폐기물을 영구적으로 매립
부지 선정에만 19년이 걸렸지만 이곳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이 아니다. 23기 원전에 임시저장돼 있는 1만 3906톤의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는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부지 선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 우리의 현주소, 고민도 대책도 없다.
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1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인 월성 원전은 현재 76%가 찼고, 4년 뒤에는 완전히
포화상태가 된다. “현재로서는 2018년 12월까지 건식저장 시설이 확충되지 않으면 발전소 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건식저장 시설이 더 필요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전찬동 / 월성원자력본부 연료팀장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 한빛, 한울 등 다른 원전들도 줄줄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저장 공간을 최대한 늘려도 2024년부터는 연쇄 포화를 막을 길이 없다.
늦어도 2055년 전후로는 영구 처분시설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다.
▉ 우리의 선택은? – 어떻게 풀어갈까?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문제는 원전 선진국에서조차 난제다. 세계적으로 400기가 넘는 원전에서 매년 1만2천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는데 아직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핀란드, 스웨덴만이 처분 시설
부지를 선정한 상태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2020년쯤에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답 없는 핵 폐기물 처리
문제를 먼저 풀어낸 스웨덴의 비결은 결국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의 신뢰였다. 그들은 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설명
을 참 잘 해서 좋습니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지요.“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가, 산업체, 지자체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분명한
규칙을 가진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 사이다 엥스트림 / SKB 핵폐기물관리회사 부사장-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해당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갑상선 암 발병 및 의심자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