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저자 : 하워드 슐릿
역자 :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박훈석
기획 : 웅진루카스투자자문
교열 : 웅진루카스투자자문 김일태
감수 :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대표이사 목이균
출판사 : 리딩리더
역자서문
주식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도 주식과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알 필요성이 생겼다. 특히 기업의 재무상태나 수익성, 성장률 등의 정보가 나타나있는 재무제표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만약 재무제표의 내용이 거짓으로 작성되어 있다면 투자에 있어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식시장이 있는 곳에는 항상 분식회계와 같은 기법을 통해 투자자을 속이려는 시도들이 많았는데, 현재까지도 이러한 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보아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주식시장에 거짓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추정할 수 있다.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는 일차적인 동기는 대중들에게서 자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다. 자금을 받는 주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금을 받는 것이다. 거짓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는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거래가 많이 발생할수록 돈을 많이 받는 증권사들도 정직함을 내세워 굳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 결국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이 깨어있는 수 밖에 없다.
분식회계의 양상은 각 회사의 상황과 동기에 따라 다르다. 국가별로 봤을 때, 미국은 주주와 경영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자신의 보수와 처우를 향상시키기 위해 대체로 순이익을 부풀리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재벌 기업들은 지배주주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순이익에 미국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비자금을 형성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순이익을 줄이는 이른바 역(逆)분식회계를 하기도 한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재벌기업과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기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순이익을 부풀리기도 하고 감시가 느슨하다는 점을 이용한 기업자금의 횡령도 발생하다.
국가별 기업규제에 따라 분식회계의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은 중요 사실을 미리 공시하지 않을 경우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연간재무제표 공시서류를 보면 투자자가 다 읽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혼란을 주기 위해 별 필요없는 내용을 가지고 작은 글씨로 수 백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경향이 있다. 한국 기업은 법에서 공시하라고 하는 내용만 공시하므로 중요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대에 금융시장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네덜란드인들이 가졌던 기독교적 근면함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생긴 신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의 경제위기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수많은 부외부채(off balance sheet liabilities)와 매도프 사례와 같은 사기행각 등으로 이러한 신뢰에 상당한 타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정부는 경제위기를 타개한다는 이유로 돈을 찍어 부채를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 정도에 따라 정부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상호 신뢰에 대한 지속적인 타격을 받는다면 금융시장은 그 근본부터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분식회계에 대해 더 알고 그에 대해 대처한다면, 작게는 투자자 자신의 피해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에 정직함이 뿌리내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뉴욕에 있는 타이거아시아펀드에서 인턴을 하면서 처음 ‘회계 속임수(Financial Shenanigans)’ 를 접하게 되었다. 분식회계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일반 회계 책에서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분식회계에 집중한 책을 읽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외국에서는 분식회계에 관한 대표적인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는 번역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되고 매우 놀랐다. 그리고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회계속임수’의 저자 하워드 슐릿은 분식회계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4년에 ‘회계 속임수’ 제1판을 집필한 이후 CFRA(Center for Financial Research and Analysis)를 세워서 투자자들이 분식회계를 피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발간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는 2003년에 TA Associates라는 사모펀드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했으며, TA Associates는 2007년에 Riskmetrics에 다시 매각하였다.
보통 분식회계에 관한 책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교훈을 도출해 낸다. 그러나 슐릿의 CFRA는 분식회계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조짐을 살피는 일을 강조한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다시 되돌아봐서 시사점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분식회계를 미리 예견하는 것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투자자에게 분식회계가 발생한 다음 그것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별 도움이 안 된다. 분식회계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했던 슐릿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시간에 작업이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러한 조그만 노력이 국내 투자자들과 기업들로 하여금 분식회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분식회계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해주신 황성국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 사장님과 번역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목이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사장님, 교열을 해주신 김일태 웅진루카스투자자문운용팀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역자의 부족함을 잘 인내해주신 권영성 리딩리더 대표님에게 감사드리고, 항상 부족한 아들을 한없이 믿고 격려해주시는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09년 5월 31일 역자 박훈석