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아래 해와 달이 함께 솟았네.
▲감악산 일출봉에서 바라본 월출봉.
◐ 山에게 전하는 말 ◑
아침이 되어 하루의 태엽을 감을 때도 너를 생각한다.
밤이 되어 하루를 되새김할 때도 그리운 너를 생각한다.
걸었던 산길, 스쳤던 풍경, 애무하던 바람, 마주친 사람...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 널 얼마나 갈구하는지 아는가.
널 향해 애면글면 매달리는, 내 안의 그리움에 치를 떤다.
잠시 후면 만날 너의 품 속 따듯함이 자꾸 그리워진다.
떨리는 마음이 열심히 향하는 곳, 그 아름다운 이름은 山!
◐ 산행 얼개 ◑
☞ 언제 : 2019년 6월 16일.
☞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 어디 : 싸리치-감악산-석기암-송한재-용두산-동막고개.
(약18km, 소요시간 7시간 10분)
▲오늘의 들머리, 신림터널 입구.
차들은 터널 속으로 빨려들고 우리는 산으로 빨려듭니다.
▲유월이 깊어가면서
마루금 열기도 한층 무르익어 갑니다. 그것을 견공의 요란함이 증명합니다.
▲동화 같은 이색풍경.
그 위에 맑은 햇살이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싸리치로 향하는 산자락 언저리에는 아름다운 집들이 즐비합니다.
▲싸리치. 오늘 마루금 여행의 실질적 들머리.
정자와 詩碑가 팔짱 끼고 느긋하게 세월을 낚고 있네요.
▲싸리치는 그렇게 세월을 품고 있고,
산사람들은 그렇게 마루금을 품고 있다네.
▲시멘트 길을 탁탁 치는 등산화 굽소리.
그건 문명을 벗어나 자연으로 접어드는 신호.
▲산행은, 노동이 아닌, 주체적 목적의식이 깃든 노력.
▲전방 철책을 뺨치는 수준의 철조망.
조금은 서글픔이 묻어나는 풍경입니다.
▲번지없는 초소에는 고요함이 감돌고,
조망이라는 선물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파란 하늘, 기적 같은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중심에 치악산이 자리잡고,
▲물기 머금은 나무들이 햇살이라는 멋진 옷을 걸치고 있구려.
▲아침나절의 산길에 더해지는 맑은 햇살,
그것은 멋진 조망을 능가하는 압도적 아름다움입니다.
▲천삼산은 미련없이 보내고, 우리는 감악산으로 향합니다.
▲조금씩 감악산다운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재고 길을 내다보는 산사람들 눈 앞에 감악산이 나타났습니다.
확신을 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정말 멋진 일, 누군가가 산이라면 더더욱.
▲말없이 산길을 걷지만, 그것은 권태기 부부의 침묵 같은 게 아닙니다.
그것은 깊은 수직 동굴 속에 돌을 던지는 것과 비슷한, 깊이있는 생각의 울림입니다.
▲감악고개. 오른쪽은 백련사 가는 길.
▲산과 함께 있으면 삶이 한 단계 위로 올라선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에 이르면 그런 느낌은 배가 됩니다.
▲(슬랩지대 조망 1).
▲(슬랩지대 조망 2).
▲(슬랩지대 조망 3).
▲산과 정면으로 마주 보기 위해 오르는 산길입니다.
오늘 산행의 중심에는 쫄깃쫄깃한 일출봉, 월출봉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 중요한 건 生存이고 共存이야.
▲잠깐 트인 조망액자, 그 안에 감악3봉이 갇혀있네요.
▲시루떡 같은 바위떡이 맛있는 눈요기를 제공하고.
▲이정표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좌측 방향 '능선코스'. 감악3봉-감악2봉-감악1봉이 뿜어내는 유혹은 다음을 기약하고,
우측 방향 '제천시', 월출봉-일출봉 코스가 잡아당기는 유혹은 저항 불가할 정도입니다.
▲힐끗 쳐다본 월출봉.
발길은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월출봉 아래, 은밀한 조망처.
▲가로로 걸쳐있는 나무 금줄.
월출봉 오름길의 위험을 알리는 무언의 경고.
▲월출봉 앞에 선 심정이 떨립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심정이 이럴까.
▲위를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바위 같은 거 안 믿을래. 그냥 산에 대한 사랑만 믿을래.
▲곡예하듯이 한 고비 오른 후, 돌아봅니다.
▲점선을 따라서 공간 이동을 하고,
▲(월출봉 고스락 풍경 1).
▲(월출봉 고스락 풍경 2).
▲(월출봉 고스락 조망 1). 올려다 보이는 일출봉.
▲(월출봉 고스락 조망 2).
▲(월출봉 고스락 조망 3).
치악산 비로봉은 머리 부분만 살짝 내밀고 있습니다.
▲(월출봉 고스락 조망 4). 감악3봉, 감악2봉.
▲(월출봉 고스락 조망 5).
▲통천문이 하는 말, 나처럼 비워라.
▲현실을 벗어나 산 속에 파묻히면, 비워지는 느낌이 절로 일어납니다.
▲일출봉 오르는 길.
▲제천에는 감악산이 있습니다.
저 아래에서 다른 소리가 들려옵니다. 원주에도 감악산이 있다고.
▲저 봉우리가 실질적인 감악산 정상.
▲실질적인 고스락.
전에는 오르는 길에 밧줄이 있었는데...
누군가 위험하다고 치워버렸나 봅니다. 어렵게 올라섰습니다.
▲실질적인 고스락에서 바라본 표지석 봉우리.
▲멋진 품새에서 세월의 잔향이 느껴집니다.
▲(감악산 조망 1). 월출봉 기점. 시계 역진행 방향 순.
▲(감악산 조망 2).
일출봉과 월출봉이 나란히 솟아 하늘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해와 달이 동시에 솟아 이 세상을 밝히고 있는 격.
▲(감악산 조망 3).
▲(감악산 조망 4).
▲(감악산 조망 5).
▲(감악산 조망 6). 걸어야 할 산들이 먼저 아는 척 하네요.
▲(감악산 조망 7).
▲(감악산 조망 8).
▲석기암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 좌측 풍경.
▲산길을 걸으면서 품는 희망사항은,
무인도에서 자란 어린 아이 같은 존재가 되는 것,
▲돌아보면, 감악산은 말없이 웃고만 있습니다.
왼쪽 어깨 너머로 톡 튀어나온 월출봉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환상적 산길이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인생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면, 산과의 열애 1일을 감악산으로 하고 싶네요.
▲마루금 주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새기고 싶어.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핥듯이, 그렇게 눈 속에 담아두고 싶어.
▲웃음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는 풍경.
가슴의 그늘을 씻어주는, 눈부신 산의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멀리, 백덕산이 자신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힘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이곳의 우리와 석기암을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마루금.
▲돌아보기. 전망대 봉우리에서 마루금을 따라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헬기장이 말을 걸어옵니다. 쉬어가라고.
▲환상적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몸이 떨립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어떤 것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봉우리에 올라서니,
세포 구석구석의 피로가 사르르 풀려나가는 느낌입니다.
▲(석기암 조망 1).
용두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의 부드러운 선을 머릿속에 새깁니다.
▲(석기암 조망 2).
감악산이 벌써 옛날 기억처럼 아득하게 여겨집니다.
몇 시간 전이 옛날이라면 몇 년 전 산행은 고대사가 되는 건가.
▲살아있는 나무피리를 만들려다가 그만 둔 건가.
▲산과 호흡하다 보면,
속도에 찌든 사람들이 절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곤충도 풀도 나무도,
모든 것이 시에스타에 빠진 듯한 오후 속을 걸어갑니다.
▲나무가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무에게 지독한 상처를 주는 사랑은 얼마나 지독한 사랑일까.
▲피재점.
저 아래 고개가 피재이니 고개명은 아닐 테고, 봉우리 이름인가.
▲뽀얀 소녀의 살 같은 봄날의 이파리들은 떨어져 나가고
성숙이라는 살을 붙인 盛夏의 녹음이 산길을 가득 수놓고 있네요.
▲세월의 흔적을 읽으면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저 나무를 붙잡고 말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하고 추임새를 얹으며 ,
나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경지를 목표한다면 희망사항일까요.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돌무더기 위에 가득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월의 산은,
전체적으로 성숙한 아름다움으로 물들었고,
그 아름다움이 우리들 가슴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루터기에 생각 없이 앉아 있자니,
산속 기운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저 모노레일을 타고 바람이 씽씽 불어왔으면 좋겠는데....
▲산의 디자인 색깔이 녹색으로 단순해서 청결한 느낌이 일어납니다.
▲편안히 누워 있는 옛사람의 휴식이 잠깐 부럽기도 하고,
▲송한재의 모든 사물이 행복해 보입니다. 저기 앉아 있는 여인도.
나 혼자만 저 풍경 속에서 좀 떨어진 것 같았지만 같이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드는, 힐링 만점의 산길입니다.
▲하나는 외롭고 둘은 자연스럽다, 그것을 저 나무들이 증명해 주네요.
▲저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지리산 삼도봉 오름길과 팔공산 청운대 오름길을 생각했습니다.
▲용두산에 오른 소감. '이제 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여태의 산으로도 만족스러운데, 용두산이 철철 넘치게 행복을 더 안겨줍니다.
▲(용두산 풍경 1).
▲(용두산 풍경 2).
▲(용두산 풍경 4).
▲동막고개로의 접근루트를 당겨보았습니다.
▲(용두산 조망 1). 송학산 기점. 시계 진행방향 순.
승리봉 좌측 멀리 뿌연 산군은 치악기맥의 끝점 태화산.
▲(용두산 조망 2).
마루금은 가창산을 넘어 삼태산으로 이어지겠지요.
▲(용두산 조망 3).
갑산 뒤의 뿌연 산군은 죽령 연화봉 등 소백산 자락.
▲(용두산 조망 4).
▲(용두산 조망 5).
▲(용두산 조망 6).
▲(용두산 조망 7).
▲(용두산 조망 8). 우측 끝 뾰족봉은 감악산.
▲터질 것 같은 의식의 배를 두드리면서 용두산을 내려섭니다.
▲하산길이 일상의 일부라도 되는 듯 정감이 넘쳐납니다.
▲마루금 여행은 내가 산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산이 나에게 익숙해지는 과정.
▲숲길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깊게 파고드는 힘이 있습니다.
▲마루금 우측 풍경.
▲우측 멀리, 까치산.
▲마루금 여행은 풍경을 눈에 담고 수많은 생각을 가슴에 묻는 일.
▲골 아픈 현실의 세계, 에너지가 넘치는 산속의 세계.
삶을 구성하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 접점을 찾으려는 몸부림, 그게 산행.
▲산행 신조를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마루금을 포기 말라'는.
▲마루금이 가학적 미소를 한껏 머금고 기다리고 있네요.
이깟 수풀과 가시덤불 정도야. 몇 번의 긁힘과 처박힘 정도는 감수해야지.
▲동막고개에 울려 퍼지는 바람의 합창은
마루금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같았습니다. 난 그저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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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山사람의 고백 ◑
머리에 나사 하나 빠진 듯 헐렁한 기분이 맴돌 때,
가만 있으면 뭔지 모르게 정리되지 않을 것 같을 때,
산에서 맛보았던 샘물 같은 기억의 홍수를 호출합니다.
손 대면 델 것 같이 뜨거웠던 산사랑은 스토리가 되고
구간구간 녹아있는 아름다움은 옴니버스 영화가 됩니다.
만약 산이라는 대상이 없었다면 현실의 삶은 어땠을까.
만약이란 가정이 너무 가혹해 생각틀이 멈추어 버립니다.
산과 산꾼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 이 말로 위안을 합니다.
말이 마음의 일부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산 깊이 감도는 여운 속에서 인생 퍼즐의 답을 찾아갑니다.
시에스타 같은 차분함 속에 또 다음 산행을 기다립니다.
수의의 고름 여미듯 曲盡하게 하는 산행, 그것이 목표입니다.
첫댓글 복습산행 잘 하고 갑니다.
우리는 한마음으로 산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산에 들어있는 단 하루만이라도 산으로 감정을 도배하고 싶은 욕심.
그래서 눈빛만 봐도 우리는 마음이 놓이는가 봅니다. 같이 흘린 땀이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