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년 전 그리스인들도 즐겨 먹었대요
소시지와 순대
출출할 때 잘 구운 소시지에 케첩이나 겨자를 발라 먹으면 참 맛있죠. 포장마차에서 파는 순대를 돼지 간·허파 등 부산물과 함께 양념 소금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에요. 소시지와 순대는 각종 원료육과 양념을 돼지 창자에 넣어 제조하는 등 공통점이 많아요.
소시지의 어원은 소금에 절인다는 의미의 라틴어 'salsus'예요. 소시지는 원래 비싼 부위의 고기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음식이었죠. 고급 제품인 햄이나 베이컨을 제조하고 남은 고기를 주원료로 만들었어요. 여기에 내장, 심장, 혀, 간, 머리 고기, 혈액 등을 부재료로 하고 향신료와 조미료를 잘 혼합해 케이싱에 넣었어요. 케이싱은 껍질을 뜻하는데, 주로 돼지나 소 등 가축의 내장으로 만들었죠.
소시지는 역사가 상당히 길어요.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작품 '오디세이아'에서 "병사들이 동물의 창자에 고기 반죽을 넣은 것을 먹었다"고 기록했어요. 소시지는 크게 '도메스틱'과 '드라이' 소시지로 구분돼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것이 도메스틱 소시지예요. 수분 함량이 높고, 부드럽고 맛이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해 소비량이 많죠. 드라이 소시지는 신선한 원료육을 고가의 향신료 등과 함께 바람이 잘 통하는 케이싱에 넣은 후 열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장기간 저온 건조, 저온 곰팡이 숙성을 시킨 것이에요. 저장하기 좋고 바로 식용도 가능해요. 유럽에 가면 곰팡이가 하얗게 표면을 덮고 있으면서 다양한 냄새가 나는 비싼 소시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드라이 소시지예요.
나라별로 다양한 소시지가 생산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종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한 비엔나소시지가 있죠. 이탈리아 반(半)건조 소시지 살라미(salami)와 페퍼로니(pepperoni)도 피자 토핑으로 인기가 많아요. 볼로냐(bologna)는 굵게 만들어 훈제한 소시지로 얇게 저민 후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요. 프랑스의 앙두이(andouille)는 고추, 후추, 마늘, 양파 그리고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내죠.
순대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동물의 잡육, 내장 그리고 피를 이용해 만들어요. 6세기 중국 저서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양의 고기와 피를 다른 재료와 함께 창자에 넣어 삶아 먹는 법이 기록돼 있어요. 순대 만드는 방법은 고려 말 몽골군이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전파됐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기록에는 1809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소창자찜에 대해 나오고, 조선 말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순대 만드는 법이 나와요. 순대는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경기도 백암순대는 돼지 창자에 돼지고기, 선지, 당면, 배추, 양배추, 양파 등을 꽉 채우고 끝을 실로 묶어 찜통에 육수를 붓고 약한 불에 삶아서 만들어요. 함경도의 아바이순대는 속에 찹쌀이 들어가서 찰진 것이 특징이에요. 순대 케이싱으로는 돼지 막창이 사용됐어요. 천연 케이싱은 공기가 잘 통하고, 훈제 가능하고, 원료육과 밀착돼 있어 요리하기 알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